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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세마리 Sep 26. 2015

이제는 선이닷!

두사람 나이 합해서 60이 넘으면 선이라는 사실

친구들이 해주는 소개팅이 바닥을 보일 때 쯤, 아빠가 선자리를 마련하셨다. 두사람의 나이를 합쳐서 60이 넘으면 선이라고 했던가


그분은 나보다 7살이 많았다. 우리 둘의 나이를 합치면 60이 훌쩍 넘었다. 이것은 소개팅이 아닌 빼도 박도 못하는 '선'이렸다.


선을 보러 가는 전철안. 나는 그동안의 소개팅으로 마음이 너덜너덜해진 상태였다. 마음에 들면 상대는 나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고, 마음에 안들면 상대는 나를 마음에 들어하는 신기한 불문율의 법칙은 늪처럼 나의 마음을 옭아매어 나를 한없이 아래로 아래로 떨어뜨렸다.


'차라리 마음에 안들었으면 좋겠다'


선남이 멋있고 매력이 넘쳐 내 마음이 든다면 어김없이 그 선남은 나를 싫어할 것이고 그러면 난 그 사람 마음에 들려고 온갖 노력을 다하겠지.


한두번의 애프터는 주선자에 대한 예의같은 거라고 애프터라도 들어온다면 난 온 백화점을 뒤지면서 어울리는 옷을 찾아 헤맬것이다. 그리고 드라이를 하러 박ㅇㅇ헤어에 가겠지. 드라이 잠깐에 25000원을 내며 속쓰려 하겠지만 그분 마음에 든다면 이까짓것! 할거고. 그분을 만나러 가는 길에는 또 스타킹이 나가지는 않았나 안보이는 뒷다리도 허리를 틀어 볼 것이고, 네이버 검색창에 '소개팅 대화법'이라던가 '소개팅 팁' (이러면 주로 남자입장에서의 대화법과 팁이 주로 나오긴 한다)등을 쳐보며 무슨 대화를 어떻게 할까 생각할것이다.


 만나기로 한 장소에 십분전에 도착해서는 마지막으로 내 얼굴의 화장상태를 체킹하기 위해 근처 화장실에 찾아 가겠지. 이럴 때 항상 마스카라가 번져 있거나 화장이 날아가 보이거나 하지. 면봉을 꺼내야 하는데 이럴때 면봉이 정말 안보여.. 파우치 어디에 박혔는지. 악-


갑자기 너무 지친느낌이 들었다. 모든게 귀찮고 피곤하고 싫었다. 그래서일까 이번에 선을 보러 가는 길에는 그 무엇도 하지 않았다. 차라리 마음에 들지 않아라! 를 기도하며..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과의 소개팅은 장점이 많다. 일단 마음이 편안해 지므로 내 앞에 놓인 음식의 맛을 음미할 수 있다. 소개팅이나 선은 그래도 값이 좀 있고 맛있는 레스토랑인 경우가 많으므로 그동안 심심했던 나의 미뢰를 자극해줄 수 있다. 또한 나와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을 만나는 경우 그 직업에 대해 간접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이것 저것 질문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대화가 되므로 그 직업이 갖는 장점부터 진심어린 고충까지도 알 수 있는 좋은 삶의 (간접) 체험학습이랄까. 게다가 둘다 서로 마음에 들지 않은 경우도 (안타깝게도) 종종 있는데 이 사실이 어쩌다 오픈될 경우는 서로 상담도 해 줄 수 있다. 이것만 고치면 만나실 수 있을 것같아요! 이 스타일보다는 저번의 그 스타일이 더 나으시네요.. 이러한 상담부터 지난 연애에 대한 상담까지 가능하다. 비슷한 나이대의 남녀가 해주는 상담은 그 어떤 상담보다도 값지고 가감이 없다. 이러한 장점을 다 떠나서 가장 큰 장점은 '마음 고생할 일이 없다'는 것이다. 마음에 들게 하려고 안하던 내숭을 안떨어도 되고 소개팅이 끝난 후 연락이 오는지 안오는지 신경 쓰느라 전화기의 작은 미동하나에 반응하지 않아도 되는 그 편안함. 이쯤에서는 내가 먼저 '퇴근 여부를 물어야 하나' 하는 깊은 고민에 빠지는 일도 없고 설령 보냈는데 한시간이 지나도록 카톡의 노란 숫자 일이 없이지지 않는다고 초조해하지 않아도 되는 그 마음의 평화.


큐피트가 대충 쏘는 건지 자꾸 빗나가는 화살때문에 너무 지쳐버린 나는 차라리 매력이 없는 못난 남자가 나와서 '마음에 들지 않는 남자와의 소개팅의 장점'을 마음껏 누리고 싶었다. 특히 마음고생을 그만 하고 싶었다.

출처: 네이버 누군가의 블로그

 우리는 사당역 서점앞에서 만나기로 했다. 많은 사람들이 서점앞에 서성이고 있었고 그 중에 나의 선남이 누구인지 알길이 없어 전화를 했다. 서점앞 의자에 앉아 책을 보고 있던 키가 커보이는 남자가 핸드폰을 들고 전화를 받으려 하는 모습이 보였다.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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