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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텔라 황 Sep 28. 2024

진동으로 전해진 진심

<월간에세이> 9월 호에 실렸습니다.

콧노래를 부르며 샤워를 하던 맨디가 넘어졌다. 쿵 하고 소리가 크게 났다. 꺄아아아악 하고 비명소리가 샤워실 밖으로 뛰쳐나온다. 넘어진 충격으로 태반이 툭하고 떨어졌다. 참을 수 없는 통증보다 더 큰 걱정이 그녀를 덮쳤다. 서둘러 올라온 남편은 피로 얼룩진 욕조를 보고 하얗게 질렸다. 재빨리 911을 불렀다.

허겁지겁 도착한 구급차는 밤을 갈랐다. 응급실에 도착하자마자 응급 제왕수술을 받았다. 아기가 나오고, 응급실 의사는 전혀 움직이지 않는 아기의 입을 열었다. 기도 삽관을 시도했다. 아무리 잘하는 시술이라도 환자군이 다르면 전혀 다른 시술이 된다. 결국 실패하고야만 기도 삽관. 끊임없이 코로 입으로 산소를 불어넣어줬다. 부리나케 달려온 신생아분과 의사의 손으로 기도가 확보되었다. 불행히도 신생아중환자실이 없는 병원이었다. 아기는 내가 일하는 큰 병원으로 전원을 와 치료를 받아야 했다. 


전원한 다음 날, 갑자기 혈당이 치솟아 올랐다. 혈색소가 떨어지고 혈압도 낮아졌다. 급히 오더한 초음파에서는 끔찍한 뇌실 출혈이 뚜렷이 보였다. 태반이 떨어지면서 생명줄이 끊긴 아기에게 뇌실 출혈은 어쩌면 피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태어난 지 하루도 채 되지 않아, 심각한 상태에 빠진 아기. 부모는 아직도 처음 실려간 병원에 있었다. 제왕절개술도 받았지만, 출혈이 심했던 엄마는 아직도 중환자실에서 끊임없이 수혈을 받으며 집중 치료 중이었다. 아빠는 엄마 곁을 지켰다.


어떻게든 시간을 벌어보려고 했으나, 아기의 시간이 점점 줄고 있었다. 아기의 마지막이 다가올 무렵, 부모가 도착했다. 아직 거동도 쉽지 않은 엄마는 생전 처음 보는 아기가 거의 죽어 있음에 절망했다. 실수로 넘어진 자신의 가슴을 쥐어짰다. 시간을 돌려 넘어지기 직전으로, 시간을 되돌려 생명줄이 끊어지기 전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흐느꼈다. 그럼에도 아기는 죽어가고 있었다. 결국 가만히 안아 아기를 보듬을 수밖에 없었다. 하루 만에 다시 만난 부모의 품에서 아기는 떠났다. 주말 밤, 급하게 이송된 아기라, 치료에 크게 참여하지 않았던 내 얼굴에도 방울방울 안타까움이 흘러내렸다. 처음 만나는 부모 앞이라, 나의 흐느낌이 실례가 될까 손을 꼭 쥐고 참으려 했다. 망연히 서 있는 나의 존재가, 아무 의미 없는 나의 눈물이 부질없음을 알고 있었다. 

뉴욕 주립대 교수 칼 사피나는 저서 <소리와 몸짓>에서 상서로운 순간을 세상과 나누었다. 아프리카 케이프 해변 기슭에서 그는 어떤 종류의 잔향을 느꼈다. 청고래가 바닷속으로 잠긴 후에도 그 느낌이 가시지 않고 이상한 리듬이 뒤에서 느껴져 그는 뒤를 돌아보았다. 나무 그늘 아래 코끼리가 바다를 가만히 응시하고 있었다. 왼쪽 상아가 뿌리부터 부러져 있어 예전에 사진에서 본 마지막 나이스나 코끼리임이 확실했다. 숲 속에서 대화를 나눌 상대가 하나도 남지 않아, 가장 강력한 초저주파를 내뿜는 바다의 누군가를 만나러 나왔으리라. 자손이 다 사라져 혼자 남은 할머니 코끼리와 청고래가 초저주파 불가청음으로 서로의 슬픔을 나누고 위로하는 공간에 그도 함께 있었다. 그곳은 한낱 인간이 있어서는 안 될 공간이었기에, 그들의 공감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그는 조용히 자리를 떠났다.


아기의 가족과 나도 말로는 단 한 마디도 나누지 않았다. 마주치는 눈빛만으로도 나의 진심이 전해졌음을 알 수 있었다. 어떤 진심은 같은 공간 안에서의 진동만으로도 전해진다. 내가 차지한 병실 한구석의 자리만큼, 내가 마음속으로 부르짖는 기도만큼 아기가 더 편안해졌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거기에 서 있는 시간만큼 조금 더 빨리 가족에게도 평화가 찾아올 수도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그 자리에 그대로 굳어 영구히 서 있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왠지 내 하찮은 슬픔도 힘이 될까 손을 쥐어짜며 그곳에 서 있었다. 손이 저리다 못해 감각이 사라지고 있었다. 슬픔도 쥐어짜면 언젠가는 사라질까. 그렇게 손을 비틀어 짜며 그곳에 계속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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