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을 남긴다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다. 글을 쓰는 순간부터 머릿속은 복잡해지고, 내가 뭘 느끼고 있는지조차 헷갈릴 때가 많다. 생각과 감정이 뒤엉켜서 무엇부터 풀어내야 할지 막막할 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지?'라는 의문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사실 나는 기록이 뭔가 거창하고 거대한 의미를 지니길 바랐다. 누군가에게 큰 도움이 되거나, 나 자신에게 강렬한 깨달음을 주거나.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어쩌면 기록은 그런 거창함보다는 그저 지금의 나를 붙잡아두기 위한 작은 노력이 아닐까 싶다. 오늘 내가 느낀 감정이 내일이면 바뀌어 있을 수도 있지만, 그 순간의 나는 분명 진지하고 절실했다.
기록은 언제나 고단함과 성취감 사이를 오간다. 특히, 기록을 하려고 마음먹을 때면 이상하게 더 복잡한 생각들이 몰려온다.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일상조차 기록으로 남기려 하면 그 의미를 찾아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생긴다. 그 순간의 감정을 정확히 표현하려고 애쓰다 보면 어쩐지 나 자신도 믿기 어려운 글이 되고 만다.
예를 들어, 내가 어떤 일을 끝내고 나서 느끼는 성취감도 그렇다. 일이 끝나면 무조건 뿌듯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정작 글로 남겨보면 그게 그리 대단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이게 정말 나한테 중요한 일이었나?'라고 되묻게 된다. 기록 속에서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내가 충돌할 때면 더 혼란스러워진다.
기록을 쓰다 보면 나 자신과 솔직하게 마주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 아무리 포장하려 해도, 그날의 솔직한 감정은 어딘가에서 툭 튀어나온다. 때로는 두서없이 감정만 쏟아낼 때도 있다. 이런 날은 고단함이 기록 속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그래서인지 기록하는 순간이 버거울 때도 많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기록이 끝난 후에는 또 다른 감정이 찾아온다. 뭔가 해냈다는 기분. 그 글이 잘 쓴 글인지, 의미 있는 글인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냥 그 순간의 나를 담아냈다는 것 자체가 작은 성취로 느껴진다. 글을 쓰면서 한참 고뇌하고 머리 아팠던 게 거짓말처럼, 다 쓰고 나면 조금은 가벼워진 기분이다.
기록을 왜 남기냐고 묻는다면, 사실 나도 잘 모르겠다. 누군가를 위해서? 미래의 나를 위해서? 그럴 수도 있지만, 솔직히 그게 다는 아니다. 기록은 오히려 지금 이 순간의 나를 잡아두기 위한 시도 같다. 시간이 지나면 흐릿해질 이 감정을 조금 더 붙잡고 싶어서, 혹은 지금의 내가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서 남기는 게 아닐까 싶다.
그러다 보니 기록은 나 자신에게 하는 일종의 대화가 된다. '지금 나는 어떤 상태인가?'를 묻고 답하며,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다를 수도 있다는 걸 인정한다. 그 불완전함을 받아들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씩 나아가려는 모습을 기록 속에 남긴다.
완벽한 기록을 남기고 싶다는 욕심은 버리기로 했다. 그냥 그날의 내가 생각하고 느꼈던 것들을 솔직하게 적어보자고 다짐한다. 어설프고 부족하더라도, 그게 그날의 진짜 나였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성취감이란 게 꼭 대단한 결과로만 느껴지는 건 아니다. 그냥 한 걸음 더 나아갔다는 사실, 오늘도 내가 생각하고 느끼며 살았다는 사실이 성취가 될 때도 있다. 기록은 그 작은 성취를 모아두는 공간이기도 하다.
삶이란 원래 고단하고 복잡하다. 그 속에서 매일 느끼는 감정들도 제각각이다. 하지만 그 고단함 속에서 성취감을 찾아내고, 성취를 이룬 후에도 다시 고단함을 마주할 때, 나는 기록을 통해 나 자신과 화해할 수 있다. 오늘도 나는 그렇게 나를 기록하며, 어제와 오늘의 나를 연결 짓는다.
기록은 어쩌면 그렇게 완성되지 않은 채로 남아도 괜찮은 것 같다. 그 불완전함 속에서 나를 찾고, 조금씩 나아가는 모습을 남기며 나는 오늘도 고단함과 성취감 사이에서 흔들린다. 하지만 흔들리면서도 앞으로 나아가는 이 과정 자체가 기록의 가치가 아닐까 싶다. 그렇게 나는 또 한 줄을 적어 내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