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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D 문화 브로셔 Sep 21. 2022

돈룩업 - 진정한 클리셰 깨뜨리기

정치 비판, 기업 비판, 언론 비판의 새로운 스타일 만들기

지구를 향해 날아오는 혜성, 그리고 그것을 파괴하려는 미국, 그리고 죽음으로 헌신하며 성공하는 영웅들. 진부한 영화의 시나리오가  바로 떠오르는 시퀀스다. 실제로 아마겟돈이 바로 그런 영화였고. 진부하게 예상하는 모든 것들을 깨뜨리는 영화가 돈룩업이다. 지구를  향해 날아오는 혜성을 발견한다는 시놉시스를 보았을 때 그저 그런 영웅서사의 영화인가 싶었다. 그러나 전혀 다른 방향으로 영화는  흘러갔다. 결말은 지구멸망. 단순히 결말만 뒤튼 것이 아니다. 기존 헐리우드 서사들의 구석 구석을 비웃는 블랙 코미디적 연출은  매우 흥미롭다.


사실 이 영화에서 정치인들의 이율배반적 모습이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정의를 저버리는 행동 따위를  블랙코미디로 재미있게 본다면 이미 삼류의 길에 접어든 것이다. 그러한 비판은 이제는 너무나 익숙한 클리셰가 되어버렸다. 영웅  찬양적 서사는 이미 백만년 전부터 닳고 닳은 스토리 라인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치를 비판하는 비판적 영화들도 이미 자신들의  클리셰를 만들어버렸다. 이 영화는 바로 그러한 비판적 영화의 클리셰마저 넘어선다는 점에서 매우 앞서나가고 있다. 정통 영웅이  정이고, 그러한 정통 영웅을 거부하고 반항적 영웅이 반이라면 이 영화는 그 둘을 넘어선 합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  영화에서는 진실과 정의에 선 주인공들 또한 영웅으로 묘사하지 않는다. 사실 우리가 영화에서 정치인들이나 악당들을 비판하는  장면들을 불편하지 않게 볼 수 있는 이유는 그들을 스테레오 타입으로 그리며 우리와는 다른 존재인양 묘사하기 때문이다. 정치인은  태생적으로 악인이고, 악마적인 본능으로 망가진 이들로 악역을 만들기에 우리와는 전혀 상관없는 인물이니 편하게 볼 수 있는 것이다.  악역에서 자신의 비슷한 모습을 느끼게 되면 악역을 대놓고 비난하며 영화를 보기가 어렵게 된다.


최종 멸망의  시점에서 보여주는 것은 영웅적인 모습도 아니고, 완전히 대혼란의 모습도 아니고, 그건 사실 매우 일상적인 모습들이다. 혼란스러운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준다고 생각되겠지만 이미 현실 속에서도 그정도의 혼란과 악당들은 넘쳐난다. 중요한 것은 일상을 넘어서는 무언가  대단한 것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이상의 답을 찾았다고 하면서 제시하는 꼰대 같은 정답을 강요하지 않는다. 답이 없는  시대에는 그저 일상의 잔잔한 반복만이 존재할 뿐이다. 시대와 세계를 바라보는 매우 쿨한 시선이 엿보인다. 멸망한다 해도 그저 그냥  있다가 없어지는 것일 뿐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영화에서 주요 블랙코미디로 여겨지는 정치에 대한 비판들은 사실 좀  진부한 면이 있다. 정치인들이 자신의 선거 결과에만 몰입하고 다른 것은 별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것은 진부한 메시지이다.  하지만 지구 멸망이라는 중차대한 문제조차도 무시하는 정치인의 모습들은 코미디적인 쾌감을 주기는 한다.


영화에서는 마치 일런  머스크를 떠올리게 하는 부자를 보여주는데, 기술만능주의의 위험성과 그것이 자본의 본성과 맞닿았을 때 가장 큰 위험이 된다는 것을  매우 적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는 기존의 자본주의의 폐해를 다루어왔던 비판적 시선들의 큰 틀에서는 통하는 면이 있지만, 최근의  기술 발전에 대한 맹신적 흐름에 대한 비판이 얽히면서 새로운 비판적 시선을 만들어내고 있다.


SNS에 지배되어 버린  현대 사회의 속성이 과거에는 비판의 대상이 되거나 그것을 인위적으로 보여주고자 노력했다면 이 영화는 그것을 그저 일상적인 것으로  담담하게 그려낸다. 이것은 SNS를 뉴미디어로 바라보며 그것에 대해 사회적 의미를 분석하려 하거나 비판적 어조를 내뱉던 기존의  사회비판적 세력들의 담론들이 수그러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TV에 대한 미디어 비평이 전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닌 것이 되었듯이  SNS에 대한 미디어 비평이 이제는 새롭지 않은 이야기가 된 시대가 된 것이다.


영화의 출연진은 너무나도 화려한 반면 영화의 연출은 매우 삼류스럽다. 미장센이나 장면의 연출과 연결 또한 일부러 매우 매끄럽지 않게 편집을 했다. 이 또한 블랙코미디 영화의 가벼움을 만들어내려는 고의적 시도였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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