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3월이 다 되어 쓰는 올해의 독서 목표

by Hee

올해는 일과 박사과정을 병행하느라 독서에 소홀해지기 십상일 것 같다. 변호사라는 직업상 항상 글을 읽고 있어야 하는데, 박사과정은 글 읽기가 알파요 오메가니 책에는 손이 잘 안 갈지도 모른다.


벌써 3월이 다가오지만 1권이라도 더 읽으려면 이제라도 독서 목표 혹은 계획을 세워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한편으로는 독서까지 계획을 세워가며 해야 하나 싶기는 해도, 또 뭐 나쁠 것도 없다. 무슨 책 읽을지 고민할 시간도 줄일 수 있고, 연말에 돌아봤을 때 목표를 달성했다면 뿌듯함 리스트를 하나 추가할 수도 있다.


1. 하루키 3권 읽기


내 로망 중 하나는 ‘나 OO 작가 정말 좋아해, 그 작가 책은 전부 다 읽어봤어’라고 말해보는 것이다. 어떤 취미든 별로 진득하게 하는 법이 없다는 콤플렉스가 있는데, 독서만큼은 유일하게 평생에 걸쳐해오고 있으니 이 방면에서는 나름의 개가를 올리고 싶은 것이다.


전권 읽기 목표를 하고 싶을 만큼 좋아하는 작가로는 국내는 박완서, 해외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있다. 두 작가 다 본업은 소설가이지만, 산문도 기가 막히게 잘 쓴다. 나는 산문을 조금 더 선호하므로 올해 하루키 전권 읽기 프로젝트 목표 책은 소설 1권, 산문 2권이다.

- 소설: <여자 없는 남자들>

- 산문: <이렇게 작지만 확실한 행복>, <하루키의 여행법>


2. 빌게이츠 또는 안도 타다오 자서전 읽기


아직 2월밖에 안되어서 확신할 순 없지만, 나의 올해의 책 후보로 꼽힐만한 책을 최근 다 읽었다. 나이키 창업자인 필 나이트가 쓴 <슈독(Shoe dog)>이라는 책인데, 읽다가 너무 울림을 크게 주는 문장들을 자주 만나서 자꾸만 책 읽기를 멈추어야 할 지경이었다. 그런 문장이 있는 곳에 포스트잇으로 표시를 해보니 족히 10군데는 된다.


생각해 보면 나에게 가장 큰 자극을 준 책들은 거의 <슈독>과 같은 동시대 인물들의 자서전이다. 소설도 재밌지만 실제 현실보다 더한 드라마는 없다. 그 드라마의 주인공이 지금 나와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면 더욱 몰입하고 공감하게 된다. 나의 유년시절 꿈은 그런 자서전들로 인해 형성되었다. 한비야의 <바람과 딸> 시리즈, 홍정욱의 <7막 7장>이 그런 책들이다. 현실 속 작가에 대한 평가를 떠나서 그 자서전 속 인물들에 나는 깊이 매료되었었다. 지금도 고민이 있거나 어려운 결정을 해야 할 때 그 사람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곤 한다.


<슈독>을 막 끝냈으니 상반기에는 그 여운을 가지기로 하고, 하반기에 스티브 잡스나 안도 타다오의 자서전을 읽어봐야겠다.


3. 스티븐 레비츠키, <어떻게> 시리즈 읽기


최근 화제가 된 책이라면 스티븐 레비츠키의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를 꼽을 수 있다. 한 유튜브 채널에서 유시민 작가가 김부겸 전 총리에게 책을 많이 읽으라고 충고했고, 김부겸 전 총리가 이 책을 보여주며 충고 고맙고, 책을 많이 읽겠다는 영상을 올렸다. (“책 많이 읽어라” 유시민 저격에 김부겸이 소개한 이 책 https://munhwa.com/news/view.html?no=2025020701039910289009)


유시민 작가에 따르면 스티븐 레비츠키는 자신이 먼저 쓴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의 오류를 인정하면서 <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라는 책을 썼다고 한다. 스티븐 레비츠키가 말하려는 바를 종합적으로 이해하려면 2권 다 읽어보는 것이 좋겠다.


작년 12월 3일 이후 민주주의에 대해 처음으로 많은 고민을 해봤다. 혼란과 분열이 민주주의의 그림자 같은 것이라면, 우리는 어느 정도 선까지 그것을 용인해야 할까? 민주주의는 혼란과 분열을 극복하고 나아갈 수 있을까? 여러 의문이 드는 지금, 필연적으로 정치학 책을 추천(?) 받았으니 잘 읽어보아야겠다.




독서는 주로 새벽 시간에 할 생각이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오면 기진맥진이라서 책은 됐고 유튜브나 보고 싶기 때문이다. 책을 읽다가 서서히 해가 뜨고 조금씩 사위가 밝아짐을 느끼는 순간만큼 영감을 주는 것도 없다. 어떤 날은 책 보다 서재 창문 밖 풍경을 더 많이 멍 때리며 쳐다보고 있기도 한다.

새벽에 책을 읽다 바라본 창문 밖 풍경


어쨌든 다만 5페이지, 10페이지라도 책을 읽고 집을 나서면 나는 책 속 문장들을 담은 주머니가 된 느낌이다. 담고 다니다 보면 하루 중 틈날 때 자연히 생각이 난다. 그런 하루는 다른 하루와는 다르다. 나는 책 속의 주인공이 된 것 마냥 용기를 내고, 과감히 도전하며, 투지를 잃지 않는다. 올해가 이런 날들로 가능한 많이 채워지길 부디, 바라본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서울대학교 박사과정 합격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