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었다.
왕들이 전쟁에 나가는 계절. 그러나 다윗은 예루살렘에 남아 있었다. 요압에게 군대를 맡기고, 암몬을 치러 보냈다. 왕이 직접 나갈 필요가 없을 만큼 강해진 것이다. 아니, 게을러진 것이다.
어느 저녁, 다윗은 왕궁 옥상을 거닐고 있었다. 해가 지고 있었고, 예루살렘의 지붕들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때 그는 그녀를 보았다.
한 여인이 목욕을 하고 있었다. 그녀의 집 안뜰에서, 저녁 어스름 속에서. 그녀는 아름다웠다. 매우 아름다웠다.
다윗은 멈추어 서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의 입술이 마르고, 심장이 빨리 뛰었다. 오랜만에 느끼는 욕망이었다. 왕이 된 후로 많은 여자를 가졌지만, 이런 느낌은 처음이었다.
"저 여인이 누구냐?"
다윗이 시종에게 물었다.
"엘리암의 딸 밧세바입니다. 헷 사람 우리아의 아내입니다."
우리아. 다윗의 삼십 용사 중 하나. 가장 충성스러운 병사 중 하나. 지금 암몬에서 다윗을 위해 싸우고 있는 자.
다윗은 잠시 생각했다. 아주 잠시. 그리고 결정했다.
"데려오라."
* * *
밧세바는 왕궁으로 끌려왔다.
왕의 명령을 거부할 수 있는 자는 없었다. 그녀는 두려움과 혼란 속에서 다윗 앞에 섰다. 다윗은 그녀를 바라보았다. 가까이서 보니 더 아름다웠다.
"두려워하지 마라."
다윗이 부드럽게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달콤했다. 한때 사울 앞에서 수금을 켜며 노래하던 그 목소리.
"왕이시여, 저는... 저는 우리아의 아내입니다."
"알고 있다."
다윗이 그녀에게 다가섰다. 그의 손이 그녀의 뺨을 어루만졌다.
"우리아는 훌륭한 병사다. 그러나 지금은 멀리 있다. 그리고 나는... 왕이다."
밧세바는 떨었다. 저항할 수 없었다. 저항해봐야 소용없었다. 왕의 뜻을 거역하면 어떻게 되는지 모르는 자는 없었다.
그날 밤, 다윗은 밧세바와 동침했다. 그녀의 의지와 상관없이. 왕의 권력으로.
그리고 그녀를 집으로 돌려보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 * *
한 달 후, 밧세바에게서 전갈이 왔다.
"임신했습니다."
다윗은 전갈을 읽고 얼굴을 찡그렸다. 귀찮은 일이 생겼다. 우리아가 전쟁터에 있는 동안 그의 아내가 임신했다면, 누구의 아이인지 뻔했다. 간음. 왕이라 해도 간음은 죄였다.
그러나 다윗은 당황하지 않았다. 언제나 그랬듯이 해결책을 찾았다.
"요압에게 전갈을 보내라. 우리아를 예루살렘으로 보내라고."
계획은 단순했다. 우리아를 불러와서 집에 가게 한다. 아내와 동침하게 한다. 그러면 아이는 우리아의 아이가 된다. 아무도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 * *
우리아가 예루살렘에 도착했다.
다윗은 그를 친절하게 맞이했다. 전쟁 상황을 물었다. 요압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병사들은 잘 있는지.
"모든 것이 순조롭습니다, 왕이시여. 곧 랍바를 함락시킬 것입니다."
"좋다. 수고했다. 이제 집으로 가서 발을 씻어라."
다윗은 왕의 식탁에서 음식까지 보내주었다. 아내와 함께 먹으라고. 그리고 그날 밤 동침하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우리아는 집에 가지 않았다.
그는 왕궁 문 앞에서 잤다. 다른 신하들과 함께. 마치 병사처럼.
다음 날 아침, 다윗은 보고를 받고 당황했다.
"왜 집에 가지 않았느냐? 멀리서 왔으니 집에 가야 하지 않겠느냐?"
"왕이시여."
우리아가 대답했다. 그의 목소리는 진지했다.
"언약궤와 이스라엘과 유다가 장막에 있고, 제 장관 요압과 제 주의 신하들이 들에 진 치고 있는데, 어찌 제가 집으로 가서 먹고 마시고 아내와 동침할 수 있겠습니까? 왕의 사심과 왕의 영혼이 살아 계심을 가리켜 맹세하건대, 저는 그런 일을 하지 않겠습니다."
다윗은 우리아를 바라보았다. 이 충성스러운 바보. 전쟁터에서 동료들이 고생하는데 자기만 편하게 지낼 수 없다는 것이다. 명예로운 생각. 그러나 다윗에게는 귀찮은 장애물이었다.
* * *
다윗은 다른 방법을 시도했다.
"오늘은 여기 머물러라. 내일 보내주겠다."
그날 저녁, 다윗은 우리아를 초대하여 술을 먹였다. 취하게 만들었다. 취하면 본능이 앞설 것이다. 집에 가서 아내와 동침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아는 취했음에도 집에 가지 않았다. 또다시 왕궁 문 앞에서 잤다.
다윗은 분노했다. 이 고집스러운 자 때문에 계획이 무너지고 있었다. 밧세바의 배는 점점 불러올 것이다. 시간이 없었다.
다윗은 최종 결정을 내렸다.
우리아를 죽이는 것.
* * *
다윗은 편지를 썼다.
요압에게 보내는 편지. 그 내용은 간단했다.
"우리아를 맹렬한 싸움이 벌어지는 곳 맨 앞에 세우고, 너희는 뒤로 물러나서 그가 맞아 죽게 하라."
편지를 봉하고, 우리아에게 주었다. 자기 손으로 자기 사형 영장을 들고 가게 한 것이다. 우리아는 물론 그 내용을 몰랐다. 왕의 명령을 충실히 전달하는 것뿐이었다.
"잘 가라, 우리아. 무사히 돌아오기를 바란다."
다윗이 말했다. 그의 미소는 따뜻해 보였다. 그러나 그 뒤에는 차가운 살의가 숨어 있었다.
우리아는 절을 하고 떠났다. 자신을 죽이려는 왕에게 충성을 맹세하며.
* * *
요압은 편지를 읽고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오랜 세월 다윗을 섬겨왔다. 다윗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았다. 필요하면 누구든 죽이는 자.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자기 병사를, 그것도 가장 충성스러운 병사를 죽이라는 명령이었다.
이유는 뻔했다. 밧세바 때문이었다. 다윗이 우리아의 아내를 범했다는 소문이 군중에 파다했다. 요압도 들었다. 그리고 이제 증거를 없애려는 것이다.
요압은 잠시 고민했다. 명령을 거부할까? 그러나 그것은 자살행위였다. 다윗의 명령을 거역하면 자신도 우리아처럼 될 것이다.
요압은 명령을 따랐다.
랍바 성벽 공격 때, 우리아를 맨 앞에 세웠다. 그리고 지원군을 빼버렸다. 우리아는 혼자 싸우다가 성벽 위에서 쏟아지는 화살과 돌에 맞아 죽었다.
다윗의 삼십 용사 중 하나. 가장 충성스러운 병사. 그렇게 허무하게 죽었다.
* * *
요압은 전령을 예루살렘으로 보냈다.
"왕께 전투 상황을 보고하라. 그리고 만약 왕이 노하시면, 마지막에 이렇게 말해라. '왕의 신하 헷 사람 우리아도 죽었나이다.'"
요압은 다윗을 잘 알았다. 다윗은 왜 병사들이 성벽 가까이 갔느냐고 화를 낼 것이다. 그것은 어리석은 전술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아가 죽었다는 말을 들으면 누그러질 것이다. 그것이 다윗이 원한 것이니까.
전령은 예루살렘에 가서 그대로 보고했다. 다윗은 예상대로 화를 냈다.
"왜 성벽에 그렇게 가까이 갔느냐? 성 위에서 쏘는 것을 알지 못했느냐?"
"왕의 신하 헷 사람 우리아도 죽었나이다."
전령이 말했다. 다윗의 얼굴이 변했다. 분노가 사라지고, 만족이 번졌다. 물론 그것을 숨겼다. 표면적으로는 슬픔을 연기했다.
"요압에게 전하라. 이 일로 근심하지 말라. 칼은 이 사람이나 저 사람이나 죽이는 법이다. 더욱 힘써 싸워 성을 함락시키라."
다윗은 전령을 보내고 홀로 남았다. 그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문제가 해결된 것이다. 이제 밧세바를 자기 아내로 삼으면 된다. 아이는 정당한 후계자가 될 것이다.
* * *
밧세바는 남편의 죽음을 듣고 울었다.
그녀의 슬픔은 진짜였다. 우리아는 좋은 남편이었다. 그녀를 사랑했고, 존중했다. 그런 남편이 전쟁터에서 죽었다. 그것도 자기 때문에.
밧세바는 알았다. 우리아의 죽음이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다윗이 손을 썼다는 것을. 자신의 잘못을 감추기 위해 충성스러운 병사를 죽인 것이다.
그녀는 다윗을 미워했다. 그러나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녀는 약자였고, 다윗은 왕이었다. 저항하면 자신도 죽을 것이다. 뱃속의 아이도.
애도 기간이 끝나자, 다윗은 밧세바를 궁으로 불러들여 아내로 삼았다. 밧세바는 아들을 낳았다. 다윗의 아들.
그러나 야훼께서 다윗이 행한 일을 기뻐하지 않으셨다.
적어도, 기록은 그렇게 전한다.
* * *
아히도벨은 이 모든 것을 지켜보았다.
밧세바 사건. 간음, 살인, 은폐. 다윗이 저지른 추악한 죄. 아히도벨은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동시에 이상하게 담담했다. 이미 다윗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골리앗의 진실을 알았을 때, 아히도벨은 "왕에게 필요한 자질"이라고 생각했다. 놉의 학살을 봤을 때, "전쟁의 불가피한 희생"이라고 합리화했다. 시글락의 잔혹함을 목격했을 때, "도망자의 생존 본능"이라고 변명했다. 사무엘의 죽음은 몰랐지만, 알았어도 어떤 핑계를 찾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핑계를 찾을 수 없었다.
밧세바 사건은 권력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생존을 위한 것도 아니었다. 순전히 욕망 때문이었다. 한 여자를 원했기에, 그 여자의 남편을 죽인 것이다. 그것도 자신을 위해 싸우던 충성스러운 병사를.
이것이 내가 왕으로 세운 자인가?
아히도벨은 마음이 무거웠다. 그가 평생을 바쳐 섬긴 왕. 통일 왕국을 함께 세운 왕. 그 왕이 이런 자였다.
그리고 아히도벨에게는 한 가지 더 참을 수 없는 사실이 있었다.
바로 밧세바는 엘리암의 딸. 엘리암은 아히도벨의 아들이었다. 즉 밧세바는 아히도벨의 손녀였다.
다윗은 아히도벨의 손녀를 범한 것이다. 그리고 손녀의 남편을 죽인 것이다.
* * *
아히도벨은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분노와 배신감이 그의 마음을 갉아먹었다. 다윗에 대한 분노. 그러나 더 큰 분노는 자기 자신에 대한 것이었다.
내가 이 괴물을 만들었다. 내가 그에게 지혜를 주었다. 내가 그의 거짓을 감춰주었다. 내가 그를 왕으로 만들었다.
그 결과가 무엇인가? 내 손녀가 범해지고, 내 손녀의 남편이 죽었다.
아히도벨은 결심했다. 더 이상 다윗을 위해 일할 수 없다. 언젠가, 기회가 오면, 다윗을 끌어내릴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었다. 다윗은 너무 강했다. 정면으로 대적하면 패배할 것이다. 기회를 기다려야 했다. 다윗이 약해질 때까지. 균열이 생길 때까지.
아히도벨은 평상시처럼 다윗을 섬겼다. 표면적으로는 충성스러운 참모로. 그러나 그의 마음속에서는 복수의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다.
베들레헴의 양아치가 세운 왕조. 거짓과 피 위에 세워진 왕좌. 그것은 언젠가 무너질 것이다.
그리고 아히도벨은 그것을 도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