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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여행 A to Z(2)

by Hee

이어서 쓰는 시드니 여행 후기 A to Z.



New Town: 시드니 대학교에서 15분 정도 버스를 타고 가면 '뉴타운'이라는 동네가 나온다. 3대 커피 중 하나인 캄포스 커피(Campos Coffee)의 본점과 구경할 만한 소품샵들이 있다고 해서 찾아가 봤는데 캄포스 커피 본점도, 소품샵들도 시간 내서 찾아갈만한 곳은 아닌 것 같다.

Opera: 시드니 하면 오페라하우스고, 겉에서만 보는 것과 안까지 들어가 보는 것은 또 다른 느낌일 것 같아서 오페라 La Traviata를 예약했다. 지루할까 걱정했는데 영어 자막도 나오고, 주인공이 한국인 테너여서(모르고 갔음) 생각보다 재밌게 잘 봤다. 사실 오페라보단 오페라 시작 전과 인터미션 시간 때 오페라하우스 테라스에서 시드니를 바라봤을 때의 풍경 -주변 조그마한 섬들과 한가로이 떠다니는 요트들- 때문에라도 가볼만하다.

오페라 하우스 앞에서

Park: 유명한 보타닉 가든이나 하이드 파크가 말고도 시드니는 곳곳에 공원이 많았다. 인구 밀도가 낮아서인지 워낙 공원이 많아서 어느 한 공원에 사람이 몰리지 않아서 인지 모르겠는데 공원이 많기도 많지만 모든 공원이 어찌나 한가롭던지. 사람들도 아무 데고 눕거나 앉아서 쉬는데, 특별히 핸드폰을 보거나 하는 것도 아니고 정말 누워서 아무것도 안 하고 쉬기만 한다. 그것도 젊은 사람들이 그러는 경우가 많아서 일은 안 하세요?라고 물어보고 싶었다. 부러우면 지는 거다.

QVB: 이번 시드니 여행에서는 '시드니 힐튼'에서 묵었다. 시드니 오면 꼭 한 번씩 들리게 될 Queen Victoria Building 바로 옆이고, 트램 정류장도 코 앞이고, 북쪽인 써큘러키와 남쪽인 서리힐즈 등 유명 관광지가 모두 도보 20분 이내라서 위치로는 최고였다. 방이 조금 좁고, 조식이 크게 맛있다는 생각은 안 들었지만 꼭 오페라하우스 뷰를 보는 호텔에 묵고 싶은 것이 아니라면 추천할만한 호텔이다.

힐튼 시드니 조식 식당에서 보이는 QVB

Relax: 시드니는 확실히 다른 대도시들에 비해 도시 전체에서 여유로움이 느껴졌다. 이런 자연환경에 살면 나라도 바다 바라보고 잔디밭에 누워서 쉬고 싶지, 열심히 일해야겠다는 생각이 안들 것 같았다. 서핑, 트래킹, 골프 같이 도시 근거리에서 (합리적인 가격에) 즐길만한 액티비티도 많으니 더욱 그렇지 않으려나. 서울은 공원이나 한강의 접근성이 떨어지고 서핑이나 골프를 하려면 차 타고 1-2시간은 가야 하는데다 돈도 많이 드니 자연이나 액티비티를 즐기기보다는 일에 집중하고 밤에 유흥을 즐기는 문화가 발달한 게 아닐까 싶다. 덕분에 경제발전 속도가 빨랐으니 좋은 일이라고 해야 할지 나쁜 일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Sun: 남극은 오존층에 구멍이 뚫려있고(남극 2배 크기) 호주가 가장 큰 영향을 받아서 자외선으로 인한 피부암 위험이 높다고 한다. 그래서 선크림도 세럼처럼 묽은 형태, 스프레이로 뿌리는 형태, 징카처럼 지워지지 않는 형태등 포뮬러가 정말 다양하다. 해변길을 따라 걷는 코스탈워크를 할 때 얼굴과 목에 선크림을 바르긴 했는데 목걸이 있는 부분은 귀찮아서 안 발랐더니 그 부분만 무슨 띄 두른 것처럼 타버렸다. 호주 햇살 정말 강력하다.

Totti's: 시드니에서 가장 맛있게 먹은 레스토랑 Bar Totti's. 예약을 해야 한다고 듣긴 했지만 도착한 첫날 점심에 혹시 모르니 한 번 가볼까 해서 가봤다가 운 좋게 바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근데 정말 운이 좋았던 것 같은 게 지나갈 때마다 항상 줄이 길게 늘어서 있더라. 되도록 예약하고 가시길. 모든 테이블에서 하나씩은 꼭 시키는 것 같은 'Wood Fired Bread'에 토마토와 부라타 치즈를 추가하고 봉골레 파스타도 하나 시켰는데 대만족이었다. 화덕에서 금방 구워 나온 빵은 따끈하고 쫄깃한데 그 위에 신선한 토마토와 밀키한 부라타치즈(지금까지 내가 먹은 부라타치즈는 부라타치즈가 아니었음)를 얹어서 먹으니 여기가 바로 헤븐. 한국 도입이 시급합니다 정말

Bar totti's의 인기메뉴 Wood Fired Bread

Ugg: 가기 전에 어그는 하나 사 와야지 했는데, 막상 가니까 어그를 너무 여기저기서 많이 팔고 있어서 오히려 구매 욕구가 떨어졌다. 가게마다 가격이 조금씩 달라서 괜히 먼저 샀다가 다른 데에서 더 싸게 팔면 어떡하지 싶기도 하고, 지금 안 사도 아무 때나 사고 싶을 때 사지 뭐 하다가 결국 안 삼.

View: 많이들 베스트 뷰로 뽑는 곳이 시드니 천문대 아니면 보타닉 가든 마담 맥쿼리 포인트인데 개인적으로 시드니 베스트 뷰는 Cafe Sydney와 더 록스 마켓 끄트머리 지점(정확히 어디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이다. Cafe Sydney는 음식도 맛있어서 다소 비싸지만 한 번쯤 가볼 만하고, 더 록스 마켓도 시드니에서 가장 재밌었던 곳 중 하나로 이것저것 구경하고 맛있는 거 사서 잔디밭에 앉아 경치 구경하면서 쉬기 최고다.

Cafe Sydney
더 록스 마켓 쪽 잔디밭

Wine: 호주는 술을 리커샵(liquor shop)에서만 구매할 수 있다. 와알못이지만 호주 와인이 유명하니까 식당에서 글라스로 한 잔씩 마셔봤는데 정말 맛있었다. 이래서 사람들이 와인을 좋아하는구나 싶었다. 호주에서 가장 오래된 와인 숍이라는 The Oak Barrel에서 선물용으로 몇 병 구매했는데, 적정한 가격에 좋은 와인을 살 수 있는 것 같았다(잘 모르고 하는 소리임 주의).

X-man: 우리 부부 중에서 여행할 때 엑스맨은 거의 나다. 핸드폰이든, 지갑이든 꼭 하나씩 잃어버리거나 암튼 사고를 하나씩 친다. 그런데 이번 여행에서는 혹시 하고 내가 발급받아간 트래블월렛 카드 덕분에 무사히 택시를 탈 수 있었다! 음하하 호주 가서 디디나 우버에 한국 신용카드 추가하려고 하면 되지 않으니 꼭 미리 결제수단 추가하고 가시길.

Yo-Chi: 요아정은 한국만 유행하는 게 아닌 듯하다. 시드니 판 요아정인 Yo-Chi가 인기를 끌고 있는데 맛은 뭐 맛있지 뭐.

Zombie: 시드니 여행을 다녀오고 일주일 정도는 좀비처럼 넋을 놓고 살았다. 일도 밀려있고, 개강을 했으니 일 끝나고 부랴부랴 저녁에 수업도 가야 하다 보니 여독을 풀 시간이 없어서 그랬나 싶다. 또 그만큼 시드니에서의 시간이 좋았었다는 반증일 것 같기도 하다. 이번 여행에서는 너무 욕심내지 말고 최대한 여유를 즐기고 오자 하면서 갔고, (또 막상 가니까 욕심이 나서 이것저것 하긴 했지만), 가능한 현지인들처럼 바다 보고 하늘 보고 하면서 쉬려고 했다. 좋은 날씨, 맛있는 커피, 아름다운 자연, 많은 즐길거리까지 무엇 하나 빠지는 게 없는 도시 시드니, 정말 즐겁고 행복했다. 시드니 여행 후기 끝!

또 봐 코알라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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