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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대학원 입시(2)

교수님 추천서, 자기소개서 및 수학계획서 작성

by Hee

서울대학교 박사과정에 지원하며서 제출해야 하는 서류는 (1) 추천서, (2) 자기소개서 및 수학계획서이다.


(1) 추천서


추천서는 어떻게 작성하는 것이 좋을지 미리 지도교수님과 논의해보는 것이 좋다. 나는 나를 잘 아시는 교수님으로부터 추천서를 받은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먼저 교수님께 추천서 초안과 증빙자료를 드렸고 교수님께서 해당 초안을 수정하셔서 행정실에 제출해주셨다. 자신을 잘 알고 있는 교수님으로부터 추천서를 받는 경우라면 교수님께서 직접 초안부터 작성하시는 경우도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교수님들은 바쁘시기 때문에 미리 어떤 방식으로 작성하는 것이 좋을지 교수님에게 물어보자.


(2) 자기소개서 및 수학계획서


자기소개서 및 수학계획서에서 작성해야 하는 항목은 아래 9가지이다(2025년 전기 입학 기준).

1. 경력(대학생활 또는 직장활동 상황

2. 지원동기 및 장래계획

3. 상벌사항

4. 기타(특기사항)

5. 석사․박사 진학시 희망 연구분야 및 연구계획

6. 학부, 대학원 이수 전공과목 중 관심과목

7. 석사.박사 이후의 계획

8. 비고

9. 연구실적목록


기재해야 할 내용이 많아 부담스러웠지만 작년에 내가 다니는 로펌의 신규 입사자 서류 검토 및 면접 위원으로 참여했던 경험이 큰 도움이 되었다. 그 전까지는 지원자의 입장에서 서류를 내기만 하였는데 반대 입장을 경험하고 나니 자기소개서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게 되었다.


모든 글이 그렇지만 자기소개서는 더욱 읽는 사람을 배려해서 써야 한다. 너무 길지 않게 핵심만 써야하고, 또한 형식을 갖추었느냐 아니냐가 생각보다 매우 중요하다. 서류를 읽기 위해 집어 들었을 때 지나치게 길거나 형식을 갖추지 못한 듯한 인상을 주는 글은 큰 감점요소가 된다. 맞춤법, 문단 길이, 정렬을 확인하자. 또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의도였겠으나) 여러 분야와 관련된 경력을 쓰는 것보단 지원하고자 하는 분야와 관련된 경력 또는 장점 한 가지를 상세히 기재하는 것이 낫다. 서류 검토자는 글을 빠르게 훑어 내려가면서 모집 분야와 관련 있는 내용이 있는지만 집중적으로 찾게 되는데, 모집 분야와 관련 없는 내용은 글의 맥락을 흐리거나 ‘지원자가 별로 이 분야 경험은 없구나’라는 인상을 준다.



내가 실제 박사과정 입시에 제출한 서류 내용
내가 실제 제출한 서류


내가 그랬듯이 서류 작성이 막막하실 분들을 위해서 아래 내가 제출한 자기소개서의 내용을 요약해 둔다. 지원서류는 최대한 미리미리 서류를 작성해 두실 것을 추천드린다. 서울대학교 대학원 홈페이지(https://admission.snu.ac.kr/graduate/general/spring/download)에 가면 지원 서류 양식을 언제든지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일하면서 지원 서류를 작성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시간이 날 때마다 각 항목을 작성해 두자.


1. 경력(대학생활 또는 직장활동 상황): 나는 국제법 전공을 희망했기 때문에 국제법 관련 경력을 추려 상세히 기재했다. 섭외관계와 국제법에 대한 관심 때문에 대기업 국제법무팀으로 커리어를 시작하였던 점, 현재는 글로벌 로펌의 어쏘 변호사이며 2024. 3월부터는 프랑스에 본사를 둔 럭셔리 브랜드의 한국 지사에서 파견 근무를 하고 있는 점 등이 그것이다.


2. 지원동기 및 장래계획: 1) 왜 박사과정을 하고 싶은지, 2) 왜 서울대학교에 지원했는지로 나누어 기재했다. 1)은 앞선 브런치 글로 갈음하겠다(https://brunch.co.kr/@neohoyo/2). 2)는 국제법의 경우 해외 기관과의 네트워크가 중요한데 서울대학교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좋은 학교라는 명성이 있고 유수의 기관과 협력하고 있으므로 국제법 연구에 가장 적합한 학교라고 생각하였다고 설명했다.


장래 계획은 지금도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어서 자세히 여기에 쓰기는 어렵지만, 궁극적으로는 대한민국이 국제법 분야에서 핵심 주체로 자리 매김하는데 기여하고 싶다고 썼다. 서울대학교는 국민의 세금을 지원받는 학교이므로 연구를 통해 국가와 사회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3. 상벌사항: 상벌사항이 가장 고민되는 파트였고 많은 분들이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상이나 벌을 받은 이력이 많은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나는 중국 정부로부터 전액 장학금을 받고 인민대학교에서 LLM(법학 석사)과정을 수료했기 때문에 다행히 딱 하나 기재할 거리가 하나 있었다. 만약 이것마저 없었다면 (딱히 상벌은 아니지만) 어느 시험에서 상위의 성적을 받았던 경험이라도 썼을 것이다. 공란으로 남기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된다.


4. 기타(특기사항): 이 파트는 뭐가 되든 다른 파트에 쓰지 않은 내용 중에서 어필할 만한 내용을 쓰면 되겠다. 나는 공익인권법재단에서 180여시간 봉사한 이력을 썼다.


5. 석사․박사 진학시 희망 연구분야 및 연구계획: 나는 우주법을 연구하고 싶다고 썼다. 우주는 내게 늘 호기심과 관심의 대상이었다. 어렸을 때 가진 첫번째 꿈은 소설가였고 그 다음은 천문학자였다. 천문학이 뭔지도 잘 몰랐고 눈에 보이지 않는 걸 상상하기 좋아하는 몽상가 기질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실제 천문학은 수학을 잘 해야 하는 걸 알고 나선 우주는 내게서 멀어져 버렸다(태생이 문돌이라). 그러나 우리 시대의 천재들은 우주를 향한 꿈을 버리지 않은 듯하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 프로젝트를 지켜보면서 잊었던 우주에 대한 호기심과 열망이 다시 살아났다. 인간이 지구에만 머물러 있을 수 없고 머물러서도 안된다는 그의 말에 진심으로 동의한다. 법률가로서도 다가올 민간우주개발 시대에 기여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과학이든 법률이든 대한민국이 민간우주개발 시대에 대응할 전문 인력이 있는지를 지적하고 걱정하는 이가 많다. 베스트팔렌 조약이 국가주권시대를 잉태했고, WTO 협정이 국가간 자유무역과 자본주의를 고도화 시켰듯이 새로운 국제법 체제가 우주시대의 프레임을 짤 것이다. 이 새로운 체제 수립에 대한민국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준비하는 데 작은 단초를 만들고 싶다.


6. 학부, 대학원 이수 전공과목 중 관심과목: 지원하는 전공과 관련된 과목을 쓰고, 그 중에서도 좋은 성적을 받은 과목은 성적을 기재했다. 관련 과목과 좋은 성적은 볼드체로 강조하자.


7. 석사.박사 이후의 계획: 2.에 기재한 장래 계획은 보다 먼 미래의 목표를 기재하는 것이고 여기에는 보다 가까운 목표를 기재한다. (석사라면) 박사과정에 진학할 것인지, 취업은 어디로 하고 싶은지, (있다면) 유학 계획에 대해 쓴다.

나는 1년은 서울대에서 공부하고, 남은 1년은 (또는 적어도 6개월은) 해외에서 공부하고 싶다(서울대학교의 장점은 비교적 저렴한 서울대학교 등록금을 내고 해외 유수의 대학으로 교환학생을 갈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대학으로 교환학생을 가고자 하며, 국제기구 취업을 희망한다고 기재했다.


8. 비고: 무엇을 써야 할지 끝내 파악하지 못했고, 다른 란에 기재하지 않은 사항 중 특별히 더 어필할 사항도 남아 있지 않아 ‘기재 사항 없습니다’라고 썼다. 만약 공란으로 두는 란이 있다면 실수로 누락한 것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공란으로 두었음을 명확히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9. 연구실적목록: 교수님들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가 박사과정 학생이 논문을 쓸 능력이 있는 것인지이다. 이에 대해서는 이후 있었던 면접에서 질문을 받기도 했다. 나는 학부, 석사 때 논문작성이 졸업요건이 아니었고, LLM 과정도 수료만 해서 기재할만한 연구실적이 없었다. 고민 끝에 일하면서 깊이 있는 분석 보고서를 작성한 경험이 있다고 썼다. 이 란도 공란으로 두는 것은 좋지 않다. 레포트를 썼던 이력이 기억난다면 그것이라도 쓰자.




서류 준비는 박사과정 입시에서 가장 괴로운 단계였다. 글쓰기는 언제나 어렵지만 자기소개서는 특히 그렇다. 열심히 산다고 살았는데 딱히 내세울만한 거리는 없는 것 같고, 내 부족한 부분만 곱씹게 된다. 이 짧은 글 하나 쓰기도 어려운데 박사과정은 무사히 졸업할 수 있을까 막막하기도 했다. 그래도 입시든, 취업이든 자기소개서를 제출받는 이유 중 하나는 지원자가 이런 어려움과 귀찮음을 이겨내고 짜임새 있는 글을 써낼 수 있는 의지와 부지런함이 있는지를 평가하기 위함도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최선을 다했다. 비록 뛰어난 능력과 대단한 이력을 갖추지 못했더라도 이뤄온 작은 성취들에 진정성이 깃들어 있는지는 그가 쓴 글에 다 드러나게 되어 있다. 진정성은 언제나 감동과 울림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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