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출근, 새로운 시작

부끄럽지 않게 살았다, 부끄럽지 않게 살겠다.

by 노연석

거울 속에 들여다 보이는 겉치레가 아니라 내 마음속의 진실을 보여줘라.


하루 종일 시간에 쫓기다 도망치 듯이 달려 나와 버린 어제 하루 속으로 오늘도 다시 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이제 그 시간도 오늘까지 만이다. 이제 다시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이 되고 후회해도 돌아오는 건 후회뿐이다.




거울 속을 들여다보듯 지나온 시간들을 바라본다.

내 28.5년의 회사 생활은 시작부터 끝까지 한 곳에 머물러 있었다. 호수와 같은 곳, 잔잔한 파도조차도 없이 뺨을 시쳐 지나는 간지러운 바람조차 없이 고요한 이곳에서 좀 오랜 시간 머물다 간다.

너무 오랜 머무름으로 인해 내가 있던 자리에 나의 흔적들이 남아 있겠지만 시간은 또 그 자리를 다른 사람의 흔적으로 채워 줄 것이다. 그리고 내 옆을 채워주었던 수많은 흔적들로 인해 나는 내가 되었다. 그 흔적의 주인공들이 없었더라면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여기에 머물 순 없었을 것이다.


거울로는 들여다볼 수 없는 미래를 상상해 본다.

이제 사라져 버린 나의 흔적을 새로이 새기기 위하여 새로운 곳으로 노를 저어 간다. 그곳은 잔잔한 호수와 비교할 수 없는 활기차고 힘찬 파도가 넘실대는 망망대해와 같은 곳이다.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할지 나침반을 꺼내어 들고 방향을 정해야 한다. 새벽을 밝히는 태양이 떠오르는 동쪽으로 가야 할지. 저녁노을이 멋들어진 서쪽으로 가야 할지. 다시 결정해야 한다. 그리고, 그 방향에서 밀려오는 거친 파도와 바람은 내가 선택한 운명인 듯 받아들이며 살아가야 한다. 가끔은 등 뒤에서 나를 밀어주는 파도와 바람에 위안을 삼으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언젠가부터 경직되고 굳어버린 내 마음과 멈춰버린 시간의 시계를 제자리로 돌려 활기차게 살아가는 나를 떠올려 본다.


잊을 수 없는 소중한 기억의 오늘, 하루가 되어 주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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