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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한지> 인물 이야기 ‘노관’

인복의 의미, 어떻게 좋은 사람을 곁에 두는가

<인복의 의미>

부제: 좋은 사람을 만나지 못해도, 좋은 사람이 곁에 있다.

한고조 유방은 그 출신이 볼품없는 인물로, 형수들에게 밥만 축낸다고 구박받던 인물이다. 지역 관리 소하와의 친분으로 패현의 부역자들을 관리하는 말단직을 수행했는데 시정잡배들과 어울리다 보니 그들의 우두머리가 되었다.

그의 맞수 항우가 진시황의 대군조차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던 불세출의 명장 항연의 손자였고, 초나라를 재건하려는 명문가의 충의지사들이 따르던 것을 볼 때 게임이 되질 않았다.

유방은 지금으로 치자면 말단 비정규직 공무원에, 동네 건달 두목 격이다. 자연히 따르는 이들도 겉보기엔 별 볼 일 없었다. 그런데 그는 항우를 이기고,  중국 역사상 가장 오래 존속되는 왕조를 창건했고, 중국인들의 정체성의 뿌리가 되는 ‘한족’을 이뤄냈다.

그의 성공의 비밀은 인복에 있다고 하는데, 그의 용인술 앞에 느끼는 바가 많다. 그 대표적인 예가 고향 친구인 노관이 아닐까 싶다.

노관은 사기꾼이었다. 저잣거리의 투전판에 끼는 것을 즐겼으며, 그 빚을 갚기 위해 악사를 생업으로 삼는 조직원 주발의 상갓집 일당을 삥땅 치기까지 한다. 그런 그가 유방의 대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데... 이는 다음과 같다.

유방이 진시황의 노역에 끌려가는 인부들을 인솔해가다가 학대에 못 이겨 관병을 죽이고, 끌려가던 이들과 망탕산에 입산한다. 먹을 것이 없어 민가를 약탈하고, 그마저도 여의치 않아 사람들이 이탈할 때 동요하는 사람들을 불러놓고 노관은 장광설을 늘어놓는다.

유방이 술에 취해 밤길을 가는데, 큰 백사 한 마리가 길을 막았다. 노관이 무서워 길을 돌아가자고 했더니 유방은 ‘대장부가 가는 길을 미물이 막느냐’고 칼을 들어 단칼에 동강 내버렸다. 유방을 따르던 사람들이 이를 쫒아서 와보자, 뱀이 죽은 자리에서 한 명의 노파가 통곡하고 있었다. 왜 그러느냐고 묻자 노파는 "어떤 사람이 내 아들을 죽여서 그렇다." 고 대답했고, 자신의 아들은 백제(白帝)의 아들인데, 뱀으로 변해 있다가 방금 적제(赤帝)에게 참살당했다고 이야기했다. 사람들이 노인네가 헛소리를 한다고 여겨 두들겨 패서 제대로 된 이야기를 들으려고 할 때, 노파는 갑자기 사라져 버렸다.

적제의 아들이 유방이니, 자신들은 우두머리를 잘 선택했다는 것이다. 노관은 특유의 사기꾼 기질로 와해되는 무리를 결집시키고, 마침내 그들을 기반으로 거병하여 유방이 대업을 이룰 수 있게 한다. 사기꾼마저 그 재능을 자신을 위해 발휘하도록 만든 셈이다. (후에 이 이야기는 유방의 건국신화가 된다)

후에 노관은 황제 다음가는 연왕에 봉해지고, 한국사에도 이름을 남긴다(그의 수하가 위만 조선을 세운 위만).

유방의 인복은 평범한 사람도 비범하게 쓰이게 하는 데 있었다. 이는 그가 비록 자신의 신세가 왕이 아닌 시정잡배였을 때도 상대를 고관대작처럼 존중하고 신뢰했기 때문이었다.

사람을 효용 가치에 따라 판단하고, 가려 사귀려만 하는 우리가 배워야 할 태도 아닐까? 유방처럼 모두에게 신의로 대할 때 결국 상대방은 자신이 할 줄 아는 최고의 것으로 우리에게 돌려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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