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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프타임 - 후배에게 전하는 말

국방일보 병영칼럼 8

by 이형걸

매달 국방전직교육원에서 전역을 앞둔 육해공군 후배들을 만난다. ‘선배와의 시간’이란 주제로 나의 전직 경험과 현재 ‘하고 있는 일’을 설명하며 질문을 받고 정답이 아닌 모범 답안을 제시한다. 강의를 끝내고 나오는 길에 스마트폰이 울렸다. “선배님, 잘 계시죠? 오늘 국방일보 병영칼럼 잘 봤어요. 참, 저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네요. 함 봐요. 좋은 말씀 좀 해주시구요. 연락할께요.” 국방일보 덕분에 종종 오랜만에 선후배로부터 전화나 문자를 받고 추억을 되새기게 된다. 전화한 후배는 현역 때 업무가 끝나면, ‘치맥’에 어깨동무하며 격의 없이 지내던 사이였다. 그 후배도 이제 전역을 앞두고 있다 하니 세월이 ‘쏜 살’ 같다. 선배로서 무슨 말을 해줄 수 있을까. 늘 하는 말인데도 개별성과 보편성 사이에서 조심스럽다.

후배야~, 하프타임(Half-time)이란 게 있어. 잘 알겠지만, 축구 같은 종목에서 전반과 후반 사이에 있는 휴식 시간을 말하는 거지. 선수들의 휴식을 보장하고 동시에 다친 데 없나 살펴보고 새로운 작전을 지시하고 선수를 교체하고 동기부여를 해야 하는 시간이야. 감독들은 이 시간을 ‘기적의 15분’이라고 부른대. 인생에도 하프타임이 있어. 보통 ‘전직 기간’이 되겠지. 그런데 군인들은 일반 사회인들과 근무환경, 직업관, 의식구조가 달라서, 흔히 말하는 인색 2막으로 접어드는 길이 어색하고 불편하고 낯설게 느껴질 수 있을 거야. 처음 가보는 길이니까 당연한 거 아니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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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자신이 선수이면서, 스스로 감독이 되어야 하는 거야. 그러다 보면 혼자 감당해야 하고. 때론 외로울 수도 있어. 물론, 군인에게 ‘국방 전직 교육 제도’가 있어서 많은 도움을 받기는 하지만 말이야. 하프타임 때는 말이지. 선수라면 어떻게 하겠어? 우선 젖산이 쌓여 굳어진 근육을 풀어야 하겠지. 이것은 몸에 ‘군대 물’을 빼야 한다는 말과 같아. 감독이라면 어떻게 하겠어? 전반에 펼쳤던 전술을 평가하여 변화를 주어야 하겠지. 상대방 전술 변화도 예측해야 할 테고. 이것은 사회에서 ‘써먹을’ 자신의 지식과 기술을 의미해. 그리고 후반전에 선수들이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적절한 동기부여도 필요하겠지. 이것은 자신감을 북돋는 것을 말해.


있잖아. 살아있는 나침판의 바늘은 항상 떨고 있대. 자석의 N극이 북쪽을 지향하려고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야. 너도 새로운 목표가 생기면 불안하고 걱정되어서 나침판 바늘처럼 생각이 흔들려. 이것은 지극히 정상이야. 참, 너한테 들려줄 시가 있어. 터키 시인 나짐 히크메트의 <진정한 여행>이야. 들어봐. “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쓰여지지 않았다/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아직 불려지지 않았다/최고의 날들은 아직 살지 않은 날들/가장 넓은 바다는 아직 항해되지 않았고/가장 먼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불멸의 춤은 아직 추어지지 않았으며/가장 빛나는 별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별/....” 류시화 옮김이야. 그래, 서두르지 말고, 조급해하지 말고, 남과 비교하지 말고. 그동안 국가와 사회를 위해 헌신했으니, 이제 가정과 자신을 위해 살아보는 것도 괜찮아. 선배는 너를 믿고 응원한다. 조만간 만나 쐬주 한잔 하자. 보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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