14. 비행과 기상

by 너일론

날씨가 좋고, 공항이 복잡하지 않으며, 함께 하는 사람과 잘 맞는 비행은 언제나 즐겁다.


그중 날씨가 가장 변덕쟁이여서 언제든 위협요소로 바뀔 수 있다. 강풍 때문에 실패접근을 몇 차례 하고서야 겨우 착륙하거나, 다른 공항으로 회항하는 일을 기사로라도 접했을 것이다.



| 구름과 양치기 소년


여름철 윤기가 흐르듯 반짝이며 피어오르는 뭉게구름은 지상에서는 참 아름답지만 공중에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뭉게구름, 즉 적운 가운데 일부는 적란운으로 자라나는데, 이 안에는 강한 상승기류와 하강기류가 뒤섞여 있고 우박까지 동반된다. 모든 비행기가 반드시 피해야 하는 구름이다.


공항에 비가 올 때도 이륙 후 구름층만 통과하면 다시 맑은 하늘이 나온다. 우리나라 정도의 위도에서는 구름의 고도가 보통 비행기의 순항고도보다 낮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남아나 적도를 지나는 구간에서는 강한 상승기류로 인해 비행고도까지 올라오는 경우가 흔하다. 달이 밝은 밤에는 구름이 눈에 보이기 때문에 피하기 쉽지만 달도 없는 깜깜한 밤에는 어렵다. 기상레이더가 있긴 하지만, 모든 구름이 다 잡히는 건 아니다. 여기저기 번개가 번쩍이는 하늘에서 한참을 고생하던 중, 떠오르는 달이 보이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비행 중 흔들리는 구간을 만나면 바로 좌석벨트 사인을 켜고 안내방송을 한다. 지상에서부터 최대한 많은 자료를 확보해 터뷸런스에 대비하지만 문제는 예보와 현실이 어긋날 때다. 흔들릴 것 같아 사인을 켜면 조용해지고, 이제 괜찮겠다 싶어 끄면 기가 막히게 다시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래서 농담 삼아 좌석벨트 사인 스위치를 ‘터뷸런스 스위치’라고 부른다. 우리는 그렇게 종종 양치기 소년이 된다.



| 해가 서쪽에서 뜨겠네


조종석에서는 가끔 해가 서쪽에서 뜬다. 동남아로 가는 비행은 해질 무렵 이륙하는 패턴이 많다. 지상에서는 방금 해가 졌는데 활주로에서 힘차게 이륙해 고도를 올리면 다시 해가 보인다. 영락없이 서쪽에서 뜨는 해를 만난 것이다.


불가능한 일이 벌어질 때 사람들은 해가 서쪽에서 뜬다고 말한다. 하지만 조종석은 그런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생각보다 자주 일어나는 곳이다.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