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야. 제발
작년 이맘땐가.
갑자기 버거가 땡기는데 동네에 버거킹은 없고 단독 건물의 맥도날드만 있다는 아주 불우한 상황. 장점은 주차장이 널찍하다는거 외에는 전무.
평소 맥도날드 버거는 거의 쓰레기 취급 하던 때라 갈까말까 무척 고민 하다가 그나마 고기패티 아닌 새우버거나 땡기러 가자고 나섰음.
차대고 일단 입장.
매장을 한바퀴 둘러보는데, 창가의 소파자리에 백발이 성성한 노신사 한분이 혼자서 앉아 계시는데 맥도날드 직원이 햄버거를 서브하는게 아닌가.
'저분 여기 사장님인가?? '
놀람도 잠시, 정신을 차리고 보니 몇명의 사람들이 터치스크린에서 햄버거를 주문하고 있었고. 그 노신사에게 서브된 햄버거가 '시그니처 버거'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IT바닥에서 20년 넘게 구르고 있으니 터치스크린 주문이야 껌이고.
진동벨 같은걸 가지고 자리에 앉아있으니 나의 시그니처 버거 역시 자리로 갔다주었다.
'오 나름 괘찬은데'
갖다주는 서비스에 감동 +1.
테이블에 올려놓는 햄버거의 받침이 플라스틱 쟁반이 아니다. 나무로된 도마같이 생긴 판위에 햄버거와 드레싱이 따로된 샐러드, 감튀가 스테인레스 용기 안에 있었고 세심하게도 옷위에 까는 커다란 냅킨이 둘둘 말려있는데 그안에는 포크와 나이프가 세심하게 들어있었다. 아.물수건도...
비주얼에서 감동 +10
손으로 들고 먹기 좋게 반쯤 접은 종이 안에 버거가 보이는데 일단 삐져나온 양상추의 신선도가 남달라 보인다. 특이하게 버거위에는 작은 깃발 같은게 꽂혀져있었는게 거기에는 100% Angus Beef 라고 씌여있다. 검색해보니 미국에서 최고급 소고기인 Angus 사의 소고기로 패티를 만든 것이다. 이미 앵거스에서 패티의 맛이 결정 났다고 보고, 빵을 만져봤는데 '어 이건?' 맥도날드에서 파는 쓰레기 버거와 다르게 빵이 촉촉하고 부드럽다. 야채도 당연히 훨씬 신선하고
첫번째 한입. 아 지금도 잊지 못하겠다. 빵이나 패티 모두 퍽퍽한 빅맥과 달리 육즙이 살아있다. 여기에 신선한 야채와 부드럽고 고소한 빵의 조화라니.
오마이갓. 이 가격(8900원/세트)에 이런 버거가 나오다니!!!!
맛에서 감동 X100, 가격에서 감동 +100
맥도날드가 60년의 축적된 노하우로 만들었다는 말이 진실이었다.
한편으로는 이렇게 맛있게 만들수 있으면서도 이제껏 일부러 쓰레기 버거처럼 만들어왔던 것이다. 아 대단하다. 일부러 쓰레기 버거 만드는 그 멘탈.
작년에 4월부터 12월까지 아마 10번 정도 가서 먹었던거 같다. 주구장창 시그니처 버거만.
마지막 감동은 다 먹고 나서였는데
빅맥은 다먹고 분리수거를 하지만 시그니처 버거는 자리에 놔두면 맥도날드직원이 치웠다.
여기서 역시 감동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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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가 작년 시그니처 버거에 대한 예찬이고..
오늘 오랜만에 친한 동네형과 맥에가서 시그니처 버거를 먹었는데
완전 실망 그 자체였다.
인건비 비싸고 바쁘니까 갖다주는거 없어진거야 그렇다 치고
원래 옵션으로 패티나 빵, 소스, 야채 등을 선택 할 수 있었는데 , 그런 옵션이 사라졌다. 그래 만드느라 바쁜데 그것도 이해하자.
완성된 버거 4가지였었는데 2가지로 반토막났다. 오케이 잘 안팔리는거 없앴나 보다.
나무쟁반 없어졌고, 스테인레스 감자튀김 용기도 없어졌고, 물수건도 냅킨도 나이프와 포크도 사라졌다.샐러드와 피클도... 그래 그것도 참겠어.
이렇게 빠진게 많은 데도 가격은 동일하다.
참았다. 난 관대하니까.
내가 못참겠는거는 버거 맛이었다.
앵거스 비프 패티가 일반패티로 바껴서 쓰레기 버거처럼 퍽퍽했고
촉촉하고 두툼했던 빵은 퍽퍽하고 얇아졌다.
야채? 여름에 비맞은 양상추처럼 축축 늘어진다. 땟깔이 다르다.
딱 일년도 안되서 시그니처 버거 역시 쓰레기버거로 바뀐것이다.
것두 비싼 쓰레기 버거로..
이렇게 하려면 아예 '시그니처'라는 이름을 떼던가
이게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맥도날드. 부.탁.할.께.
나의 '시그니처 버거'를 돌려줘.
ps 작년에 먹었던 시그니처와 사진비교. 앵거스 깃발 꽂혀있는게 작년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