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학이지지 Nov 20. 2023

거울치료

내가 했던 일을 남이 하는 걸 보면서 자신의 잘못을 깨닫는 것을 거울치료라고 한다. 의학적 용어와 조금 다르게 쓰이지만, 자신의 부정적인 모습을 인지하고 개선하고자 하는 성찰의 의미가 나쁘진 않다.


요즘 사회복지사 독서모임을 하고 있다. 여러 의미로 거울치료를 당하고 있다.


첫번째는 아는 사회복지사 선생님이 오랫동안 진행해온 모임으로 초대를 받아 가게 되었다. 반가운 마음으로 참여했다.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만 정제된 언어로 이야기하려 노력했다. 비슷한 또래, 연차의 사회복지사들이 모여 사라진, 사라지고 있는 10년차 사회복지사들의 행방과 마음도 함께 되짚어보았다. 입에서 맴도는 내 상처들이 반복을 거쳐 걸러지고 있었다.  아픔과 분노는 조금씩 사라지는 듯했다. 시간이 약인걸까. 직전 조직에서 받았던 상처, 사건, 상황에서 분리되고 있다. 새로운 이들과 공감과 사회복지실천에 대해 이야기 나누며 꾸준히 내 마음을 평온하게 유지하는 방법을 찾았다. 그 상황으로 인한 내 감정을 부정하지 않는다. 내 상황을 억지로 이해시키고 싶지도 않다. 나 또한 누군가의 상황을 표면적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이중성이 있기 때문이다. 인간적 애정을 기대하면 안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무의식적으로 기대한 나의 잘못을 반성한다. 잘못된 기대는 더 큰 상처를 남긴다. 사람을 만나는 일을 하기에 더욱 착각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 사회복지사들은 조직의 사람과 당사자인 사람을 철저히 분리해야한다. 대신 생존을 위한 경쟁과 몸부림에도 동료들을 인격적으로 대할 수 있는 품격을 스스로 갖추고 유지해야 사회복지실천을 오래 할 수 있을 것이다. 갖고 싶은 거울을 얻었다. 반질반질 반짝반짝 책모임하며 내 마음 닦기를 게을리하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했다.


두번째는 첫번째 독서모임 이후 책읽기를 꾸준히 하기 위해 내가 주선했다. 요즘 자주 교류하는 전국의 사회복지사 모임에서 시작해보았다. 처음이었지만 정성스럽게 준비했다. 11월 주제는 "사회복지, 정말 하고 싶은 일일까"로 정했다. 평소 나이와 연차에 상관없이 반말을 하는 모임의 특성을 살려, 독서모임도 "예의 있는 반말"로 진행하기로 했다. 예비 사회복지사, 현직 사회복지사들이 함께 하며 생존의 문제를 떠나 사회복지를 하고자하는, 하고자 했던 마음을 나누었다. 첫번째 독서모임과 달리 좀 더 편하게 거친 언어로 진행되었지만 실천을 잘하고픈 마음은 같았다. 이전에 내가 겪었던 상황을 비슷하게 마주하고 있는 사회복지사를 보면서 마음 아팠고 혹여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조심스레 조언도 건네 보았다. 다행히 잘 받아들여주었고, 먼저 책 읽고 다양한 사례를 나누며 대처방법, 실천방향을 찾자고 말해주어 고마웠다. 이전의 내 모습을 마주했다. 쏟아내는 그들을 보며 상처 받으면서도 분노하면서도 잘 실전하고픈 마음이 가득한 한 사회복지사가 여전히 많음을 실감했다. 응원하고 서로 도울 수 있는 꾸준한 모임이 되었음 좋겠다.


두 모임으로 나아갈 힘이 생겼다. 올해 멈춰있는 나를, 닦지 않고 방치하고 더러워진 내 거울을 다시 가꾸게 해 준 선생님이 참으로 고맙다. 다시 현장으로 돌아가든 돌아가지 않든 지난 내 감정들이 올해가 가기 전에 정리될 것 같은 기분 좋은 예감이 든다. 무엇보다 사회복지사들이 자신의 성장과 미래를 위해 내적동기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환경이 많아졌음 좋겠다. 누군가의 마음에 쌓여있는 먼지를 닦아주려면 먼저 내 마음의 먼지를 틈틈히 닦아주어야함을 깨닫는다. 내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거울이 되어준 주변 사회복지사 선생님들에게 고마움을 다시 전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시작했다고 모든 걸 끝낼 필요가 있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