놉이 사라진 뒤, 이스라엘의 지도가 달라졌다.
제사장이 없는 성읍이 생겼다. 놉뿐이 아니었다. 놉의 학살 소식이 퍼지자, 각지의 제사장들이 움츠러들었다. 벧엘의 제사장은 성소 문을 걸어 잠그고 나오지 않았다. 실로의 제사장은 가족을 데리고 에브라임 산지로 피신했다. 베엘세바의 제사장은 사울에게 충성 서약서를 보냈다 — 살아남기 위해.
제사장 네트워크가 궤멸한 것이다.
사무엘의 손과 발이 잘려나갔다. 선지자의 말을 각 지파에 전하고, 야훼의 율법을 가르치고, 백성과 야훼를 잇는 제사장들이 죽거나 숨거나 굴복한 것이다. 사무엘은 이제 라마에 홀로 앉은 노인이었다. 목소리는 여전히 크지만, 그 목소리를 전할 입이 사라진 노인.
사울은 이것을 알고 있었다. 아히노암이 매일 아침 보고를 올렸기 때문이다.
"벧엘 제사장이 성소를 닫았어요. 실로 제사장은 도주했고요. 길갈 제사장은 우리 편으로 넘어왔어요."
아히노암의 목소리에 승기를 잡은 자의 활기가 돌아와 있었다. 놉의 학살은 끔찍했으나, 아히노암에게 끔찍함은 결과를 평가하는 기준이 아니었다. 효과가 기준이었다. 그리고 효과는 명백했다 — 제사장들이 사울을 두려워하기 시작했다.
"이제 사무엘은 혼자예요. 입은 있는데 손발이 없는 거지. 지금이 기회예요."
"기회?"
사울이 턱을 긁적였다. 놉의 피 냄새가 아직 기브아의 공기에 남아 있는 듯했으나, 사울의 코는 이미 그 냄새에 익숙해져 있었다.
"사무엘의 입을 닫게 해야 해요."
아히노암의 눈이 가늘어졌다. 기름등 하나가 그 눈을 비추고 있었다. 빛을 빨아들이는 검은 눈.
"놉을 쳐서 제사장들이 겁을 먹었잖아요. 그런데 사무엘은 안 겁먹었어요. 그 늙은이는 야훼 뒤에 숨어 있으니까 칼이 안 통해요. 칼이 안 통하면 — 다른 걸로 쳐야 해요."
"다른 거라면?"
"권위요. 사무엘의 권위를 빼앗아야 해요. 제사장은 죽였으니, 이제 제사 자체를 빼앗는 거예요."
* * *
아히노암의 계획이 완성되기까지는 며칠이 더 걸렸다. 그 며칠 동안 아히노암은 예민해져 있었다. 놉 학살 이후 백성들의 시선이 날카로워진 것을 정보망이 전하고 있었고, 아히노암은 그 시선이 자기 뒤통수에 꽂히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어느 밤, 사울이 연무장에서 돌아오자 아히노암이 폭발했다.
"저 늙은이 입을 닫게 하지 않으면 당신 목소리가 날아간다고요!"
사울은 군화를 벗다 말고 아내를 돌아보았다. 아히노암의 얼굴이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히스테리였다. 이 여자의 히스테리에는 단계가 있었다 — 첫째, 목소리가 높아진다. 둘째, 손이 떨린다. 셋째, 눈에 핏줄이 선다. 지금은 셋째 단계였다.
"사무엘이 라마에서 뭐라 하는지 알아요? '사울은 야훼의 기름 부음을 받은 자가 아니라, 사탄의 기름 부음을 받은 자'라고 하고 있어요! 그 말이 벧엘까지 퍼졌어요! 길갈까지 퍼졌어요! 우물가에서 여자들이 그 말을 하고 있다고요!"
사울의 턱이 굳어졌다.
"그 소리를 듣고 그냥 앉아 있을 거예요? 연무장에서 어퍼컷이나 날리고 있을 거예요? 놉을 쳤으면 끝까지 가야지, 반만 가면 뭐 해요! 제사장을 죽여놓고 선지자를 놔두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어요!"
"사무엘을 죽이자는 거야?"
사울의 물음에 아히노암이 멈칫했다. 그 멈칫함은 '죽이자는 것이 아니다'라는 부정이 아니었다. '죽이는 것보다 효과적인 방법이 있다'는 계산의 멈칫함이었다.
"죽이면 순교자가 돼요. 순교자는 산 사람보다 위험해요. 죽이지 않고 — 쓸모없게 만들어야 해요."
"어떻게?"
"제사 권한을 빼앗는 거예요. 사무엘이 제사를 주관하는 것은, 선지자이기 때문이에요. 왕이 직접 제사를 주관하면 — 선지자는 필요 없어져요."
사울의 눈동자가 좌우로 흔들렸다. 계산의 눈이었다. 그러나 이 계산은 사울 혼자 하기에는 복잡했다. 왕이 제사를 직접 올리는 것은 율법의 근본을 건드리는 일이었다. 율법에 따르면, 번제를 올리는 것은 제사장의 고유 권한이었고, 왕은 제사를 '요청'할 수 있을 뿐 '집행'할 수는 없었다.
"도엑을 불러요."
아히노암이 말했다. 사울이 고개를 갸웃했다.
"도엑을? 왜?"
"도엑이 놉에서 칼을 잘 썼잖아요. 이번에는 칼이 아니라 머리를 써달라고 해야 해요. 그 사람이 의외로 계략에 밝아요. 아브넬보다 나아요."
* * *
기브아 남문 밖, 성벽에서 이백 걸음 거리에 식당 하나가 있었다.
식당이라 부르기엔 허름했다. 나무 기둥 넷에 짚 지붕을 얹은 구조. 안쪽에 탁자 다섯이 놓여 있었고, 뒤편에 뒷방이 하나 있었다. 이 뒷방이 중요했다. 문이 있었고, 문 안쪽에서 빗장을 걸 수 있었으며, 밖에서는 안의 대화가 들리지 않았다. 블레셋 상인들이 밀거래를 할 때 쓰는 방이었다는 이야기도 있었고, 기브아의 밤장사꾼들이 주사위 노름을 할 때 쓰는 방이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날 밤, 이 뒷방에 세 사람이 앉았다.
사울. 아브넬. 도엑.
궁정이 아니었다. 궁정의 작전회의실이 아니었다. 성 밖 식당의 뒷방이었다. 왕이 성 밖 식당에서 회의를 하는 것은 전대미문의 일이었다. 이것 자체가 비선 회의의 증거였다 — 궁정에서 하면 기록이 남고, 기록이 남으면 증거가 되니까.
도엑이 탁자 위에 음식을 올렸다. 빵 사이에 고기를 넣은 음식이었다. 에돔식 먹거리. 보리빵을 반으로 가르고, 그 안에 양고기 구운 것을 끼워 넣은 것이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잘 먹지 않는 방식이었으나, 도엑은 에돔 사람이었으므로.
세 사람이 빵 사이의 고기를 뜯으며 계획을 세웠다. 왕과 군사령관과 전직 목자감독이 식당 뒷방에서 이물 섞인 음식을 먹으며 제사 찬탈 시나리오를 짜고 있는 광경은 — 누가 보았다면 이스라엘의 정치 만화에 들어갈 만한 장면이었다.
* * *
도엑이 말을 먼저 꺼냈다.
이 자리에서 도엑이 주도한다는 것 자체가 기이한 일이었다. 도엑은 현재 궁정의 신하가 아니었다. 놉 학살 이후 공식 직위는 '전 목자감독'이었다. 정규 군인도 아니었고, 서기관도 아니었고, 장로도 아니었다. 성 밖에서 왕의 비밀 임무를 수행하는, 직함 없는 자. 그런 자가 왕과 군사령관 앞에서 시나리오를 짜고 있었다.
"길갈에서 하시면 됩니다."
도엑이 고기를 씹으며 말했다. 입 안에 고기가 있는 상태에서 나오는 말은 약간 뭉개져 있었으나, 내용은 또렷했다.
"블레셋이 믹마스에 진을 쳤습니다. 전투가 코앞이오. 전투 전에 번제를 올려야 하는 것은 관례입니다. 번제를 주관하는 것은 원래 사무엘이지요. 사무엘을 길갈로 부릅니다. '7일 안에 오라'고."
아브넬이 끼어들었다. "사무엘이 오면 어떡합니까. 오면 제사를 주관할 텐데."
도엑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올라갔다 내려갔다. 빠르게. 아히노암의 칼날 미소와 닮은, 그러나 더 무딘 미소.
"안 오면 좋고, 오더라도 — 늦게 오게 만들면 됩니다."
"늦게?"
"7일이라는 기한을 줍니다. 사무엘 앞에서는 '7일을 기다리겠다'고 합니다. 그런데 7일을 채우지 않고, 6일째나 7일째 아침에 왕이 직접 번제를 올리는 겁니다. '사무엘이 오지 않아서 내가 올릴 수밖에 없었다'는 명분이 생기지요. 실제로 사무엘이 7일째 오후에 도착하면 — 이미 제사는 끝나 있고, 왕이 직접 번제를 올린 선례가 만들어집니다."
사울이 고기를 씹는 것을 멈추었다. 도엑을 보았다. 이 에돔 사람의 눈에는 여전히 표정이 없었으나, 계략의 윤곽은 선명했다.
"만약 사무엘이 정확히 7일째에 오면?"
"그래서 '기다림'을 연출해야 합니다. 병사들에게 먼저 불안을 퍼뜨립니다. '사무엘이 안 온다', '전쟁이 코앞인데 제사도 못 올리고 있다', '이러다 블레셋한테 당한다'. 병사들이 동요하면, 왕이 어쩔 수 없이 직접 번제를 올리는 것처럼 보이게 합니다. '백성이 흩어지려 해서 부득이하게' — 이 명분이면 됩니다."
아브넬이 고개를 끄덕였다. 천천히, 무겁게. 이 계획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었으므로. 왕이 번제를 직접 올리는 것은 — 제사장의 권한을 왕이 찬탈하는 것이었다. 율법의 근본을 뒤집는 것이었다. 사무엘의 권위를 실질적으로 폐지하는 것이었다.
쿠데타였다. 칼이 아니라 제단으로 하는 쿠데타.
* * *
도엑의 시나리오에는 두 번째 단계가 있었다.
"번제를 올린 뒤, 백성의 반응을 만들어야 합니다."
"반응을 만든다?"
"왕이 번제를 올리면, 사무엘 측에서 '왕이 제사장의 권한을 침범했다'고 비판할 것입니다. 이 비판을 묻어버리려면, 찬성의 목소리가 더 커야 합니다. 미리 사람을 심어두는 겁니다."
도엑이 빵 부스러기를 탁자에서 쓸어내며 말을 이었다.
"길갈에 모인 병사들 사이에 우리 사람을 이백 명 정도 배치합니다. 왕이 번제를 올리는 순간, 이 사람들이 일제히 환호합니다. '왕이야말로 진정한 제사장이다!' — 이 구호를 외치게 합니다. 미리 연습시켜서, 한 사람이 외치면 나머지가 따라 외치게. 이백 명이 동시에 외치면, 나머지 병사들도 따라 외칩니다. 군중은 원래 그래요. 큰 소리를 따라가게 되어 있습니다."
사울의 손이 탁자 위에서 꿈틀거렸다. 주먹이 쥐어졌다 펴졌다. 어퍼컷의 전조.
"이백 명이면……은이 얼마나 드느냐."
도엑이 손가락을 꼽았다. "한 사람당 은 반 세겔이면 충분합니다. 배고픈 용병들이니까. 이백 명이면 은 백 세겔. 아히마아스 어르신의 창고에서 보면 먼지 같은 금액이지요."
사울이 아브넬을 보았다. 아브넬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울이 도엑을 보았다. 도엑은 고기를 씹고 있었다.
"좋다."
사울이 말했다. 한 글자였다. 그러나 그 한 글자에 이스라엘의 종교적 질서가 뒤집히는 무게가 실려 있었다.
"길갈에서 한다."
세 사람은 빵 사이의 고기를 마저 먹었다. 도엑이 손가락의 기름을 빵 조각에 닦았다. 아브넬이 물을 마셨다. 사울은 탁자 아래에서 주먹을 쥐었다 폈다 했다.
식당 뒷방의 기름등이 흔들렸다. 바깥에서 바람이 불어온 것인지, 안에서 숨결이 흔든 것인지. 세 사람의 그림자가 벽에 크게 졌다가 작아졌다가 했다. 커질 때는 괴물의 형상이었고, 작아질 때는 쪼그라든 쥐의 형상이었다.
* * *
사울이 식당에서 궁정으로 돌아온 것은 자정이 지난 뒤였다.
남문을 통과할 때 야경꾼이 왕에게 고개를 숙였으나, 사울은 보지 않았다. 궁정 뜰을 가로지를 때 야경 교대 중인 병사가 경례했으나, 사울은 보지 않았다. 사울의 눈은 앞도 옆도 보지 않고, 어딘가 먼 곳을 보고 있었다. 길갈을. 아직 올리지 않은 번제의 연기를. 아직 외치지 않은 '왕이야말로 진정한 제사장이다'라는 함성을.
사울의 눈빛이 달라져 있었다.
식당에 가기 전의 사울은 불안한 왕이었다. 놉의 피에 찌든 손을 감추며, 사무엘의 비판에 흔들리며, 아내의 히스테리에 떠밀리는 왕. 그러나 식당에서 돌아온 사울의 눈에는 — 결심이 앉아 있었다. 불안을 넘어선 자의 눈빛. 선을 넘기로 한 자의 눈빛.
놉에서 제사장 팔십오 명을 죽인 것은 선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사람을 죽이는 선이었다. 길갈에서 번제를 직접 올리는 것은 다른 종류의 선이었다 — 야훼의 율법을 왕의 손으로 꺾는 선. 사람의 목숨을 끊은 것에서, 신의 질서를 끊는 것으로. 사울의 칼이 한 단계 더 올라가려 하고 있었다.
* * *
요나단은 잠들지 않고 있었다.
자정이 지나도록 아버지가 돌아오지 않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버지가 저녁 식사 후 궁정을 나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디로 갔는지는 모르고 있었다.
요나단이 알고 있는 것은 한 가지였다. 정식 작전회의실이 비어 있었다.
저녁 무렵, 요나단은 아버지를 찾아 궁정을 돌았다. 아버지의 방에 없었다. 연무장에 없었다. 옥좌의 방에 없었다. 그리고 작전회의실에도 없었다. 작전회의실의 문이 열려 있었고,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탁자 위에 놓인 양피지 지도에 먼지가 앉아 있었다. 오늘 아무도 이 방에 들어오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아버지가 궁정 밖에서 회의를 하고 있다.
요나단은 이것을 직감했다. 정식 회의실을 놔두고 밖에서 회의를 한다는 것은, 기록에 남기기 싫은 일을 논의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놉의 학살 명령은 옥좌의 방에서 내려졌다. 그것은 최소한 궁정 안에서, 신하들이 배석한 자리에서 이루어진 것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궁정 밖이다. 놉보다 더 감춰야 하는 일이라는 뜻이었다.
놉보다 더 감춰야 하는 일이 무엇일 수 있는가.
요나단은 자기 방 침상에 누워 천장을 보았다. 흙 천장의 갈라진 틈새로 바람이 새어 들어왔다. 차가운 바람이었다. 요나단은 이불을 끌어올리지 않았다. 추위가 머리를 맑게 해주었으므로.
아버지가 갈 수 있는 곳을 생각했다. 아브넬의 집. 가능하지만, 아브넬의 집은 성 안이고 사람 눈이 많다. 아히마아스의 저택. 가능하지만, 반나절 거리라 자정 전에 돌아올 수 없다. 성 밖의 어딘가. 이것이 가장 가능성이 높았다.
그리고 누구와 함께인지를 생각했다. 아브넬은 확실했다. 아브넬 없이 아버지가 군사적 결정을 내린 적은 없었다. 그리고 한 사람 더. 놉 이후로 아버지 곁에 붙어 있는 그림자. 도엑.
도엑이라는 이름이 떠오르는 순간, 요나단의 등줄기에 차가운 것이 흘렀다.
도엑은 놉에서 팔십오 명을 죽인 자였다. 그 자가 아버지와 성 밖에서 만나고 있다. 정식 회의실이 아니라 어둠 속에서. 기록 없이. 증인 없이.
* * *
남문 쪽에서 발소리가 들려왔을 때, 요나단은 잠든 척하고 있었다.
아버지의 발소리였다. 사울의 걸음은 특유의 리듬이 있었다 — 무겁고, 성큼성큼하고, 땅을 찍듯 딛는 걸음. 그런데 오늘 밤의 발소리에는 무언가가 더해져 있었다. 빠름. 사울의 걸음이 빠른 것은, 마음이 급한 것이 아니라 결심이 선 것이었다. 느릿느릿하던 발걸음에 방향이 잡히면 빨라지는 것이 사울의 패턴이었다.
요나단은 침상에서 눈을 감고 귀를 열었다. 아버지가 복도를 지나갔다. 어머니의 방으로 들어갔다. 문이 닫혔다.
잠시 후, 어머니의 목소리가 벽 너머로 새어 나왔다.
"어떻게 됐어요?"
아버지의 목소리. "됐어. 길갈에서 한다."
"도엑이 뭐래요?"
"그 사람이 시나리오를 짰어. 블레셋 전투 전 번제를 명분으로, 사무엘을 부르되 7일 기한을 주고, 기한 전에 내가 직접 올리는 거야. 군중도 이백 명 동원한다고 했어."
어머니의 침묵. 계산의 침묵이었다. 그리고.
"됐어요. 좋아요. 이번에는 제대로 해요. 놉처럼 피를 안 묻히고, 깨끗하게. 제단 위에서 끝내는 거예요."
요나단은 눈을 감은 채 주먹을 쥐었다. 이불 속에서. 아무도 보지 못하는 곳에서.
길갈. 번제. 사무엘의 권위를 찬탈하겠다는 것이다. 놉에서 제사장의 몸을 죽였으니, 이번에는 제사장의 권한을 죽이겠다는 것이다.
요나단은 알았다. 이것이 쿠데타라는 것을. 칼의 쿠데타가 아니라 제단의 쿠데타. 피 대신 연기로, 칼 대신 제물로, 야훼의 질서를 왕의 질서로 뒤집는 것.
* * *
요나단은 밤새 뒤척였다.
침상 위에서 왼쪽으로 뒤집고, 오른쪽으로 뒤집고, 천장을 보고, 벽을 보았다. 어느 쪽을 보아도 같은 풍경이었다 — 아버지가 식당에서 돌아와 달라진 눈빛으로 어머니에게 보고하는 장면.
'됐어. 길갈에서 한다.'
그 목소리에 불안이 없었다. 놉 학살을 명할 때의 칼날 같은 단호함도, '바로 새끼' 실언 때의 통제 불능의 분노도 아니었다. 오늘 밤 아버지의 목소리에 있었던 것은 — 쾌감이었다. 계획이 세워지고, 방향이 잡히고, 실행만 남았을 때의 쾌감. 사냥감을 발견한 짐승의 흥분.
요나단은 이 쾌감이 두려웠다.
아버지가 분노할 때는 차라리 나았다. 분노는 통제를 잃은 것이니까. 통제를 잃은 사람은 후회할 수 있고, 후회하면 멈출 수 있다. 그러나 쾌감은 달랐다. 쾌감은 통제 안에 있었다. 계산하고, 설계하고, 실행하는 과정 전체를 즐기는 것이었다. 이 쾌감에는 후회가 끼어들 틈이 없었다.
아버지가 즐기고 있다.
놉의 학살은 — 혹시, 이것도 즐겼을까?
요나단은 그 생각을 밀어냈다. 밀어냈으나 돌아왔다. 밀어냈으나 또 돌아왔다. 밤새 밀고 돌아오고 밀고 돌아오고.
새벽빛이 창 틈으로 스며들 무렵, 요나단은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일어났다. 파국이 오고 있다는 것은 알았다. 그러나 파국을 막을 수 있는지, 막아야 하는지, 막으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 알지 못했다.
요나단은 세수를 했다. 찬물로 얼굴을 씻었다. 물이 턱을 타고 흘러내렸다. 거울 대신 놋 대야에 비친 자기 얼굴을 보았다. 수면 부족으로 눈 아래가 어둡고, 입술이 말라 있고, 눈빛이 — 아버지의 눈빛을 닮아가고 있었다. 불안한 눈빛이 아니라, 무언가를 감추고 있는 눈빛이.
요나단은 놋 대야를 뒤집었다. 자기 얼굴을 더 보고 싶지 않았다.
궁정 밖에서 새가 울었다. 아침이 오고 있었다. 길갈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 제9장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