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기는 잘못이 없어

by Neon

손 씻으려고 물을 틀었다가,

샤워기 호스에서 물이 쏟아져,

옷이 등어리에 찰싹 달라붙고,

온몸이 쫄딱 젖었을 때,


샤워기한테 짜증 가득한 샤우팅을 했다.

소리를 꽥!! 지르고도 분이 불리지 않았다.


아무렇지도 않다는 저 샤워기가 너무 얄미워

당장이라도 베어 버릴 듯이 날카롭게 째려봤다.


내 맘 갗지 않은 너 때문에 내가 짜증난다고 생각했는데,

제대로 살지 않는 너 때문에 내가 화가 난다고 생각했는데,


샤워기 호스가 너 때문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해주었다.

수전을 돌리지 않고 물을 튼 나의 건망증과,

살~짝 틀어보지 않고, 콱!! 최대치로 물을 튼

나의 오만함에 스스로 짜증이 난 것이다.


뒤늦게서야...


널 샤워기 호스처럼 대했던 게 사무치게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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