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회사 영업사원 차태현군
집이 가까워지고 데려다줘서 고맙다고 집에 도착하면 연락달라고 말하며 문을 닫는 순간, 나의 불안감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손을 잡고 데이트를 했음에도 관계를 규정짓자는 제안이 없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사랑의 갑을 관계에서 을, 아니 정이 되버렸기 때문일까..
'데이트 잘했는데 나 왜이러지..'
혼란스러운 마음을 반신욕으로 진정시키고 있는데 문득 그가 사준 오징어젓갈을 차에 두고 내린 것이 생각났다.
'조심히 잘 가고 계세요? 생각해보니 오징어젓갈을 두고 내렸어요^^;'
운전을 하고 있을 것 같아 카톡을 보내니 전화가 왔다.
"아 그랬어요? 그럼 다음에 줄게요~ 저아직 가는중이라.. 도착해서 연락할게요!"
통화를 했는데도 참으로 이상하게 마음이 안정되지가 않았다. '칠칠치 못하게 선물로 준걸 두고내리니..?!' 갑자기 차갑게 느껴지는 말투에서 그런 말이 들리는 것만 같았다.
정말 이상했다. 상황도. 나도. 내 생각도..
한시간이 흘렀다. 도착할 시간이 넘었는데 그는 연락이 없었다. 도착해서 씻나보다 조금만 더 기다리자.
또 한시간이 흘렀다. 아직도 전화기는 조용하다.
'잘 도착하셨어요?^^'
걱정이 되서 카톡을 보냈다. 그러나 답은 오지않았다.
일요일. 그는 어제 잠이 들어서 연락을 못했다고 오늘은 좀 쉬어야 겠다고 연락이 왔다.
주말은 그렇게 지나가고 월요일이 되었다. 언제나 안좋은 예감은 틀린적이 없다. 그는 아침부터 퇴근하기 전까지 카톡하나가 없었다. 대신 저녁에 전화가 왔다.
"뭐해요? 퇴근은 했어요? 나 어디게요?"
"네..퇴근은 했죠.. 어디신데요??"
"나 영화관~~ㅎㅎ 여자랑 보는거 아니예요 팀원들이랑 다같이 왔어! 이그"
"아하핫;; 뭐 보게요?"
"ㅇㅇㅇ요. 부럽지요? 그럼나 영화보러 들어가요~"
'아 내예감이 틀린건가? 마치 여자친구한테 이야기하듯 보고하자나'
난 또 혼란스러워졌다. 나 지금 사귀고 있는 것인가? 괜한 걱정을 한건가?
하지만 이 혼란스러움은 24시간이 채 안돼어 종결되었다. 그는 화요일에도 역시 아침부터 퇴근까지 카톡이 없었고 전화도 없었다. 참다못한 내가 카톡을 보냈다.
' 퇴근은 했어요?'
그러자 전화가 왔다.
" 네 퇴근했죠. 저 어디게요?'
"어디신데요?"
"나 영화관... 저 영화보러 들어가요~"
또 영화관.. 어제 봤으니 이번엔 팀원들은 아니겠고.. 누구랑 보는거지?? 이번엔 누구랑본다 어쩐다 말이없이 끊었기에 '누구'랑 같이 보는지가 너무나 궁금했고 혼자 별 상상을 다하며 괴로워했다.
저 영화보러 들어가요.
이 말을 끝으로 거짓말처럼 차태현군은 자취를 감추었다.
7개월뒤..
여자친구랑 여행을 갔는지 카톡엔 해외에서 찍은 커플사진이 떡하니 올라왔고 그로부터 삼개월뒤 그는 결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