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럽지 않게 일하고 싶다
왜 이 사회복지 사업을 하는지 나의 말로 설명할 수 있다면....
1. 계획서와 결과보고서는 복사 붙여넣기로 완성
어떤 사업을 하든지 먼저 선행연구와 자료, 전임자의 기록을 꼼꼼히 살펴보는 것으로 일을 시작한다. 나도 그랬다. 선임이 퇴사하고 나에게 후임이 생겼다. 후임이 내 기록을 보고 있었다. 부끄러운 기록들이었다. 이론의 부족함과 타인의 배려 없이 그저 행하기 바빴던 일지들이다. 다시 보니 일지가 아닌 일기를 썼다. 명확한 생각과 느낌을 적은 것이 아니라, 구구절절 그것도 일부 장면을 나열했다. 더 치열하게 고민해야 겠다고 마음 먹은 게 이 때부터다.
나는 지역 복지관 사업팀이어서 지역사회욕구에 맞춰 프로그램을 기획, 개발하고 이 계획에 맞게 실천하는 것이 주 업무였다. 사회복지사 4년차, 불과 2년전만 해도 나는 사업계획서와 상담일지를 쓰는 방법을 전혀 몰랐다. 퇴사한 전임자의 사업계획서를 복사 붙여넣기하며 왜 해야하는지도 모른채 그저 하기 바빴다. 내가 이 일을 왜 해야하는지 몰랐다. 분명 위에서 시킨 일이지만 내가 계획을 세우고 했던 일인데 결과보고를 쓰는 12월이면 한숨부터 나왔다. 나는 도대체 한 해동안 뭘한거지? '혼자 뺑이 쳤구나...'
2. 전공 책을 다시 구입했다.
학부 졸업한 게 언제였더라..... 게다가 첫 직장이 이용시설이 아니었기에 더더욱 현장 실무에 무지했다. 게다가 바로바로 결재가 났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알 수가 없어 답답했다. 같은 팀 선임에게 계획서를 봐달라고 했지만, 자신의 노하우를 잘 알려주지 않았다.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결국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다른 기관 사람들에게 계획서를 봐달라고 요청했다. 잘못된 부분들을 알 수 있었고, 지적 해주는 그 분들께 너무나도 감사했다. 다시 프로그램 개발과 평가, 사회복지조사론, 사회복지실천기술론, 사회복지질적분석론 등 전공 책을 사서 정독하기 시작했다. 분명 학부 때 공부했던 내용들인데, 현실에서 부딪히고 어려움을 겪다보니 책에 나와있는 모든 내용들이 하나하나 와닿았다. 전공책을 회사 책상에 꽂아두고 수시로 펼쳐봤다. 경기복지재단에 관련 인강도 몇 번이고 들었다. 특히 가장 많이 본 책은 프로그램 개발과 평가다. 일단 직무와 가장 밀접한 책이었다. 프로그램 개발과 평가는 3권의 책을 샀다. 인터넷에 있는 자료도 참고해서 나만의 자료로 정리하였다. 여러 번 반복하다보니, 계획서의 구성요소와 작성방법, 프로그램 진행에 대해 어느 정도 설명할 수 있었다. 용어를 분석하고 몇 번이고 설명하듯이 되뇌였다. 특히 책 앞 부분에 왜 용어의 정리가 가장 먼저 나오는지 알 수 있었다. 관점에 따라 달라지는 용어들을 보며 내가 쓰는 말 한 하나하나가 나의 많은 생각과 가치들을 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용어, 단어가 있으면 나의 언어로 설명하는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해보았다.
3. 연차는 쌓이는데.....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었다. 함께 고민하고 나눠 줄 동료가 필요했다. 다행히 타 팀의 연차가 비슷한 동료가 내 마음을 잘 이해해주었다. 실무자일 때 제대로 실력을 갖추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맡은 일은 사회복지의 가치에 맞춰 잘 해내고 싶었다. 연차는 쌓이는데, 아무것도 할 줄 없는 사람이 되면 나 스스로 더 괴로울 것 같았다. 성장하고 싶었다. 물론 혼자 하는 것이 한계가 있었다. 외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조금씩 알아가고 일하는 게 즐거웠다. 대학교 때 배운 이론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확인되니 신기했다. 실천의 이유과 근거가 명확해져 막연했던 업무의 범위도 줄어드는 것 같았다.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더 와닿고 동기부여도 되었다. 무엇보다 실적과 그저 업무의 행함에만 신경쓰는 게 아니라, 대상자의 욕구와 필요에 더 집중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가장 큰 변화였다. 지역사회에서 정말 필요한 프로그램을 기획해야겠다는 생각에 일하는 것이 설렜다. 계속 스스로 되물었다. 왜 이 사업을 해야하는지, 사회복지의 본질은 무엇인지..... 덕분에 많이 부족했지만 처음 기획한 사업들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실패의 이유도 설명할 수 있어 행복했다. 보완점을 확인했다는 것만으로도 다음 해 사업의 방향을 잡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올초 후임과 내가 썼던 잘못된 기록들도 하나하나 짚어보았다. 내가 공부한 것을 설명해주면서 나도 한 번 더 정리가 되었다. 함께 공부하고 찾아보는 과정이 즐거웠다. 내게 편하게 물어봐준 후임이 고마웠다.
나 스스로 충분한 실력을 갖춘 사회복지사가 되고 싶었다. 당당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아직도 부족한 점이 너무나도 많다. 뒤늦게 깨달은 부분들이 많아, 남들보다 더디다.
부족하더라도 부끄러운 실천을 하지 않도록 더 치열하게 고민할 것이다.
물론 나를 지키는 방법을 찾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