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은 그들의 숙소가 되고

전선 여행

by 노연석

겨울이 시작되면서 출근길 전선 위에 까맣게 앉아 있는 까마귀 떼를 보곤 한다. 한국의 겨울을 즐기기 위한 여행 중이다. 처음에 보기 힘든 광경이라 어둠 속에서 사진도 찍었었는데...


하지만 그들의 여행은 흔적을 남겼다.

퇴근길 전선 아래를 인도 위로 걷다 보니 까마귀의 배설물로 가득하다. 처음에 염화칼슘을 뿌려 놓았는데 녹아서 하얀색으로 번져있었나 싶었다. 그러나 다시 자세히 보니 아니었다. 비가 오지 않는다면 인도를 화장실 마냥 이용하며 배출한 배설물을 겨울 내내 밝고 지나다녀야 했다.


역시, 자연의 힘은 역시 위대 했다.

다행히도 최근에 내린 많은 눈 덕분에 인도는 다시 말끔해졌다. 사람이 치워야 했다면 어머어마한 비용이 들었을 것이다. 까마귀의 행렬이 상상을 초월할 만큼 온 동네의 전선줄에 가득했었기 때문이다.

퇴근 시간 집으로 걸어오는 경로를 두 곳을 이용하고 있는데 40~50분 걷는 거리에 전선줄 아래 모두 그들의 만행의 현장을 목격할 수 있었다.

추운 겨울 누가 그 현장을 말끄미 치워줄 사람은 없어 보였다.


나의 퇴근길은 어쩔 수 없이 그들이 남기곤 흔적을 밟고 지났어야 했다. 피해 갈 틈도 없이 바닥에 가득한 그것들을 지르밟고 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희한한 것은 그들을 낮과 저녁시간에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낮에는 어디론가 여행을 다니고 밤과 새벽까지 그 전선 위를 숙소 삼아 잠을 청하는 것 같다. 잠을 자는 것까지는 좋은데 테러를 하고 모른 척 그냥 가버리다니 괘심 하다.


눈이 오고 한 동안 추웠지만 영상으로 올라온 기온 덕에 눈이 녹아내리기 시작하면서 시원하게 쓸려 내려가 한결 편하게 걸어 다닐 수 있게 되어 천만다행이다.





까마귀는 텃새일까요? 철새일까요?

시골에 살던 어린 시절에 가끔씩 삼삼오오 모여 다니는 까마귀들 보곤 했었다. 그들은 색깔만 검은색일 뿐 어떤 테러도 어떤 불편도 사람들에게 끼치지 않는 그곳의 토박이 텃새였다.

그러나, 전선 위를 가득 매운 까마귀는 떼까마귀라 불리고 겨울 철새라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10월에서 2월까지 머물다 가는데 기사에서 보셔서 아시겠지만 수원, 오산, 화성 지역에 많이 출몰하는데 아마도 서울과 같은 도시보다 산, 논, 밭이 있는 평야가 많아 먹을 것이 풍부해서 이런 지방 도시을 찾아오는 것 같습니다.


코로나 19로 인해 여행다운 여행을 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우리도 떼까마귀와 같이 여행지에서 그곳을 찾은 관광객이나 주민들을 불편을 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불편을 주지는 않았었는지? 다음에 여행을 가더라도 그런 상황을 만들지 말아야겠다. 우리에게 여행이지만 그들에게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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