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장 지성소 파괴와 국민저항권 선언

by 차성수

길갈의 친위 쿠데타 이후, 사울의 지지 기반은 쪼개지고 있었다.

열두 지파 중 사울의 편에 분명히 서 있는 것은 베냐민 지파뿐이었다. 그것도 전체가 아니라 일부. 베냐민 지파 안에서도 놉 학살과 길갈 번제 찬탈에 반감을 가진 자들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 지파에서 왕이 나왔다'는 자부심은 강력한 접착제여서, 반감이 있어도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이 접착제의 가장 끈적한 부분이 '사랑의 조회'였다.

기브아 토박이 청년 오십여 명으로 이루어진 자발적 조직. 아침마다 모인다고 하여이름을 사랑의 조회라고 지었다. 사울이 만든 것이 아니었다. 아히노암이 만든 것도 아니었다. 이들은 스스로 모였다. 사울이 왕이 되면서 기브아가 수도가 되었고, 수도의 청년들은 왕의 영광이 곧 자기 영광이라 믿었다. 사울이 암몬을 이기면 자기가 이긴 것 같았고, 사울이 블레셋을 때리면 자기 주먹이 시원했다. 사울의 어퍼컷이 그들의 어퍼컷이었다.

이 결사대의 두목은 강후니아스라는 타락한 성전지기였다. 나이는 들었고 키는 작지만 주먹이 셌으며, 무엇보다 목소리가 컸다. 논리가 아니라 데시벨로 상대를 이기는 종류의 사내. 사울의 어퍼컷을 흉내 내는 것이 특기였고, '사울왕 만세'를 외칠 때 기브아에서 가장 큰 소리를 내는 것이 자랑이었다.

강후니아스가 결사대를 이끌고 움직인 것은, 길갈 사건 이후 보름째 되는 날이었다.

"사무엘 늙은이가 라마에 앉아서 우리 왕을 욕하고 있어!"

강후니아스가 기브아 시장 한복판에서 외쳤다. 주먹을 허공에 치켜들며.

"'왕이 망령되었다'? 누가 망령이야! 블레셋이 쳐들어오는데 제사도 안 올리러 오는 놈이 망령이지! 사무엘이야말로 직무유기자야! 왕이 나라를 지키려고 번제를 올린 건데, 그게 뭐가 잘못이야!"

사랑의 조회 오십 명이 일제히 함성을 질렀다. 시장 사람들이 돌아보았다. 일부는 고개를 끄덕였고, 일부는 고개를 돌렸다. 강후니아스의 논리는 논리라기보다 울분에 가까웠으나, 울분은 논리보다 전염력이 강했다.

"라마로 가자! 사무엘 늙은이한테 백성의 뜻을 보여주자!"

강후니아스의 외침에 결사대가 호응했다. 오십 명의 발이 기브아 남문을 향해 움직였다.

* * *

베냐민 결사대가 라마로 향한다는 소식은 궁정에 즉시 전해졌다.

사울은 알고 있었다. 알고도 막지 않았다.

이것이 핵심이었다. 사울이 결사대에 명령을 내린 것은 아니었다. 강후니아스에게 '라마로 가라'고 지시한 기록은 없었고, 아브넬도 공식적으로는 관여하지 않았다. 그러나 사울은 사랑의 조회의 움직임을 알고 있었고, 한 마디면 막을 수 있었으며, 그 한 마디를 하지 않았다.

아히노암이 말했다.

"당신이 시킨 게 아니잖아요. 백성이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건 왕의 책임이 아니에요. 오히려 좋은 거예요. 왕이 아니라 백성이 사무엘에게 분노하고 있다는 증거가 되니까."

사울은 턱을 긁적였다. 습관의 손짓. 그러나 이번에는 결정을 미루는 긁적임이 아니라, 이미 결정을 내려놓은 뒤의 여유로운 긁적임이었다.

"알아서 하겠지."

이 네 글자가 사울의 묵인이었다. 명령하지 않았으나 허락한 것. 막지 않음으로써 보낸 것. 나중에 문제가 되면 '나는 몰랐다'고 할 수 있는, 비겁한 거리두기.

* * *

라마 성소는 작았다.

기브아의 궁정이나 놉의 성막에 비하면 소박한 곳이었다. 돌담으로 둘러싸인 뜰, 그 안에 제단 하나, 제단 뒤에 성소, 성소 깊숙이 지성소. 지성소에는 사무엘이 반세기 동안 야훼 앞에 엎드렸던 자리가 있었다. 돌바닥이 닳아 움푹 패인 자리. 무릎이 만든 홈.

사무엘은 이곳에서 기도하고 있었다. 놉을 위해. 길갈을 위해. 이스라엘을 위해. 자기가 기름 부은 왕이 미쳐 날뛰는 나라를 위해.

사랑의 조회가 라마에 도착한 것은 정오였다.

오십 명의 청년이 라마 성소 앞에 섰다. 강후니아스가 앞에, 나머지가 뒤에. 돌담 안으로 들어가기 전, 강후니아스는 잠깐 멈칫했다. 라마 성소의 돌담에는 아무런 표식이 없었으나, 돌담 안이 거룩한 곳이라는 것은 몸이 알고 있었다. 베냐민 사람의 뼈에 새겨진 야훼의 공포가, 한 발짝을 멈칫하게 만든 것이다.

그러나 멈칫함은 찰나였다.

"들어간다!"

강후니아스가 돌담의 나무문을 걷어찼다. 빗장이 부서졌다. 오십 명이 뜰로 밀려들었다. 성소 앞에서 기도하던 두 명의 늙은 보좌 제사장이 비명을 질렀다. 사랑의 조회 집단은 제사장을 밀치고 성소 안으로 들어갔다.

사무엘이 지성소에서 나왔다.

노인은 천천히 걸어 나왔다. 지팡이를 짚지 않았다. 허리가 굽지 않았다. 눈이 빛나고 있었다. 반세기의 선지자 생애에서 단련된, 야훼 앞에서만 허리를 굽히는 사람의 등이었다.

"무엇을 하려느냐."

사무엘의 목소리가 성소를 채웠다. 강후니아스가 앞에 섰다. 퇴락한 종교인과 노인이 마주했다. 강후니아스의 소리가 사무엘보다 훨씬 컸으나, 사무엘의 눈이 시므이보다 반세기 깊었다.

"사무엘 선지자, 아니 사무엘 늙은이! 당신이 우리 왕을 모함했어! 망령이라고 했지? 왕이 나라를 지키려고 번제를 올린 걸 망령이라고 했지?"

강후니아스가 사무엘의 가슴을 밀었다. 한 손으로. 노인이 비틀거렸으나 쓰러지지 않았다. 뒤에 있던 결사대원 하나가 사무엘의 등을 밀었다. 사무엘이 한 발짝 물러섰다.

그리고 누군가가 침을 뱉었다.

사무엘의 수염 위에 침이 떨어졌다. 흰 수염 위의 침. 반세기 동안 야훼의 말씀을 전한 입이 달린 수염 위에, 기브아 청년의 침이.

사무엘은 침을 닦지 않았다.

노인은 침이 수염을 적시는 것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열었다. 분노가 아니었다. 슬픔이었다. 이 청년들이 미워서가 아니라, 이 청년들을 이렇게 만든 왕이 자기가 기름 부은 왕이라는 사실이 슬펐다.

* * *

사랑의 조회는 멈추지 않았다.

강후니아스의 뒤를 따라 열여섯 명이 지성소로 밀려들었다. 지성소. 이스라엘에서 가장 거룩한 공간. 대제사장만이 일 년에 한 번 들어가는 곳. 그곳에 기브아의 청년들이 군화를 신고 들어간 것이다.

지성소 안은 어두웠다. 기름등 하나가 벽 위에서 타고 있었고, 그 빛에 지성소의 물건들이 드러났다. 향단 하나. 금촉대 하나. 그리고 나무 궤 하나 — 법궤였다. 증거의 궤. 모세가 시내산에서 받아 내려온 율법의 돌판이 들어 있다고 전해지는 궤.

강후니아스가 지성소를 둘러보았다. 성전지기였지만 들어올 수 없었던 지성소는 — 어둡고 좁은 방에 불과했다. 거룩함은 눈에 보이지 않았다. 냄새는 났다 — 오래된 향과 기름과 돌의 냄새. 그러나 강후니아스의 코에 거룩함의 냄새는 없었다.

"이게 뭐야, 이 좁은 방이 그 대단한 지성소야?"

강후니아스가 비웃었다. 뒤따라 들어온 결사대원들이 킥킥거렸다. 두려움을 비웃음으로 덮는 것. 성소를 모독하는 것이 두려우니까, 더 크게 비웃어서 두려움을 눌러앉히는 것.

누군가가 향단을 걷어찼다. 향단이 넘어지며 바닥에 부딪혔다. 향이 흩어졌다. 다른 누군가가 금촉대를 잡고 흔들었다. 촉대가 벽에서 떨어졌다. 기름이 바닥에 쏟아졌다.

이스라엘 역사상 최초의 지성소 파괴가 일어나고 있었다.

바빌론이 하지 않은 일을. 블레셋이 하지 않은 일을. 이방 민족이 하지 못한 일을, 이스라엘의 청년들이 자기 손으로 하고 있었다. 야훼의 지성소를 야훼의 백성이 파괴하고 있었다.

사무엘은 성소 밖에 서서, 안에서 울려 나오는 파괴의 소리를 듣고 있었다. 향단이 넘어지는 소리. 촉대가 부서지는 소리. 청년들의 비웃음. 노인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침은 닦지 않았으나, 눈물은 제 무게로 흘렀다.

* * *

라마 성소 파괴 소식이 기브아에 전해졌을 때, 궁정은 두 가지 반응으로 갈렸다.

첫째, 당혹. 대부분의 신하들은 지성소 파괴 소식에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아무리 사울의 편이라 해도, 지성소는 넘지 말아야 할 선이었다. 그 선을 넘은 것은 사랑의 조회였으나, 결사대를 막지 않은 것은 사울이었으므로, 책임은 궁정에 있었다.

둘째, 해명. 이 해명을 맡은 것은 뇌물 제사장 아히야였다.

아히야가 기브아 성소의 단 위에 올라서서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

"베냐민의 청년들이 라마 성소에서 행한 일은, 국민저항권의 행사이다."

국민저항권. 이 단어를 아히야가 처음 썼다. 아히야의 논리는 이러했다.

"사무엘 선지자는 왕을 세우는 권한을 야훼로부터 받았으나, 왕을 세운 뒤에는 왕의 권위에 순종해야 한다. 사무엘이 왕을 비판하고 왕의 번제를 부정한 것은, 선지자의 권한을 남용한 것이다. 선지자가 권한을 남용할 때, 백성은 이에 저항할 권리가 있다. 이것이 국민저항권이다. 베냐민의 청년들은 이 권리를 행사한 것이다."

아히야는 뇌물로 제사장 자리를 산 사람이었다. 은 오십 세겔과 자주색 천 스무 필의 무게가 아히야의 혀를 움직이고 있었다. 아히노암에게 뇌물을 바치고 자리를 얻은 자가, 아히노암의 남편을 비판하는 선지자를 공격하는 논리를 만들어주고 있는 것이다. 뇌물의 순환 고리가 완성된 것이었다.

백성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국민저항권? 지성소를 부수는 게 국민저항권이야?"

"그 제사장, 아히야 아냐? 왕비한테 뇌물 준 그 제사장?"

"뇌물 제사장이 국민저항권을 말해. 웃기지도 않아."

* * *

그러나 아히야의 죄는 국민저항권 선언보다 더 깊은 곳에 있었다.

지성소가 파괴되는 난중에, 아히야는 다른 일을 하고 있었다. 사랑의 조회가 라마를 덮친 그날, 아히야는 라마에 동행하지 않았다. 기브아에 남아 있었다. 그러나 아히야의 하인 둘이 결사대에 섞여 라마에 들어갔고, 지성소가 파괴되는 혼란 속에서 — 법궤의 조각을 가져왔다.

법궤의 조각.

결사대가 지성소를 난장판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법궤의 한쪽 모서리가 깨졌다. 강후니아스가 법궤를 발로 찬 것인지, 누군가가 부딪힌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법궤의 아카시아 나무 모서리가 떨어져 나온 것은 사실이었다. 아히야의 하인은 이 조각을 — 증거의 궤, 야훼의 율법이 담긴 궤의 조각을 — 주머니에 넣고 기브아로 돌아왔다.

아히야는 이 조각을 금으로 도금했다.

기브아의 금세공인 헤셀에게 맡겨, 아카시아 나무 조각 위에 얇은 금판을 입혔다. 금판 위에 세밀한 무늬를 새기고, 고리를 달아 목걸이로 만들었다. 법궤의 조각이 장신구가 된 것이다. 야훼의 율법이 담긴 궤가, 왕비의 목을 장식하는 금붙이로 바뀐 것이다.

아히야는 이 목걸이를 아히노암에게 바쳤다.

"왕비마마, 이것은 법궤의 나무로 만든 것이옵니다. 야훼의 축복이 왕비마마의 목에 걸리는 것이오니, 이보다 거룩한 장신구는 세상에 없사옵니다."

아히노암은 목걸이를 받아들었다. 금빛이 기름등에 반짝였다. 아히노암의 눈에 탐욕의 빛이 돌았다 — 금의 무게를 가늠하는 눈. 장신구의 가치를 계산하는 눈. 이것이 법궤의 조각이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아히노암의 계산에 포함되지 않았다.

전대미문의 신성모독이었다.

야훼의 법궤를 쪼개어 왕비의 장신구를 만든 것. 이것은 놉의 학살보다, 길갈의 번제 찬탈보다, 지성소 파괴보다 더 깊은 모독이었다. 그것들은 야훼의 사람과 야훼의 질서를 건드린 것이었으나, 이것은 야훼 자체를 건드린 것이었다. 율법의 돌판이 들어 있었던 궤를 — 장신구로 만든 것이다.

* * *

비밀은 오래 가지 않았다.

금세공인 헤셀은 입이 가벼운 사람이었다. 장인이 대개 그렇듯, 자기가 만든 물건에 대한 자부심이 입을 열게 만들었다.

"내가 법궤 조각으로 목걸이를 만들었지. 아히야 제사장이 가져온 거야. 아카시아 나무에 금을 입히는 게 보통 일이 아니거든. 나무가 습기를 머금으면 금판이 뜨니까, 먼저 기름에 담가서 — "

헤셀이 솜씨를 자랑하다가 입을 틀어막았으나, 이미 늦었다. 옆에서 듣고 있던 것이 벧엘의 상인이었고, 벧엘의 상인은 기브아의 시장에서 물건을 팔고 있었고, 기브아의 시장에서 나온 말은 해가 지기 전에 성문 밖까지 퍼졌다.

"왕비가 신의 궤를 쪼개어 장신구를 만들었다!"

이 한 문장이 이스라엘 전역에 번졌을 때, 반응은 분노가 아니라 경악이었다. 분노는 대상이 사람일 때 나오는 감정이다. 경악은 대상이 인간의 범주를 벗어났을 때 나오는 감정이다. 법궤를 장신구로 만들었다는 것은 —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를 넘어선 것이었다.

"사울은 사탄의 종이다."

이 말이 열두 지파 전역에서 동시에 터져 나왔다. 유다에서, 에브라임에서, 므낫세에서, 잇사갈에서. 같은 말이 같은 시각에 다른 곳에서 나왔다는 것은, 이것이 조직된 것이 아니라 자연 발생한 것이라는 증거였다. 백성들의 심장에서 같은 결론이 동시에 나온 것이다.

* * *

궁정은 패닉에 빠졌다.

아브넬이 수습을 시도했으나, 이번에는 '날리면'도 '기술적 판단'도 통하지 않았다. 법궤의 조각으로 장신구를 만들었다는 물증이 있었다 — 금세공인 헤셀이 작업 과정을 상세히 증언했고, 아히야의 하인이 법궤 조각을 가져온 경위까지 밝혀졌다.

아히노암이 직접 나서기로 했다.

"내가 해명할게요. 직접 나가서 말하면 돼요. 왕비가 직접 백성 앞에 서면, 그 자체로 진정성이 느껴지니까."

사울이 만류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사울이 아히노암을 말렸다.

"나가지 마. 나가면 더 커져."

"가만히 있으면 사실로 굳어요! 내가 직접 부정해야 해요!"

아히노암은 사울의 만류를 뿌리치고 기브아 성문 앞에 나섰다. 백성 수백 명이 모여 있었다. 장로와 상인과 병사와 여인들이 뒤섞인 군중.

아히노암이 입을 열었다.

"여러분, 나는 아히노암입니다. 왕비입니다."

처음 몇 마디는 괜찮았다. 아히노암은 왕비의 위엄을 갖추고 있었다. 목소리가 또렷했고, 자세가 반듯했고, 눈빛이 굳건했다.

"법궤 조각으로 장신구를 만들었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닙니다. 이것은 악의적인 세력이 왕실을 흔들기 위해 퍼뜨린 — "

"그러면 목걸이를 보여줘!"

군중 속에서 목소리가 터졌다. 여자의 목소리였다. 드보라 — 빨래터에서 '율리아 마담' 소문을 처음 퍼뜨렸던 그 과일 장수의 아내 — 의 목소리.

"법궤 장신구가 아니라면, 그 목걸이를 가져와서 보여줘! 보여줄 수 있어?"

아히노암의 눈이 흔들렸다. 목걸이는 밀실에 있었다. 가져올 수 있었다. 그러나 가져오면 — 금세공인의 증언과 대조될 것이었고, 법궤의 아카시아 나무가 금판 아래에서 드러날 것이었다.

"그, 그 목걸이는 왕궁 창고에 보관되어 있어서 지금 가져올 수 없는 상황이고 — "

"가져올 수 없다고? 없어졌어? 아니면 숨긴 거야?"

군중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아히노암의 해명이 해명이 아니라 회피로 들리기 시작했다. 아히노암의 자세가 흔들렸다. 또렷하던 목소리가 갈라지기 시작했다. 왕비의 위엄이 벗겨지고, 그 아래에서 다른 것이 올라오고 있었다.

"내가 — 나는 — 그 목걸이는 아히야 제사장이 준 선물이고, 법궤와는 아무 관련이 없고 — "

"거짓말!"

"헤셀 금세공인이 다 말했어!"

야유가 터졌다. 군중의 얼굴에서 경외가 사라지고, 경멸이 올라오고 있었다. 아히노암은 이 경멸을 견딜 수 없었다. 왕비로서가 아니라, 율리아 마담으로서도 견딜 수 없었다. 기브아 뒷골목 술집에서 상인들의 멱살을 잡아본 경험이 있는 여자. 밀바닥에서 올라온 여자. 이 여자의 본능은 궁지에 몰리면 물어뜯는 것이었다.

아히노암의 가면이 벗겨졌다.

"닥쳐! 이 천한 것들이! 누가 감히 왕비한테 — "

아히노암이 돌아서며 침을 뱉었다. 군중을 향해서가 아니라, 바닥을 향해. 그러나 돌아서는 동작과 침 뱉는 동작이 겹치면서, 군중에게는 자기들을 향해 침을 뱉은 것으로 보였다.

"저거 봐, 왕비가 침을 뱉어!"

"마담 율리아 맞네! 술집 마담이 맞아!"

아히노암은 등을 돌린 채 궁정으로 걸어 들어갔다. 걸음이 빨랐다. 거의 뛰다시피 했다. 등 뒤에서 군중의 야유가 쫓아왔다. 아히노암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 분노의 눈물이 아니라, 이번에는 처음으로, 수치의 눈물이었다.

* * *

사무엘은 라마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지성소가 파괴된 뒤에도, 사무엘은 라마를 떠나지 않았다. 부서진 향단 옆에서 기도했다. 쓰러진 촉대 옆에서 야훼를 불렀다. 깨진 법궤 옆에서 — 더 이상 온전하지 않은 궤 옆에서 — 엎드렸다.

그리고 열두 지파의 장로들에게 최후의 선언을 보냈다. 사무엘의 생애 마지막 공식 선언.

"야훼께서 이 집을 떠나셨다."

짧았다. 그러나 이 선언이 이스라엘에 내린 것은, '너보다 나은 자에게 나라를 주셨다'보다, '왕의 나라가 길지 못하리라'보다 더 무거운 선고였다.

야훼께서 떠나셨다.

왕에게서 떠난 것이 아니라, 이 집에서 떠나신 것이다. '이 집'은 사울의 궁정만이 아니었다. 이 나라. 이 시대. 이 모든 것에서 야훼가 떠나셨다는 선고. 사울을 버린 것이 아니라, 사울과 함께 있는 모든 것을 버리신 것이다.

장로들이 이 선언을 받아들었을 때, 각 지파의 반응은 하나로 수렴되었다.

끝이었다.

사울의 시대가 끝나고 있었다. 기름 부음을 산 자, 전리품을 빼돌린 자, 제사장을 도륙한 자, 번제를 찬탈한 자, 지성소를 파괴하게 둔 자, 법궤를 장신구로 만든 자 — 의 시대가.

* * *

요나단은 기브아를 빠져나왔다.

밤이었다. 보름달이 유다 산지를 비추고 있었다. 요나단은 군복을 벗고 평민의 옷을 입었다. 칼만 허리에 찼다. 성 남문의 야경꾼에게는 '사냥을 나간다'고 말했다. 야경꾼은 왕자의 말을 의심하지 않았다. 의심할 필요가 없었으므로 — 요나단은 한 번도 거짓말을 한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

오늘이 처음이었다.

요나단은 남쪽으로 걸었다. 유다 광야를 향해. 다윗이 있는 곳을 향해.

다윗의 은신처를 알고 있었다. 다윗과 요나단은 궁정에서 함께 지낸 적이 있었다. 다윗이 수금을 타고, 요나단이 칼을 닦던 시절. 다윗이 도망친 뒤에도, 둘 사이에 비밀 연락이 끊어지지 않았다. 아버지 몰래, 어머니 몰래, 아브넬 몰래. 요나단이 이 궁정에서 유일하게 지킨 비밀.

에셀 바위에서 만났다.

다윗이 먼저 와 있었다. 바위 뒤에 앉아, 달빛 아래에서 칼을 닦고 있었다. 요나단이 나타나자 다윗이 일어섰다. 두 사람이 마주 보았다. 말이 먼저 나오지 않았다. 지성소 파괴, 법궤 장신구, '야훼께서 이 집을 떠나셨다' — 이 모든 것이 두 사람 사이의 침묵에 담겨 있었다.

요나단이 먼저 입을 열었다.

"다윗."

"요나단."

"아버지의 왕국이 끝나고 있어."

다윗은 대답하지 않았다. 사실을 부정할 수 없었고, 긍정하면 참람했으므로.

"나는 — 왕위를 네게 넘기겠다고 말하려는 게 아니야."

요나단의 목소리가 떨렸다. 떨림을 감추지 않았다.

"왕위는 내가 줄 수 있는 게 아니야. 그건 야훼가 정하는 거니까. 내가 부탁하고 싶은 건 — "

요나단이 말을 끊었다. 목구멍에 무언가 걸린 것이었다. 말이 아니라 감정이 걸린 것이었다. 삼킨 뒤에 다시 입을 열었다.

"이 나라가 아버지와 함께 죽지 않게 해줘."

다윗의 눈이 흔들렸다. 달빛 아래에서, 요나단의 눈에서 물기가 번지는 것을 보았다.

"아버지가 이 나라를 망가뜨렸어. 사무엘 선지자가 '야훼께서 떠나셨다'고 했어. 그런데 — 이 나라는 아버지의 것이 아니야. 이 나라는 야훼의 것이고, 백성의 것이야. 아버지가 무너져도 나라까지 무너지면 안 돼."

요나단이 다윗의 손을 잡았다. 칼을 쥐던 손이 아니라, 수금을 타던 손을. 그 손이 따뜻했다. 광야의 밤바람 속에서도 따뜻한 손.

"내가 왕이 될 수 없어. 이어서도 안 돼. 아버지의 피가 묻은 왕좌에 내가 앉으면, 그 피가 나한테도 옮아. 그러니까 — 네가 살아남아 줘. 아버지 뒤에 이 나라를 맡아 줘."

다윗은 요나단의 손을 마주 잡았다.

"사울가의 아들과 집안을 영원히 해치지 않겠다."

다윗의 대답이었다. 약속이었다. 그 약속이 지켜질지는 — 아직 아무도 몰랐다. 권력은 약속을 삼키는 법이니까.

두 사람은 에셀 바위 아래에서 서로를 안았다. 요나단이 울었다. 처음이었다. 연무장에서도, 길갈에서도, 올리브나무 아래에서도 울지 않았던 요나단이. 다윗의 어깨 위에서 울었다.

아버지를 위해 울었다. 어머니를 위해 울었다. 이 나라를 위해 울었다. 그리고 자기 자신을 위해 — 왕이 될 수 없는, 이어서도 안 되는, 깨끗하게 죽을 수밖에 없는 자신을 위해 울었다.

달이 유다 산지 너머로 기울고 있었다. 새벽이 오기 전에, 요나단은 기브아로 돌아가야 했다. 돌아가서, 아버지의 궁정에서, 아버지의 아들로서, 마지막까지 서 있어야 했다.

발걸음을 돌리는 요나단의 등 뒤에서, 다윗이 중얼거렸다.

"요나단."

요나단이 돌아보지 않았다. 돌아보면 다시 울 것 같아서.

"살아남아라."

다윗의 말이 바람에 실렸다. 요나단은 듣지 못한 척 걸었다. 살아남으라는 부탁. 그러나 요나단은 이미 알고 있었다 — 자기가 살아남지 못하리라는 것을. 아버지의 왕국이 무너질 때, 아버지의 아들도 함께 무너지리라는 것을.

요나단은 걸었다. 기브아를 향해. 끝을 향해.

— 제11장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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