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전, 뜻밖의 드라이브

가끔, 관심을 가져줘야 한다.

by 노연석

매일 자가용으로 출근했었지만 근무지를 서울로 옮긴 이후로는 버스만 타고 다니다 보니 차량을 운행할 일이 거의 없어졌다.


가끔 차를 가지고 운동하러 가는 곳도 2.5단계 이후로 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차를 쓸 일이 없어진다. 그래서, 차를 팔아 버려야 하는 생각도 들지만 가족들과 함께 이동을 해야 할 상황에는 차가 필요하니 주차장에 방치를 해 두고 있었다.


최근 기온이 영하 10도 이하로 내려가는 날이 여러 날 되고 있어 오늘은 걱정이 되어 주차장에 먼지를 수북이 쌓여 있는 차로 가서 시동을 걸어 보았다.

배터리를 간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별 문제없으리라 생각했지만 예상을 빗나갔다.


"찌이 지지지~ 찌이 지지지~"


시동은 걸리지 않았고 몇 번 반복을 하다 배터리가 고장이 날 것 같아 바로 보험사에 연락을 했다.

차에 잠시 다녀오려 슬리퍼를 신고 나왔건만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다. 보험사에 연락 후 바로 배정은 되었지만 보험사 긴급출동 서비스 차량이 생각보다 늦게 도착했다. 기다리다 보니 발이 시려지고 추워져서 차 안에서 앉아 있어 봤지만 오랜 시간 추위에 노출된 차량 안도 춥기는 마찬가지였다.


'음, 생각보다 늦네'


놀면 뭐하나. 트렁크에서 먼지털이개를 꺼내 차 위에 수북이 쌓인 먼지를 쓸어내린다. 아, 그동안 내가 이 친구에거 너무 무심한거 아니였나라는 생각을 해 본다. 시동도 걸리지 않고 먼지만 쌓이게 방치를 해 두다니... 다 털고 나니 긴급출동 서비스 담당자에게서 연락이 왔다.


"아파트 정문 입구입니다. 금방 가겠습니다".

'연락을 해 줘서 고마운데 아파트까지 다 와서 연락을 할 필요가. 출발할 때 해 주던가 하지...' 란 생각하고 있는데 바로 도착을 했다. 나 여기 있소라며 손을 흔들어 줬다.


"한 동안 차를 운행을 안 했더니 방전이 된 것 같아요?"라고 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

"네, 그러면 30분에서 40분 정도는 운행을 하셔야 합니다."라고 서비스 담당자가 이야기를 하며 보조 배터리를 내 차의 배터리에 연결하고 말했다.

"아... 네" 한 두 번 이런 일을 격은 것이 아니라 그 정도는 알고 있다. 그래도 왕년에 자동차 동호회에서 열심히 DIY 하던 사람인데... 서비스 직원이 그 사실을 알리는 없지만...


"시동 걸어보세요"

나는 운전석에 올라 시동을 걸었다. 단번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시동은 바로 걸렸다.

'저 점퍼용 배터리 하나 사놔야 하나? 아니다. 몇 번이나 쓴다고...' 시동을 켜는데 뇌리 스쳐가며 나에게 물었다.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전하고 긴급출동 서비스 나온 직원을 보냈다.


다시 시동이 걸리지 않는 상황을 만들지 않으려면 운행을 하긴 해야 하는데 멀리 가기도 그렇고... 모르겠다 그냥 한 바퀴 돌고 오자라는 생각으로 무작정 차를 밖으로 내 몰았다. 어디 갈 때도 없고 간다고 해도 내려서 무언가 할 때도 없으니. 결정적으로 슬리퍼 끌도 돌아다니기도 그렇다.

이렇게 생각을 하고 차를 몰다 보니 최근에 유행했던 무착륙 비행기 여행이 생각났다. 이거나 그거나 똑같은 것 같은데 면세물품을 살 수 없다는 것은 차이가 있다. 차를 세우고 인터넷 쇼핑이라도 해야 하나...생각을 했으나 이네 피식 웃음이 나왔다.


평소 같으면 시간에 쫓기어 주변의 경관을 볼 틈도 없이 운전을 했었지만 규정속도를 준수하며 그동안 돌아다니지 못한 세상을 감상하면서 느긋하게 운전을 해 본다. 혼드라고 해야 하나, 정말 목적도 없고 함께하는 사람도 없고 혼자만의 드라이브를 하고 있다. 하지만 출발지도 목적지도 집이다.


오랜만에 집을 벗어나니 기분은 좋다.

평소 회사-집-회사-집을 반복하며 정말 아무 곳도 가지 못하고 출퇴근도 회사 통근버스 이외의 교통수단은 이용하지 않고 1시간 이내의 거리는 걸어 다니고 있을 정도로 코로나를 피해 다니느라 피곤한 삶을 살고 있다. 혹시 감염이라도 되면 회사 직원들, 그 가족들에게도 민폐가 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좀 귀찮고 이렇게 까지 해야 하나 싶지만 운동 삼아 걸으며 사람들이 밀집되는 곳은 피해 다니며 산다.


여름부터 공사를 시작한 아파트는 벌써 10층 넘게 올라가 있다. 뻥 뚫린 곳이었는데 시야를 가로막아 답답함이 느껴진다. 벽이 하나 생긴 것 같다. 어느새 예전에 살던 아파트 앞을 지나고 있다. 이렇게 천천히 다려 왔는데 시간을 보니 이제 5분도 지나지 않았다. 평소에는 차가 만기도 하고 15분은 걸리던 곳인데... 40분을 채우러면 어디로 갔다가 와야 하나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차가 막히기 시작한다. 휴일인데 시내가 막힌다? 사람들은 어디로 향하고 있는 것인가? 혹시 나처럼 드라이브하러 나온 건 아닐 테고...


막히던 시내를 지나 외곽으로 나오니 한결 운전하기 편해졌다. 오랜만에 와보는 길은 그동안 도로공사를 얼마나 했는지 길이 많이 바뀌어 있다. 없던 고가가 생기고 사거리도 생겨나고 길이 점점 더 복잡해져 가고 있다. 옛날 생각을 운전을 하다 보니 차선을 잘못 들어섰다.


예전에 서울에서는 몇몇 고가를 없애기도 했는데 요즘 경기도는 뭔 고가를 이렇게 많이 만들고 있는 것인지? 사람들의 시선에서 보이던 아름다운 뷰들이 하나둘씩 없어지고 볼품 없어진다. 차가가 정말 많아진 것 같기는 하다. 얼마나 될까? 궁금해서 찾아봤다.-데이터 출처 : 국토교통통계연보(단위 백만)-

20210102_181343.png 승용차 등록 현황
20210102_182043.png 승용차+승합차+화물차 등록 현황(특수차, 이륜차 제외)




싸늘했던 차 안도 이제는 따뜻한 공기를 뿜어내는 히터의 열기에 따뜻해졌다. 꽁꽁 얼었던 발도 어느새 녹아 편안 해 졌다. 20분쯤 지났을까. 다시 시내로 들어오는 길에 차량이 줄을 서기 시작했다. 마음이 급할 것이 없으니 천천히 앞차를 따라 운전을 한다. 옆 차선에 차가 없어도 그냥 가던 길을 간다.


차가 좀 막혀줘서 집에 도착하면 얼추 40분 정도 운행시간이 될 것 같아 집으로 운전대를 돌렸다. 집에 거의 다 왔을 때 맞은편 도로에 추워진 날씨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호떡 파는 푸드트럭이 있다. 주차 단속 구역인데 자동차 번호를 가리고 장사를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사람들은 줄을 서 있다. 호떡, 아~ 먹고 싶기는 한데 카메라 단속구역이라 차를 주차할때도 없고 생각해 보니 여름 슬리퍼 끌고 가기도 그렇고 이내 포기를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와 보니 긴급출동 서비스에 대한 평가 설문이 와 있다. 모두 만점을 주고 마지막 문항은 출장 나오신 서비스가 좋은 것으로 평가를 해 주었다. 조금 늦기는 했지만 내 기대치가 컸거나 조바심이었을 거다. 오자마자 배터리 연결 후 한방에 시동이 걸리고 별로 해준 건 없는 것 같지만 주말인데 와준 것만으로도 고맙다.


주차장에 다시 차를 세워두며 며칠에 한 번은 잠깐이라도 시동을 걸어둬야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지나 봐야 할 것 같다. 게으름이 과연 생각을 실천하게 해 줄까?




이번 방전 사태는 무관심과 방치가 만들어 낸 일이다.

기름 한 방울 나오지 않는 나라에서 괜한 드라이브로 쓸데없는 소비를 해야 했다. 살아가면서 관심을 두어야 할 곳 들이 많은데 무관심으로 방치를 해 두는 곳에서 결국 그 대가를 치르게 하는 일이 생겨난다.

언젠가 대피실을 창고로 만들어 물건들을 쌓아 두었는데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 곰팡이로 난리가 나서 제거하느라 고생했던 기억이 난다.

사각지대에서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없는지 살펴봐야겠다.


사람 간의 관계에서도 "저 친구는 잘하니까. 잘 안 챙겨줘도 잘할 거야."라고 생각하는 순간 당사자는 혼자서 속앓이를 하다가 어느 순간 폭발을 하는 일이 일어난다. 지나친 관심도 좋지는 않지만 무관심이나 관심을 두지 않아도 된다는 잘못된 생각과 행동에서 문제의 싹이 점점 꺼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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