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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여행 A to Z

by Hee

박사과정 개강을 하고 나면 길게 여행을 갈 정신적, 시간적 여유가 없을 것 같아 1달 전에 급하게 예약해서 나의 첫 남반구 여행지인 시드니에 다녀왔다. 기대보다 더 좋았던 시드니 여행 후기를 A to Z로 정리해 본다.


Aesop: 이솝은 1987년에 멜버른에서 시작된 호주 브랜드다. 시드니에서도 심심치 않게 이솝 매장을 볼 수 있었지만, 한국보다 크게 저렴하지 않다고 해서 한 번도 들어가 본 적은 없다는 게 함정.

Bondai: 사실 인스타에서 본다이 비치의 해수풀(ice bergs) 영상 하나 보고 시드니 여행을 결정했다. 그만큼 기대가 컸음에도 시드니에서 가장 좋았던 곳을 꼽으라면 주저하지 않고 아이스버그를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좋았다. 어떻게 그렇게 절묘한 위치에 해수풀을 만들 생각을 했을까. 듣던 대로 물은 차갑고, 짜고, 시야도 흐렸지만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렇게 아름다운 해수풀에서 수영을 할 수 있다는 것 만으로 내내 짜릿짜릿하고 행복했다.

본다이 비치 아이스 버그 해수풀

Coffee: 호주는 커피 강국이다. 일주일 내내 1일 2 커피 이상을 했음에도 가보고 싶었던 카페를 다 못 볼 정도였으니 말이다. 소위 3대 커피보다 훨씬 좋았던 곳은 디기두스(Diggy doo's). 바리스타님께서 나의 취향을 물어본 후 5개가 넘는 원두 봉지를 꺼내 일일이 향기를 맡게 해 주면서 설명을 해주고, 커피를 내려준 후에도 계속해서 맛은 괜찮은지 내가 어떻게 느끼는지 진심으로 궁금해하시는 모습이 커피맛만큼 감동이었다. 그 커피에 어울리는 잔까지 찾아서 내어주시더라.

제일 좋았던 카페, 디기두스

Dry: 시드니에선 바닷가 도시에서 느껴질 수 있는 습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내가 갔던 3월 초의 경우 한낮엔 조금 덥게 느껴졌지만 아침저녁으로는 완벽한 온도와 습도가 찾아온다. 알고 보니 호주는 전체 면적의 1/5이 사막이고, 2/3가 사막과 다름없는 불모의 땅이라고 한다.

ETA: 시드니에 가려면 ETA라는 전자비자를 신청해야 한다. 어플로 비교적 간단하게 신청할 수 있다. 그리고 ETA 덕분인지 시드니 공항에 내려서 공항 밖으로 나가기까지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입국심사관을 만나는 절차가 전혀 없었다. 적지 않은 곳을 여행했지만 한국만큼 빠르게 입국절차가 끝나는 나라는 처음이어서 매우 인상적이었다.

Ferry: 시드니는 페리가 버스, 지하철, 트램과 함께 대중교통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주요 관광지를 지나가기 때문에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많은 F4라인을 타봤는데, 여행 첫날 저녁시간에 F4라인을 피어몬트 베이->써큘러키 방향으로 탑승하길 추천한다. 하버브리지를 지나 오페라하우스가 있는 써큘러키로 서서히 진입할 때 써큘러키의 스카이라인 야경에 압도되는 느낌을 느낄 수 있다.

F4 페리를 타면서 본 하버브릿지와 써큘러키 야경

Golf: 많은 골프장 중 고민하다 Long Leek Golf Club에서 라운딩을 했다. 호주는 1명이든 2명이든 티타임에 빈자리가 있기만 하면 조인하여 라운딩을 할 수 있고, 우리 부부는 현지인 두 분과 함께 플레이하게 되었다. 낯선 사람과 라운딩 하는 것이 불편할까 다소 염려했던 게 무색할 정도로 즐거웠던 시간이었다. 동반자분들은 경기 내내 코스를 알려주셨고 볼이 우리쪽으로 날아오니 손을 들어 막아주시기까지 하셨다. 나도 외지인에게 이렇게 따뜻하고, 환영하는 태도를 보이는 사람이 돼야지 하고 결심했다. 디와이 비치의 해안 산책로를 낀 골프장은 말할 것도 없이 아름다웠고, 서핑하는 사람과 패러글라이딩을 즐기는 사람을 구경할 수 있는 재미도 있었던 Long Leek Golf Club 강력 추천.

남편과 동반자 2인

Harry Porter: 시드니 대학교는 해리포터 속 호그와트 느낌이 나는 건물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다른 건물은 다 한국 대학교와 비슷한 느낌인데 쿼드랭글 시계탑 건물만 고딕 양식으로 지어져 있다. 사진은 잘 나오는 것 같지만 쿼드랭글 말고는 크게 볼 게 없어서 일정이 바쁘다면 패스해도 좋을 것 같다.

시드니 대학교 쿼드랭글 시계탑

I 30: 체감상 시드니 자동차 10대 중에 1대 정도는 현대/기아 차인 것 같았고, 그중에 90%는 현대 i30 모델이었다. 전직 현대자동차 사내변호사로서 해외여행을 갔을 때 현대차를 보면 반갑고 마음이 뭉클해진다. 이렇게 작은 나라에서 만든 차가 세계 곳곳을 누비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자랑스럽고 나도 열심히 살아야지 하게 된다(나 T 맞나). 현대기아 파이팅!!

앞 차가 모두 현대, 기아차인 자랑스러운 장면

Jenny: 시드니 공항에 도착해 출국장으로 나가는 길에 처음 만나는 얼굴이 제니(그녀의 샤넬 광고화보)일 거라곤 상상하지 못했다. 시드니 시내 곳곳에서도 제니의 샤넬 광고를 볼 수 있었다. 또다시 자랑스럽고 뭉클해지는 순간(나 T 맞나 22). 제니 파이팅, 블랙핑크 파이팅!

Koala: 우리에 갇힌 동물을 보는 게 마음이 불편해서 동물원을 안 간지 한참됐지만, 호주에 갔는데 코알라랑 캥거루는 못 참지-하고 갔던 페더데일 동물원은 기대보다 별로였다. 광활한 자연 속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생활하고 있는 동물들을 만날 수 있길 기대했는데, 코알라가 비좁고 깨끗하지도 않은 우리 속에 전시품처럼 놓여있었다. 막상 또 볼 때는 귀여워를 연발하면서 잘 보긴 했지만 보고 나서 약간 씁쓸한 것이 역시 동물원은 나와 맞지 않는다는 결론. 코알라, 캥거루보단 짧은 다리로 분주하게 돌아다니던 고슴도치가 쏘 귀여웠다.

페더데일에서 본 고슴도치

Long black: 호주에는 아메리카노가 없는 대신 롱블랙이 있다. 에스프레소를 숏블랙(short black)라고 하고, 에스프레소에 물을 더 탄 아메리카노 스타일의 커피를 롱블랙으로 부르게 됐다고 한다. 카페에 갈 때마다 거의 롱블랙을 시켰는데 대부분 아메리카노보다 산미가 있고, 맛이 진했다. 롱블랙도 맛있지만 시드니 카페에선 오트라테를 꼭 마셔보길 추천한다.

Mountain: 산을 그려 보라고 하면 한국사람들은 ^^^ 로 그리는데, 호주 사람들은 ㅡㅡㅡ로 그린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블루마운틴은 파랗고 산 정상이 평평해서 묘한 느낌을 주는 데다, 갑자기 공룡이 나타난데도 음, 그럴만하군 하고 넘어갈 정도로 나무가 크고 빼곡하여 유일무이한 풍경을 볼 수 있다. 호주에서 많이 자라는 유칼립투스 나무의 잎에 있는 알코올 성분이 햇빛을 받아 수분과 함께 증발하면서 산이 푸른빛을 띠게 된다는데, 그래서 그런지 푸를 뿐만 아니라 증기를 내뿜는 것처럼 희뿌옇기도 해서 더욱 묘한 느낌을 준다.

블루마운틴

N부터 Z까지 후기는 다음 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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