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장 왕의 죽음

by 차성수

길보아 산에서 사울이 죽었다.

블레셋과의 대전투였다. 이스라엘 군대는 참패했고, 사울의 세 아들이 전사했다. 요나단도 그중 하나였다. 사울은 중상을 입고, 적에게 잡혀 모욕당하느니 차라리 죽겠다며 자신의 칼에 엎어져 죽었다.

소식이 시글락에 전해졌을 때, 다윗은 헤브론에 있었다. 유다의 왕으로 즉위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왕이시여, 전령이 왔습니다."

신하가 보고했다. 다윗은 전령을 들어오게 했다. 젊은 아말렉 사람이었다. 그는 먼지투성이의 옷을 입고, 머리에 흙을 뒤집어쓴 채 들어왔다. 애도의 표시였다.

"무슨 일이냐?"

다윗이 물었다.

"전쟁에서 돌아왔습니다. 이스라엘 군대가 패했습니다. 많은 병사가 죽었고, 사울 왕과 그의 아들 요나단도 죽었습니다."

다윗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눈 속에서 무언가가 빛났다. 기쁨? 안도? 아니면 둘 다?

"사울과 요나단이 죽었다는 것을 어떻게 아느냐?"

"제가 직접 보았습니다."

아말렉 사람이 대답했다.

"사울 왕께서 창에 기대어 계셨습니다. 적의 병거가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왕께서 저를 보시고 말씀하셨습니다. '네가 누구냐?' 제가 아말렉 사람이라고 대답하자, 왕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나를 죽여라. 괴로움이 나를 사로잡았으나 아직 목숨이 남아 있다.' 그래서 제가 왕을 죽였습니다. 어차피 살 수 없으셨기 때문입니다."

그는 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왕관과 팔찌였다.

"이것을 왕께 가져왔습니다."

* * *

다윗은 순간적으로 계산했다.

이 아말렉 사람은 상을 기대하고 왔다. 사울을 죽인 것이 다윗에게 기쁜 소식일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어리석은 자. 그는 다윗을 제대로 모르고 있었다.

다윗에게 사울의 죽음은 좋은 소식이었다. 그러나 그것을 드러낼 수는 없었다. 오히려 반대로 행동해야 했다. 사울을 죽인 자를 처벌하는 것. 그것이 새로운 왕이 보여야 할 정의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아말렉 사람은 위험한 증인이었다. 그가 살아 있으면 언젠가 "다윗이 사울의 죽음을 기뻐했다"고 말할 수도 있었다.

다윗은 옷을 찢었다. 슬픔의 표시였다. 그를 따르는 신하들도 모두 옷을 찢고 울며 저녁까지 금식했다. 사울과 요나단과 이스라엘 군대를 위하여.

"네가 야훼께서 기름 부어 세우신 왕을 죽이는 것이 두렵지 않았느냐?"

다윗이 아말렉 사람에게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분노로 떨리고 있었다. 물론 연기였다.

"저는... 왕께서 원하셔서..."

"네 피가 네 머리 위로 돌아갈지어다. 네 입이 네가 야훼의 기름부음 받은 자를 죽였다고 증거했느니라."

다윗이 젊은 부하 하나를 불렀다.

"이 자를 쳐서 죽여라."

아말렉 사람은 저항할 틈도 없이 칼에 찔려 죽었다. 상을 기대하고 왔다가 목숨을 잃은 것이다.

다윗은 그 시체를 바라보며 속으로 웃었다. 증인은 제거되었다. 그리고 "기름부음 받은 왕을 죽인 자를 처벌한 정의로운 자"라는 명성까지 얻었다. 일석이조였다.

* * *

다윗은 애가를 지었다.

사울과 요나단을 위한 조가였다. 그것은 아름다운 시였다. 이스라엘의 영광이 산 위에서 죽었도다, 힘센 자들이 어찌 그리 엎드러졌는가. 가드에도 말하지 말며, 아스글론 거리에도 알리지 말라...

"사울과 요나단이 살았을 때에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자이더니, 죽을 때에도 서로 떠나지 아니하였도다. 그들은 독수리보다 빠르고 사자보다 강하였도다."

시를 듣는 사람들은 울었다. 다윗의 슬픔이 진심이라고 믿었다. 그가 사울을 미워하지 않았다고, 요나단을 진정으로 사랑했다고.

"나의 형 요나단이여, 내가 그대를 애통함은 그대는 내게 심히 아름다움이라. 그대가 나를 사랑함이 기이하여 여인의 사랑보다 더하였도다."

다윗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그것은 진짜였을까? 아니면 연기였을까? 아무도 알 수 없었다. 어쩌면 다윗 자신도 몰랐을 것이다. 그는 너무 오래 연기를 해왔기에, 진심과 연기의 구분이 흐려졌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 가지는 확실했다. 이 애가는 다윗의 명성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원수까지 애도하는 자비로운 왕. 친구를 진심으로 사랑한 의리 있는 자. 그런 이미지가 만들어졌다.

사울의 죽음은 다윗에게 기회였다. 그리고 다윗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 * *

그러나 이스라엘은 쉽게 넘어오지 않았다.

사울의 군대 장관 아브넬이 사울의 아들 이스보셋을 세워 북쪽 지파들의 왕으로 삼았다. 이스보셋은 유약하고 무능했지만, 사울의 아들이라는 정통성이 있었다.

실질적인 권력은 아브넬이 쥐고 있었다. 노련한 장군, 전쟁을 수없이 겪은 노병. 그는 다윗을 인정하지 않았다.

"다윗은 양치기 출신의 도적떼 두목에 불과하다. 어찌 그가 이스라엘의 왕이 될 수 있겠는가?"

아브넬이 말했다. 그의 말에는 일리가 있었다. 다윗은 유다 출신이었고, 북쪽 지파들과는 연고가 없었다. 게다가 블레셋에 투항했던 전력이 있었다. 배신자라는 낙인.

이스라엘은 둘로 나뉘었다. 남쪽의 유다는 다윗을, 북쪽의 이스라엘은 이스보셋을 왕으로 모셨다. 내전이 시작되었다.

* * *

아히도벨이 다윗에게 왔다.

사울이 죽은 후, 그는 더 이상 기브아의 궁에 있을 이유가 없었다. 그는 다윗의 참모로서 공식적으로 헤브론에 합류했다.

"어서 오시오, 아히도벨."

다윗이 그를 반겼다.

"이제 공개적으로 함께할 수 있게 되었소. 당신의 지혜가 필요하오."

"왕께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아히도벨이 무릎을 꿇었다. 그는 기뻤다. 마침내 자신의 이상을 실현할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된 것이다. 다윗을 도와 통일 왕국을 세우고, 모든 지파가 평등한 나라를 만드는 것.

"아브넬과 이스보셋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다윗이 물었다.

"전면전은 피해야 합니다."

아히도벨이 대답했다.

"이스라엘 사람들끼리 피를 흘리면, 통일 후에도 원한이 남습니다. 대신 이간책을 쓰십시오. 아브넬과 이스보셋 사이를 벌려 놓으십시오."

"어떻게?"

"이스보셋은 허수아비입니다. 진짜 권력은 아브넬에게 있습니다. 이스보셋이 그것을 견디지 못할 것입니다. 언젠가 둘 사이에 균열이 생길 것입니다. 그때를 기다리십시오."

다윗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히도벨의 말이 옳았다.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 시간은 다윗 편이었다.

* * *

칠 년이 흘렀다.

다윗과 이스보셋 사이에 크고 작은 충돌이 있었지만, 결정적인 전투는 없었다. 그 사이 다윗의 세력은 점점 강해졌고, 이스보셋의 세력은 점점 약해졌다.

아히도벨의 예언대로 균열이 생겼다.

아브넬이 사울의 첩 리스바와 동침했다는 소문이 퍼졌다. 전왕의 첩과 동침하는 것은 왕위를 노린다는 의미였다. 이스보셋은 분노하여 아브넬을 꾸짖었다.

아브넬은 분노하며 답했다.

"오늘까지 당신의 아버지 사울의 집에 충성을 다했건만, 나를 여자 때문에 책망하느냐?"

아브넬은 결국 결심했다.

"내가 야훼께서 다윗에게 맹세하신 대로 행하여, 사울의 집에서 왕위를 옮겨 다윗의 왕좌를 이스라엘과 유다 위에 세우리라!"

아브넬은 다윗에게 사람을 보냈다. 이스라엘을 넘기겠다는 제안이었다.

* * *

다윗은 아브넬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조건이 있었다.

"먼저 내 아내 미갈을 돌려보내시오."

미갈. 사울의 딸, 다윗의 첫 아내. 다윗이 도망친 후, 사울은 미갈을 다른 남자에게 시집보냈다. 발디엘이라는 남자였다.

다윗이 미갈을 원한 것은 사랑 때문이 아니었다. 정통성 때문이었다. 사울의 사위라는 지위를 회복하면, 사울의 왕국을 물려받을 명분이 더 강해졌다.

아브넬은 미갈을 데려왔다. 그녀의 남편 발디엘은 울면서 그녀를 따라왔다. 바후림까지 따라오다가 아브넬에게 쫓겨 돌아갔다.

미갈은 다윗 앞에 섰다. 그녀의 눈에는 복잡한 감정이 어려 있었다. 한때 그녀가 사랑했던 남자. 그러나 그 남자는 그녀를 버리고 도망쳤었다. 그리고 이제, 다른 남편에게서 빼앗아 다시 데려온 것이다.

"어서 오시오, 미갈."

다윗이 말했다. 그의 미소는 따뜻해 보였지만, 미갈은 그 뒤에 숨은 것을 느꼈다. 이것은 사랑이 아니었다. 정치였다.

"왕이시여."

미갈이 차갑게 대답했다. 그녀의 마음은 이미 다윗을 떠나 있었다.

* * *

아브넬은 헤브론으로 왔다.

다윗은 그를 환대했다. 잔치를 베풀고, 좋은 말로 대접했다. 아브넬은 이스라엘의 장로들을 설득하여 다윗에게 넘기겠다고 약속했다.

"왕이시여, 제가 온 이스라엘을 왕께 모아 언약을 세우게 하겠습니다. 왕께서 마음대로 다스리시게 되실 것입니다."

다윗은 아브넬을 평안히 보냈다. 그러나 다윗의 장군 요압은 다르게 생각했다.

요압은 아브넬을 미워했다. 아브넬이 내전 중에 요압의 동생 아사헬을 죽였기 때문이다. 아사헬은 아브넬을 쫓다가 그의 창에 찔려 죽었다.

"왕이시여, 아브넬을 믿으시면 안 됩니다."

요압이 다윗에게 말했다.

"그가 왕을 속이려고 온 것입니다. 당신의 출입을 살피고 모든 행동을 정탐하려고 온 것입니다."

다윗은 대답하지 않았다. 요압은 자신의 복수를 위해 아브넬을 죽이고 싶어 하는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다윗은 그것을 막지 않았다.

아브넬이 살아 있으면 위험했다. 그는 이스라엘 군대를 장악하고 있었다. 다윗이 통일 왕이 된 후에도, 아브넬은 잠재적인 경쟁자가 될 수 있었다. 차라리 죽는 편이 나았다.

그러나 다윗이 직접 손을 더럽힐 필요는 없었다. 요압이 알아서 해줄 것이다.

* * *

요압은 아브넬을 성문으로 불러냈다.

"조용히 할 말이 있다."

그리고 그곳에서 아브넬의 배를 찔렀다. 동생 아사헬의 복수였다.

아브넬은 죽었다. 이스라엘을 다윗에게 넘기려던 자가, 그 직전에 암살당한 것이다.

다윗은 소식을 듣고 분노를 연기했다.

"나와 내 나라는 야훼 앞에서 아브넬의 피에 대하여 영원히 무죄하다! 그 죄가 요압의 머리와 그의 아버지 온 집에 돌아갈지어다!"

다윗은 아브넬의 장례를 성대하게 치렀다. 직접 관 뒤를 따르며 울었다. 아브넬의 무덤 앞에서 목놓아 통곡했다.

"아브넬의 죽음은 어리석은 자의 죽음 같았도다!"

다윗의 애도에 백성들은 감동했다. 그들은 다윗이 아브넬을 죽이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다윗은 무고한 것처럼 보였다. 요압이 독단으로 저지른 일이었다.

그러나 다윗은 요압을 처벌하지 않았다. 꾸짖기만 하고, 그의 지위는 그대로 두었다. 사람들은 다윗이 너무 관대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진실은 달랐다. 다윗은 요압이 더럽혀진 손이 필요했다. 자신 대신 피를 흘릴 자가.

* * *

이스보셋도 죽었다.

그의 부하 레갑과 바아나가 한낮에 그의 침실로 들어가 잠든 그를 찔러 죽이고, 그 머리를 베어 다윗에게 가져왔다.

"보십시오! 왕의 생명을 찾던 원수 사울의 아들 이스보셋의 머리입니다! 야훼께서 오늘 왕을 위하여 원수를 갚아주셨습니다!"

그들은 상을 기대했다. 아말렉 사람과 같은 실수를 한 것이다.

다윗은 그들을 죽였다.

"의로운 사람을 자기 집 침상 위에서 죽인 악인들을 어찌 내가 죽이지 않겠느냐? 이제 그 피 값을 너희에게서 찾아 이 땅에서 끊어버리지 않겠느냐!"

레갑과 바아나는 손과 발이 잘린 채 헤브론 못가에 매달렸다. 이스보셋의 머리는 아브넬의 무덤에 장사되었다.

다윗은 다시 한 번 "정의로운 왕"의 이미지를 굳혔다. 그러나 결과는 그에게 유리했다. 이스보셋이 죽었으므로, 이제 사울의 왕가에는 왕위를 이을 자가 없었다.

이스라엘의 모든 지파 장로들이 헤브론으로 왔다.

"우리가 왕의 뼈와 살입니다. 야훼께서 왕에게 말씀하시기를 '네가 내 백성 이스라엘을 치고 이스라엘의 주권자가 되리라' 하셨습니다."

다윗은 그들과 언약을 세웠다. 그리고 그들에게 기름부음을 받았다. 드디어 이스라엘 전체의 왕이 된 것이다.

베들레헴의 양아치는 드디어 왕좌에 올랐다. 거짓 신화와 거짓 기름부음, 암살과 배신 위에 세워진 왕좌. 그러나 아무도 그 진실을 알지 못했다.

아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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