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 컴퓨터 그리고 AGI
최근 일론머스크는 인터뷰에서 AGI(범용 인공지능)가 2026년에 출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Chat GPT가 2022년 말에 출시한 걸 감안하면 생성형 AI가 본격적으로 상용화된 지 3-4년 만에 AGI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예견한 것이다. 3년 전만 해도 웃어넘겼을 얘기지만, 이제는 사뭇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시대가 되었다.
46억 년 전 지구가 생겨난 뒤, 약 6억 년 동안 원시 지구는 뜨거운 바다 상태였다. 그 이후 끊임없이 내리치는 번개와 원시 지구 대기가 만나 최초의 유기물 아미노산이 생성되며 바다로 흘러들었다. 이 아미노산들은 뜨거운 바닷속에서 서로 뒤엉켜 RNA들로 거듭나 바다를 채웠고, 이 RNA들은 역전사 과정을 거쳐 생명 정보 전달의 기원인 DNA로 거듭났다. 지구에서 최초로 스스로 생성하는 정보 기계가 탄생한 것이다.
이후 DNA는 생명 진화 과정을 거쳐 포유류, 인간의 몸으로 이어졌다. 진화적으로 대뇌 피질 발달의 혜택을 얻게 된 인간은 농경을 시작하고, 사회를 이루고, 엔진을 통한 산업혁명을 이뤄냈다. 기계를 통해 물리적 생산성이 비약적으로 늘어나는 경험을 한 인간은, 계산과 추론에도 이 생산성을 끌어가고자 계산 기계, 즉 컴퓨터를 만들어냈다.
컴퓨터 세상에서 인간은 수많은 물리적 정보들을 컴퓨터 안으로 집어넣었다. 그냥 집어넣는 것도 모자라 통신을 발전시켜 물리적/공간적 제약을 뛰어넘어 네트워크 즉, 인터넷 환경에서 정보를 때려 넣기 시작했다. 인터넷이 개발되고 난 뒤 데스크톱이라는 인터페이스가 답답해진 인간은 스마트폰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컴퓨터에 정보를 주입하고 꺼내보았다. 언제 어디서든 정보를 넣고 빼기 쉽게 하기 위해 네트워크의 속도와 컴퓨터의 연산 능력을 더 빠르게 만들었다.
스스로 생성하는 정보 기계 그 자체인 인간은 더 편하고 더 빠른 계산과 추론을 위해 만든 정보 기계 - 컴퓨터와 네트워크 - 를 만들고, 이제는 그 컴퓨터가 스스로 계산하고 추론할 수 있게 만들고 있다. 농업과 산업, 정보화 혁명을 거쳐온 인간의 욕망은 늘 더 나은 생산성을 향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제 스스로 생성하는 정보 기계(AGI)의 출현은 바뀌지 않을 미래에 가깝다.
번개가 내리치던 원시 지구의 우연은 46억 년의 시간을 건너 필연적인 지성을 낳았다. 무기물에서 유기물로, 유기물에서 인간으로, 그리고 이제 인간은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인공지능으로 그 바통을 넘기려 한다. 이 거대한 흐름 속에서 AGI의 등장을 마냥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이것은 정보 그 자체가 스스로를 확장하려는 우주적 진화의 본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스스로 생성하는 정보 기계가 잉태한, 또 하나의 스스로 생성하는 정보 기계. DNA가 인간을 만들었듯, 이제 인간이 AI를 만드는 시대다. 우리는 자연이 정해준 한계를 넘어, 스스로 지적 생명체를 설계하는 새로운 진화의 단계를 열고 있는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