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인연, 악연

나와 너, 관계의 대상

by 노연석

늘 좋은 사람을 인연을 만나는 것은 아니다. 가끔 우리는 피하고 싶은 악연을 만나기도 한다. 이것도 어쩌면 인연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악연이라고는 하지만 악연은 인연을 내가 악연으로 정의하면서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또는 상대방이 나를 악연으로 정의하면서 시작될 수도 있다.

네이버 국어사전에 따르면 악연은 첫 번째 뜻은 나쁜 일을 하도록 유혹하는 주위의 환경, 두 번째 뜻은 위에 이야기했듯이 인연은 인연이다. 좋지 못한 인연.


악연을 인연이 있던 시점으로 되돌릴 수 있을까?

세상에 불가능한 일이야 있겠느냐마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은 것이 인간의 마음이다. 악연인 사람에게 내가 먼저 마음의 문을 열고 들어오라고 손을 내민 들 상대방이 그 문으로 들어오리라는 보장도 없다.

처음부터 상대방이 악연은 아녔을 것이다. 우연이든 인연이든 시작점이 있을 것이고 어떤 계기를 통해 악연이 되어 버렸거나 악연을 내가 만들었을 수 있다.

모든 관계의 개선을 위해서는 내가 먼저 손을 내미는 것이 시작이다. 하지만 왜 상대방과의 관계를 개선하려고 하는지 목적이 없다면 사실 손을 내밀어야겠다는 생각하지 않게 된다.

사람의 관계는 아무도 모른다. 현재의 내가 위치한 곳에 생활하고 있는 반경 내에서 부딪히며 살다 보니 상대방이 나에게 악연일지 모르지만 또 다른 상황에서 서로에게 서로는 의지하고 반가운 관계가 될 수 있다.

예를 들면, 나에게 이런 경험이 있다.

몇 해 전 회사에서의 일이다. 나도 새로운 일을 하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IT서비스를 하는 입장이다 보니 많은 VOE(Voice Of Employee)를 받고 처리해 주어야 한다.

요즘은 사무실에 전화기가 없다. 사무실의 개인 전화기도 이제는 스마트폰 속으로 들어와 있고 그것을 가능케 해 주는 중계기들이 건물의 천정 곳곳에 설치되어 있다. 이 장비들은 전화뿐만 아니라 인터넷도 가능하게 해주는 장비이다.

관리하고 있는 건물 중에 이 장비들이 설치되어 있지 않은 건물이 있었다. 그 건물 중 B1, 1, 3 층에 설치를 해 달라는 민원이 들어온 것이다. 몇 차례 올해는 예산도 잡혀있지 않고 어렵다고 이야기를 했지만 끊임없이 그분에게서만 민원이 들어와 결국은 없는 예산을 쥐어짜서 설치를 해 줘야 했다. 공사비만 몇 천만 원 들어가는 공사이고 문제는 공사 후 서비스 비용은 또 별도라 계약 후 5년을 사용하는 약정이 포함된다.

공사 후 1년도 되지 않았을까? 그 건물에 입주한 인력들 모두 철수. 내 돈은 아니지만 돈도 날리고 사용하지도 않는데 서비스 고정비용을 5년 동안 지불을 해야 했다. 해지 시 해지 수수료 또한 어마어마해서 해지도 못하고 진퇴양난을 만든 그분은 내가 악연으로 만들어 버렸다.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이 분명한 것을 짐작했어을 수도 있지만 사실은 그분이 요청한 사유가 너무 어이가 없어서였다. 스마트폰으로 자산의 데이터를 사용하지 않고 회사의 인터넷망을 활용하고 싶어 하는 개인적인 용도로 나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끔 그분에게 다른 일로 연락이 오기도 하는데 늘 선입견을 가지고 나의 악연으로 지목된 한 사람으로 겉으로 표현하면 안 되지만 나도 모르게 불친절이 상대방을 향했던 것 같다.

상대방을 나쁜 인연이라고 정의 한 건 내 생각과 마음이었다. 우연히 다른 지인과 악연의 그분과의 모임의 자리가 만들어졌다. 첫 만남이어서 일수도 있지만 그분은 상당히 친절하고 예의 바르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항상 그런 분이라는 것을 느낌상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개인의 이익만을 위해 많은 비용을 지불하게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분도 STAFF으로 지속되는 VOE를 나에게 전달했던 것이고 그분도 나와 같은 생각 끝에 요청을 했던 것이라는 짐작을 하게 만들었다.

그 후로 그분과 마주칠 때마다 생각하게 되는 것은 그 얼굴에 미소는 억지로 만들어 낸 것이 아니고 진심으로 다른 사람들을 따뜻하게 대하고 있었다. 내 마음이 생각이 차가워서 그분은 인연이 아닌 악연으로 만들어 버렸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제 그곳을 떠나와서 다시 자주 볼 수는 없지만 세상이 좁아 또 볼 날이 있을거다. 악연이라고 생각했던 그분은 이제 더 이상 악연이 아닌 나쁜을 덜어낸 인연이 되었다.


어떻게 해도 관계가 회복되지 않는 인연

악연에서 인연으로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인연이 있는가 하면 절대 되돌릴 수 없는 악연도 있다. 그 악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금 어느 구치소에서 형을 살고 있을 것이다. 그들은 내가 신이 되지 않는 한 절대 인연으로 되돌릴 수 없을 것이다.

회사에서도 그런 악연은 한둘 있기 마련이다. 그중 어디에 가나 있는 사이코패스 기질의 사람. 왜 어디에나 그런 사람들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살아가는 것일까 주변의 모든 사람들을 악연으로 만들까? 모든 인연을 악연으로 만들며 살아가는지 이유는 추측만 할 뿐 알 수 없다. 물어볼 수 없기 때문이다.

IT 전략, 기획을 하는 부서로 이동 후 그곳에 살고 있는 사이코와 나는 늘 회의시간마다 충돌을 해야 했다. 우리는 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그 사이코로 인해 퇴사를 한 사람이 2명, 부서를 이동한 사람이 2명, 정확하지는 않지만 스트레스로 병을 얻은 1명 그리고 나처럼 고객사에 파견되었던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 부서에서 다른 부서로 전배를 갈 때 자연스러운 주기로 교체되는 줄 알았으나 사이코로 인해 더 이상 일일 지속할 수 없어서 그만두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매 회의 때마다 싸우고 있는 나를 보면서 그들을 이해할 것 같았다.


한 번은 1년에 모든 실적을 정리하고 알리는 큰 전시행사를 1주일간 진행 마무리 하고 난 후 어느 때보다 일이 많았고 신경 쓸 일이 많았으며 행사 전일에는 밤을 새워가며 일을 해야 했다. 1주일이 지나고 내 몸과 마음은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고 몸은 최악의 상태라 병원에 갔는데 입원할 정도는 아니지만 링거라도 맞고 가는게 좋겠다고 했다. 그동안 수많은 밤을 새우며 일을 했었지만 이런 적은 없었다. 나이가 그만큼 들어서이기도 하겠지만...

며칠 후 늘 관계가 그리 좋지 않던 사이코에게서 퇴근 후 연락이 왔는데 늘 특별한 일이 없는데 주기적으로 저녁시간에 전화를 한다. 그래서 원래 전화를 잘 받지 않았는 그날은 왠지 받아야 할 것 같아 받았는데 역시 또 싸움으로 번졌다. 그리고 내가 오죽하면 주말에 병원에서 링거를 맞을 만큼 나도 힘들고 피곤하다는 쓸데없는 말을 던졌다. 그날은 송년회가 있던 날 이었는데 모든 기분을 망쳐 버렸다.

다음 날 사이코는 나에게 면담을 신청을 했다. 왠지 기분이 싸해서 회의실로 들어가기 전에 스마트폰의 녹음 기능을 켜고 들어갔다. 나도 싸움닭은 아니지만 사이코의 입장에서 본인이 갑인데 내가 을의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한 불만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그 부서에 파견된 건 을이지만 갑처럼 일을 하기 위한 조건이었다.

"OO님, 주말에 병원에 다녀오셨다고요."

"네, 몸이 좀 안 좋아서요."

"그러셨군요. 그 정도 체력밖에 안되시면 원소 속 부서로 복귀하세요."

"네?"

피곤에 절어 있는 나를 위로해 주는 말인가?

이 인간은 지금 나에게 마음속이 깊이 담아 두고 있던 말을 꺼내어 던진다는 것을 알아챘다.

다른 이야기들이 오고 가며 말도 안 되는 트집에 나는 대화를 중단하고 생각해 보겠다고 이야기했다.

며칠 생각을 해 봤지만 이런 상태로 난 돌아갈 수도 없고 그러기도 싫었다.

우리의 대화는 오롯이 녹음이 되었다.

하지만 이 대화의 내용을 다시 들어 보는 것이 두려웠고 누군가에게 들려준다는 것도 나에게 치욕이었다.

그래서 그 녹음의 내용은 지금도 가지고 있지만 누구에게도 공개하지 않았다.


며칠 후 내가 악연에게 면담 신청을 했다. 이제 완전히 비굴한 을의 입장으로

"미안합니다. 생각해 봤는데 전에 내가 좀 과민했던 것 같다."와 같은 말로 시작해서

부서에 남이 일을 하기로 상호 합의를 봤고 계속 일하기로 했다.

그 후로 나는 그 악연과 더 이상의 어떤 논쟁도 싸움도 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고 2년이 넘게 조용히 일을 했다.


덕분에 바람막이가 되어 주었던 내가 조용히 살고 있으니 후배들이나 주변 사람들이 더 피곤해졌다. 나에게는 어떤 화살도 돌아오지 않았지만 그 화살들은 갈 곳을 찾아 헤매다 엉뚱한 곳을 향하곤 했다.

하지만 이제 나도 지쳐서 동료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누군가를 케어해준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고 다시 그 악연과의 싸움은 시작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4년을 채우고 나는 악연을 악연으로 그리고 인연들을 악연과 함께하게 남겨둔 채 그곳을 떠났다.

최근에 들은 이야기로는 그 악연은 여전히 주변 사람들의 악연으로 사이코로의 역할을 톡톡히 해 내고 있고 정말 대단한 멘털의 소유자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내 자리를 인수받았던 친구는 6개월도 되지 않았는데 그곳을 탈출하려고 이곳저곳을 알아보고 후임을 알아보고 다닌다고 한다. 도대체 나는 왜 4년이 넘는 시간을 버티고 산 건지 모르겠다. 진작 떠났더라면 더 좋은 세상에서 더 좋은 인연을 만나며 일을 하고 있었을 텐데.


악연도 인연이라지만 극복이 되지 않은 나쁜 인연 악연도 있다. 관계를 회복해 볼 수 있겠다는 마음이 들지 않는 악연이라면 피하는 게 상책이다. 그래야 그늘에서 벗어나 밝은 빛을 볼 수 있다.

내 마음에 상처를 언제까지 내며 살 수는 없다. 시간이 지속될수록 상처 위에 상처를 만드는 격이 되고 잘못하면 우울해지고 세상 살아 무엇하나 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세상은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잘 만들어 가야 하지만 먼저 내 마음속의 나와의 관계를 잘 정리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아름다운 인연을 많이 만들 수 있다. 가끔은 악연도 인연으로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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