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 속 삶 엿보기

유비무환

by 노연석

학교를 다닐 때나 지금이나 늘 가방을 들거나 메고 다닙니다.


겨울이 되면 들고 다니는 가방 대신 메고 다닐 수 있는 백팩을 이용합니다. 겨울엔 손에 들고 다니는 가방은 손이 시려서 들고 다니기에 불편합니다.

옆으로 메는 메신저백, 크로스백 등 가방들도 있지만 선호하지는 않습니다.


겨울이 되면 가방 안에 넣어야 할 물건들이 늘어나거나 부피가 커져서 백팩이 필요하고 백팩은 등에 메고 있으면 체온을 유지해 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 줍니다. 그런데 가방 없이도 충분히 다닐 수 있을 것 같은데 왜 가방을 이용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 보기도 하지만 막상 가방을 열어보면 다 있어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가방 속에 늘 가지고 다는 물건 중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은 우산입니다.

언제 비가 올지 모르니 항상 우산을 가지고 다닙니다. 언젠가 우산이 없어 비를 쫄딱 맞고 생쥐가 집으로 돌아온 기억이 있는데 가방 속까지 모두 젖는 바람에 가방 속 물건들이 훼손이 된 적이 있어 우산은 꼭 넣어 다닙니다. 가방 속 우산처럼 삶에 시련이 닥쳐올 때 이겨내기 위한 도구를 가지고 살아가야 합니다. 그래야 세상의 모진 풍파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이겨내고 성장할 수 있습니다.


티슈, 겨울이 되면 아침 출근길 집 앞을 나서 버스를 타러 가는 길에 쌩한 찬바람에 코끝이 찡해지고 콧물이 주르르.... 비염 때문에 이것도 항상 가지고 다닙니다. 환절기만 되면 나를 괴롭히는 비염은 겨울에 유난히 심해집니다. 물건도 사람도 항상 필요하지는 않지만 없어서는 안 될 그런 존재들이 있습니다. 인생의 환절기에 나에게 티슈가 되어 줄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인생살이를 잘한 것이 아닐까요?


지갑, 요즘 저는 삼성 페이를 이용하다 보니 현금을 사용할 일이 없습니다. 지갑은 가지고 다닐 필요 없는 데 사용하지는 않지만 지갑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여유가 있다고 생각해서 가방 속에 넣고 다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과거에는 꼭 필요했던 것이 세상이 변하면서 필요 없는 것들이 되어 갑니다. 지갑도 이제는 모바일 기기 속으로 스마트하게 변신해서 자리 잡고 있고 세상엔 변하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 인간의 잠재적 역량은 늘 이런 편리하고 재미있는 세상을 만들어 냅니다. 그리고 잊혀버린 것에 대한 추억도 만들어 줍니다. 지금은 필요하지만 언젠가는 없어질 물건. 미래에 상상하지 못한 형태로 변화할 물건이 또 무엇이 있을까란 생각을 해 보지만 잘 모르겠습니다. 그걸 알아내면 대박이 날 수도 있을까요?


여름엔 우산과 더불어 가지고 다니는 물건은 휴대용 선풍기입니다. 날이 정말 더운 날이면 있으나 마나 한 존재이기는 하지만 그냥 존재만으로 위안을 삼기 좋은 물건 중에 하나이다. 그래도 조금의 땀 일 지도 바람에 날려 주니 고맙습니다.

요즘처럼 겨울이 되어 추워진 날씨에 걷다 보면 매서운 바람이 불어와 내 온몸을 감싸고 스쳐 지나가 체온을 내려놓습니다.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서 도구로 장갑, 비니, 목도리도 가방 속에 들어가 있습니다.

겨울이 되어야만 모습을 드러내는 친구들이죠. 1년을 기다렸다 만나서 두 달에서 석 달 정도 인연을 맺다 집안 어딘가 자리를 잡고 또 1년을 기다립니다.

일을 하다 보면 1년 주기로 돌아온다는 일들이 있습니다. 연말정산, 보너스, 승진 등등 모두 돌아보면 한 해를 보내고 1년을 정산하는 것들이죠. 하지만 사람들은 연말이 되면 한 해를 돌아보고 새로운 해를 맞이 하기 위한 망년회, 신년회 같은 것을 하지만... 올해는 글렀습니다. 젠장.


세상에 철인들이 많기는 하지만 저는 철인이 아닙니다. 가끔 긴급하게 필요한 비상약. 그중 비염, 역류성 식도염, 두통 등 몇 가지 상비약은 가지고 다닙니다.

현대인의 만성증상 중 비염, 역류성 식도염이 아닐까?

그거 아시나요? 경험해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비염은 건조기를 산 이후에 정말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졌습니다. 그래도 가끔은 계절은 제 코를 간질간질하게 만들어 힘들게 하지만...

그리고 가끔씩? 먹어대는 야식으로 인해 역류성 식도염을 친구처럼 같이 사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데 저도 예외는 아닙니다. 요즘은 많이 절제하고 살아 좋아져서 약도 덜 먹기는 하지만 한때는 정말 필요한 녀석이고 심할 때는 이 친구 없이 잠들기도 회사 일을 하기도 힘들었던 때도 있었으니....

그래도 저는 행복한 사람들이 아닌가 합니다. 내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이전에 일하던 부서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저를 좋아해 주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비염약, 두통약이 되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일하고 있는 부서의 사람들도 그런 사람들이라 좋습니다. 그래서 저도 사람들에게 비염약, 두통약이 되어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전자기기로는 독서를 위한 e-book 그리고 음악을 듣기 위한 이어폰과 헤드폰이 들어 있는데 헤드폰은 겨울에만 가지고 다닙니다. 이어폰은 배터리의 방전 상황에도 들을 수 있게 유선 이어폰도 가지고 다닙니다. 만일의 상황을 대비하는 것을 매우 좋아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사실입니다. 트리플 A형이라 그렇습니다.

헤드폰은 음악을 듣는 용도이지만 겨울엔 추위에서 귀를 얼지 않게 해 줄 귀마개로의 활동이 더 돋보입니다. 헤드폰을 사용하기 전까지는 귀마개를 쓰고 다녔었는데 그래도 가끔 필요할 때가 있어 가방 속에 넣고 다닙니다.


e-book, 헤드폰, 이어폰 이런 건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 인 아이템들입니다. 이들이 돋보이는 것은 나 홀로 있을 때가 아닐까 합니다. 혼자 있는 시간을 외롭지 않게 해 줄 그런 친구들이죠.

주변에 내가 외롭고 심심할 때 함께 해 줄 사람들이 얼마나 있나요. 가방 속에 넣고 다니는 그 친구들처럼

언제 불러도 나와서 나의 외로움을 달래 줄 수 있는 친구를 만들어 두세요. 인생은 혼자 가는 것 같지만 내가 아끼고 챙겨둔 친구들, 동료들이 나의 외로운 순간에 함께 해 줍니다. 그리고 듣기 좋은 음악처럼 나에게 달콤하지만 나를 건강하게 해 줄 비타민이 되어 줍니다. 그게 살아가는 맛이 아닐까요?


이것저것 챙겨 넣다 보니 가방이 늘 한 가득히 채워져 있고 두툼해져 있습니다.

스마트한 세상에 저런 걸 다 들고 다녀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내 가방 속에 하나둘씩 자리를 잡은 데는 다 이유가 있다는 것을 상기해 봅니다. 출퇴근을 하면서 필요한 상황이 발생을 했고 만일을 위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가방 속에 자리 잡고 있는 물건들입니다. 평소에는 빛을 바라지는 못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빛을 바랍니다.


가방 속에 저렇게 많은 물건들을 넣어가지고 다니는 나를 3자의 입장에서 보면 걱정거리가 많아 보이는 사람 같아 보일 수 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온 갓 상황을 고민한 고민 보따리를 들고 다니고 있는 것은 맞기는 하니까요. 제 가방은 고민 보따리였네요. 하지만 고민을 하는 것이 아니라 고민을 들어주는 보따리라는 점에서 괜찮지 않은가요?




세상을 살아가면서 내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는 것은 그만큼 준비하고 있어야 할 것들이 많다는 것 입니다. 가방 속에 언제 사용할지 모르는 물건들을 가지고 다니지만 다가 올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한 도구들이 들어 있습니다. 준비하고 있지 않으면 기회가 왔을 때 그냥 놓쳐 버리는 상황이 맞이 할 수밖에 없습니다. 눈앞에서 버스를 놓쳐 버리는 상황이 일어나는 거죠.

버스는 다시 기다리면 다음 버스가 오지만 우리에게 찾아오는 기회를 놓치게 되면 다음이라는 기약은 할 수 없기 때문에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도록 늘 준비하고 대기하고 있어야 합니다.


저 말고도 많은 분들이 가방을 가지고 다닙니다. 빈 손으로 다니는 사람을 오히려 보기 힘듭니다.

내 가방 속을 들여다보고 있다 보니 다른 사람들의 가방 속에는 무엇이 들어있는 궁금해집니다.

저와 비슷하지 않을까? 아닌가요?

다른 사람들이 어떤 파랑새를 쫒는지? 어떤 성공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지? 궁금해집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속내, 자신의 가방 속에 무엇이 들었는지 보여주기를 꺼려합니다. 나만의 비밀이라는 것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다른 사람 가방 속의 물건들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내 가방 속에 무엇을 넣어야 할지 고민하고 내가 가야 할 미래에 필요한 것들을 채워 넣으면 됩니다. 하지만 너무 욕심을 부려 많이 넣으면 탈 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