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가방을 가득 채운 날 비난하지 않겠다.

by N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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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집을 나서며

하루를 다 눌러담기에도 벅찬

두툼한 책가방을 메고 집을 나선다.


그렇게 책가방을 가득 채워 나간 아침의 나를 비난하지 않겠다.


고작 한권을 넘기기 전에 해가 먼저 넘어간 것과

궁벵이처럼 다가오는 저녁하늘 또한 비난하지 않겠다.


오늘의 시간 속에서

분명 온전히 집중한 시간이 있었을 것이고

핑계 삼아 겉돌던 시간도 있었을 것이다.


흐르는 시간은 본래 잡을 수 없는 것이기에


흘려보낸 시간을 나무란다는 건

어찌보면, 말이 안 될 수도 있다


온전히 집중한 시간에도 시간은 흘러갔고,

겉돌던 시간에도 시간은 여전히 흘러갔기에


내가 시간을 흘려보낸 것이 아니라

시간이란 원래 흘러가는 존재인 것이기에


그 흘러가는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를 따지지 않고,

그 흘러가는 시간에 내가 살아있었음에

찰나의 감사를 나에게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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