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을 채우기 위한 관계

관계에도 목적이 있다.

by 노연석

얼마 전에 읽었던 책 중에서 "히가시노 게이고의 무한도전"이란 책을 보면 스노보드에 빠져들고 배우기를 시작하면서 책, 출판 등의 일로만 만나던 관계의 사람들을 자신이 배우고 싶은 스노보드를 함께 하기 위해 한 욕심의 세계로 여러 사람들을 끌어들인다.


불혹을 넘긴 나이, 마흔이 넘어 스노보드, 스키를 배운다고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공통의 관심을 가지 주변 사람들은 흔쾌히 시작부터 끝까지 함께 하는 관계를 유지한다.

스노보드를 배우겠다는 욕심을 채우기 위해 주변 사람들을 끌어들였지만 그 사람들을 끌어들일 만큼의 매력이 없었더라면 함께 하지 못했을 것이다.


관계의 목적은 욕심을 채우기 위해 활용되는지 모른다.

하지만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는 내가 상대방에게 호감을 가질 수 있어야 하고, 상대방을 나의 세계로 끌어드릴 매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


어느 날 우연히 친구 따라 나갔던 모임에서 이상형의 여성을 만났다고 하자. 어떻게 하면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상대방이 나에게 호감을 갖도록 할 수 있을까?라는 욕심을 갖게 된다. 어쩌면 욕심이 아니라 본능이 맞는 표현인지도 모르겠다.


모임 이후 친구에게 나의 마음을 털어놓고 첫 모임 때와 같은 자연스러운 만남에 지속하며 그 이성이 나에게 호감을 가질 수 있는 행동이나 말을 지속적으로 해 나갈 수도 있고, 좀 더 용기 있는 사람이라면 친구에게 이야기하여 둘만의 만남을 주선해 달라고 하여 좀 더 빨리 진도를 나가고 싶어 할 수 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의 관계의 목적은 이성에게 나의 마음을 전달하고 그 사람이 나를 마음에 들게 만들 수 있도록 자신을 포장하고 좋은 점만을 보여 주려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시도하며 사랑이란 관계의 거리로 좁혀 가기를 원할 것이다.


결국 단방향의 당사자의 욕심으로 시작하지만 상대방에게 코드를 맞추어 주다 보니 "어라, 이 사람 나랑 잘 맞네. 나한텐 정말 잘해 줄 것 같네"라고 상대방 생각을 같게 된다면 내가 가진 관계의 욕심을 쟁취하기 위해 성공한 것이다. 욕심이라고 이야기했지만 역시 인간 누구에게나 있는 본능이다. 그리고 내가 먼저 다가서고 마음을 열었기 때문에 상대가 손을 내민 것이다.


상대방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방법들이 이기적이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모습들이 보이지 않았다면 내밀었던 손을 잡지 않았을 것이다. 관계는 욕심을 채우는 것에서 비롯되지만 그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는 나 자신이 상대방을 위한 배려, 이해 그리고 열정을 보여 주지 않으면 성공으로 이끌 수 없다.



연애사뿐만 아니라 직장에서 일을 하면서도 이런 일들은 수도 없이 많이 일어난다.

직장에서는 늘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하고 사업화하여 돈을 벌어 들여야 한다. 직급이 올라 갈수록 이런 먹거리 발굴과 추진이 매우 중요한 업무로 자리 잡는다. 과정도 중요하지만 회사는 이익으로 답을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그 프로젝트가 진행될 수 있도록 많은 이해 관계자들에게 설명을 하고 설득을 통해 결정을 하고 프로젝트 추진을 위한 예산을 받아내고, 인력을 구성하고 팀을 이루어서 추진을 해야 한다. 하지만 구상한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한 의사결정의 단계에서부터 많은 시련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신규 프로젝트에 정말 많은 욕심을 투하하여야 한다. 프로젝트 추진 여부를 결정하는 결국 경영진이고 경영진이 받아들이고 승인을 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그들에게 나의 욕심이 얼마나 좋은 결과를 가져오게 만들 수 있는지 설명하고 경영진이 나에 대한 호감을 가질 수 있는 관계로 만들어 가야 한다.


하지만, 직장인들 대부분은 위에서 시키니까. 없는 아이디어를 짜내어 간신히 제출을 했는데 부서장은 마음에 드는 것은 없고 그중에 그나마 괜찮은 놈을 하나 선정해서 경영진의 승인을 받으려고 보고를 위한 보고서와 발표를 준비하는 일이 비일 비제 하다.


사랑하는 사람을 나의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고 적극적인 태도를 임해야 하는지는 생각해 본다만 회사 일도 그만큼의 열정 없이 추진하려다가는 위 사람들과의 관계는 불편한 관계로 계속 자리 잡을 수도 있다.


경영진을 설득하고 프로젝트를 승인을 하게 만들려는 관계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관계 속의 경영진들의 가려운 부분을 제대로 긁어 줄줄 알아야 한다. 쉬운 일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그들은 대부분 내 머리 꼭대기 올라앉아 있기 때문에 그들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어쩌면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일보다 더 어려운 일이 될 수도 있다.


회사 일이지만 내가 일하고 있는 만큼의 역할을 해 줘야 한다. 회사는 그 보다 더 많은 것을 뽑아 먹으려 하지만 아직 직장 생활을 많이 해야 하는 사람이라면 본인의 일에 대한 열정을 적극적으로 보여 줄 필요가 있다. 누군가 시켜서 하는 소극적인 태로는 부서장이나 경영진들과의 좋은 관계를 만들 수도 없고 유지할 수도 없다. 결국 회사가 직원을 고용하는 관계의 목적이 있지만 그 목적에 부합하는 관계 유지를 해 주는 것이 원만한 직장생활을 위한 것이 아닐까.



늘 함께 생활하는 가족들이라 관계의 거리는 늘 가깝지만 가끔 멀어질 때도 있고 더 가까운 거리를 갖으려고 할 때도 있다.


예를 들면 요즘 아이들은 안드로이드폰보다 아이폰을 선호한다. 지금 쓰고 있는 안드로이드폰이 멀쩡하고 사용하는데 문제가 없지만 아이들의 감성에는 아이폰이다. 하지만, 아이폰의 가격은 만만치 않게 비싸서 그리고 고장이 나도 AS 하기도 쉬지 않고 그 비용도 비싸서 여러 가지로 돈이 많이 들어가는 폰이다. 차로 따지면 아이폰은 외제차의 느낌이다.


우리 집 둘째 아이는 지금 아이폰을 중고로 구매하여 사용을 하고 있다. 그 폰 갖고 싶다는 욕심을 계속 부모에게 내비치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작업들을 진행한다. 평소에는 방 안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틀어 박혀서 얼굴 한번 보여주지 않다가 목적 달성을 위한 관계의 거리를 좁혀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스스로도 용돈을 열심히 저축하고 아이폰으로 바꿀 준비를 하며 적정한 타이밍을 엿보다가 적절한 중고폰을 검색하여 카톡 가족방에 툭툭 던지곤 한다.


중고폰이라고 해도 가격이 싼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선 듯 사라고 이야기를 하지 못한다. 비슷한 시기에 나온 안드로이드 프리미엄폰과의 가격은 거의 두배가 차이 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시간이 계속 반복되면 부모의 입장에서는 사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될 수밖에 없다.


아이가 용돈을 모아서 충분한 자금이 모아지기도 했고 꾸준히 엄마, 아빠를 세뇌시켜 놓았으며 중고폰의 가격이 비싸다는 생각도 이젠 다 그 정도 하는구나라고 생각의 변화를 만들었고 그렇게 자기편으로 만들어 놓은 결정적인 순간에 사고 싶은 폰을 다시 카톡 창에 다시 보낸다.


"알았어. 이걸로 결재하면 되지?"

엄청 해맑아진 표정을 하고 방 밖으로 나온다.

"네!!!"

"네가 모은 돈은 아빠 통장으로 입금시키고"


자기 돈 주고 사야 하는데 부모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아직 스마트폰을 사야 할 만큼의 돈이 모이지 않았기 때문에 나머지 부족한 금액은 갚아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아이폰을 사용할 수 있다는 자체에 더 기쁨을 갖는 것 같다.


아이폰을 사기 위한 목표 달성을 위해 평소의 관계의 거리보다 가까운 거리를 만들려는 노력을 한다. 여기서도 볼 수 있듯이 상대방 관계를 좋게 만들지 못했다면 아이폰은 손에 넣을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관계의 목적 달성을 위해 상대방의 마음에 들게 하고 이해시키고 설득하는 과정을 통해 아이폰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관계에도 목적이 있다. 그 목적은 나의 욕심을 채우기 위한 것에서 시작된다.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는 반드시 나 자신에 대한 관리가 선행되어야 한다. 상대가 되는 사람에게 호감을 갖기 위한 활동을 해야 하고 상대방이 어떤 마음인지를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관계의 목적, 욕심을 달성하기 위해 설득하여 넘어오도록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늘 이런 일들을 반복하며 살아간다. 사람들과의 관계의 거리를 적정하게 유지하기도 하고 필요에 따라 조금 멀리, 그리고 욕심을 채워야 하는 순간에는 조금 더 가까운 관계의 거리를 만들며 살아가는 것이 매우 자연스러운 인간관계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