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가을, 안녕! 겨울

겨울의 문턱에서

by 노연석

겨울이라고 하기엔 많이 이르긴 하지만 가을인가 싶더니 어느덧 겨울이 코앞에 와 있다. 이제 아침 온도가 점점 영하에 가까워져 간다. 아파트의 단풍잎에도 가을로 깊이 물들어가며 겨울을 맞이하고 있다.





거리엔 어느새 떨어진 낙엽들로 가득해져 가고 바람에 흩날리는 낙엽들을 쓸어대는 손길이 점점 바빠진다. 걸어서 퇴근하는 길 위를 차가워진 바람은 몸속을 파고들며 이제 곧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고 겨울의 온도를 전해준다.


화단 위로 피어난 다시 태어난 낙엽 꽃들은 멋진 비행으로 내려앉아 풍요로웠던 삶을 마감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누군가의 손에 걷어지고 젊은 날의 화려했던 자취를 감추리라.




지난 주말 이른 김장을 하시는 어머니댁에 가는 길.

신호 대기로 잠시 멈추어 서서 주변을 둘러보니 산 위에 단풍이 절정을 이루고 있고 불어오는 바람에 한들한들 몸을 움직여대는 갈대는 가을이 절정에 이루었음을 이야기해 주고 추위를 이겨보려는 듯 서로를 부등겨 안고 겨울을 맞이하고 있다.


어떤 바람도 이겨내며 한 세월을 살다 이별하지만 어느 때보다 더 아름다운 자태와 아름다운 마찰음 스르륵스르륵 소리를 들려주며 바람에 흩날린다. 멋대가리 없는 전봇대가 바람에 몸을 맡기고 자유를 만끽하고 있는 갈대의 순정을 알까?




영하 1도의 기온은 시골 전역에 내려 앉은 서리가 온도까지 내려 버렸고 올해 첫서리와의 만남을 만들어 주었다. 1년 만에 다시 만난 서리는 내 몸을 싸늘하게 감싸 왔다. 시골 텃밭에 하얀 서리가 상추 위에 내려앉아 이제 나의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고 마지막 남은 한 잎이라도 거두어 가라고 겨울이 문턱에 와 있음을 이야기해 주려 한다.


서리를 맞은 상추는 이제 밥상에 오르지 못한다. 여름에서 가을까지 밥상에 신선함을 제공하던 너도 이제 그만 쉬려무나. 쏟아지는 뙤약볕, 세차게 내리는 비, 폭풍 같은 바람도 이겨내며 한때지만 충분히 네 몫을 해낸 것에 감사하다. 너는 언제나 식탁에 행복을 가져도 주었고 네가 우리에게로 와 주어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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