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사는 무슨 일을 하는가?

by 학이지지

1. 많은 사람들이 사회복지사는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물어본다. 정작 나도 설명하지 못한다. 가끔 유입어를 살펴보면 "사회복지사는 무슨 일?", "사회복지사의 역할", "사회복지사의 전문성"이라는 키워드가 많다. 전문가적 자율성이 보장된 업무보다는 조직의 지시, 혹은 행정에 의한 업무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사회복지사의 직업적 가치와 역할을 묻는 질문에 대해 확실히 말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얼마 전 사회복지사 스터디 모임에서 '당사자를 귀하게 만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기다리기, 응원하기, 지지하기, 관계 쌓기 등의 답변이 나왔다. 하지만 '어떻게?'가 빠져있었다. 오랜 경력의 선배는 '전문적 관계로서 다가가며 자기의 역할과 경계를 명확히 하기'를 가장 중요하다 말했다. 많은 사회복지사들이 무슨 일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하며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혼란을 겪는다. 최근 챗GPT의 등장으로 사회복지사의 역할 고민은 가중됐다. 막상 일하면서도 나는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일까 생각했다. 앞으로 무엇을 해야할지 막막했다. 미시적 실천 접근으로는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들이 많아졌다. 사회 변화와 시스템 개선에 대한 거시적 실천 접근도 나날이 중요해져 가고 있다.


2. 어쩌다보니 시간이 지나 경력이란 게 쌓였다. 경력이 실력으로 비례되지 않지만... 그동안 현장에서 보고 주워들은 것이 누군가에게는 작게나마 도움이 되는 모양이다. 가끔 후배들이 고민을 털어놓을 때 마다 속시원한 답을 해줄 수 없는 게 미안하다.

1) 현장에선 무슨 일을 하나요? 어떤 현장으로 가야하나요?

2) 사회복지 일을 잘하려면 무엇을 준비해야하나요?

3) 사회복지사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1),2)에 대해서는 대략적으로 대답하지만, 1)과 비슷해보이는 3)의 대답에는 쉽게 대답하지 못한다. 수행역할과 기대역할이 달랐었고, 성과 기준도 애매했다. 사회복지관에도 분명 망한 사업이 있다. 하지만 문서 상으로 실패한 사업은 없다. 잘한 사업도 분명 있다. 하지만 문서 상으로 이 사업이 왜 잘되었는지 명확히 설명하지 않는다. 만나는 사람이 다양한 만큼 접근하는 문제 범위와 유형도 제각각이다. 분명 정답은 있어보이는데, 설명해주는 사람이 없다. 자기경험에 한해서 말해주는 것이 대부분이다. 애매하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일하고 있지만, 개인이 더 중요하다. 항상 불확실하고 예측불가능한 상황에 긴장한다. 이 상황에서도 개인의 안녕을 위해 노력해야만 한다. 이러한 역할모호성은 정서적인 답답함으로 이어져, '소진'이란 단어를 내뱉게 한다. 나도 알고 있다. 지금 내가 얼마나 뻔한 이야기만 하고 있는지를. 어디까지 사회복지사가 공통적으로 보유해야하는 지식과 기술, 가치, 역량인지는 모르지만, 많은 이들이 말하듯이 이 '공통성'이 어느 정도 정리된다면 핵심적인 역할과 역량을 말해줄 수 있을 테다. 구체적이고 실체적인 지식과 역량으로 표현되었으면 좋겠다.

3. 나는 자격증이 있다. 하지만 전문가인지는 모르겠다. 이 자격증이 나의 전문성을 말해주지 않는다. 인간에 대한 관심, 존중이 중요하다는 것을 안다. 사회복지의 가치를 인식하고 실천하려고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하지만 아무나 할 수 없다는 것을 많은 사회복지사들이 알고 있기에 무력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정답을 찾기 위해 방황한다. 아무리 다른 자격증을 취득해도 업무와 잘 이어지는지도 모르겠고, 내가 잘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4. 종교인은 아니지만 사회복지사들은 연옥에 있는 것 같다. 연옥을 검색해보면 세상에서 죄를 풀지 못하고 죽은 사람이 천국으로 들어가기 전에, 불에 의해서 죄를 정화(淨化)한다고 하는, 천국과 지옥(地獄, infernum)과의 사이에 있는 상태 또는 장소라고 한다. (연옥 - 가톨릭대사전 - 가톨릭정보 - 가톨릭굿뉴스 (catholic.or.kr)) 연옥에는 영혼 중 가장 버림받고 소외된 영혼들이 있으며, 희망을 잃지 않고 버티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왜 사회복지사들은 연옥에 갇혔을까? 연옥은 현재일테다. 과거와 미래 사이를 정화하고 성찰하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곳일테다. 다른 사람들의 인정 기준도 모호하니, 중심을 더 잘고 자신이 정한 자리를 잘 지켜나가야 할 것이다. 갈 길이 멀고 할 일도 많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이러한 연옥으로 뛰어든다. 나는 타락했다. 때가 묻었고 뜨거운 불에 그을렸다. 열린 마음, 있는 그대로의 존중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깨달았다. 나에 대한 실망은 다른 사람에게 기대하지 않고 상처받지 않으려는 마음으로 변했다. 나 또한 나를 있는 그대로 봐라보지 못함을 인식하고 메마른 감정을 방치하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다.


5. 다시 한 번 질문을 던져보자. 사회복지사의 역할이 무엇이냐고 물어보기 이전에 왜 사회복지가 하고 싶은지, 하고 싶었는지. 이 안에서 정답을 찾아보자.

사회복지 현장을 떠나고 싶다가도 미련이 남아 있는 듯 하다. 점점 줄어드는 관계 속에 진해지는 고독함을 억지로 해결하려 애써본다. 왜 미련이 남았을까? 무슨 일을 했었기에? 뭘 못했기에? 사람을 위한 일이기에 타인의 삶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더욱 책임과 의무가 존재한다. 사회복지 현장에서 상사는 많았지만 선배를 만나기 어려웠다. 스스로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고 무엇을 추구할지 다시 세워보겠다. 그동안 기준도 없이 급하게 일해왔다. 이유도 정확히 모른 채 사회복지를 좋아했다. 하지만 확실히 사회복지는 나를 좋아하지 않았다. 내가 그 사람을 좋아하는 만큼 상대방이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자책할 필요가 없다는 걸 알았다. 나를 위해 정답을 찾아보자. 그러다보면 조금이라도 다른 이들에게 나만의 생각을 말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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