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군 아저씨가 들려주는 공군 역사인물 이야기 김영환 장군 편 1.
1954년 3월 5일. 강원도 강릉에 있는 공군비행장에서는 남쪽에서 비행기를 타고 날아오는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지. 봄이라고는 하지만 아직 쌀쌀한 날씨였어. 활주로에 나와 있는 사람들은 하늘을 보며 비행기가 어서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도착시간이 지나도 그 비행기는 보이지가 않았어. 사람들은 점점 웅성거리기 시작했지. 불길한 생각이 들었던 거야. 손님은 경상남도 사천 공군비행장에서 이륙한 제1훈련비행단장 김영환 장군이었어. 훈련비행단이라고 하면 조종사가 되기 위해 비행 훈련을 받는 곳이지. 강릉 공군 비행단은 전투비행단이고. 김영환 장군이 강릉 전투비행단 창설 1주년 기념식을 축하하러 온건 대, 이날 이후 김영환 장군은 볼 수가 없었대. 하늘에서 실종되었다고 봐야겠지. 생일날 축하하러 온 손님이 사고를 당했으니 분위기가 어땠을지 짐작이 가니? 강릉 부대 사람들은 김영환 장군이 추락했을 지역을 예측해 1달가량 샅샅이 뒤졌지만 비행기 파편은커녕 어떤 흔적도 찾을 수가 없었다고 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지.
원래 조종사는 혼자 비행하지 않아. 편대를 구성해서 비행을 하지. 기본이 4기 편대야. 최소한 2기 편대는 해야 하는 거지. 그래서 편대장은 보통 4기 비행기를 지휘하는 직책이지. 그날은 2기 편대로 계획해서 사천에서 강릉까지 비행하기로 했대. 김영환 장군은 1호기, 2호기는 후배 조종사. 사천을 이륙해 포항을 지났을 때만 해도 날씨는 좋았는데 삼척을 지나자 구름이 하늘 가득했고 묵호 상공을 지날 때는 기상 상태가 더 악화되었대. 2호기를 타고 뒤따라가던 조종사는 구름 속에서 그를 놓치고 말아. 2호기는 시야에서 사라진 1호기를 호출했지만 응답이 없었어. 계속 호출했지만 무전기에는 여전히 아무런 응답이 없이 너무나 무거운 침묵만이 길게 흘렀어. 응답이 없는 김영환 장군은 하늘나라로 영원히 떠나간 거지. 하지만 김영환 장군은 공군인들의 가슴속에 영원한 전설로 남아있어. 왜냐면 그가 공군에 남기고 간 것이 너무 많아서 그를 기억하는 사람이 많아. 그래서 전설이라고 하는 것이고. 지금 그 이야기를 하려고 해.
혹시 이런 노래를 들어본 적이 있니?
“빨간 마후라는 하늘의 사나이, 하늘의 사나이는 빨간 마후라~~♩~♬~
빨~간 마후라를 목에 두르고 구름 따라 흐른다. 나도 흐른다.
아가씨야 내 마음 잊지 말아 번개처럼 지나가는 청춘이란다.~~ ♪♬”
이 노래의 제목은 ‘빨간 마후라’야. 잘 모르겠다고? 4~50대 부모님들은 모르시는 분이 안 계실 거야. 마후라는 머플러의 변형된 용어야. 빨간 마후라는 공군 조종사들을 상징하고 있어. 그것은 조종사들이 반드시 빨간 마후라를 두르고 다니기 때문이지. 자부심을 보여주는 거라고 할 수 있어. 바로 이 빨간 마후라를 목에 맨 처음 두른 사람이 김영환 장군이야. 어느 날 형수님이 붉은 천을 가져와 치마를 만들고 있는 것을 보고 그 붉은 치마 천으로 만들어 착용하면 멋지겠다고 생각을 했대. 요즘 말로 하면 ‘패션 피플’인 셈이지. 그러자 모든 조종사들이 그것을 따라서 한 거야. 빨간 마후라는 단지 패션 아이템인 것만 아니라 조종사가 불시착해서 구조 요청할 때 쓰이기도 해. 빨간색은 눈에 잘 보이기도 하니까. 그리고 이런 말도 있어. 피를 흘리면 사람들은 두려워하지. 하지만 조종사들은 늘 전투를 준비하고 사니까 피를 두려워하지 않기 위해서 사용한다는 거지. 조금 무서운 이야기인가. 사실 공군 장병이 아닌 보통사람들에게 ‘빨간 마후라!’ 하면 바로 ‘조종사!’라고 굳어진 것은 영화 ‘빨간 마후라’ 덕분이지. 1964년 제작된 영화인데 당시 최고의 영화배우 신영균, 이대엽, 박암, 최은희 씨 등이 출연했고, 연출은 신상옥 감독이 했어. 요즘 배우로 한다면 송강호, 하정우, 황정민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죄다 출연한 셈이지. 6·25 전쟁에서 한국 공군의 활약상을 담은 영화인데 대히트를 한 거야. 이걸 ‘천만 관객 영화’라고 하는 거지. 이 영화를 보고 공군사관학교에 지원했다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알려졌어. 지금은 비행훈련을 모두 마치고 정식 조종사 자격이 주어지는 수료식 날 공군 참모총장이 조종사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직접 이 빨간 마후라를 목에 매 주고 있어. 어때, 자부심이 충만하겠지. -2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