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고센 땅의 먼지가 모세의 샌들에 묻었다.
80세의 노인은 멈춰 섰다. 벽돌 공장의 굴뚝에서 여전히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감독관들의 고함소리가 들렸다. 채찍 소리가 들렸다. 신음 소리가 들렸다.
40년 전과 똑같았다.
"형님." 옆에서 83세의 아론이 불안한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 파라오가 우리 말을 들을까요?"
"듣지 않을 것이오." 모세가 담담하게 말했다. "하지만 야훼께서 그의 마음을 꺾으실 것이오."
"어떻게요?"
모세는 대답하지 않았다. 사실 그도 몰랐다. 호렙산에서 들은 음성은 분명했다. '내 백성을 구하라.' 하지만 어떻게? 그 구체적인 방법은 말씀하지 않으셨다.
'야훼여, 제가 제대로 들은 것이 맞습니까? 아니면 사막의 더위에 미친 늙은이의 환청이었습니까?'
의심이 가슴을 파고들었다. 하지만 모세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그것은 진짜였다. 불타는 가시덤불, 그 앞에서 느낀 경외감. 그것은 환각이 아니었다.
"형님?" 아론이 다시 물었다.
"보게 될 거요." 모세가 말했다. 자신에게 하는 말 같았다. "야훼께서… 길을 보여주실 것이오."
2
노예촌 중심부의 큰 천막. 열다섯 명의 남녀가 모여 있었다.
십이 지파의 장로들과 영향력 있는 인물들. 그들은 모세와 아론을 의심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형제 여러분." 아론이 먼저 입을 열었다. 모세는 말이 어눌했기에 아론이 대변인 역할을 했다. "이분은 제 동생 모세입니다. 40년 전 이곳을 떠났지만, 이제 돌아왔습니다."
"왜 돌아왔소?" 르우벤 지파의 다단이 냉소적으로 물었다. 42세의 강인한 남자. 노예촌의 물자 배급을 관리하는 실무자였다. "도망자가 이제 와서 무엇을 하겠다는 거요?"
아론이 대답하려 했지만, 모세가 손을 들어 제지했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야훼께서… 보내셨소."
목소리는 어눌했지만, 힘이 있었다.
"야훼?" 단 지파의 여성 장로 셀로미트가 날카롭게 반응했다. 48세, 전통 의식을 주관하는 여자. "그게 뭐요? 우리에게는 아브라함의 신, 이삭의 신, 야곱의 신이 계시오. 조상의 신들이."
"그 신들이…" 모세가 천막 안을 둘러보았다. "당신들을 구했소?"
침묵이 흘렀다.
"400년이오." 모세가 계속했다. "400년 동안 조상의 신들은… 침묵하셨소. 하지만 야훼는… 다르오."
"어떻게 다르단 말이오?" 레위 지파의 고라가 물었다. 55세, 모세의 사촌이자 부제사장. 지적이고 회의적인 남자. 그의 눈에는 날카로운 지성이 빛났다. "설명해 보시오."
3
모세는 잠시 침묵했다. 고라의 눈빛이 불편했다. 저 눈은… 믿지 않는 눈이었다.
"나는…" 모세가 시작했다. "사막에서 양을 치고 있었소. 호렙산 기슭에서. 그때… 이상한 것을 봤소."
사람들이 몸을 앞으로 숙였다.
"불꽃이오. 가시덤불에서 타오르는 불꽃. 하지만… 타들어가지 않았소. 계속 타올랐지만… 덤불은 그대로였소."
"환영이었겠지." 다단이 비웃었다.
모세는 주먹을 쥐었다. '환영? 그렇다면… 나는 미친 것인가?'
"아니오." 모세의 목소리가 떨렸다. "나는 다가갔소. 그리고… 목소리를 들었소."
천막 안이 조용해졌다.
"'신발을 벗어라. 네가 서 있는 곳은 거룩한 땅이다.'" 모세의 눈이 먼 곳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으로 돌아간 것처럼. "'나는 네 조상의 신이다. 아브라함의 신, 이삭의 신, 야곱의 신이다.'"
"그럼 새로운 신이 아니잖소?" 셀로미트가 끼어들었다.
"듣지 못했소?" 모세가 셀로미트를 바라보았다. "그분은… 계속 말씀하셨소. '나는 스스로 있는 자다. 나는 야훼다.'"
"야훼…" 몇몇이 그 이름을 조심스럽게 되풀이했다.
"조상들은 그분의 일부만 알았소." 모세가 말했다. "자신들이 필요한 모습으로만. 하지만 그분의 진짜 이름은… 야훼. '존재 그 자체'라는 뜻이오."
4
"그래서?" 고라가 팔짱을 끼고 물었다. "그 야훼가 당신에게 뭐라고 했소?"
모세는 고라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내 백성을 이집트에서 이끌어내라. 그들을 자유롭게 하라. 약속의 땅으로 인도하라."
"약속의 땅?" 유다 지파의 늙은 훌이 물었다. 65세, 신중한 남자. "어디요?"
"젖과 꿀이 흐르는 땅." 모세가 말했다. "가나안."
"가나안?" 다단이 비웃었다. "그곳에는 이미 사람들이 살고 있소. 강한 부족들이. 성벽으로 둘러싸인 도시들이. 우리가 어떻게…"
"야훼께서 함께 하신다." 모세가 잘라 말했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에는 확신보다는 간절함이 더 많았다.
"공허한 약속이군." 다단의 친구 아비람이 말했다. 40세, 열정적인 연설가. "신의 약속은 우리를 400년 동안 노예로 살게 했소."
"그분은 때를 기다리셨소." 아론이 형제를 대신해 말했다. "이제 그 때가 왔습니다. 모세를 통해."
"왜 하필 모세요?" 고라가 날카롭게 물었다. "당신이 특별한 이유가 뭐요? 한때 궁전에서 자랐다는 것? 이집트인 하나를 죽이고 도망친 살인자라는 것?"
모세는 움찔했다. 고라의 말이 가슴을 찔렀다.
5
"나는…" 모세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특별하지 않소. 하지만 야훼께서… 선택하셨소."
"선택의 증거는?" 고라가 한 걸음 다가왔다. "당신은 호렙산에서 혼자 무언가를 봤다고 주장하오. 하지만 증인은 없소. 당신만의 경험이오. 그것을 어떻게 믿으란 말이오?"
모세는 대답하지 못했다. 고라가 옳았다. 증거가 없었다. 불타는 가시덤불도, 음성도, 모두 그만 경험했다.
'야훼여, 저에게 표적을 주소서. 이 사람들이 믿을 수 있는…'
"곧 보게 될 것이오." 모세가 말했다. 떨리는 목소리로. "야훼께서 이집트에 표적을 보이실 것이오."
"무슨 표적?" 고라가 추궁했다.
"재앙이오." 모세가 선언했다. "강물이… 붉어질 것이오. 피처럼."
사람들이 술렁거렸다.
"언제?" 다단이 물었다.
"곧."
"얼마나 곧?"
"야훼께서 정하신 때에." 모세가 대답했다.
고라가 고개를 저었다. '역시. 구체적인 것은 아무것도 없다.'
"모호하군요." 고라가 말했다. "예언자라면 좀 더 구체적이어야 하지 않소? 내일? 모레? 일주일 후? 아니면 '언젠가'?"
모세는 입술을 깨물었다. 사실 그도 몰랐다. 강물이 언제 붉어질지. 그것이 정말 일어날지.
'야훼여, 제가 잘못 들은 것은 아닙니까? 강물이 피가 된다고 하셨습니까? 아니면… 제가 듣고 싶은 것을 들은 것입니까?'
6
"형제님." 에브라임 지파의 여호수아가 일어섰다. 45세, 강인하고 단순한 남자. "나는 모세 형님을 믿겠소."
"왜?" 고라가 물었다.
"내 등을 보시오." 여호수아가 등을 드러냈다. 채찍 자국이 가득했다. "이것이 우리의 현실이오. 만약 신이 우리를 구할 의지가 있다면… 그 기회를 잡아야 하지 않겠소?"
"기회?" 고라가 냉소했다. "아니면 또 다른 실망?"
"고라." 훌이 조용히 말했다. "당신은 너무 의심이 많소."
"의심이 아니라 신중함이오." 고라가 반박했다. "우리가 얼마나 많은 '구원자'를 봤소? 얼마나 많은 '예언자'가 와서 희망을 주고 떠났소? 그리고 우리는 여전히 노예요."
침묵이 흘렀다. 고라의 말이 무거웠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오." 유다 지파의 갈렙이 말했다. 50세, 낙관적인 남자. "모세 형님은… 뭔가 다르오. 그의 눈을 보시오. 저 눈은 미친 사람의 눈이 아니오."
"그럼 뭐요?" 고라가 물었다. "진실을 본 사람의 눈이오? 아니면 자기 망상을 믿는 사람의 눈이오?"
모세는 고라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말했다.
"나도… 모르겠소."
7
사람들이 놀라 모세를 바라보았다.
"뭐라고요?" 아론이 당황했다.
"나도 모르겠다고 했소." 모세가 천막 안을 둘러보았다. "내가 본 것이 진짜 야훼였는지, 아니면 사막의 더위에 미친 늙은이의 환각이었는지."
고라의 눈이 빛났다. '이제야 진실을 말하는군.'
"하지만…" 모세가 계속했다. 목소리가 떨렸다. "한 가지는 확실하오. 나는 그때 무언가를 느꼈소. 두려움. 경외감. 그리고… 사명감."
그가 주먹을 쥐었다.
"나는 40년 동안 사막에서 살았소. 매일 저 벽돌 공장을 생각했소. 저 채찍 소리를 기억했소. 그리고 매일 물었소. 왜 나는 살았는가? 이집트인 하나를 죽이고 도망친 비겁자가 왜 살아있는가?"
모세의 목소리가 커졌다.
"그리고 호렙산에서 답을 들었소. 아니, 듣고 싶었던 답을 들었을지도 모르오. 하지만 그것이 환각이든 계시든, 나는 여기 왔소. 당신들을 구하기 위해."
침묵이 흘렀다.
"그게…" 훌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가장 정직한 대답 같습니다."
"정직?" 다단이 비웃었다. "아니면 무능? 자기가 뭘 하는지도 모르는 사람을 어떻게 따르란 말이오?"
"저는 따르겠습니다." 여호수아가 말했다. "완벽한 확신보다는… 솔직한 의심이 낫습니다. 적어도 모세 형님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8
"좋소." 고라가 말했다. "당신이 정직하다는 건 인정하겠소. 하지만 정직만으로는 백성을 구할 수 없소."
"무엇이 더 필요하오?" 모세가 물었다.
"증거요." 고라가 단호하게 말했다. "지금 당장, 여기서, 우리가 볼 수 있는 무언가."
모세는 망설였다. 그에게는 한 가지 트릭이 있었다. 이드로 장인에게 배운 것. 하지만 그것은… 마술이었다. 신의 능력이 아니라.
'야훼여, 이것을 써도 됩니까? 아니면 당신의 이름을 더럽히는 것입니까?'
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
"좋소." 모세가 천천히 지팡이를 바닥에 놓았다. "이것을 보시오."
사람들이 지팡이를 바라보았다. 평범한 목동의 지팡이였다.
모세가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지팡이 밑의 작은 돌을 살짝 밟았다. 숨겨진 압력점.
순간, 지팡이 안에서 무언가 움직였다.
사람들이 비명을 질렀다.
지팡이가 뱀으로 변했다. 정확히는, 지팡이 속에 숨겨져 있던 작은 뱀이 튀어나왔다. 마취 상태에서 깨어나며 꿈틀거렸다.
"이게…" 훌이 뒤로 물러났다.
"야훼의 능력이오." 아론이 선언했다.
9
하지만 고라는 물러나지 않았다. 그는 천천히 다가가 뱀을 관찰했다.
"흥미롭군요." 고라가 말했다. "이집트 마술사들도 비슷한 걸 하지 않소?"
모세는 식은땀을 흘렸다. '이 사람은… 너무 똑똑하다.'
"마술이 아니오." 아론이 변명했다. "이건 야훼의…"
"야훼의 표적이든 마술이든," 고라가 말을 잘랐다. "중요한 건 이것이 우리를 이집트에서 구할 수 있느냐는 거요."
그가 모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모세, 솔직히 말하시오. 당신은 계획이 있소? 구체적인 계획이? 아니면 그저 '야훼께서 뭔가 하실 것이다'라는 막연한 믿음뿐이오?"
모세는 대답하지 못했다. 고라가 정확히 약점을 찔렀다.
"형님…" 아론이 불안하게 말했다.
그때 훌이 일어섰다.
"고라, 당신 말이 옳소. 우리에게는 계획이 필요하오. 하지만…" 그가 모세를 바라보았다. "계획은 우리가 도울 수 있소. 모세 형님은 영적 지도자가 되시고, 우리는 실무를 맡으면 되오."
"실무?" 다단이 관심을 보였다. "무슨 실무?"
"식량, 물, 안전." 훌이 설명했다. "만약 정말로 이집트를 떠난다면, 수만 명이 움직여야 하오. 그들을 먹이고, 마시게 하고, 보호해야 하오."
"그리고 파라오의 군대로부터 방어해야 하오." 여호수아가 덧붙였다.
10
모세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자신보다 훨씬 현실적이었다. 훨씬 준비되어 있었다.
'야훼여, 이것도 당신의 계획입니까? 저 혼자가 아니라, 이 사람들과 함께?'
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소. 여러분이 도와주시오."
"어떻게?" 고라가 물었다.
"나는…" 모세가 말했다. "야훼의 뜻을 전하겠소. 예언하고, 표적을 보이고,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겠소. 하지만 현실적인 것은…"
그가 다단을 바라보았다.
"당신이 식량과 물을 맡아주시오. 당신이 그 일에 능하다고 들었소."
다단은 놀란 표정으로 모세를 바라보았다. 예상치 못한 제안이었다.
"나를… 신뢰하시오?"
"당신이 필요하오." 모세가 단순하게 말했다. "나는 신비로운 일을 하겠소. 당신은 현실적인 일을 하시오."
다단은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소."
"그리고 군사 조직은…" 모세가 여호수아를 바라보았다. "당신이 맡으시오."
"제가요?" 여호수아가 당황했다. "하지만 저는 전쟁을 해본 적이…"
"배울 것이오." 모세가 말했다. "그리고 야훼께서 함께 하실 것이오."
여호수아는 고개를 숙였다. '이 사람은… 진심이다. 자기 혼자 모든 것을 할 수 없다는 걸 안다.'
"알겠습니다."
"나는?" 고라가 물었다. "나는 무엇을 맡소?"
모세는 고라를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이 사람은 위험했다. 너무 똑똑했다. 하지만 동시에 필요했다.
"제사장직이오." 모세가 말했다. "레위 지파 전체를 거룩하다고 인정하겠소. 야훼를 섬기는 부족으로."
고라의 눈이 빛났다. 예상치 못한 제안이었다. 그리고… 매력적이었다.
"약속하시오."
"약속하오."
고라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 사람은… 나를 포섭하려 한다. 적으로 두는 것보다 동맹으로 만드는 게 낫다고 판단했군. 영리하다.'
"좋소. 당분간은 함께 하겠소."
'당분간.' 모세는 그 단어를 놓치지 않았다. 고라는 영원한 동맹이 아니었다. 언제든 등을 돌릴 수 있는 사람.
'하지만 지금은 필요하다. 야훼여, 제가 올바른 선택을 한 것이기를…'
11
회의가 끝나고 하나둘 천막을 떠났다.
마지막까지 남은 것은 모세와 아론, 훌이었다.
"형님." 아론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괜찮으세요? 아까 지팡이가 뱀으로 변한 것은…"
"속임수요." 모세가 고개를 숙였다. "이드로 장인에게 배운 마술이오."
아론은 충격받은 표정이었다. "그럼… 야훼의 능력이 아니라…"
"나도 모르겠소." 모세가 솔직하게 말했다. "이드로에게 배운 건 맞소. 하지만… 야훼께서 나에게 이드로를 보내신 것 아니오? 그 기술을 배우게 하신 것 아니오?"
"그건…" 아론이 말을 흐렸다. "궤변처럼 들립니다."
"그렇소." 모세가 인정했다. "하지만 다른 방법이 있었소? 사람들이 믿을 수 있게 하려면?"
아론은 대답하지 못했다.
"형님은 혼란스러워하고 계십니다." 훌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무엇이 야훼의 일이고, 무엇이 인간의 일인지."
"그렇소." 모세가 인정했다. "나는… 경계를 모르겠소. 내가 야훼의 도구인지, 아니면 야훼를 도구로 쓰는 건지."
침묵이 흘렀다.
"형님." 훌이 말했다. "어쩌면 그 구분 자체가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무슨 뜻이오?"
"야훼께서 형님을 통해 일하신다면, 형님의 지혜도, 형님의 기술도, 모두 야훼의 것 아니겠습니까?"
모세는 훌의 말을 곱씹었다.
"하지만…" 아론이 말했다. "만약 그것이 정당화의 논리라면? 무엇이든 '야훼의 뜻'이라고 말할 수 있다면?"
훌은 침묵했다. 아론의 말도 맞았다.
"그래서…" 모세가 천천히 말했다. "두려운 것이오. 내가 백성을 구하는 건지, 아니면 나 자신을 구하는 건지."
"형님?"
"40년 전, 나는 이집트인을 죽였소. 그리고 도망쳤소. 비겁하게." 모세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 죄책감이… 나를 갉아먹었소. 매일."
그가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래서 나는… 구원을 원하는지도 모르겠소. 백성의 구원이 아니라, 나 자신의 구원을. 내가 영웅이 되어야 그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아서."
아론과 훌은 말문이 막혔다.
"하지만…" 모세가 주먹을 쥐었다. "그것이 내 동기라 해도, 결과가 백성의 자유라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겠소?"
훌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형님, 완벽한 동기를 가진 사람은 없습니다. 우리 모두 뒤섞인 이유로 움직입니다. 중요한 건…"
"결과?"
"그리고 형님이 올바른 길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지켜보는 사람들입니다." 훌이 미소 지었다. "그게 우리가 있는 이유 아니겠습니까?"
모세는 훌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처음으로 진심 어린 미소를 지었다.
"그렇소. 당신이 옳소."
12
천막 밖, 어둠 속에서 한 여자가 조용히 서 있었다.
야엘. 35세. 잇사갈 지파. 과부.
그녀는 모든 대화를 들었다. 모세의 확신과 의심. 고라의 날카로운 질문들. 지팡이 속의 뱀. 그리고 방금 전 세 사람의 대화까지.
'흥미롭군. 이 사람은… 복잡해. 영웅도 아니고, 악당도 아니다. 그저… 인간이다.'
야엘은 천막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모세가 나오자 조용히 다가갔다.
"모세님."
모세는 놀라 돌아보았다. "누구시오?"
"야엘입니다. 잇사갈 지파." 그녀가 말했다. "저는… 도움을 드리고 싶습니다."
"어떤 도움?"
"저는 문자를 압니다. 이집트 문자도, 우리 문자도. 그리고…" 그녀가 주저했다. "기록을 할 수 있습니다."
모세는 야엘을 관찰했다. 똑똑해 보였다. 그리고 조용했다.
"왜 돕고 싶소?"
"제 남편은 벽돌 공장에서 죽었습니다." 야엘의 목소리가 평온했다.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감독관의 채찍에. 저는 이곳을 떠나고 싶습니다."
"그뿐이오?"
야엘은 잠시 모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리고… 당신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내 이야기?"
"네." 야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은 특별한 사람입니다. 야훼를 믿으면서도 의심하고, 확신하면서도 두려워하는. 저는… 그런 이야기를 기록하고 싶습니다."
모세는 야엘을 예리하게 관찰했다. 이 여자는… 위험할 수도 있었다. 너무 많이 보는 사람.
"당신은… 얼마나 들었소?"
야엘은 거짓말하지 않았다. "모두요. 지팡이 속의 뱀도. 형님과의 대화도."
모세의 얼굴이 굳었다.
"그럼… 당신은 나를 사기꾼이라고 생각하겠군."
"아니요." 야엘이 침착하게 말했다. "저는 당신을 복잡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13
"복잡한?" 모세가 되물었다.
"네." 야엘이 말했다. "당신은 진심으로 백성을 구하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자기 자신도 구하고 싶어하죠. 야훼를 믿지만, 야훼를 이용하기도 합니다. 솔직하지만, 속이기도 합니다."
모세는 입을 다물었다. 이 여자는… 그를 완전히 꿰뚫어 보았다.
"그래서…" 그가 경계하며 물었다. "당신은 나를 폭로하려는 거요?"
"아니요." 야엘이 고개를 저었다. "저는 단지 기록하고 싶을 뿐입니다."
"왜?"
"진실이 흥미롭기 때문입니다." 야엘이 단순하게 말했다. "사람들은 영웅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완벽한 선과 악의 대결. 하지만 진짜 이야기는… 더 복잡하죠."
모세는 한동안 야엘을 바라보았다.
"만약 내가 거절한다면?"
"그럼 기록하지 않겠습니다." 야엘이 솔직하게 말했다. "하지만… 아쉬울 것 같습니다. 이런 이야기는 흔하지 않으니까요."
모세는 고민했다. 이 여자는 위험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믿음이 갔다.
"좋소." 모세가 결정했다. "하지만 조건이 있소."
"말씀하세요."
"당신은 내가 시키는 것만 기록하시오. 공식 역사를."
야엘은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모세가 덧붙였다. "들은 것을 함부로 말하지 마시오. 특히 오늘 밤 들은 것을."
야엘은 이해했다. 지팡이 속의 뱀. 모세의 의심. 고라의 질문들.
"걱정하지 마십시오." 야엘이 말했다. "저는 기록자입니다. 관찰자일 뿐, 심판자가 아닙니다."
모세는 고개를 끄덕이고 돌아섰다.
야엘은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공식 역사만 기록하라고 했지. 하지만…'
그녀는 가슴 속 작은 가죽 주머니를 만졌다. 그 안에는 작은 양피지 조각들이 들어 있었다.
'진짜 이야기도 기록해야지. 언젠가 누군가는 알아야 할 테니까.'
야엘은 조용히 미소 지었다.
'이 사람은 영웅이 될 것인가, 아니면 사기꾼이 될 것인가? 아니면… 둘 다? 이것은 기록할 가치가 있는 이야기다.'
14
그날 밤, 모세는 잠들지 못했다.
별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야훼여, 제가 지금 옳은 일을 하고 있습니까?'
호렙산의 그 순간이 떠올랐다. 불타는 가시덤불. 그 앞에서 느낀 두려움과 경외감.
'그것은 진짜였습니다. 저는 확신합니다. 하지만…'
오늘 저녁의 장면도 떠올랐다. 지팡이 속의 뱀. 사람들의 놀란 얼굴. 그리고 고라의 의심 가득한 눈.
'저는 당신의 이름으로 속임수를 썼습니까? 아니면… 당신께서 저에게 주신 지혜를 사용한 것입니까?'
대답은 없었다.
모세는 한숨을 쉬었다.
'어쩌면 훌이 옳을지도 모릅니다. 구분 자체가 중요하지 않을지도. 하지만…'
그는 가슴속 깊은 곳의 불안을 지울 수 없었다.
'제가 당신을 섬기고 있는 건가요? 아니면 당신을 이용하고 있는 건가요?'
별들은 침묵했다.
모세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기도했다.
'야훼여, 제가 틀렸다면 멈춰주소서. 제가 옳다면 인도하소서. 하지만 무엇보다… 제가 당신의 이름을 더럽히지 않게 하소서.'
'그리고… 백성이 자유를 얻게 하소서. 그것이 제 진짜 바람입니다. 아니, 제 진짜 바람이기를 원합니다.'
그리고 깊은 밤이 지나갔다.
내일이면 그는 파라오를 만나러 갈 것이다.
그리고 그때부터 진짜 시험이 시작될 것이다.
이제 돌아갈 길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