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컴퓨터 잘하겠네~

컴퓨터 수리기사 아니에요.

by 노연석

나는 평생을 전산 쟁이로 살아왔다. 회사에서 프로그래밍을 하고 회사의 시스템들을 만들며 평생을 살아왔고 아직 몇 년은 더 이 일로 먹고살아야 한다.


언젠가부터 내가 프로그래머라는 직업을 가졌다는 것을 주변 사람들은 컴퓨터를 잘하는 사람으로 인식이 고정되기 시작했다.


한동안은 그러니까. 지금 살고 있는 곳으로 이사 오기 이전 동네에서는 컴퓨터가 고장이 나면 나에게 물어보거나 방문해서 봐 달라는 요청을 하고는 했다.


하지만 프로그래머가 조금 컴퓨터를 잘 알 수는 있지만 전문가는 아니다.

컴퓨터를 봐 달라고 하는 분들의 요청을 거절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 몇 번 봐주러 간 적도 있고 어떤 컴퓨터는 OS를 다시 설치해 준 적도 있다.


"OO이 엄마, 아저씨가 어떤 회사 다닌다고 했지?"

"네, 프로그램 만드는 회사요."

"아, 그럼 아저씨 컴퓨터 잘하겠네~ 우리 집 컴퓨터 고장이 났는데 한번 손좀 봐줄 수 있나?"


오해의 시작 프로그램을 만드는 회사에 다니는 나는 거의 컴퓨터를 만드는 사람에 가까워졌다. 그분들의 머릿속에는 이미 컴퓨터를 엄청 잘하는 사람이 머릿속에 그려진 것이다.


한 번은 내가 중소기업에서 만드는 노트북 컴퓨터를 구매한 적이 있는데 그 소식을 들은 이웃은 나도 똑같은 걸로 구매를 해 달라고 했다.


컴퓨터가 고장이 나서 안 되는 일은 찾아가서 보면 대부분 사용 상의 문제이다. 예를 들면 집안에 놓여 있는 물건들을 사용하고 제자리에 두지 않고 아무 곳에나 두거나 청소를 하지 않고 방치해 두면 집안은 어느새 쓰레기장을 방불케 한다. 게다가 사용하지도 않는 물건들을 계속 사서 집안에 쌓아두면 생활할 공간도 줄어들고 불편해진다.


마찬가지로 컴퓨터도 사용하는 소프트웨어나 파일들을 잘 정리해 두지 않고 이런저런 소프트웨어를 설치하고 멀웨어나 바이러스에 감염이 되었는데 그대로 방치를 해 두고 있어 멀쩡한 컴퓨터는 어느새 고장 난 컴퓨터로 둔갑을 한다.


나는 아직도 7년이 다 되어가는 그 노트북 컴퓨터를 사용한다. 아이들은 컴퓨터가 느리다고 투덜 대지만 나는 그 컴퓨터로 재택 업무를 할 때도 있고 인터넷도 하고 문서 작성도 하며 가끔은 그 컴퓨터로 글을 쓸 때도 있다. 그리고 그 컴퓨터로만 할 수 있는 일들도 있어 잘 사용을 하고 있다. 어제도 퇴근 후에도 회사일로 유용하게 사용을 했다. 난 게임은 하지 않는다 그래서 아직도 잘 사용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막내 아이가 가끔 이 컴퓨터로 롤(League of Legends) 한다. 그 정도의 게임을 하는데도 문제는 없다.


나는 아직 7년을 쓰고 있는 컴퓨터이지만 나와 함께 구매를 했던 그분은 같은 컴퓨터인데 벌써 몇 년 전에 운명을 다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컴퓨터가 고장이 나지 않게 잘 사용하는 것은 관심이다. 사용만 하고 청소도 하지 않고 업그레이드 해 주지 않으며 바이러스 예방을 위한 백신도 설치하지 않고 사용을 하다 보면 수명이 짧아질 수밖에 없다.


내가 전산 쟁이라서가 아니다. 남들보다 조금 더 관심을 가져 줄 뿐이다. 가지면 멀쩡한 컴퓨터를 버리고 새로운 컴퓨터를 사는 일은 없을 수도 있다. 요즘은 인터넷에 조금만 검색하면 오래된 컴퓨터도 조금 더 쌩쌩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들이 널려있다.

내 컴퓨터에 일어나는 증상을 인터넷에 검색해 보면 어떤 문제인 바로 알 수 있고 해결방법도 자세하고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글을 쓸 때는 맥북을 사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윈도즈를 사용해야 할 일이 많아서 운명을 다할 때까지 더 사용하거나 조금 더 느려지면 크롬북으로 바꾸어 워드나, 글을 쓰는 용도로 활용할 생각도 하고 있다. 사실 맥북도 벌써 구매한 지 5년이 다되어가지만 아직 쌩쌩하게 잘 돌아가고 사용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


전산 쟁이라고 다 컴퓨터를 잘하는 것은 아니다. 남들보다 조금 더 관심이 있을 뿐이고 그 조금의 관심이 그렇지 않은 사람과의 차이이다. 세상 모든 일이 다 그렇다. 조금의 관심이 관심을 두지 않는 사람과의 차이를 만든다. 전문성은 그다음의 문제이다.


아직도 가끔은 컴퓨터를 사야 할 때 이게 좋은지 저게 좋은지 물어보는데 사람들이 있는데 사실 저도 잘 몰라요. 컴퓨터로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생각해 보시고 그에 맞는 컴퓨터를 사세요. 워드 사용, 인터넷 정도만 할 건데 비싼 게이밍 컴퓨터를 살 필요는 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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