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장 압살롬의 실수

by 차성수

후새가 들어왔다.

그는 다윗의 오랜 친구였다. 적어도 사람들은 그렇게 알고 있었다. 그러나 진실은 달랐다. 후새는 다윗이 도망치기 전에 심어놓은 간첩이었다. 압살롬 곁에 남아서 아히도벨의 계략을 무너뜨리라는 명령을 받은 자였다.

"왕이시여 만세! 왕이시여 만세!"

후새가 압살롬에게 절하며 외쳤다. 압살롬은 그를 의심스럽게 바라보았다.

"이것이 네 친구에게 대한 은혜냐? 어찌하여 네 친구와 함께 가지 않았느냐?"

후새가 대답했다.

"그렇지 않습니다. 야훼와 이 백성과 이스라엘 모든 사람이 택한 자, 그에게 내가 속하고 그와 함께 있을 것입니다. 또 내가 누구를 섬기겠습니까? 그의 아들 앞에서 아니겠습니까? 전에 왕의 아버지를 섬긴 것 같이 이제 왕을 섬기겠습니다."

압살롬은 고개를 끄덕였다. 후새의 말이 그럴듯했다. 권력이 바뀌면 충성도 바뀌는 법이니까.

아히도벨은 후새를 지켜보았다. 무언가 수상했다. 그러나 증명할 방법이 없었다.

* * *

"후새여, 아히도벨의 계략이 이러하니 네 의견은 어떠하냐?"

압살롬이 물었다. 아히도벨의 계략, 즉 일만 이천 군사로 오늘 밤 다윗을 추격하여 죽이자는 것이었다.

후새는 심호흡을 했다. 지금이 기회였다. 아히도벨의 계략을 무너뜨려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다윗은 죽을 것이다.

"이번에는 아히도벨의 계략이 좋지 않습니다."

아히도벨의 얼굴이 굳어졌다. 후새가 반론을 제기한 것이다.

"왕께서는 아버지와 그 부하들이 용사인 것을 아십니다. 그들은 지금 새끼를 빼앗긴 들의 암곰처럼 격분해 있습니다. 또 왕의 아버지는 전쟁에 익숙한 사람이라 백성과 함께 유숙하지 않을 것입니다."

후새는 말을 이어갔다.

"보십시오, 다윗은 지금 어떤 구덩이나 다른 곳에 숨어 있을 것입니다. 만일 처음에 그들이 우리 편 몇 사람을 죽이면, 듣는 자가 말하기를 '압살롬을 따르는 백성이 패했다' 할 것입니다. 그러면 사자 같은 마음을 가진 용사라도 낙심할 것입니다. 온 이스라엘이 왕의 아버지가 용사인 것과 그와 함께 있는 자들이 용사인 것을 아나이다."

압살롬은 고개를 끄덕이며 들었다. 후새의 말도 일리가 있어 보였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제 계략은 이러합니다. 단에서 브엘세바까지 온 이스라엘을 왕께 모으소서. 바닷가 모래처럼 많이. 그리고 왕께서 친히 전쟁에 나가소서. 그리하면 다윗이 어디 있든지 우리가 그를 찾아내어, 마치 이슬이 땅에 내리듯 그를 덮칠 것입니다. 그와 함께 있는 모든 자 중 하나도 남기지 않을 것입니다."

* * *

아히도벨은 분노를 삼켰다.

후새의 계략은 어리석었다. 온 이스라엘을 모으려면 시간이 걸린다. 그 시간 동안 다윗은 요단 동편으로 건너가 세력을 규합할 것이다. 각 지방의 충성파들이 모여들 것이다. 지금 당장 약할 때 쳐야 하는데, 시간을 주면 안 된다.

그러나 후새의 말은 교묘했다. 압살롬의 허영심을 건드렸다. "왕께서 친히 나가소서." "바닷가 모래처럼 많은 군대를." 웅장한 승리의 그림을 그려 보인 것이다.

아히도벨은 반박하려 했다.

"왕자님, 지금 추격하지 않으면..."

그러나 압살롬은 손을 들어 그를 제지했다.

"후새의 계략이 아히도벨의 계략보다 낫다."

그 한마디에 아히도벨의 세계가 무너졌다.

야훼께서 아히도벨의 좋은 계략을 파하사 압살롬에게 화를 내리려 하셨기 때문이라고 기록은 전한다. 그러나 진실은 더 단순했다. 압살롬은 허영심에 눈이 멀었고, 후새는 그것을 이용한 것이다.

* * *

아히도벨은 회의장을 나섰다.

그의 발걸음은 무거웠다. 평생을 바쳐 쌓아온 지혜가 한순간에 무시당한 것이다. 그것도 후새라는 자의 허황된 말 한마디에.

아히도벨은 결말을 알았다.

다윗은 도망칠 것이다. 요단 동편으로 건너가 세력을 모을 것이다. 마하나임에서 군대를 정비할 것이다. 그리고 반격할 것이다.

압살롬은 패할 것이다. 허영심에 눈이 멀어 기회를 놓친 대가를 치를 것이다.

그리고 아히도벨 자신은... 반역자로 처형될 것이다.

다윗은 용서하지 않는다. 한때 가장 신뢰했던 참모가 배신했다. 그것을 다윗이 용서할 리 없다. 잡히면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죽을 것이다. 온 가문이 멸족당할 것이다.

아히도벨은 자신의 운명을 직시했다.

* * *

후새는 즉시 행동에 나섰다.

그는 제사장 사독과 아비아달에게 전갈을 보냈다. 그들은 다윗의 충성파였다. 아들들을 통해 다윗에게 메시지를 전할 수 있었다.

"오늘 밤 광야 나루터에서 유숙하지 마시고, 급히 건너가소서. 왕과 함께 있는 모든 백성이 삼킴을 당할까 두렵습니다."

제사장의 아들 요나단과 아히마아스가 달려갔다. 그들은 엔로겔에 숨어 있다가 여종의 전갈을 받고 다윗에게 향했다.

그러나 한 소년이 그들을 보고 압살롬에게 알렸다. 추격자들이 뒤따랐다. 요나단과 아히마아스는 바후림 어느 사람의 집으로 도망쳐 우물에 숨었다. 그 집 여인이 우물 뚜껑을 덮고 보리를 펴서 숨겼다.

추격자들이 와서 물었다.

"아히마아스와 요나단이 어디 있느냐?"

여인이 대답했다.

"그들이 시내를 건너갔습니다."

추격자들은 찾지 못하고 돌아갔다. 요나단과 아히마아스는 우물에서 올라와 다윗에게 달려가 후새의 전갈을 전했다.

"일어나 급히 물을 건너소서. 아히도벨이 이러이러한 계략을 내었나이다."

다윗과 그와 함께한 모든 백성이 일어나 요단을 건넜다. 새벽이 밝을 때까지 요단을 건너지 못한 자가 하나도 없었다.

* * *

아히도벨은 고향 길로로 돌아갔다.

그의 마음은 텅 비어 있었다. 평생을 바쳐 추구했던 것들이 모두 무의미해졌다. 통일 왕국의 꿈, 정의로운 나라의 이상, 다윗에 대한 복수.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었다.

아히도벨은 자신의 집에 도착했다. 가족들이 그를 맞이했다. 그들의 평화로운 얼굴을 보며 아히도벨의 마음이 무거워졌다.

내가 잡히면 이들도 죽을 것이다. 반역자의 가문은 멸족당한다. 처자식, 손자손녀, 모든 친족이 칼날 아래 죽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 가문에 대한 처벌이 가벼워질 수도 있다. 반역의 주모자가 이미 죽었으니, 그 가족까지 죽일 필요가 있겠는가.

아히도벨은 마지막 결정을 내렸다.

* * *

아히도벨은 서재에 앉아 지난 세월을 돌아보았다.

다윗을 처음 만났던 날. 골리앗의 진실을 알았던 날. 그럼에도 다윗에게서 가능성을 보았던 자신. 통일 왕국의 꿈을 품고 다윗을 도왔던 자신.

그러나 다윗은 변하지 않았다. 아니, 변한 적이 없었다. 처음부터 그는 권력만을 추구하는 자였다. 통일 왕국 따위는 관심 없었다. 유다의 패권, 자신의 권력, 그것이 전부였다.

아히도벨은 밧세바를 떠올렸다. 자신의 손녀. 다윗에게 범해지고, 남편을 잃고, 첫 아이까지 잃은 여인. 그녀는 지금 왕궁에 있다. 다윗의 아내로. 솔로몬의 어머니로.

그녀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원수의 아내로, 원수의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그 고통을 어떻게 견디고 있을까?

아히도벨은 편지를 썼다. 마지막 편지.

"나는 이상을 꿈꾸었으나 현실 앞에서 좌절했다.

나는 완벽한 통일 왕국을 만들려 했으나 분열의 씨앗만 뿌렸다.

나는 모든 지파의 평등을 원했으나 또 다른 편파의 길을 택했다.

베냐민 출신으로서 유다의 패권주의에 맞서려 했지만, 결국 나 역시 지파적 이기주의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다윗이 만든 이 유다 중심의 체제는 그의 아들 대까지 이어질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억눌린 북쪽 지파들의 분노가 폭발하여 왕국이 둘로 나뉠 것이다.

나의 예언이 틀리기를 바라지만, 인간의 탐욕과 편견은 그렇게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이제 나는 내 자신의 마지막 선택을 하련다.

이 모든 비극에서, 이 모든 권력의 게임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 * *

아히도벨은 집안일을 정리했다.

재산을 나누고, 유언을 남기고, 가족들에게 작별을 고했다. 그들은 무슨 일인지 몰랐다. 아히도벨은 말하지 않았다.

해가 지는 서쪽 하늘을 마지막으로 바라보았다. 붉은 노을이 지평선을 물들이고 있었다. 아름다웠다. 그러나 아히도벨의 눈에는 피처럼 보였다. 다윗이 흘린 피, 자신이 흘리게 한 피.

아히도벨은 목을 매달았다.

그의 시체는 아버지의 묘에 장사되었다. 이스라엘에서 가장 지혜로웠던 참모, 그러나 역사에는 반역자로 기록된 자의 최후였다.

* * *

나단은 아히도벨의 죽음 소식을 들었다.

그는 예루살렘을 떠나지 않았다. 압살롬의 반란이 일어났을 때, 다윗을 따라 도망가지 않고 예루살렘에 남았다. 누가 이기든 살아남기 위해서였다.

나단은 아히도벨이라는 자를 생각했다. 다윗의 가장 지혜로운 참모. 그의 조언은 신의 말씀처럼 여겨졌다. 그런 자가 반역을 일으키고, 실패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어리석은 자. 나단은 생각했다. 권력의 게임에서 이기려면 때를 알아야 한다. 다윗은 아직 강하다. 그를 상대로 반역을 일으키다니. 어리석은 선택이었다.

나단은 다른 길을 택할 것이다. 정면으로 부딪히지 않고, 권력의 뒤에서 조종한다. 왕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왕의 후계자를 정한다. 그것이 진정한 권력이다.

밧세바와 솔로몬. 나단은 그들에게 투자할 것이다. 다윗이 죽으면 솔로몬이 왕이 되도록. 그리고 자신은 그 뒤에서 왕국을 움직인다.

아히도벨은 죽었지만, 나단은 살아남았다. 그것이 중요했다.

살아남는 자가 승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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