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훗날, 사울의 아들 요나단은 이렇게 말했다.
"다윗을 처음 만났을 때, 나는 알았소. 저 사람은 나와 다르다는 것을. 나는 왕의 아들로 태어났소. 모든 것이 주어졌소. 그러나 다윗은 아무것도 없이 시작했소. 스스로 모든 것을 쟁취해야 했소."
요나단은 잠시 침묵했다.
"그래서 나는 다윗을 존경했소. 그리고... 사랑했소. 진심으로. 그것이 나의 행복이자, 나의 비극이었소."
그의 눈에 그리움이 서렸다.
"다윗도 나를 사랑했을까? 모르겠소. 진심으로 모르겠소. 다윗의 마음속에서 무엇이 진심이고 무엇이 계산인지, 어쩌면 다윗 자신도 모를 거요."
* * *
2
사울의 궁정은 베들레헴과는 다른 세계였다.
기브아의 왕궁은 크지 않았다. 이방의 왕궁들에 비하면 소박한 편이었다. 그러나 다윗에게는 모든 것이 새로웠다. 청동으로 장식된 기둥들, 수놓은 휘장들, 향유 냄새가 배어 있는 복도들.
그리고 무엇보다, 권력의 냄새.
다윗은 그 냄새를 맡으며 생각했다.
'야훼여, 주께서 저를 이곳까지 이끌어 주셨습니다. 이제 무엇을 하라 하십니까?'
대답은 없었다. 그러나 다윗은 이미 알고 있었다. 배우고, 관찰하고, 기회를 기다리라는 것을. 야훼께서는 언제나 준비된 자에게 문을 열어주셨으니까.
* * *
첫 번째 임무는 수금을 연주하는 것이었다.
사울 왕은 악령에 시달렸다. 밤마다 악몽에 깨어났고, 갑자기 분노에 사로잡혀 소리를 질렀다. 신하들은 수금 연주가 왕의 마음을 진정시킬 것이라 했고, 다윗이 그 역할을 맡게 되었다.
다윗은 밤마다 사울의 침소에서 수금을 연주했다.
그의 손가락이 현을 튕길 때마다 은은한 선율이 흘러나왔다. 야훼를 찬양하는 노래, 이스라엘의 조상들을 기리는 노래. 사울은 그 음악을 들으며 잠이 들었다.
다윗은 연주하면서 관찰했다.
사울의 숨소리, 뒤척임, 잠꼬대. 왕의 가장 취약한 순간을 지켜보았다. 언젠가 이 정보가 쓸모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다윗은 스스로를 책망했다.
'야훼여, 용서하소서. 저는 왕을 돕기 위해 여기 있습니다. 다른 마음을 품어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관찰을 멈출 수는 없었다. 그것은 이미 습관이 되어 있었으니까.
* * *
3
요나단을 처음 만난 것은 궁정에 온 지 열흘째 되던 날이었다.
다윗은 정원에서 수금을 손질하고 있었다. 그때 한 청년이 다가왔다. 키가 크고 어깨가 넓었다. 사울 왕과 닮은 얼굴. 그러나 눈빛은 달랐다. 사울의 눈에는 불안과 의심이 있었지만, 이 청년의 눈에는 맑은 호기심이 있었다.
"네가 골리앗을 죽인 다윗이냐?"
"예, 왕자님."
다윗은 일어나 허리를 굽혔다. 요나단. 사울의 장남. 왕위 계승자.
'이 사람을 잘 다루어야 한다.'
다윗은 본능적으로 생각했다. 왕자의 신임을 얻으면 궁정에서의 입지가 탄탄해질 것이다. 어떤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까? 겸손한 양치기? 경건한 신자? 용맹한 전사?
그런데 요나단이 먼저 말했다.
"그 눈빛, 재미있군."
"예?"
"지금 내 앞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계산하고 있었지?"
다윗은 얼어붙었다. 들켰다. 이 왕자는 예상보다 날카로웠다.
"걱정 마. 탓하는 게 아니야."
요나단이 웃었다. 따뜻한 웃음이었다.
"궁정에서는 누구나 그래. 나도 그래. 아버지 앞에서는 충성스러운 아들, 신하들 앞에서는 위엄 있는 왕자. 다 가면이야."
요나단은 다윗 옆에 앉았다.
"그런데 말이야, 다윗. 가끔은 가면을 벗고 싶지 않아? 그냥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
다윗은 대답하지 못했다. 이런 질문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 * *
그날 이후로 요나단은 자주 다윗을 찾았다.
함께 활을 쏘고, 함께 사냥을 나갔다. 밤에는 포도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요나단은 궁정의 비밀들을 들려주었고, 다윗은... 다윗은 무엇을 이야기했을까?
처음에는 계산이었다.
'왕자의 친구가 되면 유리하다. 정보를 얻을 수 있고, 보호를 받을 수 있다.'
다윗은 그렇게 생각하며 요나단에게 접근했다. 요나단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했고, 요나단이 보고 싶어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어느 순간부터 계산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 * *
4
어느 날 밤, 두 사람은 성벽 위에 앉아 별을 보고 있었다.
"다윗, 넌 야훼를 믿어?"
요나단이 물었다.
"당연하지. 야훼께서는 저와 함께하셔."
다윗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언제나 하던 대답이었다.
"그래? 나는... 잘 모르겠어."
요나단이 말했다. 다윗은 놀라서 요나단을 바라보았다. 왕자가, 이스라엘의 왕위 계승자가 이런 말을 하다니.
"야훼께서 계시다는 건 알아. 그런데... 야훼께서 정말 우리에게 관심이 있으실까? 우리 같은 작은 인간들에게?"
요나단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아버지는 야훼께서 자기를 버리셨다고 생각해. 사무엘이 그렇게 말했거든. '야훼께서 왕위를 네게서 빼앗아 다른 사람에게 주셨다'고. 그 후로 아버지는... 미쳐가고 있어."
다윗은 침묵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다윗, 너는 달라. 야훼께서 너와 함께하신다고 확신하잖아. 그 확신이 어디서 나와? 진심으로 궁금해."
다윗은 생각했다. 어디서 나오는가? 야훼께서 함께하신다는 확신이?
"...모르겠어."
다윗은 솔직하게 대답했다. 자기도 모르게 솔직해졌다.
"그냥... 믿어. 믿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으니까."
요나단이 고개를 돌려 다윗을 바라보았다.
"그거, 처음으로 솔직한 대답인 것 같은데?"
다윗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자기도 놀랐다. 왜 이 사람 앞에서는 가면이 벗겨지는 것일까.
* * *
그날 밤 이후로, 다윗은 혼란스러웠다.
요나단 앞에서는 계산이 무너졌다. 어떤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지 생각하기 전에, 이미 말이 나와버렸다. 웃음이 나와버렸다. 진심이 나와버렸다.
'이건 위험해.'
다윗은 스스로에게 말했다.
'요나단은 왕자야. 미래의 왕이야. 나와 그는 언젠가 적이 될 수도 있어. 마음을 주면 안 돼.'
그러나 마음은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요나단과 함께 있을 때만큼은, 다윗은 베들레헴의 양치기도 아니었고, 야훼의 선택받은 자도 아니었다. 그냥 다윗이었다. 그것이 얼마나 오랜만인지, 다윗 자신도 기억나지 않았다.
'야훼여, 이것도 주의 뜻입니까?'
다윗은 기도했다. 그러나 대답은 없었다.
* * *
5
한 달이 지났다.
다윗의 명성은 궁정 안팎으로 퍼져나갔다. 골리앗을 죽인 영웅, 야훼의 영이 임한 자, 수금을 아름답게 연주하는 악사. 사람들은 다윗을 사랑했다.
사울 왕도 다윗을 아꼈다. 전쟁터에 보내면 언제나 승리하고 돌아왔다. 다윗이 이끄는 부대는 패배를 몰랐다.
"사울이 천천을 죽이고, 다윗은 만만을 죽였네!"
여인들이 노래했다. 승리의 축하 행렬에서. 다윗은 그 노래를 들으며 불안해졌다.
'이건 위험해. 왕보다 높이 칭송받으면 안 돼.'
다윗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노래를 멈출 수는 없었다. 사람들의 입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 사울의 눈빛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 * *
사울은 현명한 왕이 아니었지만, 어리석지도 않았다.
이십 년간 왕좌를 지키면서 수많은 음모와 배신을 겪었다. 사람의 눈빛에서 야망을 읽는 법을 알았다. 그리고 다윗의 눈에서, 사울은 무언가를 보았다.
'저놈의 눈.'
사울은 생각했다.
'겸손한 척하지만, 야망이 있어. 숨기고 있지만, 보여. 저놈은 무언가를 노리고 있어.'
그러나 증거가 없었다. 다윗은 완벽하게 충성스러웠다. 명령에 순종했고, 왕을 높였고, 야훼를 찬양했다. 어디에도 흠잡을 데가 없었다.
'그게 더 무서워.'
사울은 이를 갈았다.
'완벽한 놈은 반드시 무언가를 숨기고 있어. 시험해 봐야겠어.'
* * *
6
어느 날, 사울이 다윗을 불렀다.
"다윗아."
"예, 왕이시여."
다윗은 무릎을 꿇었다. 사울은 왕좌에 앉아 다윗을 내려다보았다.
"네가 내 딸 메랍을 아내로 삼겠느냐?"
다윗의 심장이 뛰었다. 공주. 왕의 사위. 이것이야말로 기회였다.
그러나 다윗은 직감했다. 이것은 시험이다.
"왕이시여, 저는 보잘것없는 사람입니다. 저의 집안도 미천합니다. 어찌 감히 왕의 사위가 되겠습니까?"
겸손하게 대답했다. 그러나 거절하지는 않았다. 거절하면 왕의 호의를 무시하는 것이 되니까.
사울의 눈이 가늘어졌다.
'저놈, 머리가 빠르군.'
"겸손하구나. 좋아. 그러나 공주를 얻으려면 그에 걸맞은 일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
"무엇이든 명하소서."
"블레셋 사람 백 명의 양피를 가져오너라. 그것이 네 신부 값이다."
다윗은 고개를 숙였다. 블레셋 백 명. 그들을 죽이고 양피를 가져오라는 것이다. 위험한 임무였다. 아니, 사실상 죽으라는 명령이었다.
'사울은 나를 죽이고 싶어 한다.'
다윗은 깨달았다. 그러나 표정을 바꾸지 않았다.
"왕의 뜻대로 하겠습니다."
* * *
궁정을 나오면서, 다윗의 마음은 복잡했다.
사울이 적이 되었다. 왕이 자신을 죽이려 한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가?
'야훼여, 이것도 주의 계획입니까?'
다윗은 기도했다.
'왕이 저를 죽이려 합니다. 그러나 저는 왕을 거역할 수 없습니다. 야훼께서 세우신 왕이니까요. 어떻게 해야 합니까?'
대답은 없었다. 그러나 다윗의 머릿속에서는 이미 계산이 돌아가고 있었다.
블레셋 백 명. 죽이기 어렵지 않다. 오히려 이것을 기회로 삼을 수 있다. 백 명을 죽이고 돌아오면 영웅이 된다. 사울은 약속을 지킬 수밖에 없다. 그리고 나는 왕의 사위가 된다.
'사울이 나를 죽이려고 판 함정이, 오히려 나의 사다리가 되는 거야.'
다윗은 입꼬리를 올렸다.
'야훼께서 함께하시니, 적의 계략도 나의 축복이 된다.'
* * *
7
그날 밤, 요나단이 다윗을 찾아왔다.
"들었어. 아버지가 너에게 블레셋 백 명을 죽이라고 했다며?"
"응."
다윗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다윗, 그건... 아버지가 너를 죽이려는 거야. 알지?"
"알아."
요나단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런데 왜 그렇게 태연해? 도망쳐야 하는 거 아니야?"
"도망치면 안 돼."
다윗이 말했다.
"도망치면 나는 반역자가 돼. 야훼께서 세우신 왕을 거역한 자가 돼. 그러면 모든 게 끝나."
"그럼 어떻게 하려고?"
"블레셋 백 명을 죽이고 돌아올 거야."
요나단이 다윗을 바라보았다.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미쳤어? 백 명이야!"
"야훼께서 함께하실 거야."
다윗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있었다.
"요나단, 이건 시험이야. 야훼께서 나를 시험하시는 거야. 이걸 통과하면, 나는 다음 단계로 갈 수 있어."
요나단은 한참 동안 다윗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나직이 말했다.
"다윗, 너... 정말 무서운 놈이야."
"무슨 뜻이야?"
"네 아버지가 너를 죽이려 하는데, 넌 그것조차 '야훼의 시험'이라고 생각해. 모든 걸 야훼의 계획으로 만들어버려. 그러면... 두려울 게 없잖아. 실패해도 야훼의 뜻이고, 성공해도 야훼의 뜻이니까."
다윗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요나단이 한숨을 쉬었다.
"미안. 너를 비난하려는 게 아니야. 그냥... 걱정돼서."
요나단이 다윗의 어깨를 잡았다.
"다윗, 제발 살아서 돌아와. 야훼의 뜻이든 아니든, 네가 죽으면... 나는..."
요나단은 말을 잇지 못했다. 다윗은 그 순간,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진심으로 자기를 걱정하는 사람. 계산 없이, 이해관계 없이. 그냥 자기를 걱정하는 사람.
'야훼여...'
다윗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 사람을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이 사람 앞에서는... 제가 무너집니다.'
* * *
8
다윗은 부하들을 이끌고 블레셋 땅으로 떠났다.
요압과 서른 명의 전사들이 함께했다. 그들은 밤에 이동하고, 낮에 숨었다. 블레셋 소부대를 기습하고, 흩어지고, 다시 모였다.
보름 만에 백 명이 아니라 이백 명의 양피를 모았다.
"왜 이백이야?"
요압이 물었다. 다윗은 웃었다.
"사울이 트집 잡을 구실을 주지 않으려고. '백이 아니라 구십구였다'라고 할 수 없게 말이야."
요압은 고개를 저었다. 다윗은 언제나 몇 수 앞을 내다보았다.
"그리고..."
다윗이 덧붙였다.
"야훼께서 함께하셨어. 이백 명을 죽이고 아무도 안 다쳤잖아. 이건 기적이야."
요압은 대답하지 않았다. 기적이라고? 아니, 그것은 다윗의 전략과 부하들의 희생이었다. 야훼의 손길이라고? 요압에게는 그냥 전쟁의 결과였다.
그러나 입 밖으로는 내지 않았다. 다윗 앞에서 야훼를 의심하는 말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았으니까.
* * *
9
다윗이 돌아왔을 때, 사울은 이를 갈았다.
이백 명. 백도 아니고 이백 명. 저놈은 살아 돌아왔을 뿐 아니라, 더 큰 영웅이 되어 돌아왔다.
'야훼께서 저놈과 함께하신다.'
사울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것이 더 두려웠다.
'야훼께서 나를 버리시고 저놈을 택하셨어. 사무엘이 말한 대로야. 야훼께서 왕위를 내게서 빼앗아 다른 사람에게 주셨다... 저놈이야. 저놈이 그 다른 사람이야.'
사울의 눈에 광기가 서렸다. 그러나 약속은 지켜야 했다. 백성들 앞에서 한 약속이니까.
"좋다. 내 딸 미갈을 네게 주겠다."
메랍이 아니라 미갈이었다. 메랍은 이미 다른 자에게 시집보낸 후였다. 그러나 다윗은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감사합니다, 왕이시여."
다윗은 고개를 숙였다. 미갈. 사울의 둘째 딸. 어차피 공주는 공주였다. 왕의 사위가 되는 것, 그것이 중요했다.
사울은 다윗을 내려다보았다. 저 숙인 머리 뒤에 무슨 생각이 숨어 있을까. 사울은 알 수 없었다. 그것이 가장 무서웠다.
* * *
10
결혼식 날 밤, 다윗은 미갈과 함께 신방에 들었다.
미갈은 아름다웠다. 검은 머리카락, 큰 눈, 하얀 피부. 다윗을 사랑한다고 했다. 골리앗을 죽인 영웅에게 반했다고.
다윗은 미갈을 안았다. 그러나 마음 한구석에서는 계산이 돌아가고 있었다.
'미갈은 사울의 딸이야. 사울의 동태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거야. 그리고 만약 아들이 태어나면, 그 아이는 왕의 외손자가 돼. 왕위 계승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어.'
그러다가 문득 요나단의 얼굴이 떠올랐다.
'다윗, 제발 살아서 돌아와.'
그 말을 할 때의 요나단의 눈빛. 진심 어린 걱정. 계산 없는 애정.
다윗은 미갈을 안으면서, 이상하게도 요나단을 생각하고 있었다.
'미갈은 도구야. 아름답고, 나를 사랑한다고 하지만... 결국 도구야.'
그러나 요나단은 달랐다. 요나단 앞에서는 모든 계산이 무너졌다. 그것이 무서웠고, 동시에... 그리웠다.
'야훼여, 저는 왜 이러는 겁니까?'
다윗은 속으로 물었다. 대답은 없었다.
* * *
며칠 후, 요나단이 다윗을 찾아왔다.
"결혼 축하해."
요나단이 웃으며 말했다. 그러나 그 웃음에는 무언가 쓸쓸한 것이 있었다.
"고마워."
다윗도 웃었다. 두 사람 사이에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다윗."
요나단이 말했다.
"우리, 언약을 맺자."
"언약?"
"야훼 앞에서. 나와 네가 영원히 형제가 되는 언약. 어떤 일이 있어도, 서로를 배신하지 않는 언약."
다윗은 요나단을 바라보았다. 요나단의 눈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이 사람은... 왜 이러는 걸까. 나는 그의 왕위를 위협하는 자인데. 나는 그의 아버지와 적이 된 자인데.'
다윗은 이해할 수 없었다. 요나단의 마음이. 계산 없는 사랑이라는 것이.
"좋아."
다윗은 대답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야훼 앞에서 언약을 맺었다.
요나단은 자기의 겉옷을 벗어 다윗에게 입혀주었다. 군복도, 칼도, 활도, 띠도 주었다.
"이것은 내 모든 것이야. 나의 신분, 나의 권리, 나의 미래. 다 너에게 줄게."
다윗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이것은... 계산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요나단은 진심으로, 자기의 왕위 계승권까지 포기하겠다는 것이었다.
'야훼여...'
다윗은 속으로 기도했다.
'이 사람을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이 사람의 사랑 앞에서... 저는 무엇입니까?'
* * *
11
그날 밤, 다윗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요나단의 옷을 껴안고 누워 있었다. 아내 미갈이 옆에서 자고 있었지만, 다윗의 마음은 다른 곳에 있었다.
'요나단.'
그 이름을 떠올리면 가슴이 아팠다.
'나는 저 사람을 이용하고 있는 건가? 아니면... 진심으로 사랑하는 건가?'
다윗은 알 수 없었다. 자신의 마음이. 어디까지가 계산이고, 어디서부터가 진심인지.
'야훼여, 저는 왜 이렇습니까? 모든 것을 계산하고, 모든 것을 이용하려 하면서... 왜 요나단 앞에서만은 무너지는 겁니까?'
대답은 없었다. 야훼는 침묵하셨다.
다윗은 눈을 감았다. 내일도 계산해야 할 것들이 있었다. 사울을 피해야 했고, 권력을 쌓아야 했고, 미래를 준비해야 했다.
그러나 오늘 밤만큼은, 그냥 요나단을 생각하고 싶었다.
계산 없이. 야훼의 뜻과 관계없이. 그냥, 한 사람으로서.
그것이 가능한지는 알 수 없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