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사노바의 아버지 조빙
이번 리우 올림픽 개막식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는 브라질이 낳은 세계적인 모델 지젤 번천이 등장하는 장면이었습니다. 리우와 브라질, 보사노바의 대표곡인 Girl from Ipanema를 배경음악으로 지젤 번천이 한 남자의 사진 앞으로 걸어갑니다. 이 무대는 지젤 번천의 마지막 무대였으며 지젤 번천이 향한 사진의 남자가 바로 오늘 글의 주인공인 안토니오 카를루스 조빙입니다.
Antônio Carlos Jobim. 영어로 읽으면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이지만 포르투갈 원어로는 ‘안토니우 까를루스 조빙’이라고 발음합니다. 1927년에 리우에서 태어난 조빙은 리우 출신의 세계적인 작곡자이자 가수, 피아니스트이며 ‘보사노바의 아버지’로 불립니다. 그의 이름이 Tom Jobim으로도 알려져 있는데 이는 미국 활동을 위한 예명으로서 그는 미국에서 생활하다가 1994년 12월 뉴욕에서 생을 마칩니다. 이번 올림픽 마스코트 '톰(Tom)과 비니시우스(Vinicius)'의 이름은 두 명의 보사노바 창시자인 안토니우 카를루스 조빙(톰 조빙)과 비니시우스 지 모라이스에서 딴것입니다. 보사노바 작곡가 조빙과 작사가인 비니시우스가 브라질에서 어떤 위상에 있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그의 사후 이파네마에는 ‘안토니우 카를루스 조빙 거리’를 조성하고, 리우 데 자네이루의 국제공항을 ‘안토니우 카를루스 조빙 국제공항(Galeão - Antônio Carlos Jobim)’으로 이름을 바꿔 그의 업적을 기렸습니다. 그는 브라질에서 가장 존경받는 음악가였을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가장 사랑받는 위대한 음악가입니다.
조빙의 음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보사노바는 흔히 브라질의 전통음악인 삼바와 재즈를 결합한 음악이라고들 하는데 실제로 조빙의 곡들을 차분히 들어보면 삼바의 흔적을 찾기 어렵습니다. 삼바는 악기의 구성 자체가 탬버린이나 북 같은 타악기를 기반으로 강렬한 리듬의 노래들로서 삼바라는 춤을 추는 일종의 댄스곡들입니다. 조빙의 보사노바는 삼바와 달리 조용하고 서정적이면서 쿨한 느낌이 오기에 필자는 조빙의 보사노바가 삼바에서 왔다는 이야기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보사노바와 삼바의 공통점은 그냥 같은 브라질에서 만들어진 것이라 생각합니다.
재즈의 한 장르로서 보사노바가 분류되기도 하지만 사실 보사노바는 전통적인 재즈 하고도 다른 스타일을 들려줍니다. 보사노바는 그 이름처럼 이전의 삼바나 재즈 들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Nova) 경향(Bossa)’의 음악이라 할 수 있습니다. 대다수의 보사노바 명곡들은 조빙의 손에서 작곡되었으며 그가 사망한 이후에는 그가 작곡한 곡들이 여러 가수에 의해 반복적으로 리바이벌되어 불려집니다. 새로이 추가되는 보사노바 노래가 별로 없을 정도로 조빙의 노래들은 보사노바 그 자체였습니다. 보사노바는 간결하고 세련된 멜로디와 도시적이지만 따듯한 감성을 가진 매력적인 음악입니다.
조빙이 바이하에서 활동하는 기타리스트였던 조앙 질베르투와 만난 이후 본격적인 활동을 하기 시작한 초창기 무렵의 음악들은 피아노와 기타, 보컬이 주가 되는 잔잔한 느낌의 노래들이었습니다. 조앙 질베르투의 읊조리는 듯한 스타일은 이후 보사노바 보컬의 원형으로 정착합니다. 이들의 음악이 브라질 내에서 인기를 얻으며 많은 가수들이 보사노바를 부르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브라질에 군부독재가 들어서면서 음악가들에 대한 탄압이 시작되었으며, 많은 뮤지션들이 브라질을 떠나 다른 나라로 망명하게 됩니다. 정치적인 이유 때문에 브라질에서는 보사노바가 사라진 반면 조빙과 보사노바 음악가들이 망명한 미국에서는 60년대부터 보사노바의 새로운 붐이 일기 시작합니다. 조빙의 음악이 기타와 피아노에서 본격적으로 재즈와 결합된 시기가 이때부터입니다. 특히 이들의 음악을 주목하고 있던 색소폰의 거장인 스탄 게츠가 합류하면서 조빙의 음악은 재즈 계열의 보사노바가 되었고, 또 다른 아티스트인 세르지오 멘데스는 보사노바를 팝의 반열에 올려놓았습니다.
이들의 망명으로 시작된 미국에서의 보사노바는 미국의 재즈 뮤지션인 스탄 게츠, 찰리 버드, 엘라 피츠제랄드, 허비 만 등과 프랭크 시내트라와 같은 인기 가수들의 참여로 단시간에 세계적인 음악 장르가 되었습니다. 조빙은 1964년 카네기홀 공연부터 1994년 사망 시까지 30년 동안 미국에서 작곡과 앨범, 공연 등의 활동을 하였는데, 죽기 직전까지 작곡에서 손을 놓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가 뉴욕에서 사망한 후 결국 리우로 돌아가 묻혔지만 사실 살아생전의 브라질과 리우는 망명자였던 조빙에게 그리운 땅이었을 뿐 실제로 환영받으면서 활동하던 무대가 아니었습니다.
브라질은 이번 리우 올림픽을 통해 조빙의 업적을 재평가하고 그를 기렸습니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존경받는 위대한 음악가 중 한 명이자 가장 사랑 받는 사람이었으며 노래를 통해 가장 오랫동안 기억될 것입니다.
Wave (1967)/ Tide (1970)
미국 CTI 레코드에서 1967년 발매된 Wave는 거의 모든 재즈 앨범 평가에서 가장 높은 평점을 받은 앨범 중 하나입니다. (대부분 5/5나 10/10을 받았습니다.) 해변을 달리는 기린을 모티브로 한 표지는 녹색 배경의 강렬한 흑백 사진 (블루, 레드 버전도 있음)으로 시선을 이끕니다. 웨이브는 대중적으로도 큰 인기를 끌었을 뿐 아니라 음악의 완성도 면에서도 완벽한 수준의 음반이며 단점이라면 발매 당시 LP라는 매체의 한계성 때문에 30분 정도로 플레잉타임이 짧다는 점 정도일 것입니다. 그래서 비슷한 분위기의 앨범 Tide와 엮어 합본 형태로 많이 배포되고 있습니다. 바이올린 연주에 버나드 아이헨이, 첼로에 하비 샤피로가, 더블 베이스에 론 카터가 참여하는 등 많은 유명 재즈 연주자가 앨범에 참여했습니다. 이 음반은 한곡을 제외하고는 전부 연주음악이었으나 나중에 브라질어(포르트기시) 가사가 붙은 보컬곡으로도 많이 불립니다. 이 앨범에서 웨이브는 커다란 파도가 아니라 잔잔하지만 청량감 있는 그런 파도로 마치 열대에서 잔잔한 바다 위에 배를 띄워놓고 트로피컬 칵테일을 한잔하며 듣고 싶은 음반입니다. 반드시 필청해야 하는 앨범 중 하나. Tide 역시 64년의 Getz / Gilberto의 Girl from Ipanema를 연주곡으로 시작합니다. CTI에서 발매되어 앨범의 커버 디자인 역시 세트처럼 어울립니다. Tide를 웨이브와 비교하면 이 앨범은 전체적으로 웨이브와 비슷한 느낌이긴 하지만 좀 더 재즈 필링이 강합니다.
Getz/Gilberto
스탄 게츠와 조앙 질베르투, 아스트루지 질베르투 부부의 성을 딴 이 앨범은 조빙이 작곡과 피아노를 연주하고 조앙질베르투가 보컬과 기타를, 아스트루지 질베르토가 여성 보컬을 맡았으며 스탄 게츠가 색소폰 솔로를 맡았습니다. 이 음반은 1964년 발매되었는데 재즈 앨범으로서 빌보드 앨범 차트 2위에 올라갈 만큼 대중적으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습니다. 미국의 경우 그때나 지금이나 영어가 아닌 외국어 노래 음반이 이만큼 히트하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대단한 것이죠.) 이 앨범이 빌보드 차트 1위를 못한 이유는 당시 미국에 상륙한 비틀즈가 워낙 강력한 붐을 이루었기 때문에 비틀즈에 밀려 1위를 못한 것입니다. 아무튼 이 앨범의 발매 당시의 인기는 비틀즈와 자웅을 겨룰 만큼 대단한 힘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 앨범 이후 50년이 넘게 지난 지금까지도 이 기록을 깬 재즈 앨범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이 앨범은 세상에서 가장 많이 팔린 재즈 앨범이자 보사노바 음반입니다. Girl From Ipanema, Desafinado, Corcovado, So Danco Samba 등 지금은 보사노바의 스탠더드가 된 명곡들이 전부 이 음반에 담겨있습니다. 실제로 이 앨범을 통해 재즈로서의 보사노바가 스타일을 완성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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