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화장장에서의 번뇌

내일은 오늘의 다짐은 잊은 채 또 살아가겠지

by 노연석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살고 싶어 했던 내일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어쩌면 하루라도 빨리 죽음을 당기고 싶어 하는 하루였는지도 모른다. 수없이 많은 날을 고통 속에서 살았기에 오늘은 그저 고통의 순간일 뿐이다. 벗어나고 싶은 순간이다.


흙에서 흙으로 돌아가는 길.

화려한 인생도, 못난 인생도 모두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름 석자를 남기는 것이 의미가 있는가 생각해 본다.


자신에게 남는 것 하나 없는데 무얼 그렇게 힘겹게 살아 가는가. 아등바등 살아 가는가.

이 곳, 이 시간과 맞이 할 때 언제나 느끼지만 나를 위해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내일은 꼭 하고 싶었던 일을 해야겠다고 다짐한다.


많은 사람들이 가족을 위해 희생하느라 자신을 돌보지 않는다. 조금만, 아주 조금만 자신들을 위해 시간을 사용한다면 인생이 달라지는데 뭐 그리 열심히 돈을 벌어 들이려고 열심히 사는가. 자신이 죽어 간다는 것도 모른 채 일에 빠져 사는가.


삶이 그리 길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를 위한 시간을 만들지 않으면 내일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내일은 해가 뜰 거라 생각한다. 그렇게 미뤄둔 나를 위한 보살핌은 보살피지 못한 채 끝나 버리고 만다. 아차 하는 순간 이미 너무 멀리 와 버리고 만다.


지금 이런 많은 생각들은 아무짝에 쓸모가 없다.

현실로 돌아가면 이 순간은 언제 그랬냐는 듯 잊힐 것이 뻔하다. 그리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또 나를 힘들게 만들겠지. 내일은 오늘의 다짐은 잊은 채 또 살아가겠지.


2020.08.04 어느 화장장에서의 번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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