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먼저

관계 유지를 위한 모든 것

by 노연석

15년 전쯤 회사에서 "내가 먼저"라는 캠페인을 하며 스티커도 만들어 배포를 했었다. 그 스티커를 차에 붙이기도 했었다. 차에 붙였던 건 내가 먼저 양보를 하자는 생각, 교통법규를 지키자는 생각으로 붙이지 않았었을까.


인간관계에서 나를 낮추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 가짐을 짧은 문장으로 내가 먼저라고 바꿔 본다.


요즘은 이런 분들은 거의 없지만 과거에는 회사에서 조금 높으신 분이 방문을 하여 간담회라도 하는 자리가 마련되면 사람들은 모두 좌불안석이 된다. 관계의 거리가 엄청나게 먼 분과의 대면도 부담스러운데 같은 장소에 사람들을 몰아넣고 그분의 일장연설을 마친 후 돌아오는 것은 "여러분들은 이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라는 질문이 날아오고 "누가 한번 이야기해 볼래요?"라는 말에 아무도 나서질 않는다. 이럴 때 누군가 빨리 나서서 이야기를 하면 좋겠지만 현실은 묵묵부답이라 결국 그다음에 돌아오는 것은 "그럼 이쪽부터 돌아가면서 이야기해 봅시다." 결국 모든 사람들이 그 질문에 답을 해야 하고 내 차례가 돌아올 때까지 나는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까 머릿속이 폭풍 작문을 시작한다. 하지만 이내 앞서 이야기한 사람들이 내가 하려던 말을 하면 머릿속은 백지가 된다. 직장 생활을 오래 하신 분들이라면 이런 경험을 해 보셨을 것 같다. 언제부턴가 나는 이런 상황이 되면 먼저 손들고 이야기하는 버릇이 생겼다. 덕분에 다른 사람들이 줄줄이 패닉 상태에 빠지는 일은 줄어들고 눈곱만큼이라도 다른 사람들에게는 편안함을 주지 않았을까?


유독 우리나라는 누군가를 꼭 집어서 지목하는 일이 많은데 학교 다닐 때 보면 선생님이 질문을 할 때 오늘이 22일이니까 끝자리가 2번인 사람들이 오늘은 이야기를 해 볼까? 아직도 학교에서 이렇게 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과거에는 학교에서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질문을 할 때 잘 써먹던 방법 중에 하나였다.

우리나라의 교육 문화, 토론 문화가 많이 좋아지기는 했지만 과거에는 손들고 먼저 발표하거나 스스로 마음에 우러 나서 수업, 토론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거의 없었다. 어쩌면 지명을 해 주는 문화에 익숙해져 스스로 나서는 일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운전을 하다 보면 무리한 끼어들기, 추월하기 등등의 교통상황에서 싸움이 벌어지는 일이 많이 있다. 신호를 위반하거나 중앙선을 넘는 일 들은 빈번하게 주변에서 일어나는데 아무 일 없이 지나가서 다행이지만 이런 불법적인 행위로 일어나는 고통사고는 상당히 많다.

교통법규를 잘 지키는 것은 우리 모두의 안전을 위해서이다. 나도 100%로 안전운전을 하고 있다고 보장할 수 없지만 최대한 교통 법규를 지키려 하고 무리한 행동을 하지 않으려 한다. 고속도로에서 항상 규정 속도를 준수하고 있고 매년 교통안전지수를 반영한 보험료 할인을 받고 있다.

내가 먼저 지키면 안전도 보장되고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니는 일을 만들지 않으며 금전적으로도 이득을 가져올 수 있다.


내가 먼저 나선다고 상황이 크게 바뀌지도 않고 약간의 희생이 따른다.

중학생 시절 체육시간에 체육 수업 중 군대도 아닌데 유난히 구호를 붙이는 일이 많았었는데 예를 들면 PT를 하는데 마지막 구령은 붙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 누군가 마지막 구령을 붙인 한 사람이 있다. 여러 번 마지막 구령에 답을 하는 친구들이 있어 반복에 반복을 더하고 있는데 마지막에 한 명이 아주 작은 목소리로 구령을 붙였다.

무섭기로 소문난 체육 선생님은 누구냐고 물었지만 당사자가 대답을 하지 않자 모두 소위 말하는 얼차려가 시작이 되고 지금이라도 빨리 자수하고 나오라고 한 적이 있다. 사실 나도 힘들어 죽을 것 같고 친구들도 모두 힘들어하는데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만약 대답했다가는 무서운 체육 선생님에게 어떻게 될지 모두 다 아는 사실이라...

내가 한 것은 아니지만 이런 불합리한 얼차려가 계속되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내가 손을 들고나갔다. 선생님은 나를 꾸짖다가 수업 종료 종소리가 들리자 나중에 교무실로 찾아오라고 하고 수업은 끝났다.

그 날 오후 교무실로 찾아갔지만 체육 선생님은 없었고 나는 그 이후로 다시 찾아가지 않았다. 그리고 그 이후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냥 나 혼자의 희생으로 끝내 버리려고 한 마음을 알고 있는 듯 다시 부르지 않았고 다음 체육 시간에도 그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다. 하지만 난 언제 이야기할지 마음 조리고 살기는 한 것 같다.

덕분에 친구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내가 작은 목소리의 구령의 주인공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는 주변의 친구들은 왜 그랬냐고? 그 무서운 체육 선생에게 정말 호되게 혼이 날 텐데 왜 그랬냐고? 걱정해 주던 친구들이 있어서 그것 만으로 충분했다.

그 일로 나를 평소와 다르게 보는 친구들도 생겼고 결과적으로 난 손해 보는 것 없이 친구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 해 갈 수 있었으며 그 일은 잊혀 갔다.

얼마 전 그 친구의 SNS에서 그 선생님과 친구가 함께 골프를 치러갔다가 찍은 사진을 보게 되었다. 그 친구는 체육선생님이 감독으로 있는 필드하키팀의 선수였는데 오랜 시간 관계를 이어오고 있었다. 그 사진을 보며 잊혔던 이 이야기가 생각이 났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떤 일을 하더라도 먼저 나서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대부분 나에게 이득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어 갈수록 생각하게 되는 것이 주변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의 변화다. 조금 더 배려해주고 이해해주려는 마음을 더 많이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결국 내가 먼저 그렇게 생각하고 다가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상대방과의 좋은 관계를 만들어진다.


내가 먼저 양보하기

내가 먼저 마음열기

내가 먼저 사과하기

내가 먼저 인사하기

내가 먼저 변화하기

내가 먼저 다가가기

내가 먼저 용서하기


오늘 한 가지라도 실천해보는 그런 하루가 되기를 바라 봅니다.

<사진:Pixbay, mohamed Hass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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