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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오페이퍼 Jul 21. 2024

<성의 역사 1-지식의 의지>에서 후기 푸코 찾기

<성의역사 1-지식의 의지>를 읽고 


<감시와 처벌>에서 푸코는 근대의 새로운 권력 메커니즘을 ‘규율권력’으로 분석했다. 군주의 힘이나 법적 정당성 만으로는 그 효과를 기대할 수 없게 된 권력은 규율의 방식을 통해 사람들을 예속적 주체로 만들었다. 이 규율권력은 근대의 ‘지배 테크놀로지’[1]라고 할 수 있다. 푸코는 1980년 다트머스 대학의 <주체성과 진실> 강의에서, <감시와 처벌>을 쓰던 시기에는 ‘지배 테크놀로지’만 분석했던 셈이라고 고백하며, 섹슈얼리티 연구 과정에서 ‘자기 테크놀로지’의 실존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자기 테크놀로지’는 개인들이 자기 자신을 변형시키고 수정하게 하는 일련의 테크닉으로, 푸코에 따르면 근대의 주체는 지배 테크놀로지[2]와 ‘자기 해석학’이라는 자기 테크놀로지의 상호작용을 통해 예속적 주체로 구성된다. 이후 푸코의 연구는 ‘어떻게 통치받지 않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거쳐 ‘자기 테크놀로지’의 역사를 계보학적으로 탐색함으로써 권력관계 내의 한쪽 항인 예속적 주체의 저항 가능성을 상상하는 쪽으로 이어졌다. 


  1976년에 출간된 <성의 역사 1-지식의 의지>는 섹슈얼리티의 출현과 그를 둘러싼 권력관계를 분석한 책으로, 최초의 의도는 <감시와 처벌>에서 감옥과 비행자를 대상으로 근대 권력을 분석했던 것처럼 성을 대상으로 동일한 분석하려는 것이었다. 이 책의 후속 연구 역시 근대 권력의 효과를 만들어내는 여러 가지 섹슈얼리티 장치에 대한 심도 깊은 분석으로 예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1984년이 되어서야 출간된 <성의 역사 2-쾌락의 활용>과 <성의 역사 3-자기에의 배려>는 그리스 로마 시대의 ‘자기 테크놀로지’를 계보학적으로 분석한 내용이었다. <성의역사 1-지식의 의지> 출간 후 그의 연구와 강의, 그리고 여러 저서를 통해 그의 사상적 변화 지점을 확인할 수 있지만, 이 책에서 역시 그 변화의 마중물로서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그런 관점에서 이 책을 읽어보려고 한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性이 억압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인권의 이름으로 군주의 권력행사에서 벗어나는 혁명에 성공했던 것처럼, 성의 억압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금지를 금지하라’는 68 혁명의 구호는 금기를 제거하고, 쾌락을 복권하려는 주장을 보여주는 상징적 문장이다. 그러나 정말 성은 억압된 것일까? 푸코는 17세기 반종교개혁 시기에 성과 욕망을 중심으로 확장된 고해성사의 내용, 어떤 정황도 숨기지 않고 모든 것을 말해야 한다는 사드의 문학 등을 예로 들며 성은 오히려 점점 더 많이 이야기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그가 보기에 성은 담론의 확산을 통해 새로운 권력의 작용지점이 되고 있었다. 18~19세기에 성에 대한 담론은 과거 성적 관계의 핵심이었던 혼인 관계 중심 체제에서 벗어나 반자연의 특수한 차원으로서 성적 도착의 세계[3]를 대상으로 삼았다. 막연한 방탕의 범주가 해체되고, 여러 가지 성적 도착은 하위종으로 명시되고 정의되며 주변적 섹슈얼리티가 출현했다. 권력은 섹슈얼리티에 분석적이고 가시적으로 항구적인 실체를 부여함으로써 그것을 권력 작동의 거점으로 삼았다. 

 


  그런데 왜 갑자기 성이 그렇게 많이 말해지고, 권력의 작동하는 거점이 되었을까? 푸코는 성이 말해진 기원을 기독교의 고해성사에서 찾는다. 고해성사에서 성은 진실한 고백의 특별한 소재였다. 그런데 이 성이 스키엔티아 섹수알리스(성의 과학) 장치를 통해 과학 담론의 규칙을 따르는 지식이 되었다. 권력이 필요에 의해 성을 지식의 대상으로 삼음으로써 섹슈얼리티를 만들어 낸 것이다. 섹슈얼리티는 지식의 의지가 개입되어 있는 담론이라고 할 수 있다. 섹슈얼리티 장치는 여성의 육체(히스테리), 어린이의 조숙한 성, 출산의 조절, 그리고 성도착의 명시 등의 구체적 영역을 통해 권력의 도구로 작동한다.


  푸코는 섹슈얼리티 기술의 발전과 그 확산과정을 분석하면서 권력의 작용지점으로 유기체, 종으로서의 인간을 발견한다. 푸코에 따르면 근대의 새로운 권력은 섹슈얼리티 도구를 이용해 육체를 지식의 대상이자 권력관계의 요소로 삼아 궁극적으로 인구를 통제[4]하려고 했다.  푸코가 이 책에서 언급하지는 않지만, 종으로서의 인간, 인구로 통칭되는 인간의 다른 말은 아마도 ‘국민’ 일 것이다. 역사적으로 30년 전쟁(종교전쟁)을 마무리하는 베스트 팔렌 조약(1648년) 이후 권력은 근대 국민 국가의 형식을 갖추었다. 참고로 이 형식의 정치권력을 후에 푸코는 ‘통치성’[5]이라는 개념으로 정의한다. 



  푸코의 설명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일단 섹슈얼리티 기술의 발전이다. 성이 지식의 대상이 되면서 신체의 의학과 구분되는 성의학이 생기고, 성적 본능이라는 개념이 구성되었다. 성도착이라는 범주가 구성되고, 성을 전문적으로 진료하는 의학이 등장했다. 특히 종을 대상으로 하는 유전의 분석은 성을 종으로서의 인류에 대해 생물학적으로 책임이 있는 위치에 올려놓았다 [6].  이제 결혼, 출산, 생존은 국가적 차원에 중요한 정치적 기획이었기 때문에 성과 성의 생식 능력은 행정적으로 관리해야 할 대상이 되었다 [7]. 유기체에 작동하는 생명과 질병의 문제는 국민국가의 형식을 취한 권력에게 생존의 문제나 다름없었다. 여기서 우리는 권력의 작용지점이 인간의 신체에서 유기체로 확장된 것을 알 수 있다. 


  이어서 섹슈얼리티의 확산 과정을 살펴보면 재미있는 지점이 있다. 섹슈얼리티가 출현하던 초기에 그것은 권력 행사의 도구보다는 권력에 힘을 실어주는 근거로 사용되었다. 그 시기 축적된 성에 대한 지식은 근대 국가의 새로운 지배계층인 부르주아지에게 귀족의 피를 대신한 새로운 근거가 되어 주었다. 그들은 18세기 중반부터 섹슈얼리티 도구를 이용해 특수한 육체, 건강, 위생, 자손 종족을 담보할 계급의 육체를 만들어 가는데 몰두했다 [8]. 육체의 위생, 장수의 비법, 건강한 자녀를 낳고 가능한 오래 살기 위한 방법, 인류의 후손을 개량하기 위한 방법 등을 탐구하며 육체의 힘, 영속성, 자기 계급의 특수성과 패권을 확인하였다. 과거 귀족의 피로 증명되던 계급적 차별화를 부르주아지는 성을 통해 수행했다. 권력이 성을 지식의 대상으로 삼아 섹슈얼리티를 만들어낸 것은 권력을 행사할 힘을 가진 이들의 의지가 작동한 결과다. 지식의 의지는 권력의 의지에 다름이 아니다. 부르주아지에게 계급적 정당성을 부여해 주는 역할을 한 섹슈얼리티 장치는 그 확산 과정에서 프롤레타리아에게는 예속적 수단으로 작동하였다. 정신분석학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이론으로 중산층의 근친상간의 욕망에 몰두하던 시기에 프롤레타리아에게 섹슈얼리티는 정상성의 규범으로 작동하며, 그들을 성실한 노동자로 재탄생시켰다. 섹슈얼리티 장치는 권력관계 양쪽에서 대칭적으로 작용하지 않고 따라서 동일한 효과를 낳지도 않았다 [9]. 여기서 권력에게 통치의 도구인 섹슈얼리티 장치는 프롤레타리아에게 억압의 기제로 작동한다. 이 관계의 다른 말은 통치성이다.


 


  푸코의 분석에 따르면 근대의 지배 테크놀로지는 육체의 규율과 인구의 조절이라는 두 축으로 작동한다. 전자는 <감시와 처벌>에서 분석했던 규율 권력이고, 후자는 <성의 역사 1-지식의 의지>에서 새롭게 찾아낸 생명 권력이다. 육체의 경영과 생명의 관리가 중요해지면서 이를 위한 다양한 기술이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초등학교, 중학교, 병영, 일터가 급속하게 조직화되고, 출생률, 수명, 공중보건, 주거, 이주의 문제 등을 관리하기 위해 인간이라는 종의 고유한 현상이 지식권력의 대상이 된다. 이제 살아가는 행위는 지식의 통제와 권력의 개입이 이루어지는 영역으로 일정 부분 넘어가게 되었다 [10].  여기서 섹슈얼리티 장치는 육체의 규율과 인구의 조절이라는 권력의 2가지 목적에 맞는 기술을 구성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배치로 활용되고, 섹슈얼리티 장치의 핵심 기제인 성은 생명의 관리를 중심으로 조직되는 권력의 조직적 표적이 되었다 [11].


 


  성은 스키엔티아 섹수알리스, 즉 과학 담론의 규칙을 따르는 지식이다. 푸코는 책의 말미에서 성이 형성된 관념임을 다시 주지 시킨다. 섹슈얼리티 장치는 성의 관념을 근거로 구성되었고 동시에 섹슈얼리티 장치를 통해 성의 관념이 확산된다. 결과적으로 우리에게 성은 이제 실재하는 것이다. 우리의 관념 속에 실재하는 개인에게 내면적인 요소로서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자기 정체성에 접근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무엇이 된다. 근대 성적 주체의 탄생이다. 성적 주체로서 자기 자신을 인식하는 것은 후에 근대의 자기 테크놀로지인 ‘자기 해석학’과 연결된다.


 


행동하는 지식인이었던 푸코는 억압된 성을 해방하기만 하면 권력에서 벗어날 수 있으리라는 68 혁명의 한계를 이 책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가 생각하기에 성의 실천을 통해 자기 자신을 정의하려고 하는 주체는 섹슈얼리티 장치에 이미 종속되어 있다. 권력관계 밖을 상상하지 않았던 푸코는 섹슈얼리티 장치를 구체적으로 분석함으로 우리가 서 있는 위치를 명확히 보여주려고 했을 것이다. 그래야 저항의 지점이 가늠될 테니 말이다. 그러나 그는 후에 본래의 계획보다는 성적 주체가 구성된 계보학적 맥락을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쪽으로 연구의 방향을 틀었다. ‘섹슈얼리티 장치의 반격의 거점을 성-욕망이 아니라 육체와 쾌락[12]이라고 단언한 그의 문장에서 실은 이미 그 방향성은 정해졌다고 생각하면 과한 해석일까? 어쨌든 우리에게 권력관계 밖에서, 권력관계 안의 주체의 위치를 보여주려고 했던 그의 목적은 달성되었다.


 






[1] <자기 해석학의 기원>41쪽 참고


[2] 푸코는 <성의 역사 1-지식의 의지> 5장에서 규율권력 외에 생명권력이라는 지배테크놀로지에 대해 논의한다.


[3] <성의역사 1-지식의 의지>54쪽


[4] <성의 역사 1-지식의 의지> 140쪽


[5] <자기 해석학의 기원> 43쪽 각주 18 이 통치성은 인구를 주된 목적으로 삼고, 정치경제학적 지식을 주된 형식으로 하며, 안전장치를 주요한 기술적 도구로 삼는 권력형태다. 


[6] <성의역사 1-지식의 의지> 154쪽


[7] <성의역사 1-지식의 의지> 155쪽


[8] <성의역사 1-지식의 의지>162쪽


[9] <성의역사 1-지식의 의지>166쪽


[10] <성의역사 1-지식의 의지>184쪽


[11] <성의역사 1-지식의 의지>190쪽


[12] <성의역사 1-지식의 의지>-203쪽 섹슈얼리티 메커니즘을 전술적으로 반전시킴으로써 권력의 발판에 대해 육체, 쾌락, 지식의 다양성과 저항 가능성을 내세우고자 한다면, 바로 이 성의 심급으로부터 벗어날 필요가 있다. 섹슈얼리티 장치의 반격의 거점은 성-욕망이 아니라 육체와 쾌락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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