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맞이

관계의 현상

by 노연석

세상 유명인들과 내가 만날 수 있는 일은 거의 희박하다. 하지만 우연히라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수도 있다. 올해 연초에 빌 게이츠와의 만남을 위한 준비로 몇 주를 소비를 했다. 내가 만나는 것이 아니라 윗분들이 온라인 미팅을 하기로 했는데 그 준비과정이 정말 대단했었다.


온라인 미팅을 마이크로소프트 Teams로 할지 우리에게 잘 알려진 Zoom으로 할지 결정하는 것부터 빌 게이츠&멜린다 게이츠 재단의 스텝들과 몇 차례의 리허설을 하기도 하고 화상회의를 진행하는 회의실이 중역 회의실이라 너무 우중충하고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의견때문에 디자인팀을 불러 밤새워 공사를 해서 분위기를 완전히 바꾸기도 했었다.


빌 게이츠 정도면 정말 개방적이고 격이 없이 집에서 자다 일어나 온라인 미팅에 나올 것 만 같았는데 우리나라의 높으신 분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다. 양쪽 회사의 스텝은 몇 주 동안 준비하고 결국 마이크로소프트 Teams를 사용하기로 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빌 게이츠가 누구인지를 생각해보면 정해진 답이다.


마이크로소프트 팀즈는 화상회의 전용 툴이 아니다. 팀즈는 협업 툴이고 회사생활과 관련된 통합된 환경을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그 안에 화상회의 기능을 제공한다.

처음에 단순 협업 툴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요즘 Windows OS 다음으로 정성을 쏟아붓고 있는 것이 팀즈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모든 IT기술을 여기로 접목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팀즈는 전용 화상회의 툴이 아니다 보니 Zoom의 기능을 따라올 수는 없었다. 약간의 핸디캡을 가지고 회의 준비는 완료되었고 실제 회의는 15분 정도 소요되었는데 우여곡절 끝에 끝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원래 이런 일들에 돌발 상황은 항상 발생하기 마련이다. 프로그램을 개발하다 보면 개발한 프로그램 데모를 하려고 하면 항상 문제가 생기는 데모 신드롬처럼 문제가 있었다.

그것이 기계적인 이슈이던 인적 오류이든 간에 준비한 당사자들에게는 엄청난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나는 그 회의에 참석자는 아니기 때문에 참석을 하지 않았지만 기계의 딜레이를 오작동으로 착오한 오퍼레이터가 당황하여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 다행히 참석하신 가장 높으신 분이 위기 상황을 웃음으로 잘 극복해 내셔서 마무리는 훈훈하게 잘 되었다고 하지만 당사자는 등으로 진땀 흘리는 시간을 보냈고 그 일화는 일파만파 퍼져 당사자는 매우 곤혹을 치러야 했었다.


빌 게이츠를 화상으로 남아 나는 볼 기회는 없었다. 하지만 그들의 화상회의를 준비하면서 정말 몇 단계 거치지 않고도 지구 저 끝에 있는 사람과의 관계의 거리가 좁혀질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나는 사실 그 회의와는 관계가 없는 사람이다. 그리고 팀즈나 Zoom도 타사의 제품들로 나와 관계가 없다. 심지어 나는 사용조차 하지 않는다. 단지 내가 IT 서비스를 관장하는 부서의 사람으로서 그 회의가 IT 기술을 이용한 화상회의인 데다 1대 1 화상회의가 아닌 다자간 그리고 회의실 환경에 맞는 화상회의가 되어야 하는 상황이라 그 환경을 이해하고 회의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세팅을 해 두어야 하는 역할자로서의 관계에 있었다.


만약 그 회의에 사용되는 많은 IT 장비(네트워크, 방화벽, 화상회의 툴, 컴퓨터, 카메라 등등)들 중 하나라도 문제가 되면 그때 우리 조직이 맞아야 할 폭풍은 핵폭탄급이었다. 다행히 기계의 결함은 없었다.

그 회의를 대비 해 컴퓨터, 모니터, 화상캠까지 모두 새것으로 바꾸었다.

그리고 그것도 부족해서 네트워크를 그 회의실에서만 사용 가능한 전용망으로까지 구축을 했었으니 기계적으로 문제가 될만한 건 없었다. 그 회의는 매우 중요한 회의라 보안부서가 평소에는 절대 허용하지 않는 것조차 풀어가며 작업을 하다 보니 눈에 보이지 않는 위험 상황들까지 고려해야 하는 일이었다.


상대방 빌 게이츠&멜린다 케이츠 재단의 사람들은 우리만큼의 준비는 하지 않았다는 것은 분명하다. 우리는 회의 참석자들을 회의실로 다 모아놓고 화상회의에 참석했지만 그들은 각자의 PC를 사용하기 때문에 우리와는 환경이 다른다. 바쁜 사람들을 여러 차례 불러 앉혀 놓고 리허설도 여러 번 했다. 이렇게 까지 해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문화의 차이를 확실히 느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사람들을 모아 놓아야 일을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나와 관련은 없는 일들이지만 그 일들이 성공적으로 수행되기 위해 주변에서 서포트되어야 할 관계의 일들과 사람들이 존재한다. 이번 일도 간단하게 인사하는 자리이지만 IT부서, 인사, 기획, 재무, 총무 등 관련자들이 온갖 촉각을 곤두 세워 일을 추진해야 했던 일이다.


<사진: Won-hyoung 김원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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