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히도벨은 그날 밤을 잊을 수 없었다.
엘라 골짜기의 야간 기습, 혼란 속에서 그는 전장 외곽을 순찰하고 있었다. 사울 왕의 서기관으로서 전황을 기록하는 것이 그의 임무였다. 그때 그는 보았다. 어둠 속에서 움직이는 한 젊은이의 그림자를.
그 젊은이는 바위 틈 사이로 달려갔다. 아히도벨은 멀리서 지켜보았다. 달빛 아래, 청동 갑옷을 입은 거구가 쓰러져 있었다. 골리앗이었다. 그리고 그 젊은이는 거인의 칼을 들어 목을 내리쳤다.
이미 죽어가는 자의 목을.
아히도벨은 숨을 죽였다. 그는 진실을 보았다. 골리앗을 쓰러뜨린 것은 그 젊은이가 아니었다. 누군가 다른 사람이 거인의 옆구리를 찔렀고, 그 젊은이는 단지 마지막 숨통을 끊은 것뿐이었다.
그러나 다음 날 아침, 그 젊은이는 골리앗의 머리를 들고 나타났다. 그리고 모든 영광을 가져갔다.
아히도벨은 그때 깨달았다. 이 젊은이는 보통이 아니다. 기회를 포착하는 눈, 상황을 이용하는 능력, 그리고 무엇보다 대담함. 이런 자질을 가진 자는 드물었다.
그 젊은이의 이름은 다윗이었다.
* * *
아히도벨은 베냐민 지파 출신이었다.
길로 출신의 학자 집안에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율법과 역사를 공부했다. 그의 지혜는 일찍이 알려져서 스무 살이 되기 전에 사울 왕의 서기관으로 발탁되었다. 사람들은 그의 조언을 신의 말씀처럼 여겼다.
그러나 아히도벨에게는 꿈이 있었다.
그것은 통일된 이스라엘이었다. 열두 지파가 서로 싸우지 않고, 하나의 왕 아래 하나의 백성으로 사는 나라. 모든 지파가 평등하게 대우받고, 출신에 상관없이 능력으로 평가받는 사회.
사울은 그런 왕이 아니었다.
사울은 용맹했지만 지혜롭지 못했다. 충동적이었고, 의심이 많았으며, 자신의 지파인 베냐민만을 편애했다. 아히도벨은 사울 곁에서 일하면서 점점 실망해갔다. 이 왕으로는 통일 왕국의 꿈을 이룰 수 없었다.
그래서 아히도벨은 다른 왕을 찾고 있었다. 자신의 지혜를 받아들이고, 통일 왕국을 이룰 수 있는 그릇. 그리고 골리앗 사건 이후, 그는 다윗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 * *
다윗이 천부장이 된 후, 아히도벨은 그를 관찰했다.
멀리서, 조용히. 서기관이라는 직책은 그런 관찰에 적합했다. 그는 전쟁 기록을 정리하면서 다윗의 전술을 분석했고, 궁의 문서를 다루면서 다윗에 대한 소문을 수집했다.
놀라운 점이 많았다.
다윗은 단순한 용사가 아니었다. 그의 승리에는 패턴이 있었다. 언제나 상대가 약할 때만 공격했고, 위험한 싸움은 피했다. 그러면서도 작은 승리를 큰 것처럼 포장하는 능력이 있었다. 그것은 군인의 능력이 아니라 정치인의 능력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다윗은 사람을 다루는 법을 알았다. 요나단을 자기편으로 만들고, 미갈의 사랑을 얻고, 병사들의 충성을 확보했다. 사울조차 한때는 그에게 마음을 빼앗겼다.
이 젊은이는 왕의 그릇이다.
아히도벨은 확신했다. 다윗에게는 사울에게 없는 것이 있었다. 상황을 읽는 눈, 기회를 잡는 손, 그리고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의지. 이런 자가 왕이 된다면, 통일 왕국의 꿈이 이루어질 수도 있었다.
물론 의문도 있었다.
골리앗의 진실. 아히도벨은 그날 밤 본 것을 잊지 않았다. 다윗은 죽어가는 자의 목을 베어 영웅이 된 것이었다. 그것이 다윗의 진짜 본성인가? 아니면 상황이 그렇게 만든 것인가?
아히도벨은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그래서 직접 확인하기로 했다.
* * *
두 사람이 처음 대화를 나눈 것은 궁의 정원에서였다.
다윗은 혼자 앉아 수금을 다듬고 있었다. 아히도벨이 다가가자 그는 고개를 들었다. 경계하는 눈빛. 순간적이었지만, 아히도벨은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장군께서 여기 계셨군요."
아히도벨이 말했다. 다윗의 눈빛이 바뀌었다. 경계에서 호기심으로.
"당신은... 서기관 아히도벨이시죠?"
"기억해주시니 영광입니다."
다윗은 미소 지었다. 그러나 그 미소 뒤에서 계산이 돌아가는 것이 느껴졌다. 이 사람은 왜 나에게 말을 거는가? 무엇을 원하는가?
"앉으시죠."
다윗이 옆자리를 권했다. 아히도벨은 앉았다.
"장군의 전공을 기록하는 것이 제 일입니다. 그런데 기록하면서 궁금한 점이 생겼습니다."
"무엇입니까?"
"장군께서는 언제나 승리하십니다. 그러나 그 승리의 방식이... 독특합니다."
다윗의 눈이 좁아졌다. 아주 미세하게. 보통 사람은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무슨 뜻입니까?"
"블레셋의 주력군과는 절대 싸우지 않으십니다. 언제나 약한 곳만 치십니다. 그리고 그 작은 승리를 크게 포장하십니다."
침묵이 흘렀다. 다윗은 아히도벨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적의인가, 아군인가를 판단하는 눈이었다.
"비판하시는 겁니까?"
"아닙니다. 감탄하는 겁니다."
아히도벨이 대답했다.
"전쟁에서 이기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힘으로 이기거나, 지혜로 이기거나. 장군께서는 지혜로 이기는 법을 아십니다. 이것은 흔한 재능이 아닙니다."
다윗의 표정이 풀어졌다. 그러나 완전히 경계를 푼 것은 아니었다.
"서기관께서는 저를 어떻게 보십니까?"
"왕의 그릇으로 봅니다."
다윗은 웃었다. 처음으로 진심 어린 웃음이었다.
"대담한 말씀이시군요. 그런 말은 반역죄에 해당됩니다."
"사실을 말하는 것이 반역이라면, 이 나라에 충신은 없을 것입니다."
* * *
그 후로 두 사람은 자주 만났다.
처음에는 조심스러웠다. 서로를 떠보는 대화, 의중을 숨긴 질문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솔직해졌다. 아히도벨은 다윗에게 자신의 꿈을 이야기했다. 통일 왕국, 모든 지파가 평등한 나라.
다윗은 귀 기울여 들었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꿈입니다. 저도 그런 나라를 원합니다."
그의 눈은 진지했다. 아히도벨은 그 눈을 보며 희망을 느꼈다. 이 젊은이라면, 정말로 그런 나라를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
"장군께서 왕이 되신다면, 저는 기꺼이 보좌하겠습니다."
아히도벨이 말했다. 다윗은 그의 손을 잡았다.
"서기관의 지혜는 온 이스라엘이 아는 바입니다. 당신 같은 분이 저를 도와주신다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순간, 아히도벨은 결심했다. 이 젊은이를 왕으로 만들겠다고. 자신의 모든 지혜를 바쳐서.
그는 알지 못했다. 다윗이 자신 앞에서 연기하고 있다는 것을. "통일 왕국"이니 "모든 지파의 평등"이니 하는 말들이 아히도벨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미끼라는 것을.
다윗에게 필요한 것은 지혜로운 참모였다. 그리고 아히도벨의 꿈은 그를 얻기 위한 좋은 도구였다.
* * *
아히도벨의 조언은 즉각적인 효과를 보였다.
"장군, 다음 전투에서는 길보아 방면으로 향하십시오."
아히도벨이 말했다.
"왜 그곳입니까?"
"블레셋이 그곳에 보급 기지를 두고 있습니다. 병력은 적지만, 물자는 많습니다. 그곳을 치면 적은 희생으로 큰 전리품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전리품을 병사들에게 나눠주십시오. 직접, 손수."
"왜요?"
"병사들의 마음을 사는 것입니다. 왕은 멀리서 명령만 하지만, 장군은 직접 전리품을 나눠줍니다. 누구를 더 따르겠습니까?"
다윗은 그대로 했다. 길보아의 블레셋 보급 기지는 쉽게 함락되었고, 다윗은 전리품을 병사들에게 직접 나눠주었다. 병사들의 환호 소리가 진영에 울려 퍼졌다.
"다윗 장군 만세!"
그 소리는 멀리 기브아의 궁까지 들렸다. 사울의 얼굴은 더욱 어두워졌다.
* * *
아히도벨의 조언은 군사 전략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장군, 소문을 퍼뜨리십시오."
"무슨 소문입니까?"
"장군께서 야훼의 특별한 은총을 받았다는 소문입니다. 꿈에서 야훼의 음성을 들었다거나, 기도할 때 빛이 비췄다거나. 사람들은 그런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다윗은 웃었다.
"서기관께서는 야훼를 믿지 않습니까?"
"믿습니다. 그러나 야훼께서 직접 정치에 개입하신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야훼의 이름은... 도구입니다. 백성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도구."
다윗의 눈이 빛났다. 이 노인은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야훼는 도구다. 권력을 위한 도구.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다윗이 말했다. 그러나 그 순간, 그는 연기를 하고 있었다. 아히도벨 앞에서는 솔직한 척했지만, 그것조차 계산된 솔직함이었다. 아히도벨이 자신을 신뢰하게 만들기 위한.
아히도벨은 다윗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다. 그는 다윗에게서 자신과 같은 현실주의자를 보았다. 신앙에 얽매이지 않고, 냉철하게 현실을 보는 자.
그러나 다윗은 그보다 한 수 위였다. 그는 아히도벨의 현실주의조차 이용하고 있었다.
* * *
어느 날 밤, 아히도벨은 결심하고 다윗을 찾아갔다.
"장군, 한 가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말씀하십시오."
"골리앗... 그날 밤 정말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다윗의 표정이 굳어졌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아히도벨은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저는 그날 밤 전장 외곽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보았습니다."
침묵이 흘렀다. 다윗은 아히도벨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은 차가웠다. 순간, 아히도벨은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 젊은이의 눈 속에 무언가 무서운 것이 있었다.
"무엇을 보셨습니까?"
다윗의 목소리는 낮고 조용했다.
아히도벨은 잠시 망설였다. 그러나 이미 시작한 이상 물러설 수 없었다.
"골리앗이 이미 쓰러져 있었습니다. 누군가 그의 옆구리를 찔렀더군요. 장군께서는... 죽어가는 자의 목을 베셨습니다."
다윗은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래서요?"
"예?"
"그래서 어쩌시겠습니까? 세상에 알리시겠습니까?"
아히도벨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그럴 생각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왜 묻습니까?"
"장군의 진짜 모습을 알고 싶었습니다."
다윗은 웃었다. 차가운 웃음이었다.
"그리고요? 실망하셨습니까?"
아히도벨은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 대답했다.
"아닙니다. 오히려... 안심했습니다."
다윗의 눈썹이 올라갔다.
"안심이라니요?"
"순수한 영웅은 왕이 될 수 없습니다. 왕이 되려면 손을 더럽힐 줄 알아야 합니다. 장군께서는 그것을 아십니다. 기회를 잡을 줄 알고, 필요할 때 비정해질 줄 아십니다. 그런 분이야말로 제가 모실 왕입니다."
다윗은 아히도벨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서 차가움이 사라지고, 다른 무언가가 떠올랐다. 그것은 만족이었다.
"서기관."
다윗이 말했다.
"아니, 아히도벨. 앞으로 그렇게 부르겠습니다. 당신은 제 참모입니다. 제가 왕이 되는 날, 당신은 이 나라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 앉을 것입니다."
아히도벨은 고개를 숙였다. 그의 마음은 기쁨으로 가득했다. 자신의 지혜를 알아주는 주군을 찾았다는 기쁨.
그는 알지 못했다. 자신이 방금 거미줄에 걸린 것을.
* * *
그날 밤, 다윗은 혼자 웃었다.
아히도벨. 이스라엘에서 가장 지혜로운 자. 그 자의 조언은 신의 말씀처럼 여겨졌다. 그런 자가 이제 자신의 편이 되었다.
골리앗의 진실을 알고도 떠나지 않았다. 오히려 더 충성하겠다고 했다. 어리석은 자. 자신이 "현실적"이라고 생각하지만, 결국은 이상에 눈이 먼 자. "통일 왕국"이니 "모든 지파의 평등"이니 하는 꿈에 사로잡힌 자.
다윗에게 그런 꿈은 없었다. 있는 것은 오직 하나, 권력뿐이었다. 통일 왕국? 좋다. 그것이 자신의 권력을 강화한다면. 모든 지파의 평등? 좋다. 그 말로 사람들을 끌어모을 수 있다면.
그러나 진심은 아니었다. 다윗에게 중요한 것은 오직 자신뿐이었다. 자신의 권력, 자신의 영광, 자신의 왕조.
아히도벨은 좋은 도구가 될 것이다. 그의 지혜는 왕이 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언젠가, 더 이상 필요 없어지면...
다윗은 창밖을 바라보았다. 달이 떠 있었다. 언젠가 저 달 아래 모든 땅이 자신의 것이 될 것이다.
베들레헴의 양아치는 이제 지혜로운 참모까지 손에 넣었다. 왕으로 가는 길이 더욱 또렷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