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울의 창이 두 번째로 날아왔을 때, 다윗은 도망치기로 결심했다.
첫 번째는 연기할 수 있었다. 왕이 실수로 던진 것이라고, 악령이 씌어서 그런 것이라고. 그러나 두 번째는 달랐다. 사울의 눈에는 광기가 아니라 명료한 살의가 있었다. 그것은 경쟁자를 제거하려는 자의 눈이었다.
"아버지가 너를 죽이려 해."
요나단이 급히 찾아와 말했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다.
"아버지께서 모든 신하와 나에게 명령하셨어. 다윗을 죽이라고."
다윗은 슬픈 표정을 지었다. 물론 연기였다. 그는 이미 이 순간이 올 것을 알고 있었다. 아히도벨과 함께 준비해 두었다.
"내가 대체 왕께 무슨 잘못을 했다고 이러는거야"
"아무것도! 너는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어!"
요나단의 목소리는 분노로 떨렸다. 그는 아버지보다 친구를 선택하고 있었다. 다윗은 속으로 웃었다. 완벽하다. 왕의 아들이 왕을 배신하고 있다.
"내가 아버지를 설득해볼게. 숨어 있어. 내가 소식을 전할 때까지."
다윗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요나단이 돌아서자마자, 그의 표정은 바뀌었다. 차갑고 계산적인 얼굴로.
요나단의 설득이 먹힐 리 없었다. 사울은 이미 결심한 것이다. 그리고 다윗도 결심했다. 더 이상 이 궁에 있을 수 없다. 도망쳐야 한다.
미갈이 다윗을 도왔다.
한밤중에 창문으로 내려보내고, 침대에 우상을 눕혀 다윗이 자는 것처럼 꾸몄다. 사울의 병사들이 들이닥쳤을 때, 다윗은 이미 멀리 도망친 뒤였다.
"왜 나를 속였느냐!"
사울이 딸에게 분노했다. 미갈은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가 저를 죽이겠다고 협박했습니다. 도와주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거짓말이었다. 다윗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미갈은 아버지와 남편 사이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거짓말을 선택했다. 그리고 그 거짓말은 다윗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사울은 다윗을 더욱 사악한 자로 여기게 되었고, 미갈은 피해자가 되었다.
다윗은 라마로 향했다. 선지자 사무엘이 있는 곳이었다. 그곳에서 잠시 몸을 숨겼다가, 다시 요나단을 만났다.
"아버지께서 정말로 너를 죽이려 하시는 거야."
요나단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
"내가 말렸지만 소용없었어. 오히려 나에게 창을 던지셨어. 자기 아들에게!"
다윗은 요나단을 껴안았다. 위로하는 척했지만, 속으로는 쾌재를 불렀다. 사울이 아들에게까지 창을 던졌다면, 왕실의 분열은 거의 완성된 것이다.
"나는 이제 떠나야 할 것 같아."
"어디로 가려고?"
"아직 모르겠어. 하지만 우리의 우정은 영원히 변치 않을꺼야."
두 사람은 언약을 맺었다. 서로를 해치지 않겠다는 맹세. 요나단은 진심이었다. 다윗은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은 요나단이 필요했다. 왕궁 내부의 정보를 전해줄 내통자가.
아히도벨은 사울의 궁에 남았다.
다윗이 도망친 후에도, 그는 여전히 서기관으로 일했다. 아무도 그가 다윗과 내통하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아히도벨은 조심스러웠다. 그의 조언은 여전히 사울에게도 유용했고, 그래서 사울은 그를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아히도벨의 진짜 충성은 다윗에게 있었다.
그는 비밀리에 다윗에게 정보를 보냈다. 사울의 움직임, 군대의 배치, 왕궁의 분위기. 다윗은 그 정보를 바탕으로 사울의 추격을 피해 다녔다.
"사울이 스무 개 부대를 보냈습니다. 십 개는 동쪽으로, 십 개는 남쪽으로."
아히도벨의 전갈이었다. 다윗은 서쪽으로 향했다. 블레셋 땅으로.
그것은 위험한 선택이었다. 블레셋은 이스라엘의 적이었다. 골리앗을 죽인 다윗을 그들이 환영할 리 없었다. 그러나 다윗에게는 계획이 있었다.
가드의 왕 아기스 앞에 선 다윗은 미친 척했다.
침을 흘리고, 성문을 긁고, 헛소리를 지껄였다. 블레셋 신하들은 그를 보고 비웃었다.
"이게 그 유명한 다윗이라고? 골리앗을 죽인 영웅이 미치광이가 됐군!"
아기스 왕도 고개를 저었다.
"미친 자가 부족해서 이런 놈을 내 앞에 데려왔느냐? 끌어내라!"
다윗은 쫓겨났다. 그러나 죽지는 않았다. 미치광이를 죽이는 것은 불길하다고 여기는 미신 덕분이었다. 다윗은 그것까지 계산한 것이다.
그는 아둘람 굴로 향했다. 그곳에서 베들레헴의 옛 동료들과 합류했다. 요압, 아비새, 그리고 수십 명의 건달들. 여기에 사울에게 쫓기는 자들, 빚에 쪼들리는 자들, 불만을 품은 자들이 합류했다.
사백 명.
다윗의 군대가 형성되었다. 정규군이 아니었다. 오합지졸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다윗에게 목숨을 걸었다. 잃을 것이 없는 자들이었기 때문이다.
도망자 생활은 다윗의 본성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더 이상 왕궁에서 연기할 필요가 없었다. 더 이상 경건한 척, 선한 척할 필요가 없었다. 그는 생존을 위해 무엇이든 했다.
놉 마을의 제사장 아히멜렉에게 거짓말을 하여 성전의 빵과 골리앗의 칼을 얻어냈다. 왕의 임무를 띠고 급히 왔다고, 비밀 임무라서 아무것도 챙기지 못했다고.
아히멜렉은 순수하게 믿었다. 그리고 그 대가는 끔찍했다.
사울은 다윗을 도왔다는 이유로 놉의 제사장들을 모두 죽였다. 팔십오 명의 제사장이 학살당했다. 여자와 아이까지 포함하면 수백 명이 죽었다.
소식을 들은 다윗은 슬픔을 연기했다.
"내가 그들을 죽게 했구나. 내 때문이다!"
그러나 아히도벨은 다윗의 진짜 표정을 보았다. 슬픔이 아니었다. 계산이었다. 이 사건을 어떻게 이용할 수 있을까 하는 계산.
"사울은 제사장까지 죽이는 폭군이다!"
다윗은 이 말을 퍼뜨렸다. 자신이 그 원인을 제공했다는 것은 언급하지 않았다. 오직 사울의 잔인함만 부각시켰다.
아히도벨은 처음으로 불편함을 느꼈다. 그러나 아직은 작은 불편함이었다. 전쟁 중에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목적을 위해서는 희생이 필요하다고 스스로를 설득했다.
그일라 사건은 더 심각했다.
블레셋이 그일라 마을을 공격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다윗의 부하들은 반대했다.
"우리도 사울에게 쫓기는 처지인데, 남을 도울 여유가 어디 있습니까?"
그러나 다윗은 그일라를 구하기로 결정했다. 물론 순수한 선의가 아니었다.
"그일라를 구하면 우리의 명성이 올라간다. 사울은 백성을 버리고, 다윗은 백성을 구한다. 어느 쪽이 왕의 자격이 있어 보이겠느냐?"
다윗의 계산이었다. 아히도벨도 동의했다. 훌륭한 전략이었다.
그일라는 구원되었다. 블레셋은 쫓겨났다. 그러나 문제가 생겼다.
사울이 그일라로 군대를 보내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다윗을 잡으러 오는 것이었다. 다윗은 그일라 주민들에게 자신을 숨겨달라고 부탁하려 했다. 그러나 정탐꾼이 보고했다.
"그일라 사람들이 당신을 사울에게 넘기려 합니다."
다윗은 이를 갈았다. 자신이 목숨 걸고 구해줬더니, 배신으로 돌아왔다.
"그렇다면 우리도 가만있을 이유가 없지."
다윗은 그일라를 떠나기 전에 마을의 곡식 창고를 털었다. 자신이 구해준 마을에서 약탈을 한 것이다.
"배신자들에게는 대가가 있어야 한다."
다윗이 말했다. 그의 눈은 차가웠다.
아히도벨은 그 눈을 보며 불안해졌다. 이것이 정말 통일 왕국을 이룰 자의 모습인가? 자신을 배신한 자들에게 복수하는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방식이... 너무 가혹했다.
시글락 시절은 더 암울했다.
다윗은 다시 블레셋으로 향했다. 이번에는 미친 척하지 않았다. 대신 거래를 제안했다.
"저를 받아주시면 이스라엘을 치는 데 협력하겠습니다."
가드 왕 아기스는 흥미를 느꼈다. 이스라엘의 영웅이 이스라엘을 배신하겠다고 한다. 이보다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시글락을 너에게 주겠다. 그곳을 거점으로 삼아라."
다윗은 시글락에 정착했다. 그리고 주변 지역을 습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는 아기스를 속였다.
"오늘은 유다 남쪽을 쳤습니다."
다윗이 아기스에게 보고했다. 그러나 실제로 친 것은 이스라엘이 아니라 아말렉과 그술, 그릿 족속이었다. 이스라엘의 적들이었다.
문제는 증거를 없애는 방식이었다.
"한 명도 살려두지 마라."
다윗이 명령했다.
"남자든 여자든, 노인이든 아이든. 살아서 가드에 가면 내가 거짓말한 것이 들통난다."
학살이었다. 마을 전체를 쓸어버렸다. 한 명의 생존자도 남기지 않았다. 그리고 전리품만 가지고 돌아와 아기스에게 바쳤다.
아기스는 만족했다.
"다윗은 자기 민족에게 완전히 미움을 받았구나. 그는 평생 나를 섬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정반대였다. 다윗은 이스라엘의 적을 치면서 블레셋을 속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죽어갔다.
아히도벨은 시글락에서 다윗을 찾아갔다.
사울의 궁을 떠나 위험을 무릅쓰고 온 것이었다. 그는 직접 다윗의 행적을 확인하고 싶었다. 전해 듣는 소문만으로는 판단할 수 없었다.
그가 본 것은 충격적이었다.
습격에서 돌아온 다윗의 부하들이 전리품을 분류하고 있었다. 금과 은, 옷과 양식. 그리고 한쪽에는 피 묻은 칼들이 쌓여 있었다.
"얼마나 죽였느냐?"
다윗이 물었다.
"삼백 정도입니다. 이번 마을은 작았습니다."
"생존자는?"
"없습니다. 말씀대로 한 명도 남기지 않았습니다."
"잘했다."
다윗이 담담하게 대답했다. 마치 양 떼 숫자를 세는 것처럼.
아히도벨은 그 모습을 보며 가슴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삼백 명. 그것은 숫자가 아니라 사람이었다. 누군가의 아버지, 어머니, 아들, 딸. 그들이 모두 죽었다. 한 사람의 거짓말을 감추기 위해.
"다윗."
아히도벨이 입을 열었다. 다윗이 돌아보았다.
"이렇게까지 해야 합니까?"
"무슨 말입니까?"
"생존자를 남기지 않는 것. 여자와 아이까지 죽이는 것. 정말 이것이 필요합니까?"
다윗은 한참 동안 아히도벨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입을 열었다.
"아히도벨, 당신은 지혜로운 분입니다. 그러니 이해하실 겁니다. 살아남으려면 이렇게 해야 합니다. 한 명이라도 살아서 가드에 가면, 나는 죽습니다. 내 부하 육백 명도 죽습니다. 그들의 가족도 죽습니다. 수천 명이 죽습니다."
"그렇다 해도..."
"당신이 꿈꾸는 통일 왕국. 그것을 이루려면 내가 살아야 합니다. 내가 살려면 이렇게 해야 합니다. 작은 희생으로 큰 것을 이루는 겁니다. 당신도 알지 않습니까?"
아히도벨은 대답하지 못했다. 다윗의 논리는 언제나 그랬다. 차갑고, 정확하고, 반박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그 논리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끔찍한 곳에 도달해 있었다.
그는 처음으로 생각했다. 내가 잘못된 사람을 선택한 것일까?
그러나 아히도벨은 떠나지 않았다.
아직은 아니었다. 그는 스스로를 설득했다. 지금은 전시다. 도망자의 처지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다윗이 왕이 되면 달라질 것이다. 권력을 잡으면 더 이상 이런 일을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것은 희망이었다. 아니, 자기기만이었는지도 모른다.
아히도벨은 자신의 꿈에 너무 많은 것을 걸었다. 통일 왕국, 모든 지파가 평등한 나라. 그 꿈을 포기할 수 없었다. 그리고 다윗 외에는 그 꿈을 이룰 자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남았다. 눈을 감고, 귀를 막고. 다윗이 저지르는 일들을 모른 척하면서.
그것이 그의 첫 번째 실수였다.
도망자 시절, 다윗의 진짜 본성이 드러나고 있었다. 필요하면 무엇이든 하는 자.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을 가리지 않는 자. 그리고 자신 외에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 자.
아히도벨은 그것을 보면서도 외면했다. 그리고 훗날,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