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공원에 가다.

by 노연석

오전 9시 30분까지 큰아이 학원에 데려다줘야 하는 날이다.

평소 같으면 데려다주고 집에 돌아갔다가 다시 데리러 오는데 오늘은 날씨가 너무 좋아서 예전에 살던 아파트에 차를 세워두고 공원으로 향했다. 이 공원에 와 본 지 5년도 넘은 것 같다. 이사를 한 이후에 이곳에 올 일이 당연히 없었다.


공원에는 여전히 운동을 하려 나온 분들이 많이 있는데 예전과 다른 점은 젊은 사람들보다 어르신들이 많아졌다. 이곳에 살 때만 해도 젊은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어르신들은 거의 볼 수가 없었는데 몇 년 사이에 이 동네 인구 구성에 많은 변화가 있는 것 같다. 어르신들이 더 많아진 것 같다.


아파트 단지에서 공원으로 넘어가는 육교위에서 본 경치. 너무도 맑고 깨끗하고 아름다움을 한껏 뽐내는 하늘을 사진에 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스마트폰을 꺼내어 찍게 만든다. 하얀 구름과 공원의 녹음이 하늘을 더 파랗게 물들이고 있다.

20200913_093614.jpg

이 공원에 오니 새벽마다 공원을 걷던 생각이 났다.

30대 열심히 개발자로 살던 시절 너무도 책상 앞에 앉아 일하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척추 디스크 두 곳이 이상이 생겼다. 의사 선생님은 수술을 하자고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이야기를 했다.


"5번, 6번 디스크가 탈출되었는데 수술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네, 수술이요. 수술을 안 하고 치료할 방법은 없나요?"

"요즘은 무중력 감압 치료로 수술 없이 치료가 가능하기는 합니다. 비용은 수술비와 비슷할 겁니다."

"아.. 그래요. 일단 운동 같은 것을 하며 치료는 안 될까요? 물리치료하면서..."


일단 수술을 하지 않고 운동과 물리치료, 견인치료를 하며 경과를 지켜보기로 했다.

운동은 수영을 해 보라는 권유에 6개월간 새벽 수영을 하고서 점차 좋아지기 시작했다. 물리치료, 견인 치료도 같이 병행을 했다. 수영으로 어느 정도 몸이 괜찮아지고 나서는 수영은 동호회 활동으로 돌리고 새벽에 아침마다 이 공원에서 걷기를 시작했다. 오래 걸을 수 없어 하루에 30분 정도 꾸준히 거의 1년을 한 것 같은데 그 이후 디스크는 수술을 하지 않고 완치가 되었고 지금도 무리를 하지 않으며 허리의 통증을 느끼는 때는 거의 없다.

내 디스크가 치료가 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 준 고마운 공원이다. 완치는 되었지만 꾸준히 운동을 하지 않으면 언제 다시 고통의 삶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수술하지 않고 완치가 된 것을 보니 의사 선생님이 나에게 수술을 하라고 했던 건 운동 좀 하며 살라고 겁을 주기 위해서 였던 것 같다.


딸아이를 학원에 데려다주고 이곳에서 2시간 정도 책을 읽다가 가려고 집에서 커피 내리고, 이북에 컴퓨터까지 챙겨 가지고 나왔다.

공원에 도착하여 앉을자리를 물색했다. 테이블이 있는 곳은 몇 곳이 되지 않아 자리가 없으면 불편하라게도 벤치에 앉을 생각이었으나 모든 테이블이 비워져 있어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시원한 그늘 아래서 책을 읽다 보니 2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자리가 그리 편하지 않은데 오히려 집중도 잘되고 시간도 너무 빠르게 지나갔다.

가끔 장소를 옮겨가면서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컴퓨터는 시간이 되면 글도 좀 쓰려고 가져왔는데 괜히 짐만 되어 버렸다. 컴퓨터는 켜 볼 시간도 없었다.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 근처에는 아직 이런 공원이 없어 좀 아쉽고 근처 공원이라도 차를 가지고 이동해야 할 만큼 제법 멀어서 잘 가게 되지 않는다. 조만간 조성이 된다고는 하는데 그때까지는 가끔 이 공원을 이용을 해야겠다. 수능 전까지는 학원에 데려다줘야 하니.


답답한 집안에만 있다 공원에 나오니 기분 상쾌해진다. 비록 마스크는 계속 쓰고 있어야 해서 조금 불편하기는했지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노오란 지뢰의 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