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잘 보이려 속였다

by 차성수

나귀 세 마리가 사라진 것은 보리가 누렇게 익어가던 시반월 초이레, 해가 뜨기 전이었다.

아히마아스의 하인이 아침 일찍 외양간 문을 열었을 때, 밧줄이 풀려 있었다. 단단히 매어두었던 밧줄이. 밤새 짐승이 건드린 흔적도 없었고, 도둑이 담을 넘은 자국도 없었다. 나귀들은 그냥 사라져 있었다. 마치 스스로 밧줄을 풀고 나간 것처럼.

물론, 나귀는 스스로 밧줄을 풀지 못한다.

전날 밤, 아히노암이 직접 외양간에 들렀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하인 한 명뿐이었다. 그 하인은 아히노암이 매달 은 반 세겔씩 따로 챙겨주는 사람이었으므로, 알아도 모르는 사람이었다.

아히노암은 나귀 세 마리를 라마 방향으로 풀어놓았다. 정확히 말하면, 라마 성소에서 두 시간 거리인 숩 땅까지 미리 보낸 자기 사람에게 나귀를 넘겼다. 나귀들은 숩 땅 부근에서 풀을 뜯으며 어슬렁거리도록 되어 있었다. 사울이 나귀를 찾으러 그 근처를 지나가면 — 아, 저기 나귀가 있군 — 하며 자연스럽게 라마 방향으로 발걸음이 이어지도록.

각본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 * *

"아버지, 장인어른 나귀가 없어졌다는데요."

요나단이 소식을 전했을 때, 사울의 얼굴에 놀라움이 스쳤다. 스친 것이 아니라, 스치게 한 것이었다. 사울은 이미 알고 있었다. 아히노암에게 전날 밤 전체 시나리오를 들었기 때문이다.

"나귀를? 허, 장인어른 나귀가 세 마리인데 셋 다 없어졌단 말이냐?"

사울이 이마를 찌푸렸다. 연기였으나 나쁘지 않은 연기였다. 이 남자는 연무장에서 군중을 상대할 때보다 한두 명을 상대할 때 연기가 더 서툴렀는데, 다행히 상대가 열네 살짜리 아들이었으므로 크게 문제되지 않았다. 사울은 그렇게 생각했다.

"내가 직접 찾으러 가야겠다. 요나단, 너도 같이 가자."

요나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끄덕이는 목 뒤로 무언가가 걸리는 느낌이 있었다. 어젯밤, 어머니가 외양간 쪽으로 가는 발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잠이 얕은 소년은 새벽에 어머니의 샌들 소리를 구별할 수 있었다. 어머니의 걸음은 특유의 리듬이 있었다 — 왼발이 오른발보다 살짝 빠른, 늘 무언가를 서두르는 사람의 걸음.

그러나 요나단은 묻지 않았다. 1년 전, 아버지가 가르쳐준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영리한 아이는 묻지 않아도 될 것을 묻지 않는 법이다.'

소년은 아버지를 따라 길을 나섰다. 사울의 하인 한 명이 동행했다. 사울은 일부러 하인 중 가장 말이 없는 자를 골랐다.

* * *

사울과 요나단은 에브라임 산지를 지나, 살리사 땅을 거쳐, 사알림 땅으로 들어갔다. 나귀는 보이지 않았다. 당연했다. 나귀는 거기에 없었다. 나귀가 있는 곳은 숩 땅이었고, 숩 땅은 라마 성소 근처였다. 사울의 발걸음은 처음부터 라마를 향해 설계되어 있었다. 다만 곧바로 라마에 가면 의도가 드러나므로, 일부러 먼 길을 빙 돌아가는 것이었다.

사흘째 되는 날, 사울은 하인에게 말했다.

"이쯤에서 돌아가야 하지 않겠나. 아버지께서 나귀 걱정은 그만두고 우리 걱정을 하실 거다."

하인이 고개를 저었다. 이 하인은 말이 없었지만, 아히노암에게 미리 지시를 받은 사람이었다.

"주인님, 이 성읍에 하나님의 사람이 계십니다. 존경받는 분이라 하니, 혹시 나귀가 간 길을 알려주시지 않을까요?"

사울이 고개를 갸웃했다. 연기였다. 마치 처음 듣는 제안인 것처럼.

"하나님의 사람이라……사무엘 선지자 말이냐?"

"그렇습니다. 마침 이 근처에 라마 성소가 있지 않습니까."

사울이 잠시 생각하는 시늉을 했다. 턱에 손을 올리고, 하늘을 올려다보고, 느린 호흡을 한 번 쉬었다. 이 동작들은 아히노암이 가르쳐준 '고민하는 겸손한 사람의 포즈'였다.

"……좋다. 가보자. 다만 선지자께 드릴 예물이 없지 않으냐. 빵도 떨어지고, 가진 것이라곤……"

하인이 주머니에서 은 사분의 일 세겔을 꺼냈다. 이것 역시 아히노암이 미리 넣어둔 것이었다.

"이것을 드리면 되지 않겠습니까."

사울이 고개를 끄덕였다. 모든 것이 각본대로였다.

요나단은 아버지와 하인의 대화를 옆에서 듣고 있었다. 하인의 말이 매끄러웠다. 너무 매끄러웠다. 말이 없는 사람이 갑자기 이렇게 물 흐르듯 대사를 치는 것은, 미리 외워둔 것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요나단은 그것을 알아챘으나, 역시 입을 열지 않았다.

* * *

라마 성소로 올라가는 언덕길에서, 물 길으러 나온 소녀들이 사울 일행에게 말했다.

"선지자님이 오늘 성소에 계십니다. 제사가 있는 날이거든요. 서두르시면 만나실 수 있을 거예요."

사울은 소녀들에게 고개를 깊이 숙여 인사했다. 아히노암의 교육이 이제 몸에 배어 있었다. 물 긷는 소녀에게까지 허리를 굽히는 장군 — 그 모습이 소녀들의 입을 타고 마을에 퍼질 것이었다. 사울은 그것까지 계산하고 있었다.

성소 입구에서 사무엘이 내려오고 있었다.

노인이었다. 흰 수염이 가슴까지 내려오는 노인. 그러나 눈은 늙지 않았다. 반세기 넘게 야훼의 말씀을 전해온 사람의 눈에는 특유의 빛이 있었다 — 사람의 겉을 뚫고 속을 보려는 빛. 사무엘은 평생 그 눈으로 사람을 읽어왔고, 그래서 속는 일이 거의 없었다.

거의.

사무엘의 눈이 사울에게 닿는 순간, 노인의 발걸음이 멈추었다. 키가 컸다. 어깨에서 위로 한 뼘은 더 솟은 사내. 그런데 옷이 낡았다. 무릎에 기운 자국, 팔꿈치가 해진 소매. 그리고 눈을 내리깔고 있었다. 거대한 몸에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이 — 사무엘에게는 감동이었다.

'힘을 가졌으되 겸손한 자.'

사무엘은 그렇게 읽었다. 아히노암이 설계한 바로 그 인상을.

그 전날, 야훼의 음성이 사무엘에게 임했다고 성경은 기록한다. '내일 이맘때 내가 베냐민 땅에서 한 사람을 네게 보내리니, 너는 그에게 기름을 부어 내 백성의 지도자로 삼으라.' 사무엘은 그 음성을 진심으로 믿었다. 그리고 눈앞에 나타난 겸손한 거인을 보고 확신했다 — 이 사람이 야훼가 보낸 자다.

사무엘이 확신한 근거는 세 가지였다. 야훼의 음성. 사울의 외모. 그리고 한 달간 귀에 '우연히' 들려온 사울에 대한 좋은 소문들. 세 가지 중 하나는 하늘에서 왔고, 나머지 둘은 아히노암의 양피지 위에서 왔다.

"자네가 기스의 아들 사울인가."

사무엘이 물었다. 사울이 고개를 더 숙였다.

"예, 그렇습니다만……저는 베냐민 지파의 가장 작은 가문에서 온 보잘것없는 사람입니다."

거짓이었다. 아히마아스의 재력을 합치면 베냐민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집안이었다. 그러나 사울은 아히노암이 써준 대사를 정확히 읊었다. '가장 작은 가문'이라는 말에 사무엘의 눈가가 부드러워지는 것을 사울은 내리깐 눈으로 포착했다.

'먹혔다.'

사울의 뱃속에서 어퍼컷이 한 발 날아갔다. 보이지 않는 어퍼컷. 가장 정확한 어퍼컷.

* * *

다음 날 새벽, 사무엘은 사울을 성소 꼭대기의 밀실로 데려갔다.

두 사람뿐이었다. 하인도, 요나단도, 아무도 없는 공간. 동쪽 창으로 첫 햇살이 비스듬히 들어오고 있었다. 사무엘의 손에 기름병이 들려 있었다. 올리브 기름에 몰약과 계피를 섞은 거룩한 기름. 성소 깊은 곳에 보관된 것으로, 오직 야훼가 선택한 자에게만 부을 수 있는 기름.

"무릎을 꿇거라."

사무엘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노인은 감격해 있었다. 평생을 기다려온 순간이었다. 이스라엘에 왕을 세우라는 야훼의 명. 그리고 눈앞에, 야훼가 보내준 겸손한 거인이 무릎을 꿇고 있다.

사울이 무릎을 꿇었다. 고개를 숙였다. 돌바닥이 차가웠다. 사울은 차가움을 느끼면서, 동시에 뜨거운 것을 느꼈다 — 승리의 열기. 밀실 대화, 소문 제조, 나귀 연극, 겸손 연기, 그 모든 것이 이 한 순간을 위한 것이었고, 이 순간이 오고 있었다.

기름이 머리 위에 부어졌다.

따뜻했다. 기름은 사울의 정수리에서 이마로, 이마에서 관자놀이로, 관자놀이에서 턱선을 타고 목덜미로 흘러내렸다. 몰약의 향이 코를 찔렀다. 계피의 매운 향이 그 뒤를 따랐다. 거룩한 냄새였다. 적어도 사무엘에게는.

사울에게 그것은 거래의 완료였다.

"야훼께서 그대에게 기름을 부어 이스라엘의 지도자로 삼으셨노라."

사무엘의 선언이 밀실에 울렸다. 노인의 눈에 눈물이 고여 있었다. 반세기를 야훼 앞에 서온 선지자가, 자기 손으로 왕에게 기름을 부은 감격.

사울은 고개를 숙인 채 입꼬리를 비틀었다.

미소가 아니었다. 미소라 부르기엔 날이 서 있었다. 기름이 눈 위로 흘러내려 시야가 흐릿한 틈을 타, 사울의 입술이 승리자의 모양으로 휘어졌다. 사무엘은 사울의 정수리만 보고 있었으므로 그 입술을 보지 못했다.

그리고 사울의 오른손이 움직였다. 무릎 위에 올려놓았던 주먹이, 습관처럼, 반사적으로, 허공을 향해 짧게 치올랐다. 어퍼컷. 무릎 높이에서 가슴 높이까지, 짧고 빠르게. 기름이 주먹 위에서 방울져 떨어졌다.

사무엘이 보지 못한 어퍼컷이었다.

그러나 보는 눈이 있었다.

* * *

요나단은 성소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밀실에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은 알았다. 아버지가 '기다려라'고 했을 때의 목소리에는 반론을 허락하지 않는 무게가 있었다. 요나단은 성소 뒷편 감람나무 아래 앉아, 나뭇잎 사이로 스며드는 아침 햇살을 받으며 기다렸다.

그리고 아버지가 나왔을 때, 요나단은 냄새를 맡았다.

몰약과 계피.

기름의 향기가 아버지의 머리카락에서, 어깨에서, 군화 위로 튄 방울에서 피어올랐다. 요나단은 그 냄새가 무엇인지 알았다. 성소의 거룩한 기름. 선지자가 오직 야훼의 선택을 받은 자에게만 붓는 기름.

아버지가 기름 부음을 받았다.

요나단의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 감격으로. 뜨거운 것이 목구멍을 타고 치밀어 올랐다. 아버지. 내 아버지가. 야훼의 선택을 받은 사람이. 이스라엘의 왕이.

소년의 눈에 물기가 어렸다. 열네 살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 눈물이 턱선까지 내려왔다. 요나단은 손등으로 거칠게 눈을 닦았다. 아버지가 볼까 봐.

사울은 아들을 보지 않았다. 성소 계단을 내려오는 사울의 눈은 어딘가 먼 곳을 보고 있었다. 기름을 뒤집어쓴 얼굴은 번들거렸고, 표정은 읽을 수 없었다. 요나단은 그 표정에서 경건함을 읽으려 했다. 야훼의 기름을 받은 자의 두려움과 겸손을 읽으려 했다.

아버지의 입술이 움직이고 있었다. 기도인가, 하고 요나단은 생각했다. 성소에서 나온 직후이니 기도를 하는 것이 당연했다.

세 사람 — 사울, 요나단, 하인 — 은 라마를 떠나 기브아로 향하는 길에 올랐다. 사울이 앞서고, 하인이 중간에, 요나단이 뒤를 따랐다. 오르막길이었다. 사울의 넓은 등이 리듬에 맞춰 흔들렸고, 기름 냄새가 바람을 타고 뒤로 흘러왔다.

요나단은 그 냄새를 깊이 들이마셨다. 거룩한 냄새. 아버지의 냄새. 왕의 냄새.

* * *

고갯마루에서 하인을 먼저 보낸 것은 사울이었다.

"네가 먼저 가서 집에 전해라. 나귀를 찾았다고. 장인어른 걱정 마시라고."

하인이 앞서 내려갔다. 나귀는 물론 '찾은' 것이 아니었다. 아히노암의 사람이 이미 나귀를 외양간에 되돌려놓은 뒤였다. 그러나 하인은 그런 것까지 알 필요가 없는 사람이었고, 사울은 하인이 알 필요가 없는 것을 정확히 구분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하인이 사라지자, 길 위에 사울과 요나단 둘만 남았다.

사울의 걸음이 가벼워졌다. 아까까지의 경건한 무게가 사라지고, 본래의 리듬이 돌아왔다. 활보. 사울 특유의, 땅을 밟을 때마다 땅이 움푹 꺼질 것 같은 성큼성큼한 걸음.

그리고 사울이 중얼거렸다.

아들이 세 걸음 뒤에 있다는 것을 잊었을 수도 있고, 잊지 않았으되 상관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사울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은 이것이었다.

"노인네를 속이는 건 일도 아니었다."

웃음이 섞여 있었다. 콧바람과 함께 새어 나오는, 긴장이 풀린 자의 웃음.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며, 사울은 혼잣말을 이었다.

"눈에 눈물까지 글썽이더라. 겸손한 왕을 찾았다고. 허, 겸손. 겸손이라."

사울의 어깨가 들썩였다. 웃음을 참는 것인지, 참지 않는 것인지 모를 진동.

"기름값이 은 서른 세겔은 넘었을 텐데, 그거면 장인어른 나귀 열 마리는 사겠다. 나귀 셋 풀어놓고 기름 하나 받았으니, 남는 장사지."

사울의 오른손이 허공으로 올라갔다. 어퍼컷. 이번에는 느긋한 어퍼컷이었다. 힘이 빠진, 여유로운, 승리를 확인하는 자의 어퍼컷.

"남는 장사야."

* * *

요나단의 발이 멈추었다.

세 걸음 뒤에서, 소년의 군화가 길 위의 자갈에 박혔다. 아버지는 계속 걸어갔다. 세 걸음이 네 걸음이 되고, 다섯 걸음이 되고, 열 걸음이 되었다. 아버지의 등이 작아지고 있었다. 아니, 등은 여전히 컸다. 작아지는 것은 등이 아니라 다른 무언가였다.

'노인네를 속이는 건 일도 아니었다.'

그 말이 귓속에서 맴돌았다. 몰약과 계피의 향기가 아직 코끝에 남아 있었다. 오 분 전까지 요나단의 눈에 눈물을 고이게 한 그 향기가, 지금은 구역질을 일으키려 하고 있었다.

거룩한 기름.

야훼의 선택.

그것이 — 나귀 세 마리와 은 서른 세겔과 낡은 옷과 외워둔 대사의 결과물이라면?

요나단은 입술을 깨물었다. 피가 날 정도로. 감격의 눈물이 마르기도 전에 찾아온 환멸은, 눈물보다 뜨거웠고 눈물보다 날카로웠다. 감격이 컸던 만큼 환멸도 깊었다. 야훼가 선택한 줄 알았다. 아버지가 진짜 겸손한 줄 알았다. 기름 냄새에 진짜 울었다. 그런데 —

'노인네를 속이는 건 일도 아니었다.'

아버지에게 사무엘은 '노인네'였다. 기름 부음은 '남는 장사'였다. 겸손은 '낡은 옷'이었다. 야훼의 신탁은 '나귀 분실극'이었다.

요나단은 걸음을 다시 뗐다. 아버지를 따라가야 했다. 아들이니까. 아버지의 아들이니까. 이 길의 끝에 기브아가 있고, 기브아에 집이 있고, 집에 어머니가 있고, 어머니는 웃으며 아버지를 맞이할 것이고, 아버지는 어머니에게 성공을 보고할 것이고, 두 사람은 밀실에서 다음 계획을 짤 것이다. 그리고 요나단은 벽 너머에서 그것을 들을 것이다.

요나단이 걸음을 옮길 때마다, 기름 냄새가 바람에 실려 왔다. 이제 그 냄새는 거룩한 냄새가 아니었다. 거래의 냄새였다. 사기의 냄새였다. 그리고 요나단 자신이 그 냄새를 맡으면서도 아무 말 하지 못하는 — 비겁의 냄새였다.

고갯마루를 넘으며 요나단은 뒤를 돌아보았다. 라마 성소가 먼 언덕 위에 보였다. 사무엘이 아직 거기에 있을 것이다. 기름을 부은 감격에 기도하고 있을 노인. 야훼가 보내준 겸손한 왕을 세웠다는 벅찬 마음으로 무릎을 꿇고 있을 노인.

속았다는 것을 모르는 노인.

요나단은 입술의 피를 혀로 닦았다. 쓴맛이 났다. 기름보다 쓴, 진실의 맛.

아버지의 등을 따라 걸으며, 소년은 알았다. 이제부터 자기 앞에 놓인 길은 두 갈래라는 것을. 아버지의 길을 따르는 길과, 아버지의 길에서 벗어나는 길. 그리고 열네 살의 다리로는 어느 쪽도 끝까지 걸어갈 수 없다는 것을.

기름 냄새가 석양빛 속에서 천천히 옅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아버지의 중얼거림은 옅어지지 않았다.

'노인네를 속이는 건 일도 아니었다.'

그 말은 요나단의 귓속에 기름처럼 스며들어, 평생 마르지 않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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