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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베르세르크>  ‘몬스터의 기원’

우리는 어떻게 괴물이 되는가?

만화책 베르세르크, 어릴 때 활동하던 '웃대'에서 등짝을 보자는 짤로 유명했던 작품이다.

원피스 나루토보다 어둡고 잔인한 고어 판타지, "그것은 검이라고 하기엔 너무 컸다. 엄청나게 크고 무거운 그리고 조잡했다. 그건 말 그대로 철퇴였다"라고 표현되는 드래곤 슬레이어를 들고 몬스터를 근육 단면과 혈관이 보이도록 썰어버리는 액션까지 너무 강렬한 자극이었다. 게다가 야하기에 앞서 징그럽다는 느낌이 드는 서비스 컷(?)까지... 소년 시절 내가 접했다면 정신 건강에 해로웠을 거 같다.

다른 판타지 작품과 구별되는 베르세르크만의 인상적인 점은 등장하는 괴물에 대한 설정이다. 애당초 다른 종족으로 탄생하는 여타 작품과 달리 이 작품의 몬스터들은 원래 인간이었다. 자신의 욕망이 현실의 벽에 가로막히는 절망에 부딪힐 때, 악마 고드 핸드가 등장한다. 그리고 그 바램을 이룰 힘을 줄 것을 제안하며 한 마디를 요구한다. "바친다"라는 말로 다른 사람을 제물로 지칭하라고... 그 순간 그의 욕망은 이뤄지고, 욕망을 이룬 자는 '사도'라고 지칭되는 몬스터로 변한다.

우리 인간이 괴물로 성장하는 원리에 대해 깊은 통찰을 주는 작품이라 평한다. 살다 보면 내 맘대로 안 되는 일이 있다. 그때 "저 사람이 좀만 더 힘들면 될 것 같은데..."라는 생각으로 일을 추진한다. 그 대상은 가까운 사람이기도 하고, 때론 자본주의 시스템으로 얽힌 제삼자일 수도 있다. 그 순간 인간은 희생하는 자에게 괴물이 되어간다. '갑'이라는 이름의....

주인공 가츠는 그 길에 저항하는 자이다. 괴물과 싸우기 위해 그가 광전사의 갑옷은 자신을 희생시켜 폭발적인 힘을 낸다. 우리 신체가 망가지지 않도록, 기능을 억제하는 장치를 해방시켜 폭발적인 힘을 내는 것이다. (제목 베르세르크는 자기를 돌보지 않고 싸우도록 개조된 광전사를 의미하는 버서커의 일본식 발음이다)

자신을 해치는 고통 속에, 자아를 잃어버리는 것이 그의 숙명... 그 비극으로부터 구해주는 것은 동료와의 우정이라는 일본 만화의 전형적인 틀을 따르고 있지만 뻔한 설정은 그 나름대로 불변의 진리를 담는다.

원하는 대로 일이 되지 않을 때 다른 사람보단 나를 희생시키는 것, 그런 고난 중에 나를 잃지 않도록 손을 잡아주는 진실되고 친밀한 관계... 그것이야 말로 은연중에 우릴 괴물로 만드는 세상에 저항하기 위한 꼭 갖춰야 할 무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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