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장 장님 무사의 최후

by 차성수

블레셋은 기다려주지 않았다.

길갈의 번제 찬탈이 이스라엘 안에서 균열을 만드는 동안, 블레셋의 전차 삼만과 기병 육천과 보병 수만이 믹마스에 진을 쳤다. 해변의 모래 같은 대군이 산지를 덮었다. 이스라엘의 병사들은 바위틈에 숨고 구덩이에 숨고 동굴에 숨었다. 사울 곁에 남은 것은 길갈에서 흩어지지 않은 육백 명뿐이었다.

육백 명으로 블레셋 삼만을 상대해야 했다.

아브넬의 작전은 단순했다. 수비. 기브아에 틀어박혀 블레셋이 물러가기를 기다리는 것. 유능한 장수 갈랄이나 아마사가 있었다면 다른 작전이 나왔을 것이었으나, 아첨꾼 아브넬의 머리에서 나올 수 있는 것은 이것이 전부였다.

요나단은 달랐다.

"아버지, 보세니아 협곡을 통해 믹마스 초소를 기습하면 블레셋의 측면이 뚫립니다. 제가 부장 한 명과 함께 가겠습니다."

사울은 아들을 보았다. 열아홉 살의 청년. 키가 아버지에게 거의 닿았고, 어깨는 아버지보다 넓어지고 있었다. 눈빛은 — 아버지의 것과 전혀 달랐다. 사울의 눈에 계산이 있었다면, 요나단의 눈에는 결의가 있었다. 계산은 돌아갈 길을 남겨놓지만, 결의는 돌아갈 길을 태운다.

"부장 한 명이라니, 미쳤어?"

"둘이면 됩니다. 야훼께서 많은 사람으로 구원하시든 적은 사람으로 구원하시든 막을 자가 없으니까요."

사울은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나 요나단은 허락을 구한 것이 아니었다. 통보한 것이었다. 새벽이 오기 전에 요나단은 부장 한 명과 함께 진영을 빠져나갔다.

* * *

보세니아 협곡은 좁고 가팔랐다. 양쪽이 깎아지른 바위벽이었고, 바위벽 사이로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수 있었다. 협곡의 끝에 믹마스 초소가 있었다. 블레셋 병사 스무 명이 지키고 있었다.

요나단은 협곡을 기어올랐다.

손톱이 갈렸다. 무릎 가죽이 벗겨졌다. 돌에 이마를 부딪혀 피가 흘렀다. 그러나 요나단의 손은 바위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뒤에서 부장이 따라올라왔다. 두 사람의 숨소리만이 새벽의 협곡에 울렸다.

초소에 도달한 것은 해가 뜨기 직전이었다. 블레셋 병사들이 교대 시간에 졸고 있을 때, 요나단의 칼이 빛났다.

스무 명을 베었다. 요나단과 부장 둘이서. 협곡 위의 좁은 땅에서, 한 번에 한 명씩만 덤빌 수 있는 지형을 이용하여, 스무 명을 차례로 쓰러뜨렸다. 피가 바위를 적셨다. 요나단의 팔이 칼의 무게에 떨렸으나, 떨리는 팔이 멈추지는 않았다.

초소가 무너지자 블레셋 진영에 혼란이 퍼졌다. 측면이 뚫렸다는 보고가 들어갔고, 보고는 공포가 되었고, 공포는 동요가 되었다. 야훼가 블레셋 진영에 공포를 보내셨다고 성경은 기록한다. 블레셋 병사들이 서로를 치기 시작했다. 혼란 속에서 아군과 적군의 구분이 무너진 것이다.

사울이 기브아에서 이 소동을 보았다. 블레셋 진영이 소란스러운 것을 보고, 즉시 출격을 명했다. 육백 명이 블레셋에게 덤볐다. 산지에 숨어 있던 이스라엘 사람들이 블레셋이 무너지는 것을 보고 나와 합류했다. 승리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블레셋은 궤멸했다. 믹마스에서 아얄론까지 쫓기며 무너졌다.

실질적 승리는 요나단의 것이었다. 협곡을 기어올라 초소를 무너뜨린 두 사람의 결사 돌격이 삼만 대군을 무너뜨린 것이다. 모든 병사가 이것을 알고 있었다.

* * *

그러나 승전 보고는 달랐다.

아브넬이 작성하고 사울이 승인한 공식 서신. '사울왕이 친히 블레셋을 격파하시고, 믹마스에서 아얄론까지 적을 추격하시니, 야훼의 영광이 이스라엘에 드러나도다.'

요나단의 이름은 또 없었다. 아말렉 때와 같았다. 보세니아 협곡의 기습도, 스무 명의 적병도, 피 묻은 바위도 — 전부 '왕의 영광' 안에 흡수되어 있었다.

요나단은 이번에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이의를 제기할 에너지가 남아 있지 않았다. 공을 빼앗기는 것은 이미 익숙한 일이었고, 익숙한 일에 분노를 낭비할 여유가 없었다. 남은 분노는 더 큰 곳에 써야 했다.

그러나 백성들은 알고 있었다.

"요나단 왕자가 협곡을 올라서 초소를 뚫었다더라."

"왕자와 부장 둘이서 스무 명을 잡았대."

"왕은 기브아에 앉아 있다가 나중에 나갔잖아."

승전 서신은 사울의 공적이었으나, 속삭임은 요나단의 공적이었다. 사울은 양피지를 소유했고, 요나단은 진실을 소유했다. 양피지가 이기는 시대는 아직 끝나지 않았으나, 진실이 이기는 시대가 오고 있었다.

* * *

믹마스의 승리에도 불구하고, 민심은 돌아오지 않았다.

놉의 학살, 길갈의 번제 찬탈, 지성소 파괴, 법궤 장신구 — 이 네 가지가 사울에게 박힌 못이었다. 승리의 환호가 못을 덮을 수는 있었으나, 뽑을 수는 없었다. 환호가 가라앉으면 못이 다시 드러났고, 못은 녹슬어 살 속으로 더 깊이 파고들었다.

사울은 초조해지고 있었다. 밤마다 잠들지 못했다. 연무장에서 어퍼컷을 날리는 횟수가 비정상적으로 늘었다. 하루에 백 번, 이백 번, 허공을 때렸다. 주먹이 부어올랐으나 멈추지 않았다. 때릴 것이 허공밖에 없었으므로.

"전쟁으로 증명해야 해."

사울이 밀실에서 아히노암에게 말했다. 기름등이 흔들리고 있었다. 사울의 목소리에 결기가 아니라 절박함이 실려 있었다.

"야훼가 나를 버렸다고? 사무엘이 그렇게 말했다고? 그러면 전쟁에서 이겨서 보여줘야 해. 야훼가 나를 버리지 않았다는 것을. 내가 아직 왕이라는 것을. 전쟁의 승리가 증거야."

아히노암의 눈이 가늘어졌다. 이 여자의 계산은 빨랐다. 전쟁의 승리로 민심을 돌리겠다는 논리는 —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했다. 암몬 전쟁 이후의 환호를 기억하면 맞았고, 믹마스 이후의 냉담함을 기억하면 틀렸다. 한 번의 승리가 해결하는 시기는 지났다. 그러나 아히노암은 말리지 않았다. 사울을 말리는 것은 이미 불가능한 일이었으므로.

"어디서?"

"길보아."

블레셋이 이즈르엘 평야로 진격하고 있다는 정보가 들어와 있었다. 길보아 산은 이즈르엘 평야의 남쪽 끝에 있었다. 여기서 블레셋을 막거나, 여기서 무너지거나.

사울은 길보아를 택했다. 마지막 도박이었다.

* * *

길보아로 향하는 사울의 군대는 삼만이었다. 징집에 응하지 않는 자가 늘었으나, 블레셋의 침공이라는 위기 앞에서는 사울이 싫어도 나올 수밖에 없었다. 삼만. 적지 않은 수였다. 이 병력이 유능한 지휘관 아래에 있었다면, 블레셋과 맞설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휘부는 이미 박제가 되어 있었다.

총사령관 아브넬. 사울에게 '예'를 가장 빠르게 말하는 사내. 작전 능력은 수비에 한정되어 있었고, 공격 작전은 '돌진하라'는 한 가지뿐이었다.

좌익 지휘관 도엑의 부관 나발. 전투 경험이 없었으나, 도엑의 추천으로 발탁되었다. 도엑이 놉 학살의 공로로 올린 사람이었다.

우익 지휘관 벤소헬. 에리코 지방관에서 전쟁 동원으로 끌려온 관료. 도로 서기관 출신이 야전 지휘관이 된 것은 아히노암의 인사가 만든 기적이었다 — 기적이라 쓰고 재앙이라 읽는.

유능한 장교 하나가 작전 회의에서 의견을 냈다.

"전하, 길보아 산 능선에서 방어선을 구축하고 블레셋을 아래로 유인하여 — "

아브넬이 잘랐다. "왕께서 이미 공격 작전을 결정하셨소. 방어는 검토 대상이 아니오."

사울이 옆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공격. 사울은 늘 공격을 택했다. 칼을 쥔 사내의 본능이었다. 방어는 기다리는 것이고, 기다리는 것은 참는 것이고, 참는 것은 사울이 가장 못하는 것이었다.

유능한 장교는 입을 다물었다. 사울 앞에서 반대 의견을 내는 것은 목숨을 거는 일이라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

* * *

길보아 산에 이스라엘 군이 진을 쳤다.

산 아래로 이즈르엘 평야가 펼쳐져 있었고, 평야 저편에 블레셋의 대군이 보였다. 전차가 평야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말의 울음소리와 쇠바퀴 소리가 바람에 실려왔다.

사울의 병사들은 산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블레셋의 규모를 보고, 절반은 두려움에 떨었고, 나머지 절반은 분노에 떨었다. 그런데 분노의 방향이 블레셋이 아니라 — 사울을 향해 있었다.

"마담의 보석을 위해 죽을 수 없다."

이 말이 병사들 사이에서 퍼지기 시작한 것은 전투 전날 밤이었다. 모닥불 옆에서, 천막 안에서, 보초선에서. 매수된 자의 입이 아니라, 진짜 병사들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아히노암 왕비의 금장신구를 위해, 아히마아스의 올리브 동산을 위해, 우리가 왜 죽어야 하는 건데?"

"놉의 제사장 팔십오 명을 죽인 왕을 위해? 법궤를 목걸이로 만든 왕비를 위해?"

"야훼가 떠나신 왕의 전쟁에서 이길 수 있겠어?"

사보타주가 시작되었다. 병사들이 싸울 의지를 버리고 있었다. 칼을 간 자가 줄었다. 갑옷 끈을 조이지 않는 자가 늘었다. 보초를 서면서 졸았다. 눈을 뜨고 자는 것이 아니라, 눈을 감고 서 있었다.

전장 사보타주. 이것은 반란이 아니었다. 반란은 칼을 들고 왕에게 맞서는 것이다. 사보타주는 칼을 내려놓는 것이다. 들지 않는 것. 싸우지 않는 것. 왕을 위해 죽지 않겠다는 조용한 거부.

사울은 이것을 느끼지 못했다. 연무장에서 어퍼컷을 날리며 스스로를 고무하기에 바빴으므로. 아브넬은 느꼈으나 말하지 않았다. 말하면 어퍼컷이 자기 턱에 올 것이었으므로.

* * *

전투는 새벽에 시작되었다.

블레셋이 평야에서 산으로 밀고 올라왔다. 전차는 산지에서 쓸 수 없었으므로, 보병이 앞장서고 궁수가 뒤에서 화살을 날렸다. 이스라엘에게 유리한 지형이었다. 산 위에서 아래를 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 유능한 지휘관이 있었다면, 이 지형 이점을 활용하여 블레셋을 묶어둘 수 있었을 것이다.

아브넬의 지시는 '돌진하라'였다.

산 위에서 아래로 돌진한 이스라엘 군은 처음에는 기세가 있었다.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달려 내려가는 무게가 칼에 실렸다. 블레셋의 전열이 흔들렸다.

그러나 돌진은 한 번이면 끝이다. 한 번 내려가면, 다시 올라올 체력이 없다.

블레셋의 궁수가 화살을 퍼부었다. 평야에서 산을 향해 날아오는 화살의 밀도가 비와 같았다. 돌진하여 평야까지 내려온 이스라엘 병사들이 화살에 쓰러지기 시작했다. 대열이 끊겼다. 끊어진 대열 사이로 블레셋 보병이 치고 들어왔다.

아첨꾼 장수들이 가장 먼저 도주했다.

우익의 벤소헬이 첫 번째였다. 전투 시작 한 시진 만에 자기 부대를 버리고 산 뒤편으로 달아났다. 도로 서기관의 다리는 전장에서 가장 빠른 다리였다 — 도망치는 방향으로. 좌익의 나발이 두 번째였다. 도엑의 부관은 도엑이 놉에서 보여준 잔인함은 배웠으나, 전장에서의 용기는 배우지 못한 자였다.

아브넬은 도주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휘도 하지 않았다. 사울 곁에 붙어서 왕을 보호하는 것이 자기 임무라고 판단한 것이다. 총사령관이 전장을 보지 않고 왕만 보고 있었다. 전장이 무너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전세가 급변했다. 이스라엘 군의 좌익이 무너지고, 우익이 무너지고, 중앙만 남았다. 중앙에 사울이 있었고, 사울 옆에 아브넬이 있었고, 중앙의 병사들은 — 사보타주의 반대편에 선 자들, 아직 싸울 의지가 남은 자들이었다. 그러나 그들도 좌우가 무너진 것을 보고 흔들리기 시작했다.

* * *

요나단은 싸우고 있었다.

좌익이 무너질 때, 요나단은 중앙에서 좌익으로 달려갔다. 도주하는 나발의 부대를 대신하여, 무너진 전선을 메우려 했다. 요나단의 칼이 블레셋 병사를 베었다. 한 명, 두 명, 세 명. 열 명을 넘기고도 멈추지 않았다. 믹마스의 협곡에서 스무 명을 베었던 칼이 길보아의 산비탈에서 다시 빛나고 있었다.

그러나 요나단은 한 사람이었고, 블레셋은 수만이었다.

병사들이 요나단 곁에서 쓰러졌다. 하나, 둘, 셋. 요나단이 베면 블레셋이 셋이 올라왔고, 셋을 베면 열이 올라왔다. 화살이 빗발쳤다. 요나단의 갑옷에 화살 두 대가 박혔으나, 살까지 뚫지는 못했다.

세 번째 화살이 요나단의 옆구리를 뚫었다.

요나단은 쓰러지지 않았다. 화살촉이 갈비뼈 사이에 박혀 있었으나, 칼을 든 손에서 힘이 빠지지 않았다. 피가 군복을 적셔 내려갔다. 바위 위에 피가 떨어졌다.

요나단은 떠나지 않았다.

아버지의 왕국이 무너지고 있었다. 알고 있었다. 이 전쟁에서 이겨도 아버지의 왕국은 끝이고, 져도 끝이다. 야훼가 떠나신 왕국은 이미 끝난 것이다. 그러나 요나단이 전장에 남은 것은 아버지의 왕국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옆에서 피를 흘리고 있는 병사들.

이름 모를 보졸. 유다의 농부의 아들, 에브라임의 목수의 아들, 므낫세의 어부의 아들. 사울의 징집 명령에 끌려 나온 자들. 사울의 전쟁이 아니라, 나라의 전쟁이니까 나온 자들. '마담의 보석을 위해 죽을 수 없다'고 말하면서도, 블레셋이 이 땅을 짓밟는 것은 참을 수 없어서 칼을 든 자들.

이 병사들을 버리고 갈 수 없었다.

요나단의 죽음은 아버지에 대한 충성이 아니었다. 아버지가 망가뜨린 나라의 병사들을 끝까지 지키려는 선택이었다. 왕의 아들로서가 아니라, 장수로서. 아니, 장수로서도 아니라, 한 사람의 이스라엘 사람으로서.

네 번째 화살이 요나단의 가슴에 박혔다.

요나단은 바위에 등을 기대고 미끄러져 앉았다. 칼이 손에서 빠져나갔다. 피가 바위를 타고 흘러내렸다. 하늘이 보였다. 길보아의 하늘. 맑았다. 길갈에서 번제의 연기가 사라진 뒤의 하늘처럼 맑았다.

* * *

옆에 부장이 있었다. 믹마스 협곡을 함께 올랐던 부장. 부장도 화살을 맞아 피를 흘리고 있었으나, 요나단 곁을 떠나지 않았다.

"왕자……"

"들어."

요나단의 목소리가 작아지고 있었다. 피와 함께 목소리가 흘러나가고 있었다.

"아버지는 장님 무사였어."

부장이 귀를 가까이 가져갔다. 요나단의 입술이 달싹거렸다.

"칼은 들 줄 알았지만, 눈이 없었어. 어디를 베어야 하는지 몰랐어. 적을 베야 하는데 제사장을 베었고, 야훼를 섬겨야 하는데 야훼의 제단을 찬탈했어. 장님이야. 칼을 쥔 장님."

요나단의 손이 바닥의 칼을 더듬었다. 칼날이 손가락에 닿았으나, 잡을 힘이 없었다.

"그리고 어머니는 앉은뱅이 주술사였어."

부장의 눈이 커졌다. 왕비를 그렇게 부르는 것은 — 그러나 왕자가 죽어가고 있었으므로, 반박할 수 없었다.

"어머니는 움직이지 않아. 밀실에 앉아서 움직이지 않아. 앉은 채로 사람을 조종해. 토지를 빼앗고, 관직을 팔고, 제사장을 사고. 앉은뱅이야. 그런데 그 앉은뱅이가 장님 무사를 올라타고 모든 것을 조종했어. 아버지의 칼도, 아버지의 입도, 아버지의 왕국도 — 전부 어머니가 앉은 채로 움직인 거야."

요나단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피와 눈물이 뺨 위에서 만났다.

"장님 무사와 앉은뱅이 주술사가 이 나라를 이 꼴로 만든 거야."

요나단의 목소리가 바람에 실렸다. 길보아의 바람. 전투의 함성과 비명이 뒤섞인 바람 속에서, 요나단의 마지막 말은 부장의 귀에만 닿았다.

"살아남아서……전해줘……"

요나단의 눈이 하늘을 보았다. 맑은 하늘. 야훼가 떠나신 하늘인지, 야훼가 지켜보시는 하늘인지는 — 알 수 없었다. 다만 맑았다.

요나단의 숨이 멎었다.

열아홉 살. 아버지의 칼을 물려받았으나 아버지의 거짓은 물려받지 않은 청년. 어머니의 영리함을 물려받았으나 어머니의 탐욕은 물려받지 않은 청년. 이 궁정에서 유일하게 깨끗했던 칼이 길보아의 바위 위에 떨어졌다.

* * *

사울은 알았다. 아들이 죽었다는 것을.

전장의 소란 속에서, 사울의 귀에 요나단의 이름이 들렸다. '왕자가 쓰러졌다!' 병사의 외침. 사울의 몸이 흔들렸다. 옥좌에서도, 연무장에서도, 나일 강변에서도 흔들리지 않던 거인의 몸이 — 아들의 이름에 흔들렸다.

그러나 슬퍼할 시간이 없었다. 블레셋의 궁수가 사울을 향해 화살을 퍼붓고 있었다. 아브넬이 방패를 들어 사울을 가렸으나, 화살 하나가 사울의 허벅지를 관통했다. 사울이 비틀거렸다.

"전하, 물러나셔야 합니다!"

아브넬이 외쳤다. 사울은 고개를 저었다. 물러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물러날 곳이 없었다. 뒤가 막혀 있었다. 좌익도 우익도 무너졌고, 중앙의 병사들도 흩어지고 있었다. 사울의 주변에 남은 것은 아브넬과 호위병 열여섯 명뿐이었다.

사울은 알았다. 끝이라는 것을.

길보아의 저녁이 오고 있었다. 해가 기울고 있었다. 사울의 그림자가 길어지고 있었다. 키가 큰 사내의 그림자는 길었다 — 항상 그랬듯이. 그러나 이번에는 그림자가 사울보다 먼저 쓰러지고 있었다.

사울은 자기 무기를 드는 자에게 말했다.

"네 칼을 빼어 나를 찔러라. 이 할례 받지 못한 자들이 나를 찌르고 모욕할까 두렵다."

무기를 드는 자는 심히 두려워 찌르지 못했다. 왕을 죽이는 것은 — 야훼의 기름 부음을 받은 자를, 비록 야훼가 버린 자라 해도, 자기 손으로 죽이는 것은 — 차마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사울은 자기 칼을 뽑았다.

칼을 세우고, 칼끝을 자기 배에 대고, 그 위에 몸을 던졌다.

마지막 순간, 사울은 주먹을 쥐어보려 했다. 어퍼컷을. 평생을 함께한 주먹을. 연무장의 어퍼컷, 암몬의 어퍼컷, 나일 강변의 어퍼컷, 궁정의 어퍼컷 — 마지막 어퍼컷을 날려보려 했다.

그러나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이 없었다.

피가 빠져나갔고, 힘이 빠져나갔고, 마지막으로 빠져나간 것은 — 분노였다. 평생을 태운 분노가 사울의 몸에서 빠져나갔다. 분노가 빠진 자리에 남은 것은 텅 빈 고요였다.

사울의 눈이 하늘을 보았다. 길보아의 저녁 하늘. 붉었다. 핏빛이었다. 사울이 흘린 피인지, 요나단이 흘린 피인지, 팔십오 명의 제사장이 흘린 피인지 — 하늘은 구분하지 않았다. 다만 붉었다.

사울의 어퍼컷이 멈추었다.

그리고 요나단의 칼도 멈추었다.

아버지와 아들이 같은 전장에서, 같은 저녁에, 다른 이유로 죽었다. 아버지는 자기 칼 위에 쓰러졌고, 아들은 적의 화살에 쓰러졌다. 아버지는 도망치지 못해서 죽었고, 아들은 도망치지 않아서 죽었다.

길보아의 저녁이 두 사람 위에 내려앉았다. 해가 졌다. 어둠이 왔다.

사울의 왕국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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