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래서 저렇게 되는구나. 이제야 이해할 것 같네. 왜 그걸 미처 몰랐을까? 맞네, 그렇게 하면 되는 거였어.
삶에서 깨달음을 얻는 것은 대부분 내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일어난다. 과거에 프로그래밍을 정말 많이 하던 때에 가끔 있는 일이다.
프로그래밍을 하다 보면 가끔씩 해결이 잘 되지 않은 문제를 마주하게 된다.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문제의 원인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땐 주변 동료와 담배 한 대 피우면서 이야기를 하다 보면 답을 찾아 문제를 해결하는 일들이 일어나고는 한다. 지금은 담배를 끊어 그럴 시간들이 자주 만들어지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결이 되지 않을 때는 동료와 함께 소스코드를 들여다보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사소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철자가 틀렸거나 점(.)을 잘못 찍었거나 소스코드는 크게 문제가 없는 경우가 있지만 어떤 문제에 너무 골똘히 생각하고 집중하다 보면 오히려 더 잘 풀리지 않을 때가 있는데 그럴 때 내 주변인들과의 관계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곤 했던 기억을 더듬어 본다.
주변 동료와 같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다 보면 서로가 WinWin 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내가 알지 못했던 것을 상대방으로부터 배우기도 하고 내가 상대방에게 새로운 지식이나 경험을 주기도 한다. 이렇게 함께 나눔으로써 세상을 보는 관점이 달라지고 때론 이를 통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다.
만약 혼자서 세상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며 살아가야 한다면 풀리지 않거나 풀리더라도 엄청나게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해결이 되는 것들이 계속 나타날 것이고 그때마다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다.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지고 그로 인해 나 자신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것은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서 이고 그렇게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게 되고 관심을 가지면서 새로운 삶의 도전으로 다가 올 수도 있다.
사람들과의 관계의 삶을 영위하는 것이 인간관계의 본질인 것처럼 나를 발전시키는 것을 나 스스로 한다고 생각하지만 스스로 발전을 꽤 하는 것은 그 어떤 시작도, 목적도 모두 인간관계에서 비롯된다.
세상살이의 기준을 조금 바꿔서 회사 일에 너무 목매지 말고 나 자신을 위한 삶을 살기로 마음먹으면서 평생 읽지도 않던 책 읽기를 시작하고 글을 쓰기를 하면서 새로운 세상을 만난다. 이런 변화가 시작된 것은 나를 자극시켜주는 무언가가 있었고 그것은 사람과의 관계에서 비롯되었다.
그 자극은 회사 일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회사 일은 적당히 하고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그리고 내 미래를 위한 일에 더 많은 시간을 소비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마음을 비웠다. 회사에서 더 어떤 비전도 목표도 달성하기 위한 그리고 회사에 충성하며 살지 않기로 했다.
아무리 열심히 살아왔어도 회사 생활에서 나는 늘 어딘가 부족하다. 한 단계 올라서면 다음 계단으로 옮겨 가기를 반복하지만 그 계단의 끝이 어딘지 모르고 무작정 오르기만 했다. 회사는 늘 어디로 가는지 알 필요는 없고 그냥 계단을 오르기만 하면 된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회사가 필요로 하는 곳에 활용할 뿐 그리고 적정하다고 생각하는 급여를 지불할 뿐이다.
아무리 내가 열심히 노력해서 높은 자리에 올라갈 지라도 그 자리에서는 아래 있는 사람들의 자리보다 더 불안정한 좌불안석이고 바람 앞의 등잔불이다. 돈이야 조금 더 받겠지만 내 소중한 시간들을 회사에 쏟아 붙고 사람들에게 신임을 잃거나 가족과의 관계가 멀어지는 등의 부작용과 함께 결국 회사로부터 버림을 받는다.
누구도 끝까지 케어 해 주지 않는다. 누구에게도 언젠가 떠나야 할 시간은 온다. 그 자리를 지키고 더 위로 올라가고 싶으면 더욱더 많은 나의 시간을 회사일에 투자하면 될지도 모른다. 그게 맞는지 모르겠지만 나 자신도 그 자리에 올라가면 불안할 것이라는 것은 추측일 뿐 확실하지는 않다. 나는 그곳에 가본 적이 없어서 내가 모르는 다른 세상이 펼쳐지고 있는지도 그러나 부럽지 않다.
30년, 얼마나 많은 이런 상황을 맞이 했을까?
뭐 그리 오랫동안 윗사람들과 마음에 맞지 않은 사람들과 맞추고 사는 관계를 유지하며 안간힘을 쓰며 살았을까?
정시 퇴근은 고사하고 매일 밤 12시가 지나야 퇴근을 하던 날이 하루 이틀이 아니고 그로 인해 허리 디스크로 고생을 하면서 살았다. 쓸데없이 열심히 살았다. 힘들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동료들과 술을 마시며 험담을 하고 떠들어 대며 기분을 풀어 보지만 그때뿐이고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 그 조차도 내 몸을 축내는 일에 불과하다.
물론 그 시간들이 나를 성장하게 했고 도움이 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게 쌓아온 것들이 내가 몇 년 후 회사를 그만두었을 때의 삶에서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인가? 많은 시간을 이것 때문에 고민을 했다. 지금 내가 회사에서 열심히 일 하는 순간이 있다면 회사를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주변 동료들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다.
이런 고민들을 하다 보니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이런 같은 고민을 하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들도 자신의 온전한 삶을 살기 위해 각자의 노력을 기울이며 살아간다는 것도...
회사를 그만두고 난 후의 삶을 그려보며 여러 분야의 책을 읽어본다. 다양한 분야를 빠르게 체험할 수 있는 것이 책이다. 책을 읽으면서 필사라는 것도 해보며 내가 이렇게 글씨를 못 쓰는구나 생각하며 글씨도 잘 써보려고 같이 노력해 본다. 아이패드나 노트에서 제공되는 디지털 도구로 그림도 그려보았다. 주식공부도 해서 주식도 해 본다. 부동산 공부도 해 보면서 시도해 보려 하지만 뭔가 적성에 맞지 않는다. 세상에 쉽게 일해서 돈을 벌 수 있는 일은 어디에도 없다.
이제 회사 일은 티 나지 않게 열심히 하고 있지만 예전처럼 영혼을 불사르지는 않는다. 퇴근은 가능하면 칼퇴근을 한다. 예전보다 많아진 나를 위한 시간에는 노후에 어느 정도 걱정 없이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도 고민해 본다.
100세 시대, 내가 지금까지 모아 온 재산으로 몇 살까지 버틸 수 있을까? 란 불안감에 나의 100세 플랜을 세워 보았다. 그 간의 삶은 아주 넉넉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불편 없는 삶을 살다 보니 모아둔 돈이라는 것이 없어 어떻게 해야 할지? 무엇부터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그렇게 삶의 변화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나는 새벽 5시에 일어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많이 힘들기도 했지만 일상이 되었고 책도 읽고, 글도 쓰고, 여러 방면의 공부도 해 가면서 많이 배우고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사실 1년 반쯤 되어가는 시점에 커다란 변화란 없다. 다만 내가 가진 직업 외에도 수많은 다른 직업들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게 되었고 그중 제2막의 인생은 어떤 길을 가야 할지를 고민하는데 도움이 되고는 있다. 너무 오래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짝 걱정이 되기도 한다.
나는 퇴사를 꿈꾸지는 않는다. 회사에서 나가라고 해도 최대한 버티고 버텨서 자리를 지킬 생각이다. 가장 큰 이유는 퇴사 후 다른 직장에서 지금만큼의 돈을 받기는 쉽지 않기도 하지만 지금 회사를 그만둔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지금까지 내가 해오던 일을 계속하게 되는 것일 텐데 그러고 싶지는 않다.
현재 내 직업은 정말 하고 내가 하고 싶은 다른 일을 찾아냈을 때 도움을 주는 도구로만 사용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IT와 연결되지 않은 직업은 이제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이야기가 좀 삼천포로 빠진 것 같지만 이런 생각들을 하게 만든 것이 사람과의 관계에서 비롯되었다. 자신들을 위해 열심히 살아주고 있는 사람의 마음을 헤아려 주지 못하는 상사들, 그리고 그 밑의 상사들 모두 자신들의 욕심을 쫒지만 결국 당신들도 내려와야 할 때가 있는데 그때를 헤아리지 않고 현실의 너무 욕심부리고 집착한다. 그래서 그들이 싫어졌고 그들이 있는 회사도 싫어졌다.
하지만 그들과의 관계에서 나는 자극을 받았고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들과 부딪히고 싸울 때는 그 상황에만 집중했지만 그런 계기들은 오히려 나에게 더 좋은 기회를 만들어 줬다고 생각한다.
그런 변화에 더 불살라 준건 내가 읽어온 책들의 작가님들이다. 책으로 맺어진 사고하게 만드는 글, 반성하게 만드는 글, 미래를 위한 지침서, 나를 채찍질하게 만드는 글 이런 수많은 글들을 매개로 이어지는 작가님들의 관계로부터 나는 세상을 알아가고 있다.
글을 쓰다 보니 너무 두서없이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행복하고 걱정 없는 삶을 살기 위한 것은 무엇인지? 또, 어떤 새로운 관계를 맺어야 그 방향으로 갈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사실 답은 정해져 있기는 하다. 그렇게 하고 싶은 것이 소망이기도 하다.
돈도 중요하지만 주변 사람들, 내가 만나는 사람들에게 친절하고 내가 하는 일이, 내가 가지 것들이 주변 사람들, 세상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그런 일을 해야 한다는 것으로 결론을 가져가고 있지만 아직 그럴만한 내공이 쌓이지 않았고 오랜 시간 준비하고 연습하면서 단련해 나가야 할 숙제이다.
<사진 :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