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저 버스로 갈아타고 가세요.

당신이 있어 세상이 빛나고 있습니다.

by 노연석

얼마 전 통근 버스를 타고 출근을 하고 있었다.

난 늘 출근길에는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듣고 있어 버스에서 일어난 상황을 빨리 인지하지 못했었다. 갑자기 어디선가 상당히 고통스러워하며 커다랗게 신음을 토해내는 사람이 있는데 누구인지 알 수가 없었다.

두 명이 통화를 하고 있었는데 버스 기사님과 그 뒤에 앉은 승객이었다.

알고 보니 기사님이 엄청 고통스러워면서 이제 막 톨게이트로 진입한 버스를 갓길로 세우고 버스 회사로 전화를 걸은 모양이다. 정작 본인은 죽을 것은 고통을 느끼면서도 승객들을 정시에 회사에 출근을 시켜야 한다는 신념으로 갈아 탈 다른 버스를 보내 달라고 전화를 하고 있었다.

버스 운전대에 쓰러져 일어나지도 못할 만큼의 고통을 호소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걱정하는 우리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다.

"나는 내가 해야 할 일을 하고 있을 뿐이니 개념치 마세요.".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같은 회사 버스가 우리가 타고 있던 버스 앞으로 차를 세웠다다. 그 버스를 본 기사님은 엄청 고통스러워하면서도 "아, 아, 저 버스로 갈아타세요, 아~으"라고 고통을 호소하며 말을 했다.

그러는 동안 버스 기사님 뒤 자리에 앉아 있던 분은 119에 전화를 해서 자세한 위치를 설명하고 그분이 안전하게 병원으로 이송될 때까지 도움을 주었다. 또, 다른 한분은 기사님의 상태를 살피며 괜찮은지 도와 줄일 이 없는지 옆에서 지켜보며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정말 고마운 일이다. 순간 나도 뭐라도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소용돌이치듯 요동치고 있었지만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고 안절부절 앉아 있었는데 왠지 이러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맴돌았지만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은 없는 듯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내가 좀 창피하기도 했다.


기사님이 말씀하신 버스로 갈아타려고 이동했는데 그 버스는 지나는 길에 같은 회사 버스가 고속도로 입구에 서 있어 있어서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아 정차를 했다고 한다. 그 버스는 다른 통근자들 태우기 위해 이동하는 중이라 우리를 태워 줄 수가 없다고 했다.

사람들 모두 버스에서 내려 어떻게 해야 할지 상황판단을 하지 못하고 있는 동안 길을 정차했던 차량의 기사님도 회사에 연락하여 상황을 파악한 것 같다. 다른 버스를 배차하기에 출근시간이라 너무 시간이 많이 걸리는 상황이라 다른 버스가 정차하는 곳까지 이동시켜 주기로 했다. 그곳에 도착하자 원래는 이미 출발해야 할 정류장에 버스 한 대가 대기하고 있었고 아마도 기사님이 통근 버스 내 다른 분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같이 대기해 주고 있었다.

그날 통근버스 3대를 갈아타고 회사에 출근해야 하는 일이 벌어졌지만 그분들의 신속한 노력과 희생으로 늦지 않게 도착할 수 있었다.


그 일이 있은 다음날 나는 휴가로 출근을 하지 않아 버스 기사님의 안부를 알 수가 없었다. 자꾸 그 순간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 계속 생각을 하면서 그런 상황에 올 수 있는 고통이 무엇일까 생각을 했다. 예전에 기흉으로 그렇게 고통스러워하는 분을 본 적이 있는데 그런 것일까 생각했다. 그날 일이 머릿속을 매돌았던 건 도움을 주지 못한 미안한 마음이 있어서였나 보다.


휴가가 끝나고 예전과 다름없이 시계 추처럼 왔다 갔다 하는 일상적인 돌아가는 아침 출근 시간, 통근 버스에 오르며 반갑고 고맙다고 생각하며 승차를 했다. 평소보다 더 크게 인사를 하고 버스에 올랐다. 그러나 "괜찮으세요."라고 묻고 싶었지만 묻지는 못했다. 전과 다름없이 건강한 모습으로 기사님이 운전을 하고 계셨다. 어떤 병이었는지 모르겠지만 큰 병은 아니었던 것 같다. 기사님도 정상적으로 출근을 하고 오늘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버스에 오른 사람들에게 평소과 같이 이야기를 했다.


"안전벨트 착용하세요"



나라면 그렇게 고통스러운 상황에 버스 기사님처럼 행동할 수 있었을까? 세상에 이렇게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묵묵히 충실하게 해 내면서 착하게 살아가는 분들이 있어서 세상이 더 아름답게 빛나고 어려운 상황을 보고 열심히 도와주시는 분들이 있어 더 살맛 나는 세상이 만들어지는 것 같다.

내가 살아 있다는 것에 그리고 이렇게 좋은 분들이 옆에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는 마음을 가져본다.


"늘 안전 운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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