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은 마하나임에서 세력을 규합했다.
아히도벨의 예언대로였다. 시간을 번 다윗은 요단 동편의 충성파들을 모았다. 길르앗 사람들이 찾아왔다. 암몬 족속의 랍바에서 나하스의 아들 소비가 왔다. 로드발에서 암미엘의 아들 마길이 왔다. 로글림 출신 길르앗 사람 바르실래가 왔다.
그들은 침상과 대야, 질그릇, 밀과 보리, 밀가루와 볶은 곡식, 콩과 팥, 꿀과 엉긴 젖, 양과 치즈를 가져왔다. 다윗의 군대를 먹이기 위해서였다.
"백성이 광야에서 시장하고 곤하고 목마를 것입니다."
그들이 말했다. 다윗은 감사했다. 아니, 감사하는 척했다. 그의 머릿속에서는 이미 다음 계획이 돌아가고 있었다.
* * *
다윗은 군대를 정비했다.
백성을 계수하고 천부장과 백부장을 세웠다. 삼분의 일은 요압의 수하에, 삼분의 일은 스루야의 아들 요압의 동생 아비새의 수하에, 삼분의 일은 가드 사람 잇대의 수하에 두었다.
"나도 너희와 함께 나가리라."
다윗이 말했다. 그러나 백성들이 말렸다.
"왕은 나가지 마소서. 우리가 도망하여도 그들이 우리를 괘념하지 않을 것이요, 우리 절반이 죽어도 괘념하지 않을 것이나, 왕은 우리 만 명과 같으시니, 왕은 성에 계시다가 우리를 도우소서."
다윗은 고개를 끄덕였다. 백성들의 말이 맞았다. 아니, 사실 그도 직접 나가고 싶지 않았다. 자기 아들과 싸워야 하는 것이니까. 적어도 겉으로는 그래 보여야 했다.
"너희 보기에 좋은 대로 하리라."
다윗은 성문 곁에 서서 군대가 나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백 명씩, 천 명씩 나가는 것을.
그리고 모든 장수에게 명령했다. 모든 사람이 들을 수 있게. 큰 소리로.
"너희는 나를 위하여 그 청년 압살롬을 너그럽게 대우하라."
백성들은 감동했다. 반역을 일으킨 아들도 사랑하는 아버지. 자비로운 왕. 그들의 눈에 눈물이 글썽였다.
다윗은 그 눈물을 보며 속으로 웃었다. 연극은 성공이었다.
* * *
그날 밤, 다윗은 요압을 따로 불렀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횃불 하나만 켜진 어두운 방에서. 두 사람만 마주 앉았다.
"요압."
다윗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 낮에 내가 한 말을 들었을 것이다."
"압살롬을 너그럽게 대우하라는 말씀이십니까?"
"그렇다."
다윗은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요압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그것은 백성들에게 한 말이다. 네게 하는 말이 아니다."
요압은 그 말의 의미를 이해했다. 그러나 확인이 필요했다.
"왕의 뜻이 무엇입니까?"
다윗이 대답했다. 속삭이듯 낮은 목소리로.
"압살롬이 살아 있는 한 반란은 끝나지 않는다. 내가 죽으면 그가 다시 일어날 것이다. 내 다른 아들들도 위험에 빠질 것이다. 왕위를 위협하는 자는... 가족이라도 살려둘 수 없다."
요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윗의 냉혹함은 새삼스럽지 않았다. 사울의 후손들, 암논, 그리고 이제는 압살롬. 다윗은 언제나 위협을 제거했다.
"그러나 내가 직접 명령할 수는 없다."
다윗이 말했다.
"백성들 앞에서 나는 자비로운 아버지여야 한다. 아들을 죽이라고 명령한 왕이라는 소문이 나면 안 된다. 알겠느냐?"
"알겠습니다."
요압이 대답했다. 그는 모든 것을 이해했다. 자신이 해야 할 일과, 그 대가로 짊어져야 할 것을.
"전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
다윗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칼은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그렇지 않느냐?"
"그렇습니다, 왕이시여."
요압은 일어나 절했다. 그리고 방을 나섰다.
다윗은 혼자 남아 횃불을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 아들을 죽이라고 명령한 아버지의 얼굴이 아니었다. 권력자의 얼굴이었다.
* * *
에브라임 숲에서 전투가 벌어졌다.
압살롬의 군대는 수가 많았다. 온 이스라엘에서 모인 군대. 그러나 다윗의 군대는 전쟁에 익숙한 정예병이었다. 광야에서 단련된 자들, 수많은 전투를 겪은 용사들.
이스라엘 백성이 다윗의 신하들 앞에서 패했다. 그 날 큰 살륙이 있어 이만 명이 죽었다. 전쟁이 온 지면에 퍼졌고, 숲에서 삼킨 백성이 칼에 삼킨 백성보다 많았다.
압살롬의 군대는 무너졌다. 병사들이 도망쳤다. 숲 속으로, 산 속으로, 사방으로 흩어졌다.
압살롬도 도망쳤다.
* * *
압살롬은 노새를 타고 달렸다.
그의 아름다운 머리카락이 바람에 휘날렸다. 한때 그의 자랑이었던 머리카락. 일 년에 한 번 깎으면 이백 세겔이나 되던 머리카락.
그러나 지금은 그것이 그의 목숨을 앗아갈 것이다.
노새가 큰 상수리나무 아래로 지나갔다. 압살롬의 머리가 상수리나무 가지에 걸렸다. 노새는 그대로 달려갔고, 압살롬은 공중에 매달렸다.
발버둥 쳤지만 소용없었다. 머리카락이 가지에 단단히 감겨 있었다. 손이 가지에 닿지 않았다. 칼을 뽑을 수도 없었다.
압살롬은 매달린 채로 기다렸다. 죽음이 오기를.
* * *
한 병사가 그것을 보았다.
그는 요압에게 달려가 보고했다.
"내가 압살롬이 상수리나무에 매달린 것을 보았나이다."
요압이 물었다.
"네가 그를 보았다면 어찌하여 거기서 그를 쳐서 땅에 떨어뜨리지 아니하였느냐? 내가 은 열 개와 띠 하나를 네게 주었으리라."
병사가 대답했다.
"내 손에 은 천 개를 준다 해도 내가 내 손을 들어 왕자를 해하지 않겠나이다. 왕께서 우리가 듣는 데서 장군과 아비새와 잇대에게 명령하시기를 '너희는 나를 위하여 청년 압살롬을 너그럽게 대하라' 하셨나이다."
요압은 속으로 비웃었다. 이 순진한 병사. 왕의 공개 명령과 비밀 명령의 차이를 모르는구나.
"내가 이렇게 너와 함께 지체할 수 없다."
요압은 손에 작은 창 세 개를 들고 상수리나무로 갔다. 압살롬이 아직 살아서 매달려 있었다.
압살롬의 눈과 요압의 눈이 마주쳤다.
"요압... 제발..."
압살롬이 애원했다. 그러나 요압은 망설이지 않았다.
"왕의 명령이다."
요압은 압살롬의 심장에 창 세 개를 꽂았다.
그리고 요압의 무기를 드는 청년 열 명이 압살롬을 에워싸고 쳤다. 확인 사살이었다.
압살롬이 죽었다.
* * *
요압은 나팔을 불어 군대를 멈추게 했다.
"더 이상 추격하지 마라. 반란은 끝났다."
병사들은 압살롬의 시체를 숲 속 큰 구덩이에 던지고 그 위에 돌무더기를 크게 쌓았다. 왕자의 무덤치고는 초라했다. 그러나 반역자의 무덤으로는 충분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각각 자기 장막으로 도망쳤다. 반란군은 흩어졌다. 전쟁이 끝났다.
* * *
아히마아스가 달려갔다.
"내가 달려가서 왕께 기쁜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야훼께서 원수의 손에서 왕을 구원하셨다고."
요압이 말했다.
"오늘은 기쁜 소식을 전하지 말라. 왕의 아들이 죽었으니 기쁜 소식이 아니다. 다른 날에 전하라."
요압은 구스 사람에게 명령했다.
"네가 가서 네가 본 것을 왕께 고하라."
그러나 아히마아스가 고집했다. 결국 그도 달려갔다. 구스 사람보다 먼저 도착했다.
* * *
다윗은 두 성문 사이에 앉아 있었다.
파수꾼이 성벽 위로 올라가 바라보았다. 한 사람이 혼자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사람 하나가 달려옵니다!"
다윗이 말했다.
"혼자면 기쁜 소식을 가지고 오는 것이다."
파수꾼이 다시 말했다.
"또 한 사람이 달려옵니다!"
다윗이 말했다.
"그도 기쁜 소식을 가지고 오는 것이다."
파수꾼이 말했다.
"먼저 오는 자의 달리는 모양이 사독의 아들 아히마아스의 달리는 모양 같습니다."
다윗이 말했다.
"그는 좋은 사람이니 기쁜 소식을 가지고 오는 것이다."
* * *
아히마아스가 왕에게 외쳤다.
"평안하나이다!"
그는 왕 앞에 엎드려 절하고 말했다.
"왕 내 주를 거역하여 손을 든 사람들을 야훼께서 넘겨주셨사오니, 왕의 하나님 야훼를 찬송할지로다!"
다윗이 물었다.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청년 압살롬이 평안하냐?"
아히마아스는 말을 더듬었다. 그는 압살롬이 죽은 것을 알았지만, 차마 말할 수 없었다.
"요압이 왕의 신하를 보낼 때, 큰 소동이 있는 것을 보았으나 무슨 일인지 알지 못하나이다."
다윗이 말했다.
"물러가서 기다리라."
* * *
구스 사람이 도착했다.
"내 주 왕께 기쁜 소식이 있나이다. 야훼께서 오늘 왕을 거역하여 일어난 모든 자의 손에서 왕을 건져내셨나이다."
다윗이 물었다. 떨리는 목소리로.
"청년 압살롬이 평안하냐?"
구스 사람이 대답했다.
"내 주 왕의 원수들과 왕을 대적하여 일어나 해하려 하는 자들이 다 그 청년처럼 되기를 원하나이다."
압살롬이 죽었다는 뜻이었다.
다윗은 준비하고 있었다. 이 순간을 위해.
* * *
다윗이 몸을 떨었다.
그는 성문 위 다락으로 올라가며 울었다.
"내 아들 압살롬아, 내 아들, 내 아들 압살롬아! 내가 너를 대신하여 죽었더라면, 압살롬 내 아들아, 내 아들아!"
다윗은 울고 또 울었다. 그의 울음소리가 성 전체에 울려 퍼졌다.
완벽한 연기였다. 그는 평생 이런 연기를 해왔다. 골리앗 앞에서의 용기, 사울 앞에서의 충성, 밧세바 사건 후의 회개. 모두 연기였다. 그리고 이것도.
백성들은 왕의 슬픔에 감동했다. 반역한 아들도 사랑하는 자비로운 아버지. 그 이미지가 완성되었다.
아무도 진실을 몰랐다. 다윗이 요압에게 비밀 명령을 내렸다는 것을. 압살롬의 죽음이 처음부터 계획되어 있었다는 것을.
요압만이 알았다. 그리고 그것이 문제였다.
* * *
요압은 다윗의 울음 소식을 들었다.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다. 왕이 직접 명령한 일인데, 왜 울고 있는 것인가? 그러나 곧 깨달았다. 이것이 다윗의 방식이라는 것을.
더러운 일은 남에게 시키고, 자신은 깨끗한 척한다. 그리고 더러운 일을 한 자를 처벌함으로써 정의로운 척한다. 우리야를 죽였을 때도 그랬다. 편지를 보낸 것은 다윗이지만, 실행한 것은 요압이다.
요압은 불안해졌다. 다윗이 자신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승리한 군대가 돌아왔지만, 분위기는 패배한 것 같았다. 왕이 슬퍼하고 있으니, 병사들도 기뻐할 수 없었다. 그들은 마치 전쟁에서 도망친 것처럼 몰래 성으로 들어왔다.
요압은 분노했다. 그리고 결심했다. 가만히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 * *
요압은 왕에게 들어가 말했다.
"오늘 왕께서는 왕의 생명과 아들딸들의 생명, 아내들과 첩들의 생명을 구원한 모든 신하의 얼굴을 부끄럽게 하셨습니다. 왕을 미워하는 자들을 사랑하시고 왕을 사랑하는 자들을 미워하심을 오늘 나타내셨나이다. 장군들과 신하들이 왕에게 아무것도 아닌 것을 오늘 내가 알았나이다. 압살롬이 살고 우리가 다 죽었더라면 왕께서 기뻐하셨을 것입니다."
요압의 말에는 분노가 서려 있었다. 그리고 경고도. 나는 진실을 알고 있다. 나를 함부로 대하지 마라.
"이제 일어나 나가서 신하들의 마음을 위로하십시오. 야훼를 가리켜 맹세하노니, 왕께서 나가지 않으시면 오늘 밤에 한 사람도 왕과 함께 있지 않을 것이요, 이 화는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왕께 임한 모든 화보다 더 심할 것입니다."
그것은 협박이었다. 군대는 나를 따른다. 나 없이는 왕도 없다.
다윗은 요압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 눈 속에서 위협을 읽었다. 그리고 자신의 처지를 깨달았다.
지금은 요압을 어쩔 수 없다. 군권이 그에게 있다. 충성스러운 병사들이 그를 따른다. 요압을 건드리면 또 다른 반란이 일어날 수 있다.
다윗은 일어났다. 눈물을 닦고 성문으로 가서 앉았다. 백성들이 왕 앞으로 왔다.
다윗은 다시 왕이 되었다. 슬픔은 접어두고, 권력자의 얼굴을 되찾았다.
* * *
그러나 다윗의 마음속에는 요압에 대한 살의가 새겨졌다.
요압은 비밀을 알고 있다. 다윗이 압살롬을 죽이라고 명령했다는 것을. 그 비밀이 새어나가면 "자비로운 아버지"의 이미지는 무너진다. 백성들은 다윗을 자식도 죽이는 냉혈한으로 볼 것이다.
요압은 위험했다. 비밀을 아는 자는 언제든 협박할 수 있다. 방금 그랬던 것처럼.
그리고 요압은 충성스럽지 않았다. 왕의 명령을 따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는 자신의 판단으로 움직인다. 언제든 다윗을 배신할 수 있다.
다윗은 결심했다. 언젠가 요압을 제거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요압은 아직 너무 강하다.
기다려야 한다. 기회가 올 때까지. 요압이 약해질 때까지. 아니면 자신이 죽기 전에 아들에게 유언으로 남겨야 한다.
다윗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요압, 네가 나를 위해 더러운 일을 했다고 생각하느냐? 아니다. 너는 비밀을 아는 자가 되었다. 그리고 비밀을 아는 자는... 살아남을 수 없다."
다윗은 절대로 용서하지 않는다. 그리고 절대로 잊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