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장 길갈의 친위 쿠데타

by 차성수

길갈로 출발하기 이틀 전, 사울은 궁정 회의를 소집했다.

옥좌의 방에 장수 열둘, 서기관 넷, 장로 대표 셋이 모였다. 아브넬이 사울의 오른편에, 아히야 제사장이 왼편에 서 있었다. 요나단은 방 한쪽 벽에 등을 기대고 서 있었다. 배석하는 왕자의 자리.

사울이 옥좌에서 일어섰다. 일어서면 방 안의 모든 사람이 고개를 들어야 했다. 천장에 머리가 닿을 듯한 거인이 옥좌 앞에 서자, 방의 공기가 내려앉았다.

"블레셋이 믹마스에 진을 쳤다."

사울의 첫마디는 사실의 보고였다. 그러나 그 뒤를 따른 것은 사실이 아니라 욕설이었다.

"이 개 같은 블레셋 놈들이 또 기어올라 왔어. 믹마스면 기브아에서 하루 거리야. 하루! 코앞까지 왔는데 우리가 뭘 하고 있냐? 어? 뭘 하고 앉아 있냐고!"

사울의 주먹이 허공을 갈랐다. 어퍼컷이 아니라 내려치기였다. 탁자를 쳤다. 양피지가 튀어올랐다.

"전쟁 준비는 됐냐? 아브넬!"

"예, 전하. 삼천 병력이 기브아에 집결하였고 — "

"삼천? 삼천이면 되겠어? 블레셋 전차가 삼만인데 삼천이면 좆도 안 되잖아!"

서기관의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장로 대표 셋이 동시에 눈을 내리깔았다. 사울의 비속어는 궁정에서 처음이 아니었으나, 공식 회의석상에서 이 정도의 거친 언사가 나온 것은 드문 일이었다. 아니, 드물었다가 점점 잦아지고 있었다. 놉 학살 이후, 사울의 언어는 칼과 함께 거칠어지고 있었다.

"길갈로 가서 번제를 올리고 출전한다. 사무엘한테 연락했냐?"

아브넬이 대답했다. "사무엘 선지자에게 기별을 보냈사옵니다. 7일 안에 길갈로 오시라고."

"7일. 그래, 7일이지."

사울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회의석상에서 올라가는 입꼬리는 미소가 아니라 신호였다. 아브넬만이 그 신호를 읽을 수 있었다. '시나리오대로 간다'는 신호.

장수 한 명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므낫세 지파 출신의 장수 기돌.

"전하, 사무엘 선지자가 7일 안에 도착하시면 번제는 선지자가 주관하시는 것이 — "

"선지자가 주관?"

사울이 기돌을 보았다. 내려다보았다. 기돌의 키가 작은 것이 아니라, 사울이 옥좌 앞의 한 계단 위에 서 있어서 시선의 각도가 급했다. 위에서 아래로 내리꽂는 시선.

"지금 전쟁이 코앞인데, 제사를 누가 올리느냐가 중요해? 병사들이 죽느냐 사느냐가 중요하지! 번제를 올려야 출전할 수 있어! 사무엘이 안 오면 어떡할 거야? 블레셋이 쳐들어올 때까지 기다리고 앉아 있을 거야?"

기돌의 입이 닫혔다. 한마디 더 하면 기돌의 목이 닫힐 수도 있다는 것을 방 안의 모든 사람이 알고 있었다. 놉의 도엑이 준 교훈이었다 — 사울 앞에서 반대하는 것은 목숨을 거는 일이다.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장수 열둘이 침묵했다. 서기관 넷이 침묵했다. 장로 대표 셋이 침묵했다. 사울의 거친 말투와 강압적 태도 앞에서, 궁정은 이미 오래전에 입을 닫는 법을 배운 곳이었다.

요나단은 벽에 등을 기댄 채 이 모든 것을 보고 있었다. 아버지의 욕설이 궁정에 울려 퍼질 때, 장수들이 눈을 내리깔 때, 기돌이 한마디를 하다가 입을 다물 때 — 요나단의 손이 허벅지 옆에서 떨리고 있었다. 분노가 아니었다. 무력감의 떨림이었다.

* * *

길갈에 이스라엘 군이 집결한 것은 사흘 뒤였다.

삼천 병력. 사울이 욕설을 퍼부었음에도 삼천이 한계였다. 징집에 응하지 않는 자가 늘고 있었다. 놉의 학살 이후 사울에게 칼을 바치기 싫은 병사가 적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삼천이라도 모인 것은 블레셋의 공포 때문이었다 — 사울이 싫어도, 블레셋이 더 무서웠으므로.

길갈의 들판에 천막이 줄지어 섰다. 블레셋의 전차 부대가 믹마스에 진을 친 것은 눈에 보이는 사실이었고, 전투가 임박했다는 것은 모든 병사가 느끼고 있었다. 번제를 올려 야훼의 축복을 구한 뒤 출전하는 것이 관례였다. 그리고 번제를 올리는 것은 사무엘의 몫이었다.

사울은 기다렸다.

기다린다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기다림의 성격이 달랐다. 병사들이 이해하는 기다림은 '사무엘이 올 때까지 기다린다'였다. 사울이 설계한 기다림은 '사무엘이 오기 전에 기다림이 끝나도록 만든다'였다. 7일의 기다림은 사무엘을 덫에 빠뜨리기 위한 연출이었다.

첫째 날. 사무엘이 오지 않았다. 당연했다. 라마에서 길갈까지는 이틀 걸리는 길이었고, 사무엘은 노인이었으므로 사흘은 잡아야 했다.

둘째 날. 사무엘이 오지 않았다. 아직 기한 내였다.

셋째 날. 사무엘이 오지 않았다. 이때부터 도엑의 시나리오가 작동하기 시작했다.

* * *

도엑이 심어놓은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매수된 이백 명 중 절반인 백 명이 먼저 투입되었다. 이들은 병사들 사이에 섞여 자연스럽게 불안을 퍼뜨리는 임무를 맡고 있었다. 나머지 백 명은 번제 당일에 환호를 올리는 임무.

"사무엘이 안 오는 거 아냐?"

셋째 날 밤, 모닥불 옆에서 한 병사가 말했다. 매수된 자였으나, 옆에 앉은 병사들은 모르고 있었다.

"안 오면 어떡하지? 번제도 못 올리고 전쟁에 나가면 야훼의 축복이 없는 거잖아."

"축복 없이 블레셋 전차를 상대하라고? 죽으러 가는 거지."

넷째 날. 다섯째 날. 매수된 자들의 속삭임이 진영 전체로 퍼졌다. 속삭임은 바이러스와 같았다 — 한 사람이 두 사람에게, 두 사람이 네 사람에게, 기하급수적으로 증식했다. 진짜 불안과 제조된 불안이 뒤섞여, 어디까지가 자연적이고 어디까지가 인위적인지 구별할 수 없게 되었다.

"사무엘이 직무유기를 하고 있는 거야!"

여섯째 날, 진영 한쪽에서 큰 소리가 터져 나왔다. 매수된 자의 목소리였으나, 주변 병사 열여섯 명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불안이 포화 상태에 이른 것이다.

병사들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한 명, 두 명이 천막을 걷고 짐을 쌌다. 밤이 되자 열 명, 스무 명이 진영을 떠났다. '사무엘이 안 온다 → 번제를 올릴 수 없다 → 야훼의 축복 없이 싸울 수 없다 → 도망치는 것이 합리적이다' — 이 논리가 병사들의 발을 움직이고 있었다.

사울은 이 모든 것을 천막 안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아브넬이 보고를 올렸다.

"병사들이 흩어지고 있사옵니다. 오늘 하루에 삼백 명이 떠났습니다."

사울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분노의 표시가 아니었다. 시나리오대로 진행되고 있다는 확인의 표시.

"좋아. 내일 아침에 한다."

* * *

일곱째 날 아침.

사울이 천막을 나섰다. 군복 차림이었다. 피 묻은 군복은 아니었으나, 새것도 아니었다. 전장의 먼지와 땀이 배어든, 왕의 위엄보다 장수의 현실이 묻어나는 군복. 사울은 일부러 이 복장을 골랐다. 제사장의 흰 에봇이 아니라, 장수의 군복으로 제단에 서겠다는 것이었다. 아히노암이 선택한 의상이 아니라, 사울 자신이 선택한 의상이었다. 이번만큼은.

사울이 진영 한가운데에 쌓아놓은 제단 앞에 섰다.

병사들이 모여들었다. 남아 있는 이천여 명. 떠난 자를 빼고 남은 자들이었다. 이들 사이에 매수된 백 명이 섞여 있었다. 사울은 병사들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전쟁이 코 앞이다."

사울의 목소리가 길갈의 아침 공기를 갈랐다. 연무장에서 단련된 목소리. 멀리서 들어도 선명한, 배를 울리는 저음.

"블레셋의 전차가 믹마스에 깔렸다. 우리가 번제를 올리고 출전해야 하는데 — 사무엘이 오지 않았다."

웅성거림이 퍼졌다. 사울이 한 박자 쉬었다. 도엑의 시나리오에 있던 '한 박자 쉼'이었다. 웅성거림이 충분히 퍼진 뒤에 다음 말을 던져야 효과가 극대화된다고 도엑이 말했다.

"7일을 기다렸다. 7일이다. 너희가 흩어지는 동안, 나는 기다렸다. 그런데 사무엘은 나타나지 않았다."

사울의 주먹이 올라갔다. 어퍼컷이 아니라, 하늘을 가리키는 손가락.

"전쟁이 코 앞인데 나타나지 않는 사무엘은 직무유기자다!"

매수된 백 명이 일제히 함성을 질렀다. 연습한 대로.

"그렇다! 직무유기다!"

"왕이 직접 번제를 올리시라!"

함성이 진영에 울려 퍼졌다. 백 명의 함성은 이천 명의 침묵 속에서 거대하게 들렸다. 함성에 끌려 일부 병사들이 따라 외쳤다. 불안에 지친 병사들에게 '누군가가 뭔가를 하겠다'는 선언은, 그것이 무엇이든 안도감을 주었다.

사울이 제단을 향해 걸어갔다.

* * *

제단 위에 장작이 놓여 있었다. 그 위에 번제물 — 어린 수양 한 마리 — 이 올려져 있었다. 아브넬이 새벽에 준비해놓은 것이었다. 모든 것이 사전에 설계된 것이었다. 기다림도, 불안도, 함성도, 제물도.

사울이 제단 앞에 섰다.

왕이 제단 앞에 선 것은 이스라엘 역사상 처음이었다. 번제를 올리는 것은 제사장의 고유 권한이었다. 모세 이래로 한 번도 깨어지지 않은 경계. 왕은 칼을, 제사장은 제물을, 선지자는 말씀을 — 이 삼분의 질서가 이스라엘을 떠받치는 기둥이었다. 사울은 지금 그 기둥에 손을 대려 하고 있었다.

사울이 횃불을 집어 들었다.

불꽃이 흔들렸다. 아침 바람에 불꽃이 기울었다 일어섰다 했다. 사울의 손에 들린 횃불이 제단 위의 장작을 향해 내려갔다.

'왕이야말로 진정한 제사장이다!'

매수된 군중의 환호가 사울의 등 뒤에서 터졌다. 사울의 손이 장작에 불을 붙였다. 장작이 탁, 하고 터지며 불길이 피어올랐다. 제물의 기름이 타는 냄새가 퍼졌다. 연기가 하늘로 올라갔다.

번제가 시작되었다.

왕의 손으로. 제사장이 아닌 왕의 손으로. 야훼의 율법이 왕의 횃불에 의해 타오르고 있었다.

* * *

번제의 연기가 하늘로 올라가고 있을 때, 길갈 남쪽 언덕 위에 한 사람이 나타났다.

사무엘.

흰 수염이 바람에 흔들렸다. 노인은 지팡이에 의지하여 걸어오고 있었다. 사흘을 걸어온 것이다. 7일 기한의 마지막 날. 늦지 않았다. 사무엘은 7일을 넘기지 않았다. 그러나 사울은 7일을 채우지 않았다.

사무엘이 진영에 들어섰을 때, 제단의 불길은 이미 꺼져가고 있었다. 제물은 타버렸고, 재만 남아 있었다. 연기가 가느다랗게 올라가고 있었다.

사울이 사무엘을 맞으러 나왔다.

"선지자를 축복하나이다."

사울의 인사에 사무엘은 대답하지 않았다. 노인의 눈이 제단을 보았다. 타다 남은 장작을. 기름 자국을. 재를. 그리고 사울의 군복을 — 연기 냄새가 배어든 군복을.

"네가 한 것이 무엇이냐."

사무엘의 목소리가 낮았다. 길갈에서의 첫 번째 대면 때 — '순종이 제사보다 낫고' — 의 분노와는 결이 달랐다. 그때의 분노가 불이었다면, 지금의 분노는 얼음이었다. 차갑고, 단단하고, 녹지 않는.

사울이 변명을 시작했다. 연습한 변명이었다. 도엑이 짜고, 아브넬이 다듬고, 사울이 외운 변명.

"백성이 나를 떠나 흩어지고, 선지자도 정하신 날에 오지 아니하고, 블레셋이 믹마스에 모였기로 — 내가 생각하기를, 블레셋이 길갈로 내려올 터인데 내가 야훼께 은혜를 구하지 않았다 하여, 부득이하여 번제를 올린 것이니이다."

부득이하여. 이 세 글자가 사울의 방패였다. 내가 하고 싶어서 한 것이 아니다. 어쩔 수 없었다. 사무엘이 오지 않아서. 병사가 흩어져서. 블레셋이 눈앞이라서.

사무엘은 사울의 변명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 노인은 변명을 끊지 않았다. 끝까지 듣고, 한 박자 쉬고, 천천히 대답했다. 아히노암이 사울에게 가르쳐준 '겸손의 기술'과 같은 리듬이었으나, 목적은 정반대였다. 아히노암의 한 박자는 상대를 안심시키기 위한 것이었고, 사무엘의 한 박자는 심판의 무게를 더하기 위한 것이었다.

"왕이 망령된 일을 행하였도다."

한마디가 길갈에 떨어졌다. 망령된 일. 미쳤다는 것이 아니라, 분별을 잃었다는 선고.

"왕이 왕의 하나님 야훼의 명을 지키지 아니하였도다. 지켰더라면 야훼께서 왕의 나라를 이스라엘 위에 영원히 세우셨을 것이거늘 — 이제 왕의 나라가 길지 못하리라. 야훼께서 그 마음에 맞는 사람을 구하여 그 백성의 지도자로 삼으셨느니라. 이는 왕이 야훼의 명을 지키지 아니한 까닭이니라."

'왕의 나라가 길지 못하리라.'

이 선언은 예복이 찢어진 길갈의 첫 번째 선언과 이어지는 것이었다. 그때 '너보다 나은 자에게 나라를 주셨다'고 했다면, 이번에는 '왕의 나라가 길지 못하리라'고 했다. 선고의 범위가 넓어진 것이다. 사울 한 사람이 아니라, 사울의 나라 전체에 내린 선고.

* * *

사무엘의 선언이 끝나자, 매수된 군중이 움직였다.

"왕이야말로 진정한 제사장이다!"

백 명의 입에서 동시에 터져 나온 환호. 연습된 환호. 한 사람이 외치면 옆의 두 사람이 따라 외치고, 다시 옆의 네 사람이 따라 외치는 연쇄 구조. 도엑이 설계한 대로.

"사무엘이 직무를 유기했으니 왕이 나서신 것이다!"

"왕의 번제를 야훼께서 받으셨다! 연기가 하늘로 올라갔지 않느냐!"

환호는 컸다. 백 명의 함성은 길갈의 들판을 채우기에 충분한 부피였다. 그러나 나머지 병사들의 반응은 — 환호가 아니었다.

침묵이었다.

이천여 명 중 매수된 백 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입을 다물고 있었다. 함성에 끌려 따라 외친 자들마저 사무엘이 도착하자 입을 닫았다. 사무엘의 '망령된 일'이라는 선고가 환호를 짓눌렀다. 야훼의 선지자가 '왕의 나라가 길지 못하리라'고 한 마당에, 환호할 수 있는 자가 몇이나 되겠는가.

백성들의 얼굴에 떠오른 것은 공포였다.

왕이 제사장의 권한을 찬탈했다. 율법을 깨고 번제를 직접 올렸다. 그리고 사무엘이 '망령된 일'이라 선고했다. 이것은 단순한 정치적 다툼이 아니었다. 야훼의 질서가 무너지고 있는 것이었다. 야훼의 질서가 무너지면 — 그 위에 서 있는 모든 것이 무너진다.

공포 옆에 혐오가 앉아 있었다.

"왕이 군복 차림으로 제단에 섰더라."

"에봇도 안 입고? 제사장이 아닌데?"

"그게 왕이야? 그건 찬탈자지."

속삭임이 진영의 구석구석에서 피어났다. 매수된 환호보다 작았으나, 매수된 환호보다 진했다. 진짜 감정은 가짜 감정보다 오래 남는 법이었다.

* * *

길갈의 소식은 기브아에 즉시 전해졌다.

아히노암은 기브아에 남아 있었다. 전장에 따라가지 않은 것은, 전장이 싫어서가 아니라 기브아를 비울 수 없어서였다. 궁정의 살림 — 아히노암의 살림 — 은 하루라도 주인이 비면 돌아가지 않았다.

도엑의 전령이 가져온 보고를 읽은 아히노암의 얼굴이 붉어졌다. 보고의 핵심은 두 가지였다. 첫째, 번제는 계획대로 올렸다. 둘째, 매수된 군중이 환호했으나 나머지 병사들의 반응이 차갑다.

아히노암의 반응은 뜨거웠다.

"반대하는 백성들을 칼로 치지 않고 뭐했어!"

밀실에서 아히노암의 고함이 터졌다. 전령의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시녀 므히다가 문밖에서 움찔했다.

"환호 안 하는 놈들을 그냥 놔둬? 그 자리에서 잡아서 벌을 주든지, 이름을 적어서 나중에 처리하든지, 뭔가를 해야지! 가만히 서서 입 다물고 있는 건 반대야! 침묵이 반대라고!"

아히노암의 논리는 명확했다. 환호하지 않는 것은 곧 반대이며, 반대는 곧 반역이다. 이 논리를 따르면 길갈의 이천 명 중 매수된 백 명을 제외한 전원이 반역자가 되는 셈이었으나, 아히노암에게 그것은 논리의 문제가 아니라 감정의 문제였다.

"왕이 번제를 올렸는데 환호를 안 해? 왕이 야훼 앞에 섰는데 박수를 안 쳐? 그게 백성이야? 그건 적이지!"

아히노암의 히스테리는 네 번째 단계에 도달해 있었다. 네 번째 단계는 — 목소리가 갈라지는 단계. 고음이 한계를 넘어 갈라질 때, 아히노암의 눈에서 눈물이 아니라 핏줄이 돋았다. 분노의 눈물. 이 여자는 슬퍼서 우는 법이 없었고, 분노해서 우는 법만 있었다.

전령은 기브아를 떠나 길갈로 돌아갔다. 아히노암의 전갈을 품에 안고. 전갈의 내용은 양피지에 적히지 않았다. 구두였다. '반대하는 자의 이름을 적어 보고하라.' 글로 남기지 않는 것은 아히노암의 오래된 습관이었다. 글은 증거가 되니까.

* * *

요나단은 길갈에 있었다.

아버지가 피 묻은 군복이 아니라 먼지 묻은 군복으로 제단 앞에 섰을 때, 요나단은 진영 뒤편, 병사들 사이에 섞여 서 있었다. 다른 병사들과 같은 높이에서, 같은 각도로, 아버지를 올려다보았다.

제단 위에 불이 붙는 것을 보았다. 연기가 올라가는 것을 보았다. 매수된 군중이 '왕이야말로 진정한 제사장이다!'라고 외치는 것을 들었다. 그리고 사무엘이 언덕 위에 나타나는 것을 보았다. 노인의 지팡이가 아침 햇살에 빛나는 것을. 노인의 입에서 '왕이 망령된 일을 행하였도다'가 떨어지는 것을.

요나단은 아버지의 얼굴을 보았다. 사무엘의 선고를 듣는 아버지의 얼굴. 거기에 후회가 없었다. 두려움이 없었다. 변명은 있었으나, 변명하는 입 뒤에 있는 눈은 — 계산하고 있었다. '사무엘의 선고를 어떻게 무력화할 것인가'를 계산하고 있었다.

요나단은 그 순간 알았다.

아버지의 왕국이 끝났다.

놉에서 팔십오 명을 죽인 것은 잔인함이었다. 그러나 잔인함은 회개로 돌이킬 수 있었다. 길갈에서 번제를 찬탈한 것은 — 돌이킬 수 없는 것이었다. 야훼의 질서를 왕의 손으로 깨뜨린 것은, 왕이 서 있는 땅을 왕이 직접 무너뜨린 것과 같았다.

그리고 요나단은 동시에 다른 것을 깨달았다.

자신이 왕위를 이을 수 없다는 것을.

아버지의 왕국이 끝나면, 왕자의 왕국도 끝난다. 사울의 아들이 사울의 왕좌를 잇는 것은, 사울의 죄를 잇는 것이기도 했다. 놉의 피와 길갈의 재가 묻은 왕좌에 앉는 것은 — 요나단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할 수 있다 해도 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이을 수 없다. 이어서도 안 된다.

요나단은 이 두 문장을 동시에 삼켰다. 목구멍이 뜨거웠다. 올리브나무 아래에서 토했던 날의 그 뜨거움과 같았으나, 이번에는 토하지 않았다. 토할 것이 없었다. 남은 것은 텅 빈 자각뿐이었다.

길갈의 제단에서 연기가 올라가고 있었다. 아버지의 번제가 만든 연기. 야훼에게 올라가는 연기가 아니라, 야훼로부터 멀어지는 연기. 그 연기가 하늘에서 풀려 사라지는 것을 요나단은 끝까지 지켜보았다.

연기가 사라진 뒤, 하늘이 맑았다.

너무 맑았다. 이제 막 무너진 것의 위에서, 하늘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맑았다.

— 제10장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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